"불안한 마음은 번뇌가 춤 추기 가장 좋은 무대입니다."
<굿바이, 분노>를 통해 분노의 삼요소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 중 불안한 마음은 만 가지 번뇌의 무대가 됩니다. 분노 뿐 아니라 갖가지 부정적 감정들이 이 무대에서 힘을 얻습니다. 그렇기에 모든 번뇌를 해결하는 첫 걸음은 불안한 마음을 잘 조율하는 것입니다. 생명 있는 존재로 태어나 불안을 완전히 끊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불안은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정신 작용이니까요. 하지만 이 불안감이 불안장애로 발전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마음의 기술은 꼭 필요합니다.
<굿바이 불안장애>에서는 불안한 마음을 그 심각도에 따라 불안, 두려움, 불안장애, 공황발작 등으로 구분합니다. 모두 다 불안이라는 마음 계열에 위치하지만, 불안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드러나는 현상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일시적 불안감은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소화되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이 기간이 오래되면 불안이 축적되어 변질되는데 이것이 바로 공황 그리고 불안장애입니다.
일시적 불안감이 깊어지면 육체의 작용을 바꿉니다. 그렇기에 공황 뒤에 발작이 붙는 것입니다. 육체와 정신에서 발작에 가까운 현상들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2>에서는 불안이라는 캐릭터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불안은 수면 밑에서 항상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발작버튼을 누르면 불안이 마음 전반을 컨트롤하는 운전대를 잡기 시작하죠. 불안이가 예상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가면 이제 발작하기 시작합니다. 평범한 우리가 불안에서 공황 상태로 나아갈 때의 내면의 모습을 흥미로운 상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입니다.
불안은 마음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왜 육체에 강렬한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안감이 형성되는 두 가지 통로를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불안할 땐 뇌과학>에서는 불안이라는 정신작용이 일어나는 원인을 첫째, 대뇌피질발 불안과 둘째, 편도체발 불안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대뇌피질을 통해 생성되는 불안감이란 결국 의식에서 비롯되는 불안입니다. 쓸데 없는 생각과 걱정 즉, 망상으로부터 불안이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관찰할 수 없는 인식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끝없이 상황을 오해합니다. 그리고 이 오해는 생존 본능을 자극하고, 이는 불안감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경우 잘못된 생각을 교정하여 올바른 이해를 지닌다면 불안이 해결될 수 있습니다.
이보다 훨씬 근본적인 불안은 바로 편도체에서 비롯됩니다. 감정과 본능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불안은 우리가 의식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무의식적 불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각으로부터의 불안은 조금만 곰곰히 관찰해보면 그 원인을 찾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의식'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본능적 불안은 무의식의 영역에 가깝기에 발견 자체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흔히 이렇게 말하죠.
'특별한 이유도 없는 것 같은데 불안하다.'
불교는 깨달음으로 나아가기 위해 번뇌에 사로잡힌 마음을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물 중 대표가 유식불교입니다. 유식은 불교심리학으로써 중생의 마음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과 그 과정에서 번뇌에 물드는 이유를 찾았습니다. 더불어 번뇌라는 독소를 제거하기 위한 수행 방법까지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유식불교에서는 마음이 세상을 인식하는 과정을 변행심소로 표현합니다. 촉, 작의, 수, 상, 사의 다섯가지 정신작용이 경험에는 항상 동반되는데 순서대로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감각기관은 대상과 접촉하게 되는데 이것이 촉입니다. 다양한 접촉 중 일부에 주의력이 닿는데 이것이 작의입니다. 그럼 촉과 작의가 이루어진 대상은 마음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것이 수입니다. 들어온 대상에 대한 배경지식을 검색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마음의 배경에 개념이 생성되는데 이것이 상입니다. 그리고 보여지는 마음을 통해 행위의 바탕인 의도가 생성되는데 이것이 사입니다.
이 중 편도체발 불안과 관련이 있는 것은 바로 수입니다. 감각대상과 접촉하고 주의력이 더해져서 갓 마음에 들어온 상태, 아직 의식화 되지 않은 이 짧은 순간에 편도체는 반응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육체와 본능이 인지하는 '느낌'입니다. 얼마나 빠르게 인식하는지 0.0001초 보다도 더 빠르게 대상에 대한 느낌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좋고 싫음을 이미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 때의 싫은 대상을 만나는 것, 이것이 바로 편도체발 불안의 원동력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본능적인 느낌은 무의식선에서 일어납니다. 이후 배경지식과 경험을 통해 개념화 되어야 의식에 떠오른 것입니다. 이 때부터는 대뇌피질발 불안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편도체에서 생성되는 불안한 느낌이 훨씬 더 근본에 가까운 것입니다. 이것은 생존 본능을 뿌리고 자동화 된 불안기제입니다. 대뇌피질에서는 이에 쓸데 없는 오해와 걱정 등의 망상을 더해서 증폭시키는 것이죠.
중생의 마음은 불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생존하고 싶으니까요.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더불어 중생의 마음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두 이고득락을 추구합니다.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바로 이 불안입니다. 불안은 생존을 돕는 필수적 마음 작용이지만, 조절되지 않을 때 행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것입니다. 매우 양면적이기에 불안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불안과 화해하고 잘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붓다는 불안을 조절하지 못하고 키우는 원인을 '미혹'이라고 명칭했습니다. 어리석다는 뜻입니다. 또한 대뇌피질에서 비롯되는 불안의 원인은 견혹, 편도체에서 시작되는 본능적 불안은 수혹이라고 구분했습니다. 이를 구분한 이유는 각각의 미혹을 끊어내는 난이도에도 차이가 있고, 방법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견혹을 끊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왜냐하면 의식화되어 있으니까요. 반면 수혹을 끊어내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모르는 것을 끊을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불안을 다스리는 수행의 순서는 견혹을 끊고 수혹을 끊는 것입니다. 중요도를 따져본다면 당연히 수혹을 끊어내야 진정으로 안심할 수 있습니다. 수혹이야말로 생존본능에까지 맞닿아 있는 깊은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끊어낼 때 비로소 마음은 진정한 안심을 회복합니다.
자력으로 수행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거나 못하는 분들의 경우 불안감을 해결하기 위해서 타력에 의지합니다. 이 경우 대뇌피질에서 비롯된 불안을 해결하는 방법은 보통 상담을 받게 됩니다. 무엇이 잘못된 오해와 걱정, 망상인지를 상담을 통해 찾아내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견혹에 휩쌓인 불안은 위로받고 진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는 수혹 즉, 편도체발 불안입니다. 이미 만성화 된 불안들의 경우 두 가지 통로가 복잡하게 섞여 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분명히 불안의 원인을 이해했고, 오해를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불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된 상태가 바로 불안장애이고, 공황 발작 등의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 때 본능적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약물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예민해진 신경을 무디게 만드는 것이죠. 이를 통해 불안한 마음에 일시적 휴식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신경을 무디게 만들 수는 있지만, 이미 형성된 잘못된 신경 회로 자체를 바꾸는 효능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음 수행에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즉, 자력으로 공부하고 수행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는 상담가 선생님, 의사 선생님도 대신해줄 수 없습니다. 부모님도 친구도 스승님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도 부처님도 잘못된 신경 회로를 고쳐주지 못합니다. 오직 내 마음의 습관은 내가 교정할 수 있습니다.
진정으로 불안을 해결하고 싶다면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이해와 지혜를 통해 견혹을 끊고, 올바른 마음의 일을 반복함으로써 수혹을 끊는 길 즉, 수행의 길 뿐입니다. 불안이 너무 심각하여 육체와 일상을 침범할 정도라면 당연히 의사 선생님의 처방에 따라 약물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시적인 위안이 아닌 진정한 치유를 통해 뿌리를 뽑고 싶다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의 외길입니다. 마음수행에 전념하는 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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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편도체발 불안까지 잠재울수는 없지만, 망상으로 인한 두번째 화살은 맞지 않도록 정진하겠습니다. _()_
🙏🙏🙏
불안은 생존을 돕는 필수적 마음 작용이지만,
조절되지 않을 때 행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란 걸
우울증, 공황장애를 겪는 분들이 주변에 많아 느낍니다.
붓다의 가르침으로 견혹과 수혹을 끊고 미혹에서 벗어나
진정한 안심으로 다가가기 위해 마음수행에 전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_((()))_
네 스님.
견혹을 끊고 수혹을 끊는길인 마음수행에 전념 하겠습니다.
밝게깨어있기 나무아미타불 🙏
안심하기 위해 수행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