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주 들살이 <놀멍 놀멍 봅서>팀의 어소운입니다!
어제에 이어 들살이 일지를 공유합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10학년 김보민
오늘은 원래 계획이 일찍 일어나서 일찍 나가고 아주 빡빡한 일정을 보내는 거였는데 어제 활동해보니까 한 장소에 오래있는 게 좋은 것 같아서 새별오름을 안가고 곶자왈도립공원에만 가기로 했다.
그래서 아침에 여유롭게 일어나서 조식을 먹다가 버스시간이 다 돼서 급하게 뛰어나갔다. 제주도는 버스 배차간격이 너무 길어서 놓치면 곤란하다,, 어쨌든 다행히 버스는 탔는데 이것 저것 계획 새우며 가다 정류장을 놓쳤다ㅜㅜ그래서 아주 우여곡절 끝에 곶자왈에 도착했다. 딱 갔는데 사람이 생각보다 없어서 좋았다. 그렇게 앞에 있는 한 무리와도 일부러 격차를 내서 혼자 가려고 했는데 조금 가다 보니 ‘뱀 출몰 주의’라고 써있는 표지판을 보고 갑자기 불안해졌다.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숲 구경하며 걷는 것에 집중하려고 일인칭 시점 영상을 찍으며 여유롭게 걸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무판자 밑에서 쿵쿵거리고 덜그덕더리고 꿈틀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서 급하게 앞에 멀리 있는 그 무리에게로 가려고 뛰었다. 힐링 영상을 찍다가 생존 서바이벌을 찍는 기분이었다. 결국 앞에 무리랑 같이 걸었다. 숲은 너무 멋졌는데 뱀이 언제 나올지 몰라 무서워서 감상하지 못했다. 내 들살이 활동처럼 감정을 색도 같이 표현해 말해보자면 어두운 빨간색 저승길을 걷는 기분이었다.(고정관념일지 모르겠지만 빨간색이 무서운 이미지랑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색에 집중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전혀 집중되지가 않았다. 그러다 혼자 가게 됐는데 처음에는 나무들 사이로 빛이 많이 들어와서 밝았기 때문에 나름 좋았다. 하지만 나무들이 빽빽해지자 어두워져서 다시 저승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알아낸 게 색상 차이도 중요하지만 색의 밝음과 어두움이 기분의 밝음과 어두움을 좌우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어제 햇빛이 안 나서 어두운 바다를 볼 때는 기분이 어둡다가 햇빛이 나면서 기분이 밝아진 것 처럼.
여러 갈림길을 어설프게 왔다갔다하다가 전망대에서 어떤 아줌마 아저씨가 “이제 녹차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라고 하는 걸 들어서 맛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감사하게도 그 분들끼리 얘기를 나누는 와중에 가게 이름도 알려주셨다. ‘오설록 티 뮤지엄’이었다. 어차피 곶자왈에서 그림을 그리지 못하니 시간이 떠서 즉흥으로 갔다. 이상하게도 녹차 아이스크림은 없었지만 엄청 넓은 녹차밭이 있었다. 쫙 펼쳐진 녹차밭을 보니까 동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한참 보다가 어떤 할머니들이 녹차밭 앞에서 사진 찍는 걸 봤는데 갑자기 그분들의 어린 시절이 어땠을지 생각이 들면서 풍경에 흑백 필터가 씌워진 느낌이 들고 아련해졌다. 그래서 그걸 진녹색으로 아련함을 표현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노을이 너무 예뻐서 한참을 보다가 디즈니 영화에 들어온 듯한 화려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가장 화려한 색깔들로 그림을 그렸다. 내 의도와 다르게 좀 어두운 그림이 그려졌지만 노을은 예뻤다.
10학년 임예주
조식을 먹고 비오토피아 생태공원을 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조식이 늦게 나와서 잘못하면 버스를 놓칠 시간이었다. 보민이도 나와 같은 버스를 타는 거였어서, 우리는 정류장으로 열심히 뛰어갔다. 버스를 놓치지 않았지만 다행은 아니었다. 우리 둘다 버스에서 내릴 곳을 지나쳤다… (보민이가 알려줘서 알았다…. 보민이 없었음 완전 멀리 갔을 듯.) 도착지는 달랐기에 일단 각자 갈 길을 찾으려 우리는 헤어졌다. 그런데 다음에 탄 버스에서도 보민이를 만났다! 나만 엄청 돌아간 줄 알았는데 보민이도 그랬나 보다. 너무 반가웠다. 우리 둘다 너무 딱했다. 우리는 이번에는 귀를 쫑긋하며 계획을 수정했다.
비오토피아 생태공원을 가는 길에 밥을 먹고, 중간에 방주교회를 갔다. 멋있게 생긴 교회였고, 구경하러 온 사람들도 많았다. 날씨가 더 좋았으면 더 예뻤을 것 같아 아쉬웠다.
그리고 생태공원으로 갔다. 조용하다고 듣긴 했지만 너무 조용했다. 그래서 느낌이 좋지 않았다. 왜냐면 이곳은 예전에는 외부인 출입이 금지었던 곳이라고 들어서 뭔가 더 불안했다. 내가 뭔가 몰래(?) 들어온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난 무단침입자가 맞았다… 그곳은 사유지였다…. 분명 어니라고 들었는데…..
그래서 슬프게 나오고, 본태박물관에 갔다. 그곳에서 유명한 호박을 봤다. 하지만 현대미술은 내게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박물관 안 카페에 가서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어제 숙소 가는 무서웠던 길이랑 내가 감성 잡고 있는 삼촌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수연이가 맛없다고 했던 김밥집에 가서 밥을 먹었다. 그래도 나는 꽤나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뷰도 좋았다. 초승달과 함께 가게 되었는데, 초승달께서 수연이가 맛없다는 김밥을 하나 주셨다. 나는 꽤 맛있게 먹은 것 같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왔다. 너무 시간과 체력을 그림 그리는데 못쓰는 것 같아서 걱정이지만, 모레부터는 그런 일정이 아니니 내일까지만 더 그림 그리기 위해 노력해보자!
10학년 한수연
2일차🏝
오늘은 아침에 조식으로 볶음밥을 먹고 출발했다. 어제는 들살이 첫 날이라 긴장을 많이해서 걱정이 많아서 생각이 거의 안 됐는데 오늘은 정류장과 버스 안에서 걱정하지 않겠다고 마을을 편하게 가지고 일정을 시작했다. 첫번째 일정인 송악산을 가는데 일단 첫 버스는 제주도에서 제일 잘오는(?) 202번 버스를 타고 두번째 버스로 환승하려는데 도착정보가 없었다,, 분명히 계획표 짤 때는 버스시간표를 보고 짰는데 말이다,,, 지금까지는 버스에서 여러 키워드도 생각나고 그래서 행복했는데 여기서부터 갑자기 문제가 시작 됐다. 카카오맵에 송악산둘레길을 검색해보니 1시간정도 걸려서 바로 걷기로 하고 출발했다. 거의 일자로 걸어가면 되는거라서 시작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점점 사람들이 없어져갔다. 장말 온 사방 그러니까 내가 걸어온 길, 나의 위치의 왼쪽, 나의 위치 오른쪽, 그리고 내가 걸어가야할 길까지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카카오맵을 믿고 계속 걸어갔다. 가는 길에 진돗개 3마리가 나를 처다보면서 계속 짖어대고 옆에 메뚜기는 날라다니고,,, 심지어 어느길은 모랴가 너무 가벼워서 내가 한 발자국 딛을 때마다 흙이 날리고 바닥엔 개와 새의 발자국이 선명하고 앞길은 너무너무 사람이 걸어갈 길이 아니라서 앞에서 갈팡질팡 고민하다가 가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갑자기 내가 걸어온 길에서 꿩 두마리가 날아오르고 내가 걸어갈 길에서는 큰 새가 날아올라서 빨리 그 길을 나와서 도로로 나왔다. 도로로 나와서 버스정류장으로 갔는데 또 도착정보가 없었다. 도로 표지판을 보니 송악산 3km라고 써져있어서 글 쓸 거라는 생겼다고 생각하면서 송악산으로 걸아갔다. 계획으로는 2시간 걸릴 이동시간이었는데 2시간이 더 지나서 도착했다. 도착하고 바로 보말칼국수를 먹고 송악산을 걸었다. 이번엔 버스 시간표를 잘 보고 잘 타서 뿌듯해하면서 숙소 근처에서 먹을 거 사서 바다에서 노을을 보려고 했다. 버스에서 내려서 정류장에서 책을 읽으면서 아주 순조롭다고 생각했고 그 마음 그대로 다음 버스로 환승했다. 버스에서 졸다가 일어났는데 정류장이 낯설었다. 옆에 앉은 분께 고내리 정류장 지났냐고 물어봤는데 가려면 한참 멀었다고 해서 카카오맵을 다시 봤는대도 낯설었다. 그래서 얼른 버스에서 내려서 반대편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려고 이번엔 고내리 정류장에 가냐고 물어봤는데 기사님이 고내리는 반대편에서 타는 거라고,,, 그래서 다시 반대편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계획대로 내려서 빵을 사서 노을을 보러 바다로 갔다. 바다에서 채원언니랑 보민이를 만나서 좀 앉아있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내 활동이 '생각하기'이다보니 생각은 언제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부담이 됐는데 생각해보면 생각도 계속 할 수 없는 것 같다. 어제는 들살이가 정말 진지하고 즐거울 수 없다고 생각했는디 오늘은 즐거웠고 쓸 말이 많을 것 같다.
11학년 김민재
오늘 처음 방문한 장소는 제주시 서부에 있는 새별오름이었다. 새별오름에 간 이유는 단순하게 멋지고 조용하고 사람이 없어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정류소에 내려 5분도 걸어 내려가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물론 바글바글 까지는 아니기는 했지만 푸드트럭이3대나 와서 사람들에게 음료를 팔고있었다. 그래서 계획을 좀 수정키로했다. 그냥 오름은 오르기만 하고 오름 근처 조용한 곳을 따로 찾아내자고.
찾아낸 장소는 오름 바로 아래였다. 생각보다 많이 큰 오름을 무사이 등반하고 올라왔던 길에 반대편으로 내려오자 정말 아무도, 아무것도 없는 공터가 있었다. 그래서 예정대로, 예정된 시간 동안 그 아래에서 생각의 시간을 가졌다. 물론 생각에 시간을 가졌다 해서 오해하지는 말아주길 바란다. 나는 철저하게 무엇을 생각할지 계획하고 질문 리스트에 자문 자답하며 내 화에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보낸 것이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새별오름에서 곽지 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 어찌어찌 도착은 하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내 계획은 원래 새별오름에서 버스를 3번 갈아타고 곽지로 1시간 만에 이동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첫 번째 버스에서 내린 뒤였다. 두 번째 버스가 운행을 시작하지 않은 것이다,큰 문제였다. 이제 점심시간인데 버스는 4시 30에 운행을 시작한다. 결국 나는 어쩔 수 없이 왔던 길 고대로. 새별오름에 왔던 길 고대로 다시 돌아가 2시간 30이 걸려서야 곽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곽지에서 한 일도 어제와 마찬가지였다. 사실 제주도에 왔으면ㄴ 수영을 한번 해봐야지라는 마음으로 바다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샤워장이란 샤워장이 다 막혀있어 그냥 깔끔하게 포기하고 발만 담갔다. (이건 미련인가?)
11학년 어소운
들살이 둘째날, 9월 1일 내 생일이다😙. '12시 땡'하자 갑자기 유튜브로 노래까지 틀면서 들살이 팀원들이 축하해줘서 당황스러웠지만 내심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조식을 먹으러 갔는데 2차 축하를 받아서 슬슬 쑥쓰러웠다. 조식을 먹고 나서, 올레길 15코스를 따라 곽지까지 걸어갔다. 길을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6학년 들살이 때에 비해 건물도 많이 생기고 편의시설도 늘어서 아쉬웠다. 맑은 하늘 아래서 풀이랑 바다를 보려고 제주에 왔는데 보이는 게 건물뿐이니 원...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래도 부는 바람이 부드럽고, 바다 소금 냄새도 좋고, 풀도 너무 좋아서 걷는 내내 즐거웠다. 들살이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내가 자연을 엄청나게 사랑하고 있음을 잊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곽지 해변에서 수영을 하려고 했는데 수영을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라서 그냥 앉아 있었다. 그림이라도 그리고 싶었지만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돗자리를 깔기조차 어려웠다. 그래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그냥 바라보며 바다 바람 실컷 맞았다. 곽지해변까지 걸어오면서부터 바람을 너무 많이 맞아서 슬슬 견디기 힘들 지경이 되어 그냥 점심을 일찍 먹었다. 주문한 고사리 육개장의 비주얼이 썩 맛있게 생기지 않았었는데 진짜진짜 맛있었다. 최고다. 다음에 온다면 또 먹고 싶었다.
오늘의 난관은 점심 식사 이후부터였다. 원래 가려고 했던 카페가 지도에서 검색되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전화를 해봤는데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며...'. 그래서 관뒀다. 당황하지 않고 주변에 있는 카페를 엄선해서 골랐다. 왜냐하면 생일이니까. 꼭 케이크를 먹어야 했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서 또 사람을 그렸다. 사실 계획에는 없었던 일인데 그림을 그려서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것에 맛들린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의 일상에 자그마한 행운처럼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이 퐁퐁 피어오른 탓에 내 생일에 남에게 선물을 주었다. 그림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결과물 스케치를 계속하면서 내가 느끼는 자연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참 막막했다. 카페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앉아 있는 게 좀 힘들어서 해안가 앞 벤치에서 시간을 보냈다. 수영하는 사람들도 보고, 바람도 맞고, 바다도 보고, 사진도 찍었다. 비가 오나 싶다가도 비가 오지 않는 그런 날씨였다. 시간이 돼서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식당이 문을 닫았다. 당황하지 않고 내일 먹을 아침과 점심 도시락을 사러 빵집에 먼저 갔는데... 문을 닫았다. 또 당황하지 않고 다른 빵집에 갔는데... 문을 닫았다. 급 우울해져서 저녁이나 먹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멀지 않아서 걸어가고 싶었는데 날씨가 너무 습하고 기운도 없어서 버스를 타고 갔다.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길에 노을이 너무 예뻐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어쩐지 노을이 동쪽으로 지길래 '우리 숙소가 서쪽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모르는 길이 보이고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서 검색해보니 반대로 가고 있었다. 다시 돌아서 숙소로 뚜벅뚜벅왔다.
오늘 들린 카페에 파우치를 두고 와서 전화번호를 이리저리 찾아봤는데 도무지 없었다. 내일 초승달이 대신 찾아와 주신다고 했는데 죄송한 마음이 든다. 아무튼 제주도에서 생일을 보내는 특별한 경험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들살이 가기 전에는 들살이에 생일이 껴서 슬프고 아쉽기만 했는데, 이것도 나름대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특별한 여행지에서 일상에서 벗어나 나를 위해 하루를 보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오늘의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11학년 유민하
둘째 날_2022.09.01.(목)
여행을 와도 알람 소리가 듣기 싫은 건 똑같았다. 아니 오히려 오늘따라 더 듣기 싫었다. 너무 일어나기 싫어서 침대에 질척여 봤지만 결국 일어나야 했다. 아직은 숙소가 집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약간 벙하게 준비를 마쳤다. 오늘의 첫 목적지는 성이시돌목장이었다. 버스를 타고 환승 정류장에서 내렸는데 조금 이상한 것을 깨달았다. 환승 버스 배차 간격이 2시간이 넘는 것이다. 아무리 길어도 30분이겠지란 안일한 마음으로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던 과거의 나를 후회하며 그런대로 근처 골목을 돌아다니며 촬영지를 찾았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주택가에서 잠깐 촬영을 했다. 어제보다 컨디션이 좋아서 흐름을 조금 더 오래 가져가며 춤출 수 있었지만, 영상으로 보기엔 비슷해서 아쉬워하며 촬영을 접고 얼른 목장으로 향했다. 성이시돌목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사람도 없고 조용했다. 너무 바라던 바여서 기뻐하며 주위를 걸어 다녔다. 촬영에 앞서 근처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때우고 본격적으로 촬영지 탐색에 나섰다. 알고는 있었지만, 목장 근처가 순례길과 호수 기도원 같은 곳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촬영하기가 조금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어쩔 수 없기에 굴하지 않고 촬영을 했다. 마음에 드는 장소들이 많아서 계획보다 더 시간을 썼다. 넓은 야외에서 나 혼자 춤추는 게 웃기기도 하고 기쁘기도 해서 계속 웃음이 나왔다. 두 번째 일정인 금오름을 오르기 위해 또다시 뚜벅뚜벅 한참을 걸었다. 가는 길에 말도 만나고 소도 만났는데 다가가면 서성이며 나를 바라봐서 나도 빤히 바라봤다. 중간에 오름까지 태워주시겠다는 아저씨를 만나서 너무 그러고 싶었으나, 그랬으나 간신히 거절하고 계속 걸었다. 금오름 정상은 올라간 시간이 아깝지 않은 경치였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촬영은 조금 하고 산책을 즐겼다. 유명한 오름이지만 사람이 몰린 곳만 몰려서 아무도 없는 쪽에서 걸으며 천천히 잡다한 생각을 했다. 아직 2일 차지만 꾸며진 무대보다 길거리나 공원 같은 곳에서 무대를 만드는 게 더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언제든 어디서든 누구든지 할 수 있고 볼 수 있는 공연은 그런 게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오름에서 내려와 든든히 밥을 챙겨 먹고 기가 막히는 노을을 보며 숙소로 돌아왔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하루였다.
11학년 정채원
- 09/01 (목)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엄청 뻐근했다. 늦게 잤는데도 어제보다는 많이 자서 컨디션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준비를 하고 조식을 먹고 숙소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자전거를 탔다. 어딜 갈까 하다가 장갑을 하나 사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어제 귀찮아서 안 갔던 다이소에 갔다. 도보로는 30분이었는데 자전거로는 10분 정도 만에 간 것 같다. 가는 길에 좀 긴 내리막길이 있었는데 브레이크 안 잡고 쭉 내려가는 기분이 너무너무 상쾌했다. 장갑을 사서 돌아오는 길에 정자가 하나 있길래 멈춰서 물멍을 때렸다. 숙소로 돌아오는데 맞바람이 불어서 앞으로 자전거가 안 나갔다. 자전거 들살이가 떠올라 괴로웠다. 분노의 질주와 흐느적 거림을 반복하다보니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전거를 두고 바로 나와 신창으로 향했다.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배가 안 고파서 신창항에서 물멍을 때리다가 점심을 먹으러 갔더니 웨이팅이 있었다. 그렇지만 딱히 다른 곳은 먹을 데가 없어서 기다렸다. 웨이팅 있는 식당에서 혼밥이라 뻘쭘할 거 같았는데 하나도 안 뻘쭘했고 정말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밥을 먹고 나왔더니 비가 조금씩 내려서 봉그깅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소나기일 것 같아서 일단 책방을 갔다. 아주 자그마한 책방이었는데 나 밖에 없어서 뻘쭘했고 이서언니 앨범을 발견해서 무지 반가웠다. 책방에서 나왔더니 비가 그쳐서 모몽 더 티하우스라는 카페에 가서 포대와 장갑을 받아서 다시 신창항으로 갔다. 신창항에는 정말 아무도 없었다. 깨 터시는 두분 정도 빼고는 정말 사람이 없었다. 애초에 신창이 한적한 동네이기도 했지만 내가 봉그깅을 하는 곳은 나 밖에 없었다. 아무튼 봉그깅을 시작했다. 작은 쓰레기부터 줍기 시작했는데 깨진 병이 정말 많았다. 주우면서 점점 큰 쓰레기들을 주웠다. 쓰레기를 주우면 많은 생각을 했는데 줍는 도중에는 기록을 못해서 거의 다 증발해버렸다.(멋진 생각 많이 했는데!!) 봉그깅을 하며 계속 생각했던 것은 최소한의 것을 살아야겠다는 것이었다. 그게 뭐든 간에 최소한의 것으로 검소하게, 겸손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포대를 가득 채우고 물멍을 때리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힘들어서 멍-하게 있다가 다시 카페에 가서 사진을 보여드리고 5000원 할인 받아서 바닐라 라떼를 마셨다. 힘쓰고 마셔서 더 시원했다. 바닐라 라떼를 빨다가 다시 애월 쪽으로 가서 밥을 먹었다. 어제 걷다가 발견한 곳이었는데 타이밍 좋게 사람도 별로 없어서 맛있게 먹었다.
숙소까지 30분 걸어오면서 길거리 노래방을 열었다. 바람이 엄청 많이 불었는데 아주 즐겁게 걸어왔다. 숙소 앞에 왔는데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지는 노을이 너무 예뻐서 한참 보고 있었다. 정말 한-참 보다가 앉아서 보다가 해가 지고 나서야 숙소로 들어왔다.
어제는 너무 우울 했는데 오늘은 좀 괜찮았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머리카락이 휘날린 거 빼고는 다 좋았다. 즐겁게 혼자를 만끽했다. 자전거도 열심히 타고 봉그깅도 열심히 하고 조금 적응한 이틀차였다.
첫댓글 에주 그림도 박물관 작품인 줄 알았잖아🫢
어제의 벌레에 이어 오늘은 뱀, 진돗개, 꿩, 이름모를 큰 새들, 소, 말까지... 많은 환영을 받고있네요~
제주에서 혼자 춤 추는 소녀를 만나면 어떤 기분일까요?
제주 책방에서 이서의 앨범을 만나면 엄청 반갑겠지요?
봉그깅을 하면 할인도 해주는군요!
사진들만 보면 다들 힐링영상 같은데..
모두 각자 열심히 홀로서기 하고 있네요.
그 마음과 모습에 응원을 보냅니다~^^
숙소 들어오면 많이 피곤할텐데
이렇게 정성껏 자세히 글과 사진 올려주느라
고생들 많아요^^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