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숙 시인>>
<<유인숙 시인의 양력>>
* 전남 보성 출생
* 2001년 한맥문학 동인 신인상 등단
* 2001년 시사문단 신인상 등단
* 시집 : 『에큐메니칼 사랑』(2003년)
* 도서출판 동길사 주최 시부문 우수상
* 한국기독교작가협회 회원
* 한국지져스작가회 회원
* 대한문학인협회 운영위원
* 문학의 즐거움 작가
* 김제시립합창단 단원
<<유인숙 시인의 시>>
겨울에 피는 꽃은/유인숙
겨울에 피는 꽃은
눈꽃이지
삶에 지친 영혼들을 위해
마련하는
새 하얀 여백
유리창에 서린 입김 조차도
서리서리 아름다운 순백을 꽃 피우지
찬 바람 스산하게 불어오는 것
아랑곳 하지 않고
피는꽃은 마음 꽃이지
어느 집 굴뚝에서
피어 오르는 연기처럼
추운 겨울에도 온화한 미소
그 훈훈함에 모락모락 피어 오르지
블랙 커피가 그리운 날/유인숙
문득, 향 깊은
블랙 커피가 그리운 날
먼길을 달려서라도
고풍스런 그 카페를 찾아 그대 보고 싶다
오랜 세월 닳아버린 나무 등걸
한 발 두 발 밟고 오르는
계단을 지나
소담스런 눈송이 휘날리는 풍경
바라다보이는
나무 탁자 놓인 창가에 앉아
뜨거운 가슴 비어내다
홀로인 잔의 쓸쓸함마저 함께 느끼고 싶다
그대와
저무는 날의 넉넉함을 마시고 싶다
이슥한 밤이 찾아오면
이내 노을은 지고
온 마음 사위어 가듯
홀가분하게 하루를 비워내는
생의 아름다운 자취를 잔에 띄우고 싶다
그의 사랑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으랴 감탄하며
문득, 향 깊은
블랙 커피가 그리운 날
사랑하는 그대와
아주 작은 사소함을 나누고 싶다
그리운 날엔 그대에게 가리라/유인숙
일탈(逸脫)을 꿈꾸었다
이젠 그립다
말할 수 없어
푸드득 깃을 치고 일어선다
허망(虛妄)하게
잃어버린 하루
까만 깃털 사이로 흐르는 눈물
차마 보일 수 없어
한적한 호숫가
마른 검불 위를 배회(徘徊)하는 새
그리운 날엔
그대에게 가리라
몇 번이고 되 뇌우지만
가슴 저미도록 그리워
높이, 저 높이
허공(虛空) 속을 헤매다
또 다른 비상(飛翔)을 꿈꾼다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
날아오르는 날개 짓,
아, 그리운 날엔
그대에게 가리라고...
살아가는 일이 쓸쓸해질 때/유인숙
어느 날,
마음 한가득 바람이 일어
낙엽 지는 거리로 나서면
벌거벗은 채 온 몸을 던져
습한 대지 위에 드러눕는
나뭇잎 하나를 만날 수 있다
이따금,
살아가는 일이 쓸쓸해질 때나
누군가와 마음을 터 놓고
한동안 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땅 위에 처연하게 나뒹구는 나뭇잎을 보며
고독한 가슴을 쓸어보리라
빛 바랜 낙엽은 말이 없어도
서로를 부둥켜안고
가만 가만히
귓속말로 유전遺傳을 전해 주는 걸
마음으로 깨달아 알 수 있으리라
한 생을 살다 문드러진 몸
그대로 누워 흙으로 돌아가는 날
나뭇잎은 삶을 이루었다 말하니
이따금,
살아가는 일이 쓸쓸해질 때
낙엽 지는 거리로 나서면
다음 세대를 위해 빈자리 마련하는
나뭇잎 하나를 만날 수 있다
좋은 사랑이 되고 싶다/유인숙
아, 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메어야 할 짐이 있다면
찡그린 얼굴로 돌아서거나
버거워하지 않는 삶
하찮은 것조차 기뻐하는 삶이고 싶다
한순간이라도
서로의 짐을 나누어지고
때로는 그 삶의 무게만큼 기울어져
힘이 들어도
나에게 주어진 몫이거니
기꺼운 마음으로 순응하고 싶다
사랑을 가슴으로 품고
주고 또 주어도
달라하지 않는 소망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그의 눈빛을 보며
기다릴 줄 아는 자가 되고 싶다
슬픔도 안으로 끌어안고
기쁨도 가슴에 담을 줄 아는
그래서 행복하다고
노래할 줄 아는
가장 소중한 사람의
참 좋은 사랑이 되고 싶다
빗속의 연가 유인숙
비가 오는 날에는
당신을 그리워 하기에
너무나,
너무나 좋은 날입니다
장대 같은 굵은 비를 흠뻑 맞고
종일 울어도
내가 울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당신의 숨소리 하늘을 날아
날아와서 두 귀에 박혀도
내 귀는 여전히
당신의 숨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살갗에 부딪히는
빗방울의 떨리움은
보드라운 당신의
손길을 닮았습니다
그러하기에 비가 오는 날에는
당신을 사랑하기에
너무나,
너무나 좋은 날입니다
그 바다가 그리운 것은/유인숙
쏟아지는 햇살 눈이 부셔라
바람에 밀려 흔들리던
잔물결 사이로
진한 그리움은 살아 오른다
켜켜이 채석강에 쌓인 흔적들
썰물에 밀려 빠져나가고
눈에 드러나 보이는 단층 위엔
오랜 추억만이 서려있구나
겨울 해풍海風이면 어떠랴
봄날 같은 마음들이 모여든 자리에
외로운 갈매기도
가던 길을 돌아 날개를 펴고
바다여, 그리운 바다여
가는 목청 돋우어 끼룩거리는데
나는 또 한날을 그리움 속에
풍덩 빠뜨려야 하는구나
그 바다가 그리운 것은
사랑이 물거품을 뿜어내며
하얀 파도로 밀려들기 때문이다
눈부신 햇살이 알알이 부서져
내 안에 아쉬움으로
눈물겹게 쏟아지기 때문이다
좋은 사랑이 되고 싶다/유인숙
아, 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메어야 할 짐이 있다면
찡그린 얼굴로 돌아서거나
버거워하지 않는 삶
하찮은 것조차 기뻐하는 삶이고 싶다
한순간이라도
서로의 짐을 나누어지고
때로는 그 삶의 무게만큼 기울어져
힘이 들어도
나에게 주어진 몫이거니
기꺼운 마음으로 순응하고 싶다
사랑을 가슴으로 품고
주고 또 주어도
달라하지 않는 소망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그의 눈빛을 보며
기다릴 줄 아는 자가 되고 싶다
슬픔도 안으로 끌어안고
기쁨도 가슴에 담을 줄 아는
그래서 행복하다고
노래할 줄 아는
가장 소중한 사람의
참 좋은 사랑이 되고 싶다
노을로 타는 사랑/유인숙
무슨 생각으로 하루를 보냈는지
당신을 잊고 사는 날 한시도 없는데
내겐 가장 소중하다
당신을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습니다
수줍어 흐려진 눈빛
말 못하는 가슴 한구석
힘없이 무너져 내리면
노을보다 뜨거운 눈물이 흐릅니다
쓸쓸한 마음 한 자락 붉게
노을로 타는 사랑은
저문 날 속으로 사라져 가고
내 영혼 언제나 당신을 향하여 날아오릅니다
숱한 그리움의 날개 짓
고요함 속에 접어 내려
부족하나마 맨 먼저
당신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 아시는지요
그대여,
저 하늘 끝자락 노을이 지거든
말 없이 비워내는 내 사랑인줄
그대여, 안다면......
내겐 가장 소중한 당신
넓은 가슴에 안겨
노을보다 뜨거운 사랑으로
내 속에 끓어오르는 진한 삶 나누고 싶습니다
떠남을 생각하는 자는 그리움을 안다/유인숙
떠남을 생각하는 자는
그리움을 안다.
명치 끝 저려오는 사랑
핑 도는 어지럼증에
울컥, 목이 메는 눈물을 안다
그리움을 등에 지고
터-벅 터-벅 떠나간다면
돌아올 것 또한 마음 안에 두었겠지
입가에 살포시
미소를 머금었다는 것은
숱한 고난의 회오리
묵묵히 견디었다는 것이다.
푸른 새벽 걷히고 동산 저 너머
떠오르는 햇님이 아름다운 건
이별을 생각하는 것처럼
가끔, 잿빛 구름 하늘을 덮기 때문이지
남을 생각하는 자는
기약 없이 다시 만날 것을 안다
아주 버릴 수 없는 사랑 여기 있기에
시로 그려내는 삶 한 줄기
뜨거운 눈물 되어 흐르다
아득히 노-을 같은 가슴이 된다
내 안에 그리움으로 달아올라
단단한 영혼을 아주 부서뜨리고 있기 때문이지
겨울이 가면/유인숙
겨울이 가면
먼 산에
아지랑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기다림에 지친 꽃 가슴
잔설 녹아 습한 길을 돌아서
다물었던 말문 터트리듯 봄은 오는 거지
살얼음 얼어 있던
겨울 강가엔
굳었던 마음 녹여주듯
봄 나비 떼 훨훨 춤을 추고
어린 강물 끝내
하얗게 젖은 그리움 토해내겠지
푸드덕
깃을 치며 날아오르는 산새
따사로운 햇살에
한껏 목청을 높이면
순한 바람처럼 봄은 다시 오는 거지
그렇게 나도 몰래 찾아오는 거지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 유인숙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저마다 허물이 있을지라도
변함없는 눈빛으로
묵묵히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애써 말하지 않아도
그 뒷모습 속에서 느껴오는 쓸쓸함조차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서로에게 싹트는 찰나의 열정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슴 밑바닥에 흐르는 정을
쌓아간다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그저 원하기보다
먼저 주고 싶다는 배려가
마음속에서 퐁퐁퐁 샘솟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향긋한 커피 한 잔에
감미로운 음악으로도
세상을 몽땅 소유한 것 마냥 행복해 하며
사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서로에게 항상 좋은 벗이 되어
세상을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그렇게 함께 늙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빗속의 연가/유인숙
비가 오는 날에는
당신을 그리워 하기에
너무나,
너무나 좋은 날입니다
장대 같은
굵은 비를 흠뻑 맞고
종일 울어도 내가 울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당신의 숨소리 하늘을 날아
날아와서 두 귀에 박혀도
내 귀는 여전히...
당신의 숨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살갗에 부딪히는
빗방울의 떨리움은
보드라운 당신의
손길을 닮았습니다
그러하기에...
비가 오는 날에는
당신을 사랑하기에
너무나,
너무나 좋은 날입니다
내 삶에 향기 피어오르면/유인숙
고운미소
젊은날의 청춘을 오래토록
라일락 향내처럼
내 삶에도 진한 향기 피어오르면
꽃과 같은 화사함
그윽한 사랑으로
나의 영혼 힘없이
그대를 향하여 흐드러지리라
심장이 멎을 듯
보드라운 연보라빛 아름다움
그 신비로 노래하듯
라일락꽃 향내처럼
내삶에도 진한 향기 피어오르면
수줍어진 마음
이한몸 져 내리는 꽃잎되어
그대를 향하여 가없이 무너지리라
그대 강물처럼 흘러가라/유인숙
그대, 강물처럼 흘러가라.
거치는 돌부리 깊게 박혀
발목을 붙들어도
가다 멈추지 말고 고요히 흐르거라.
흐르고 또 흘러서
내 그리움의 강가에 이르거든
잠시 사랑의 몸짓으로
애틋하게 뒤척이다
이내 큰 바다를 향하여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가라.
고여 있는 것에는 순식간,
탁한 빛 감돌고 올무 감긴 물풀
어둡게 돋아나느니
내 삶의 날들이여,
푸른 그리움이여,
세상사 돋친 가시에 마음 다쳐
귀먹고 눈멀어
그 자리 주저앉고 싶을지라도
소망의 소리에 다시
귀 기울이며
말없이 흐르거라.
울음조차 삼키는
속 깊은 강물처럼
그렇게 유유히 흘러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