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차량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한때 ‘클린 디젤’이라 불리며 친환경 이미지가 강했으나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이후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최근 BMW의 차량 화재가 이어지면서 디젤 엔진이 안전성도 보장할 수 없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디젤 엔진은 지난 1892년 루돌프 디젤(Rudolf Christian Karl Diesel)이 디젤 엔진 특허를 내며 활용됐다. 주로 디젤 엔진은 선박이나 버스, 트럭 등 대형 운송수단에 사용됐지만 메르세데스 벤츠 260d나 푸조 204 등 승용차에서도 간간이 적용됐다.
디젤 엔진이 승용차에 대폭적으로 적용된 시기는 2000년대 들어서다. 디젤 차량이 배출하는 질소산화물, 미세먼지를 줄이는 저감장치가 장착되고 연료 효율은 높아 소비자에게 각광을 받았다. 또한 유럽연합의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기준에도 적합한 판정을 받으며 친환경+연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차량으로 인식됐다.
승승장구하던 디젤차는 지난 2015년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소프트웨어 조작 사건으로 한바탕 곤혹을 치렀다. 배기가스 소프트웨어 조작으로 인해 폭스바겐은 소송에 휘말렸고 국내의 경우 영업을 중단해야 했다. 올해 다시금 활동을 재개하며 부활을 꿈꾸는 와중에 BMW 디젤 차량 연쇄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BMW 디젤 차량 화재는 독일차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던 국내 소비자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 충분하다. 한때 전체 수입차 시장의 약 68.8%를 차지했던 디젤차는 지난해 47.2%까지 떨어졌고 올해 7월까지 집계된 점유율 역시 46.3%로 떨어졌다. 디젤 차량 본토인 유럽에서도 지난 2011년 56.1%였던 점유율은 지난해 45.7%까지 떨어지며 힘겨운 상황에 놓여있다.
이번 BMW 디젤 차량 화재는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와 맞물려 여파가 오래갈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으로 디젤 차량 불신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 반면 디젤 차량 불신은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수요를 높일 것이란 전망도 점쳐지고 있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는 친환경차로 각광을 받으면서도 충전 인프라, 높은 초기 비용으로 성장이 더뎠다. 하지만 제조사 입장에서 환경 기준을 충족 시키기 위해 전동화에 큰 힘을 쏟고 있는 상황과 대안을 찾는 소비자가 맞물려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실제 볼보는 차세대 디젤 엔진을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 발표한 바 있고 인피니티는 ‘Q Inspiration’을 통해2021년부터 전기차만을 양산할 것을 선언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 도 2022년부터 디젤 차량 생산 중단을 선언하며 디젤 엔진과 거리를 두고 있다. 심지어 폭스바겐 그룹도 약 900억 달러를 투자하며 전동화에 힘을 기울인 바 있다.
디젤 차량의 퇴보는 이미 진행되고 있던 상황인데 그 단적인 예가 디젤 차량 운행 중단이다. 이탈리아 로마와 프랑스 파리는 2024년부터 디젤 차량 운행을 금지한다고 밝혔고 영국 런던도 2040년부터 디젤 차량 판매 금지를 밝히는 등 해외 각국에서 디젤 차량을 목조여 왔다.
디젤 차량이 운행할 수 없게 되면 제조사에서는 당연하게 가솔린이나 전기차, 하이브리드 차량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각 제조사들도 방향성을 전동화로 잡고 기술 개발을 진행했던 것이다. 또한 중국이 전기차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시장 점유율 및 아시아 거점 확보를 위해서도 큰 힘을 쏟을 확률이 높다.
SNE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전기차(EV, PHEV 포함)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4년 전체 자동차 중 약 0.4%였다. 이후 2015년 0.8%, 2016년 1.0%, 2017년 상반기 1.2%로 매년 성장세를 보였다. 여기에 최근 수소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차 시장 전체가 커지고 있다. 점진적인 성장을 이뤄왔던 친환경차 시장이 어쩌면 최근 불거진 디젤 차량 불신을 기폭제 삼아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낼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