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집을 나서는데 비는 안오지만 길에는 물자국이 흥건하다.밤새 비가 제법 내렸었나 보다.배낭이 6Kg쯤 되는데 제법 어깨를 압박해온다.
(물 2.5리터/자전거 가방/여벌옷1벌/예비튜브및 패치/체인커터/휴대공구/소세지2개/양갱6개/빵/쵸코바...등등 비상식류)그래도 산에 장거리 들어갈때 비하면 이쯤이야 위안삼으며 페달을 돌려본다.
현관 나설때 집사람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마지막에 한말이 귓가에 계속 맴돈다.
"진짜 갈꺼야?.....날씨도 않좋은데"......"집에 돈쓸일 아직 많어..."
농담이겠지만 대학2년/고등2년짜리 아이들과 마눌님....아직까지 한번도 생활비 안보태 드렸지만 올해 현업을 은퇴하신 칠십 넘으신 부모님...맞다,아직 돈쓸일 많겠구나.....살아돌아와야지...다짐(?)을 한다.
갈현동 집을 나와 은평경찰서-진관사입구-북한산으로 27Km/H 정도로 잘달리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ㅠ.ㅠ
사실 어제 출발하려다가 비가 너무와서 하루 연기한건데...다시 돌아갈수도 없고....그냥 달려본다.아스팔트에서 얼굴로 튀어오르는 빗물이 그리 더럽지 않은걸로 봐서 꽤많은 비가 내렸던거 같은데 또다시 계속 비가 내린다.
노고산(예비군 훈련장이 있는) 업힐해서 올라가는데 예상보다 쉽게 올라선다.송추까지의 내리막은 달리긴 좋은데 땅바닥의 빗방울이 입속으로 고글 속으로 끊임없이 들어와서 갈증을 덜어(?)준다.
배낭속의 모든짐들을 비닐로 개별포장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신발에 들어간 흥건한 물은 들어갈땐 쉬어도 전혀 빠지지를 않으니 무좀이 재발될까 걱정이된다.(전에 몇년간 수영할때는 계속 무좀이 있었는데 한 1년간 수영 끊었더니 완치상태^^)
송추를 지나 의정부쪽으로 내려가는 고개에서는 운전자들에게 좀 미안했지만 차선1개를 점령하고 내려왔다.속도도 50Km/H쯤 되고 길이 너무미끄러워 갓길로 가기에는 너무 위험했었다.언덕을 내려와 의정부시청에서 좌회전한후 의정부역 지하차도를 지나 시내를 빠져나와 43번 국도로 달리는데 출근시간대라 그런지 휴가철인데도 차량이 무척많았다.폭우는 아니지만 비는 계속 내리고 가끔씩 스쳐지나가는 덤프트럭들의 공포스런 크락숀,물탕튀기기와 싸우면서 퇴계원을 지나 진건을 거쳐 금곡을 향해가니 눈에 익은 46번 국도와 만난다.(이름하여 경춘국도)
여기서부터는 춘천까지 계속직진이므로 마음은 편하게 달리는데 비는 점점더오고 약간 허기도 지고...남양주시청앞의 언덕길을 넘고나서 내리막을 지나니 길가옆에 자그마한 공원(벤취만 4개정도) 같은게 있다. 얼른 자전거를 돌려서 벤취에 배낭을 내려놓고 라이딩 시간을보니
대략 2시간쯤 온거 같다. 총거리 52Km/평속 26.5Km/h.....빗길에 배낭메고 언덕도 3~4개 지난거 감안하면 크게 늦은건 아닌거라 나홀로 위안을 하고 얼려온 이온음료와 빵,쵸코바등으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신발을 벗어 물을 빼고 양말을 벗어 물기를 짜는데 물에 담겼던 타월 짜는 수준의 물이 나온다. 잠깐이지만 혼자 코웃음이 나온다."내가 지금 모하는 거지?"
집에 전화를 했더니 마눌님 자다 깼는지 한참만에 받더니 "지금 비와?....여긴 모르겠는데....그럼 그냥 집으로 와..."..ㅠ.ㅠ
허긴 수험생 큰놈 재작년에 대학보내고 또 고2짜리 딸래미 집에 있으니 평소 잠도 맘대로 못잘을테고...그렇지만 힘내라는 소리는 않해주고 집으로 돌아오라는건 좀....아직도 집사람눈엔 내가 철없는 애들로 보이는가 보다.(동갑내기^^)
한 30분쯤 지체하고 다시 페달을 돌리는데 빗줄기는 약간 가늘어졌지만 도로사정은 마찬가지로 미끄럽고....마석언덕을 올라가니 마석터널이 나오는데 자전거 후미등(깜빡이) 하나만 믿고 차선 하나를 점령하고 힘껏 달리니 천마산스키장옆의 내리막.....한 60 Km/H 정도로 내려오는데 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렇게 시원하고 상쾌한걸.....한참을 달려 대성리근처에 오니 앞쪽에 군용트럭 5대가 천천히 지나가고 있는데 운전교육중인 차량행렬이었다.맨 뒷차량 짐칸엔 6~7명 정도의 병사들이 앉아서 신기한듯 구경을 한다.
비가 오는데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트럭과 비슷하게 달리고 있으니.....속도계는 대략 30~33Km/H를 가르키고....
내가 만일 여자 라이더였다면 휘파람과 환호내지는 야유라도 받았을텐데.....속으로 나의 군바리시절을 떠올리며 혼자 웃어본다.군차량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달리다보니 어느덧 가평까지 왔는데 얘들은 거기서 가평시내로 들어가고 또다시 나만의 외로운 라이딩은 강촌을 향해서 달리고 달려 강촌유원지 입구 약간 못미쳐 SK주유소옆의 한정식 뷔페에 도착했다. 1차 목표지점!
여기는 가끔 업무차 다닐때 들르던 식당이었는데 음식이 깔끔하고 음식종류가 40여가지쯤되는데 가격은 1인당 5,000원.시간은 11:10분쯤이고 점심이 이른 시간이라 나혼자 식당을 독차지! 주인 아줌마는 내가 누군지 모른다...당연하지 이런복장으론 첨가는길이니까...자전거 세워놓고 배낭과 헬멧,장갑들을 테이블에 벗어놓고 세면장으로 가서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대충 단장(?)을 하고 오니 그제서야 아줌니가 누군지 알겠단다.
장거리에 대비해서 평소에는 꺼리던 고영양식의 음식으로만 배를 채우고 시원한 수정과에 커피까지 먹고나니 한잠 자고 싶은 유혹이 엄습했지만 담배한대 피우고 이빨한번 깨물고 다시 페달을 돌리는데 강촌옆의 하상도로에 물안개가 자욱했다.저기가 지난번에 우리 B&P 회원들이 강촌챌린저대회때 달렸던 길이겠구나...생각하며 춘천쪽으로 달리는데 의암댐 근처에 양구방향이 오른쪽으로 표시되어있다.
나는 춘천터미널을 지나 소양대교를 건너 양구로 갈려고 했는데 이정표는 우측의 아주 깔끔한 길이 양구가는길이라고 안내를하면서 양구까지 85Km 쯤 남은거 같았다. 고마운 마음으로 우측으로 방향을 바꿔 가는데.....갑자기 나타나는 언덕길....외곽도로였던 것이다.
차를 갖고 다닐때는 당연히 신호도 적고 복잡하지 않은 외곽도로가 좋지만 강원도에서의 외곽도로는 전부 산을 깍아 길을 냈기때문에 계속적인 업힐과 다운힐의 연속인바 4~5개의 빡빡한 언덕들을 넘고나니 다리힘이 제법 빠진다.안되지...미시령을 넘어가야 하는데.....
무슨 휴게소가 있는 산꼭대기 부근에서 오늘 처음으로 길건너편의 라이더를 스치며 반갑게 손인사를 하고는 신나게 다운힐을 하는데 커다란 사거리에서 좌측--춘천시내/직진--양구와 홍천/우측은 시골동네 이정표가 나온다.혹시 홍천을 지나 양구를 가는길이면 잘못되었다 싶어 옆에있는 커다란 공장에가서 길을 물어보니 언덕 넘으면 삼거리에서 좌회전하고 한참가면 토끼다리가 나오는데 우측이 소양댐이고 좌측으로가다 우회전하면 양구가는길이 나온단다.어데서 왔냐길래 서울서 왔다니까 자기가 지금 소양강쪽으로 배달갈꺼라고 따라오란다...ㅋㅋㅋ 언덕올라가는길을 자전거로 따라오라고?
고맙다고 인사하고 천천히 길을 잡아나오는데 만만치않은 업힐.....고개를 올라 내리막을 달려 편도1차선의 길로 내달리니 포장은 그리좋지 않지만 오랜만에 평지가 이어지며 속도가 30 Km/H 정도는 유지된다.한 10여분쯤 달리니 다리가 나오고(다리높이가 잠수교 수준) 우측에 소양댐이 보인다.다리를 건너 좌회전을 하고 5분쯤 가니 양구라는 이정표가 나를 반기길래 즐겁게 우회전을 했는데 긴 언덕길이 시작된다.
속으로 이언덕은 소양댐 높이만큼은 되겠구나 생각하면서 다리에 힘을주어 언덕을 오르는데 제법한참을 가다보니 오르막 차선시작을 알리는 표시가있어 안전하게 가겠구나 생각하고 언덕을 오르는데 꽤 한참을 가도 오르막 차선이 끝나질 않는다.제법 큰 언덕이라 생각하고 계속 언덕을 오르는데 오르막 차선 끝이라는 안내가 나와 "휴~"하고 한숨을 쉬고 굽이를 돌았는데 계속되는 언덕이었다.속으로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계속 오르는데 또다시 "저속차량 양보차선"이 나온다.이런 된장...무슨놈의 언덕이 이렇게 길지?...하고 기어를 한단 더낮추고 오르는데 저기 앞의 커브는 거의 하늘공원 수준의 경사로가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하늘공원이야 제한된 거리지만 이건 끝이 어덴지도 모르고...ㅠ.ㅠ 한참 오르다 보니 저앞 커브에 고2쯤 되어보이는 학생 2명이 길옆에 자전거를 팽개쳐놓고 빗속에 앉아있었다.뒷짐칸엔 보따리가 하나씩 비닐에 쒸워져 묶여있고...나도 내리고 싶은걸 꾹참고 "어이 학생들,GO! GO!"했으나 시선을 돌린다.싫다는 표정이 역력했다.걍 무시하고 계속 오르는데 또다시 나타나는 오르막 차선 끝 표시...그러나 얼마 올라가지 않아 다시 시작되는 "저속차량 양보차선"앞에 마음이 흔들리고 짜증이 밀려왔다.건교부나 춘천시에 통보해서 고개 끝까지 양보차선을 만들던가 아님 정상까지의 거리를 표시하도록 조치해야겠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계속 오르다보니 물빽(지난번 공구한 솔트렉 배낭)의 물도 바닥이났고 자전거에 부착된 물통의 물이나 얼려왔던 포카리를 마시려면 자전거에서 내려야하고...그래 그냥 가는거다....빗물로 목을 축이면서 계속 오르면서 반복되는 양보차선의 시작이나 끝에대한 관심도 접어버리고 가다보니 다리힘이 많이 빠진다.기어를 가장 낮은데로 변속을 하는데...아뿔사...
뒷드레일러에 문제가 있는지 2단까지만 변속이 되고 1단은 변속이 안된다.아예 변속레버가 1단으로 밀려지지가 않는다....젠장...(속으론 c8)...
미시령 오를때 1단 사용해야하는데 벌써부터 변속기에 문제가 있다니....한달전쯤 심하게 넘어지면서 뒷드레일러가 손상을 받아 샾에서 손을 봤는데 고속에서만 시험을 해보고 저속은 별로 신경을 안썼더니....또 7단에서 체인이 튀는것 같아 드레일러 나사를 무조건 돌려서 7단 튀는현상은 잡았는데...
이런게 복합적으로 문제를 만들고 있는것 같았지만 방법이 없으니......계속 계속 가다보니 "배후령 정상 1 Km 전방 휴게소" 표지가 나온다.캬~~ 반가운 마음과 아직도 1 Km나 하는 마음이 교차하면서 이빨 깨물고 계속 오르는데 막바지라 그런지 경사는 더심한거 같았다.근데 커브를 도니 또다시 정상 1 Km라는 이정표가 나온다.이런 X같은 자식들.....내가 강원도지사나 춘천시장이라면 도로표지 개판으로 해놓는 넘들은 무조건 "감원대상 1호"로 했을꺼라는 쓸데없는 다짐을 하며 계속 오르다보니 바위에 새겨진 "배후령정상"이라는 글씨가 내리는 빗속에 청승맞게 서있다.
(혹시라도 속초 가실분들은 이코스 절대 비추!!! 홍천으로 가는게 2.5배쯤 쉬울겁니다.단지 소양호 상류의 멋들어진 경치와 맑은 공기,많지않은 차량,끈적끈적 거리는 업힐로 엔진 업그레이드를 원하시는 분들께는 강추임돠^^.)
길건너에 휴게소가 보이길래 얼른 길을 가로질러 매점에 들어가서 냉장고속의 물 2리터짜리를 꺼내서 1/3은 마시고 나머지는 물빽에 채우고 담배한대 땡기고....다시 다운힐......청평사입구까지 8 Km라는 표지를 봤었는데 순식간에 지나쳐 버리고 계속되는 딴힐과 평지를 달리다보니 넓은 평야같은데를 지나며 삼거리가 나오는데 좌측으로가면 평화의 댐이고 직진이면 양구라는 이정표와함께 또다시 시작되는 업힐구간....아차...이때 생각난 김에 휴대용 공구를 꺼내서 대충 뒤드레일러 L 나사를 우측으로 돌리고 변속을 했더니 이젠 2단도 잘 안들어간다.ㅋㅋㅋ... 당연히 다시 왼편으로 왕창 돌리니 1단이 들어가길래 역시...맥가이버는 아니지만 나도 이쯤이야....하면서 페달을 돌리는데...이런 이젠 고속 변속이 말을 않듣는다.또다시 내려서 L,H 양쪽나사를 번갈아 돌리다보니 완벽하진 않지만 적당히 변속이 되는거 같다.그래 대충 가는거지 ...뭐....견지님 초보강습에 자주좀 참석할껄...ㅠ.ㅠ
언덕을 넘어 산길로 접어드니 이때부터는 소양호 윗편을 굽이돌아 산등성이길들이 이어지는데 계속되는 업힐과 다운힐의 연속으로 평지길은 거의 없었던거 같고 동네나 사람사는 마을도 거의 없었으며 가끔씩 지나치는 차량들만이 있을뿐이었다.그런데 놀라운것은 이길도 46번 국도라는 표지가 계속되고 있었다.일반적으로 46번국도는 경춘국도로써 서울-춘천간에만 사용하는 번호인줄 알았는데 이런 첩첩산중 도로도 46번국도라니 왠지 생소하단 느낌이 들었다.(나만 그런가?)
계속 오르내리다 보니 또다시 터널이 나오는데 터널속 공기가 아렇게 맑을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소양호의 장관을 스쳐지나가며 동(東)으로 동으로 계속 페달을 돌리는데 배낭좀 무거워도 카메라 안갖고온게 후회스러운 풍경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지만 혼자서 자전거 세워놓고 삼각대 꺼내서 사진찍고 할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냥왔는데 마냥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멋진 풍경을 눈과 가슴에 담아가며 내리다 말다하는 빗속을 계속 달리고 있는데 서서히 주변이 어두워지고 있었다.시간이 늦은건지 아님 더큰비가 쏟아질려는지 산속이라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지고 살짝 걱정도 되어 자전거를 약간 공터같은 길옆에 세우고 시간을 보니 16:30분쯤 되었다.원래 계획은 1시간 라이딩후 10분간 휴식을 지키려고 했는데 어찌하다보니 2~3시간에 1번정도밖에 휴식을 안가진것 같고 내컨디션이 어떤지도 잘 모르고 무조건 페달만 돌리는 상황이 생겼던게 아닌가 쉽었다.나홀로 라이딩의 장점이면서 가장큰 결함일수있는...
동호회 모임이나 번개가면 번짱이 알아서 챙겨주고....주변에 몇명이 같이 다닐때도 계획에 맞게 휴식을 하게되는데 나홀로라이딩에서는 대부분 오버페이스를해서 나중에 후유증에 시달렸던게 다반사였던거 같았다.일단 무조건 20분간 쉬기로 작정하고.....내가 살아왔던길...내가 살고있는길...내가 살아갈길...등등을 생각하려는데 자꾸 오늘 어데까지 가야하는가 하는 생각이 깊은 생각을 못하게 만든다.그래 오늘은 양구까지 가서 지난번 인터넷으로 확인해둔 불가마 한증막까지를 목표로 하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 달리다보니 자그마한 휴게소도 보이고 엄청나게 높은 고가도로 공사도 진행중이었다.몇년후엔 춘천-양구간에도 새로운 도로가
건설될꺼 같았다.속도계를 보니 오늘 지나온 거리가 140 Km를 넘어가고 있었고 대략 30~40 Km 만 더가면 양구에 도착할꺼 같아 서울에서 평지에서야 1시간20분 정도면 충분한 거리겠지만 여기서는 계속되는 언덕들로 인해 시간에 대한 감각이 불확실해서 계속 앞으로...앞으로 달리기만 했다. 1시간 정이상을 계속 가다보니 저앞에 언덕이 시작되는 부근에 검문소가 보이는데 길가에 서있던 헌병이 멋들어지게 경례를 때려붙인다.나도 덩달아 경례를 하려다가 군대 제대한지 24년이나 지났는데 우스울꺼 같아 자전거탈때 인사법인 손을 흔들어주고 언덕을 오르고 올라 내리막을 내려달리니 양구/인제가 갈라지는 이정표가 나온다.
양구시내방향으로 방향을잡고 가다보니 어느덧 하늘은 어둑어둑해지고 양구시내 조금들어가니 양구종합고등학교가나와서 자전거를 세우고 양구불가마로 전화를 해서 위치를 확인하고 불가마로 찾아갔다.사실 서울의 대형 찜질방을 생각한건 아니었지만 여기 불가마는 외형부터가 무지 낮설었다.일단 카운터(문앞의 책상하나)에 갔더니아무도 없어 인기척을 보냈더니 한 50쯤 되어보이는 인상좋은 남자가 나오는데 사장이란다.일단 자전거 보관을 부탁했더니 밖으로나와 마당 한켠의 뒤곁같은 문을열고 들어가니 3~4개의 창고들이 나온다.그중 하나에 자전거를 넣어두고 자물쇠를 꺼내 기둥에 묶어놓고 속도계를 보니 182 Km 를 찍고 있었다.다시 불가마 입구에 와서 계산(7,000원)을 하고 나니 걱정이 앞선다.비와 땀에 절은 옷이랑,신발이랑,타월이랑,장갑이랑,양말이랑,배낭이랑.....등등등...
나:"저...사장님한테 부탁하나 있는데..."
사장:"뭔데요?"
나:"사실....뭐 빨래같은걸 하려는건 아니고 오늘 하루종일 비도맞고 땀도 흘리고 이 옷을 내일 또 입어야하는데...그냥 물에 헹구기만하고 사우나실에 잠깐이면 마를텐데..."
사장:..."손님 없을때 빨리 하세요"
나:"고맙습니다,다른분 피해없도록 할께요"
신발을 벗는데 물이 주루룩 흐른다.도저히 그냥 들어갈수없어 양말을 벗어서 신발에 쑤셔박고 헬멧을 벗어 장갑이랑 타월을 넣고 얼른 탈의실로 들어갔더니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배낭만 벗어서 락카에 넣어두고 옷을 입은채로 욕실로 갔더니....욕실 넓이가 5평정도(아파트 거실보다 좁다)...ㅠ.ㅠ 뜨거운 탕도 없고 사방으로 샤워기만 8개...
다행히 2개는 앉아서 사용할수있고 대야가 2개 비치되어 있었다.내가 지금 찬밥/더운밥 가릴때가 아니라는걸 빨리 깨닫고 모든 빨래감들을 전부 대야에 담아 뜨끈한 물로 채우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나니 날라갈것같이 몸은 가벼운거 같은데 왼쪽 무릎의 뒷편이 많이 당긴다.업힐때 의식적으로 페달을 너무많이 끌어당겨서 그런거 같았다.
빨래감들을 헹구는 정도가 아니라 약속은 위반이지만 빨래감들을 비누를 묻혀 빡빡 문지르고 바닥에 부비고 심지어는 신발과 깔창까지 완벽하게 세탁을 했다.
아마 클릿신발 신고나서 이렇게 깨끗이 빨기는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었다.빨래와 샤워를 마치고 화장실을 가려고 보니...이런 화장실 문에 남자/여자 표시가 나란히 붙어있는것이 아닌가?...ㅠ.ㅠ 불가마옷으로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화장실엘 갔더니 커다란 세탁기가 있는데 아마 타월이랑 옷종류를 자체에서 세탁을 하는것 같았다.
얼른 샤워장으로 되돌아와 빨래들을 세탁기에 넣고(신발까지...) 탈수를 시키고 옆에 붙어있는 찜질방에 들어가보니 바닥은 다다미로 되어있고 벽은 황토로 되어있는데 한쪽 구석에 빨래건조대 2개가 있었고 하나는 완전히 비어 있었다.얼른 빨래들을 널어놓고 한 10분쯤 황토방에 있었더니 땀이 쏟아진다.카운터와 붙어있는 휴게실로 와서 식사를 물어보니 미역국과 라면만 되고 아침은 안된단다.이미 시간이 9시가 넘어 밖에 나가기도 그래서 미역국을 시켰는데 미역국을 양푼이로 한가득하고 산나물 종류의 반찬과 밥을 차려준다.
내일을 생각해서 그많은 음식들을 깨끗이 비우고 나니 4~5명의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 있었다.전라도 광주에서 아들 면회왔다는 50대 초반의 부부와 군대 상사로 25년 군생활하고 개인사업하고 있다는 60세(자칭) 양구 오리지날 주민,30대 후반의 여인 2명등등....이 양구 오리지날 주민의 말에 의하면 이 불가마가 10여년전에 어떤 한의사가 만들었는데 당시에는 여성전용 한증막이었다가 2년전부터 남자도 활용할수 있게 했으며 불가마를 쌓은 돌이 그냥 돌이 아니고 자력을 포함하는 기석으로 만들었고 아침에 4시간 정도 소나무를 안에서 지피는데 20시간 이상 열기와 효능이 남아 아마 전국에서 최고의 효능이 있는 불가마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한다.난 거기가 황토찜질방인줄 알았는데... 전라도부부와 나를 이끌고
창고같이 생긴 문으로 들어가서 쬐그만 쪽문(가로*세로 각각 50 cm 정도의)으로 끌고 들어갔는데 와!!! 은은한 불빛에서 느껴지는 이 뜨거움과 송진향....사실 찜질방에는 가끔 가봤지만 정식 불가마속에는 처음 들어가봤는데 약간의 폐쇄공포,뜨거움속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은 실로 느껴보지 못했던 기억거리중의 하나였더것 같다.
이 사람들과 3~4차례 불가마를 들락거리면서 세상사는 이야기도 나누다가 자전거타고 서울에서왔고 내일 미시령넘어 속초갈꺼라니까 젊을때 열심히 운동하는게 보기 좋다며 몇살이냐고
묻는다.(그러고보니 이때까지 내나이만 얘기 않했었네...) 큰애가 대학2학년이고 지금 유럽여행중이라니까 진짜냐고 되묻는다.(더들어보인다는건지 아님 덜들어보인다는건지...)
그럭저럭 시간이 12시가 넘어 내일을 생각해서 자야겠다고...근데 어데서 자는거냐고 물어보니 지하에 10평규모의 숙면실이 있단다.규모는 작고 시설은 화려하지 않아도 있을거는 다 갖추어놓은 진짜 괜찮은 하룻밤 잠자리라고 생각하고 자리를 잡고 누웠는데 못보던 한사람이 코를 심하게 골면서 자고 있었다...ㅠ.ㅠ 남 코골면 잠 잘못드는 편인데...걱정을 하며 눈을 감았는데 어렴푸시 코고는 소리가 멀어지고 사람들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잠결에 눈을 떠보니 아마 내가 제대로 코를 골았었나 보다.전부 다른쪽으로 옮겨가던지 밖으로 나가기도하고...평소엔 코를 골지 않는편인데 술을 많이 마시던지 아주 피곤할때는 코를 곤다는 집사람 얘기가 떠올랐지만 딱히 방법도 없어서 그냥 잠을 잤다.(역시 잠에는 피곤이 약이야^^)
8월13일(토) 07:00시
한참을 자다 깨어보니 7시가 되어있었다...ㅠ.ㅠ 원래 7시에는 출발하려고 맘먹었었는데....부지런히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아침대용으로 전일 구입해놓았던 구운 계란3개와 음료수로 가볍게 요기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오랜만에 햇빛이 눈부시다.창고에서 자전거를 꺼내오니 전라도부부와 오리지날 양구주민분도 밖으로 나와 조심해서 자전거타라고 안부를 전해준다.좋은 하루들 되시라고 인사를 나누고 다시 페달을 돌리는데 아침녘인데도 땀이 제법 나는게 햇살과 온도가 장난이 아닌거 같았다.해안이라는 이정표를 보고 북쪽으로 언덕을 넘어 달리디가 우측으로 방향을 바꾸고 가다보니 21 보병사단이 나오고 한참 가다보니 삼거리 검문소가 나왔는데 여기 군인들은 경례를 안한다.(이게 정상인가?)
"저기 원통방향이 어느쪽이유?"...."왼쪽으로 올라가십시요"...제법 군기가 살아있는 대답을 들으며 언덕을 오르려는데 갑자기 허기가 느껴진다...
자전거 탈때 다른 방해요소(맞바람/추위/강한비/체력저하...등등등)도 많지만 허기가 지면 도저히 자신이 없기에 햇빛을 피할수있는 산속옆길이 있길래 자전거를 들이밀고 배낭을 열어서 음식물을 펼쳐놓았다.양갱 4개,스틱빵 2개,대형 소세지 1개,쵸코바 1개중 양갱 2개만 남겨놓고 전부 먹어치웠다.어차피 미시령 넘어갈때 배낭무게도 줄이고 허기도 채울겸...
대충 아침을 해결하니 힘도 생기는것같아 다시 언덕길을 오르는데 왠지 언덕이 만만치 않을것 같은 예감이 들더니..."광치령 5 Km"라는 이정표가 나온다....ㅠ.ㅠ.
그래...어제는 10 Km도 넘는 언덕도 넘었는데 이쯤이야....하면서 오르는데 그래도 마지막 2Km만 빼고는 경사가 그리 심하지도 않고 그런대로 갈만했지만 내리쬐는 햇살은 갈증에 갈증을 더해서 광치령을 넘기전에 이미 물백의 물과 이온 음료는 바닥이 났고 자전거에 달려있는 물통에만 1/4정도 물이 있었다. 그래 빨리가보는거다...계속 올라가서 광치령 터널입구에 도착하니 차들이 10여대 정차해 있길래 상황을 보니 터널 왼쪽 차선을 막아놓고 보수공사중이란다.차량 맨앞으로 자전거를 들이밀고 세우니까 차량통제하던 총각이 "자전거는 그냥 왼쪽차선으로 가세요" 그런다.ㅋㅋㅋ 업힐해서 터널통과하는데 차보다 빨리 갈수 있는 흔치않은 쾌감을 느끼며 터널을 진짜 여유롭게 지나고나니 올라온길의 2배쯤 되는 다운힐이 나를 반겼다..."야호"50~70 Km 의 속도로 달려내려오는데 오늘은 길도 뽀송뽀송하고 차도 별로없고 컨디션도 좋고...진짜 "야~호" 소리치고 싶었지만 나이를 감안해서 속으로만 쾌재를 부르며 신나게 내려오다보니 원통 4 km 이정표가 나오고 공사중인 비포장길을 조금 지나니 드디어 인제-양양간 도로를 만났다.오랜만에 편도2차선의 넓직한 도로를 달리는데 길건너편에서 10여명의 라이더들이 홍천방향으로 달리면서 "화이팅!!!"을 4~5번 외치며 지나친다.반갑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다리를 지나 달리니 저앞에 민예단지가 보이고 한계령과 미시령이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미시령 방향으로 좌회전 하려는 차량들의 꼬리가 제법 한참이다.자전거의 위력을 발휘해서 맨앞으로 직진한다음 교통정리하는 헌병의 도움을 받아 논스톱으로 백담사방향으로 달리는데 휴가의 마지막을 향해 밀려오는 차량의 꼬리가 끝없이 이어지고 가끔씩 지나치는 관광버스나 시외버스의 공포,이유없이 자전거만 보이면 크락숀을 울려대는 택시와 승용차들과 싸우면서 꿋꿋하게 미시령을 향하다가 백담삼거리에 제법 큰 슈퍼가 있갈래 물과 음료를 사서 물백을 채우고 시간을 보니 10시30분정도...그래... 미시령을 넘으려면 허기는 없어야지....하며 배도 크게 안고프지만 생존(?)을 위해 식당에가서 산채비빔밥으로 이른 점심을 먹고는 30분쯤 쉬다가 미시령을 향해 출발을 했다.
버스/트럭들의 횡포를 이겨내고 꿋꿋하게 용대리검문소를 지나 미시령을 향해 우회전을 한후 큰숨 몇번 들이쉬고 페달을 돌리는데 생각보다 경사도 급하지않고 갈만했다.
첨부터 끝까지 절대 잔차에서 발 내리지 않겠다고 다짐을 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예상보다 경사도 오를만하고 힘도 많이 들지않고 페달질도 그럭저럭 되어간다.(어제 불가마 효력인가?) 단지 어려움이라면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대단했고 가끔씩 버스(대원 X속)들의 위협과 옆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자전거와 몸전체가 휘청거릴때가 종종 있었다.
앞만보고 올라가는데 갑자기 길 건너편에서 오던 SUV차량(무쏜지...카스탄지...불분명)의 운전자가 크락숀을 몇번 울리더니 머리를 창밖으로 내밀고는 "화이팅!!!"을 외쳐준다.아마 그운전자도 자전거 라이더가 아닐까 싶었으며 나도 손을 흔들어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아마 우리 B&P 팀복을 입었으면 더많은 사람들의 화이팅을 받았을텐데 팀복이 긴팔밖에 없어서 반바지만 팀복을입고 윗도리는 작년가을에 공구했던 "자타연"의 반소매 팀복을입고 있었기에 아는척하는 사람이 적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면서.....
계속 오르다 보니 미시령 3 km 란 이정표가 나온다.??? 모가 이렇게 싱겁지? 어제 배후령 보다 더 짧은가? 앞으로 3 km 밖에 업힐할수 없다는게 약간은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계속 오르다보니 미시령 2 km 란 이정표가 나오는데 이때부터는 거리가 문제가 아니고 경사가 진짜 장난이 아니었다.차를 갖고야 여러번 다녀봤지만 막상 자전거로 들이대보니까 만만치않은 경사일뿐더러 그런데는 꼭 회전을 끼고 있어서 차량들과의 안전에도 상당히 신경이 쓰였다.굽이치는 언덕을 7~8 Km/H 의 속도로 오르는데 땀은 비오듯 쏫아져서 어제 잘 세탁했던옷은 이미 땀으로 범벅이고 더큰 문제는 고글안쪽에 떨어지는 땀과 눈에 들어가는 땀때문에 도저히 어찌할수가 없었지만 고글을 벗으려고 자전거를 세우면 나와의 약속이 깨지게 되고...진퇴양난(적절한지 모르지만).....
만약 고글이 떨어지면 자전거 세울 각오를 하고 일단은 고글을 벗어 한손에 핸들과 같이 잡고 언덕을 오르다가 약간 경사가 덜한곳에서 배낭의 그물주머니에 꽂았다.다행히 고글이 떨어지지않아 자전거에서 내리지않고 눈가의 땀도 닦아가면서 힘겹게 언덕을 오르는데 앞서가던 승용차의 조수석이 열리면서 어떤 아줌니 한분이 머리를 내밀고 "회이팅!!!" 하면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그렇지만 너무 경사가 심해 손을 뗄수가 없어 한손을 흔들어 보일수도 눈웃음을 쳐보일수도 없어 대충 고개만 끄떡여 화답했는데 이분도 아마 여성라이더중의 한분이 아닐까 싶다.쬐금 더가니 미시령 1 km 를 알리는 표지가 나왔는데 앞을보니 큰경사가 거의 150도 정도의 우회전을 하게 되어있고 버스들도 회전시 일단 멈췄다가 1단 기어로 비실비실 올라가는데 제법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엿는데 커브를 돌기전에 갑자기 우측 계곡에서 불어닥치는 강풍에 자전거가 휘청거리는데 다행히 뒤에 차가 따라오지 않았기에 망정이지...균형을 잡느라 순식간에 차선의 반이상을 안쪽으로 꺽여들어갔다...ㅠ.ㅠ
대원고속 버스라도 쫒아오다 그랬으면 버스밑에 깔려 횡사했던지 아님 버스기사한테 배가 부를만큼 욕을 들어먹던지 귀청이 떨어질만한 크락숀에 시달렸을걸 생각하면 순간적으로 온몸이 오싹해온다.
어렵게 우회전을 한후 마지막일꺼 같은 업힐에서 경사와 강풍과 차량들과의 전쟁을 치르고 났더니 저기 왼족앞에 보이는 낮익은 미시령 휴게소....진짜 반가왔다.
휴게소에 들어가서 전망대있는데로 자전거를 타고가는데 진짜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옆에있던 부모와 같이있던 학생하나는 순식간에 안경이 바람에 날려 계속으로 굴러떨어지고...자전거도 날릴까봐 난간에 잘 고정시켜놓고 헬멧은 벗어 핸들에 묶어놓고 배낭을 싯포스트에 끼워 프레임에 걸쳐 놓으니 약간은 안정적인거 같다.사진하나 찍고 싶은데 카메라도 안가져왔으니...ㅠ.ㅠ
남은물로 목을 축이고 집사람과 몇몇 지인들한테 미시령도착했다고...한번도 안내리고 끝까지 타고 올라왔다고.....자랑이라기보다는(솔짓히 자랑하고 싶었음) 그냥 왔다고 얘기했는데 관심있고 쬐끔이라도 인정하는 인간은 진짜 1명밖에 없었다.
집사람: "이제 미시령이라구? 빨리 올라와,내일 작은애하고 친구데리고 물가에 가기로 했잖아...뭐? 내일 자전거 정모라구? 아니 혼자서 자전거만 타고다니면 가족은 왜 필요한데?".....ㅠ.ㅠ
친구 1: "뭐? 미시령이라구? 요즘도 강원도에 일 있냐? 뭐? 자전거로 갔다구? TV보니까 사막도 횡단하던데...자전거 다 그렇게 타는거 아니냐?"...ㅠ.ㅠ
친구 2: "어~ 나도 지난주에 속초 휴가갔다 올라올때 미시령 들렀었는데...내년엔 시간 한번 맞추자...ㅠ.ㅠ(자동차로 가족휴가 맞추자는...)
여동생: "그래 오빠? 요즘 한가하나보네...자전거로 놀러다닐 시간도 있고....애들은 잘있고? 낼모레 내생일인거 알지?"....ㅠ.ㅠ(나보다 3살어리고 운동도 하길래 혹시나 했는데...)
친구 3: "야~ 대단하다,그래 넌 멋진놈이야! 그래 힘들진 않았고? 야...진짜 장하네..."...^^(이친구는 잔차탄지 3개월정도되고 1시간만 타면 엉덩이가 아프다는 잔차 입문자---나의 권유에 의해)
역시 군인들 군복에 주름잡고 카라 풀먹여 빳빳하게 세우고 공수/유격/UDT 마크 가슴에 부착하고 개폼잡고 사회에 나와봐야 알아주는건 군바리밖에 없다더니 자전거로 서울서 춘천-양구 -미시령 올라왔다는데에 대해 관심있는사람은 자전거 쬐끔이라도 타본친구 말고는 전혀 관심 밖이다.그래 내가 언제 너희들 보여주려고 자전거 시작했냐?
계속 휘몰아치는 바람을 피해서 휴게소 가운제 출구에보니 차량 4~5대가 속초쪽으로 가려고 하길래 맨 앞차 바로뒤에 붙어서 좌회전을 하고 미시령을 딴힐하는데 갓길로 가는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도로 중앙으로 내리 달리는데 뒤편의 차량들도 경적을 울리거나 하지는 않는다.어차피 나도 50~70 Km/H 정도의 속도로 내려가고 차라고 급경사가 많은데 더달리지도 못하니까 오랜만에 차들과의 동행을 하며 내려오는데 가끔 급커브길에서 비실비실 올라오는 버스를 만나면 순간적인 위협이 느껴진다.혹시라도 커브를 놓치거나 감속을 못하면 저버스밑으로 들어가던지 아니면 저건너편 까마득한 골짜기로 날라갈수도 있겠구나....를 생각하며 약간의 웨이트-백자세로 브레이킹을 조절하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오다보니 순식간에 길옆 표지판에 미시령 5 km 라는 표지가 보인다.
올라올때 그렇게 길고 멀었던 5 km가 내려올땐 불과 3~4분만에 내려오다니....약간은 허무하기도 한 마음으로 내려오다보니 금방 대명콘도를 지나고 일성콘도를 지나친다.회사에 회원권이 있어서 여름 휴가때는 항상 가족들과 3~4일씩 이용하던 콘도들을 지나치며 2~3분을 내달리니 한화콘도가 눈에 들어온다. 몇해전 수영장 회원들 10여명이 워터피아에와서 평민수준을 넘어서는 수영을 했더니 관리인이 와서는 아예 레인 2개를 배정해주어서 신나고 폼나게 하루를 즐겼던 기억도 떠오르고.....얼마 안내려가니 속초시내 아파트단지가 나오고 계속 시청방향으로 달리다 보니 영랑호가 나타나서 우회전을 하니 곧 속초터미널이 나왔다.속도계를 보니 252 km가 찍혀있었다.(서울-양구:대략 182 km/양구-속초:대략 70 km)
원래는 바다에가서 수영좀 하고 사우나에 가서 샤워도 하고 옷도 갈아입고 올라가려했는데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버스터미널 대합실엔 피서객들이 바글거려서 자전거를 갖고 들어가기는 힘들꺼 같고 동서울 써있는 버스가 있어서 표개찰하는 총각에게 물어보니 올림픽대교옆의 동서울 터미널에 간단다.자전거 실어주냐고 물어봤더니 분해를 하면 실어주겠단다. 무슨 분해? 앞바퀴만 빼면 되지? 그랬더니 그러란다. 사실 배낭엔 자전거 가방이 있어서 앞/뒤바퀴 다빼서 가방에 담을 생각까지 했는데 큰 번거로움 하나를 덜은것 같았다.근데 버스 출발시간이 2시20분인데 벌써 2~3분이 지났다고 빨리 표 끊어오란다...ㅠ.ㅠ 자전거 바퀴는 빼다말고 배낭은 벗어놨고....이친구들이 보기에도 힘들어 보이는지 돈을 달란다 표끊어온다고..
그동안에 자전거 버스 밑바닥에 싣고 표를 받아 버스에 오르니 곧바로 출발하는 버스....다른 승객들의 표정이 영 떨떠름하다.나때문에 5분이나 늦게 출발했으니...반쯤 비어있는 버스에서 자리를 잡고 시원한 에어콘을 쏘이고 앉으니 곧바로 졸음이 엄습해온다.그래도 내가 힘들여 올라왔던 미시령은 보고 잠들리라 기다리는데 이버스가 양양쪽으로 해서 한계령 방향으로 간단다.
애라 모르겠다...한참을 자다 마이크 소리에 깨어보니 홍천 휴게소에 도착했다.내려서 세수도 하고 음료수와 강원도 감자도 사서 버스에 올라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데 인제방향으로 내려가는 차량들의 시작과 끝이 어덴지 모를정도로 끝없이 밀려있다.주말이고 휴가의 끝자락이라 그런지 서울로 가는길도 제법 막히지만 반대쪽 보다는 훨씬 양반이다.
동서울 도착하니 7시30분...자전거를 끌어내려 바퀴를 끼우고 잠실대교밑의 한강시민공원으로 내려가니 역시 서울답게 사람이 많다. 조심조심 30 km 정도를 더달려 집(갈현동)에 도착하니 밤 9시 정각.
현관에 들어서며
나 :"나 갔다 왔다".
와이프:"힘이 남지 남어....내가 뭐좀 하자면 허리아프다 피곤하다 핑계대면서 이럴땐 힘이 남아도나 부지?".....ㅠ.ㅠ
* 글재주가 없어 별것도 아닌거 길게 늘어놓았는데 긴글 읽어주신분들께 감사드리고 그냥 개인적으로 그기억을 보존하고 싶어서 써봤습니다.*
저 멀리 부산에서도 찬사보내드립니다. 저도 꼭 한번 시도 할 생각 ..
부산...해운대...86년~90년까지 안락동에 살았답니다.직장관계로...부산에서 올라오시구 서울서 내려가서 속초에서 만나서 찐하게 쐬주한잔 나누고 싶군요.^^
존경함다...전 집 앞 차도에서도 무서워서 못 타는데...더 열심히 타야겠네요..
감사합니다.걍 들이밀다 보니까 차들도 그리 적대적이지만은 않구요,다닐만 하더라구요.시작이 힘들지 시작후엔 잠깐이더라구요.
장하십니다.. 매년 속초에 가봐도 멀고 힘든건 마찬 가지지요... 그래도 장거리 투어 함 하고나면 엔진은 업 됩니다. 좋은시간 되세요.
감사합니다.매년 다니시는 분들의 노하우를 배울수 있는 기회를 기다립니다.
와~~ 대단하시네요....혼자서..것두 비오는날.....저도 함 도전해보고싶네요.............
감사합니다,비가와서 갈증이 덜했던것 같습니다.영상님의 후기도 빨리 보고 싶군요.
챔피온이십니다...^^ ㅋㅋ 근데 소양댐까지 밖에 못갔구요. 좀 쉬었다 낼 나머지 완주해야겠네요....읽기도 숨차서리
지송합니다.별것도 아닌데 길이만 길어져서...소양강부터가 라이딩의 진국(?)이랍니다.^^
감동적인 인간 승리네요.....저도 토요일날 가족들하고 속초가는 길에 미시령 휴게소에 쉬는데 자전거 타고 오신 분들 많더라구요....정말 정말 대단하십니다.
고수분께서 칭찬하시니....감사합니다.혹시 미시령 막바지에서 조수석 창문열고 "홧팅" 손흘들어주신 여자분이 바아람님 파트너?^^
감탄, 존경, 부럽샴!~~~몇 사람 어울려 떠나 보고 싶은 욕망이~~~
감솨함다.시작이 반이라고 시작만하면 누구나 할수있는 일이지요.가을에 다녀오셔서 후기 올리세요^^
굉장한일을 하셨네요.속초가는길을 제일 험한곳으로 택해서 고생 많이 하셧네요.담번에 같이 함 라이딩 하시지요. 글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니하고 갑장이여^^
오렌지님,오렌지도 못되는 낑깡이 한번 들이밀어봤습니다.오렌지님 성격 무지 좋으시다고 "태신"/"견지"한테서 추천 받았는데.....한번 뵙죠.
멋지십니다..저의 꿈이 미시령넘어 속초가보는 것이거든요.. 한강잔차도로 타다가 어제밤에 첨 남산에 올라본 왕초보인 저로서는 존경스럽고 감탄스럽기만 합니다. 선배님 저는 홍제동입니다. 담에 선배님의 찐한 얘기 다시듣고 싶습니다..^^ 저같으면 힘들어서 춘천쪽은 상상도 못하고 홍천쪽으로 갔을껍니다.ㅜㅜ
감사합니다.같은 서북부지역주민이시네요.남산에 오르실 실력이시면 미시령도 가벼우실겁니다.시간되시면 토요일 아침 7시 성산대교 상암번개에 나오세요.
와~~~ 나도 가고 싶다.......대단하시네요....담에는 번개 올려서 같이 가요 혼자만 가지말구........
미리내님과 함께만 할수 있다면 지구끝까지라도.....근데 예전에 델구 오셨던 광장동 남정네가 걸리네요.ㅋㅋㅋ
축하드립니다. 잔차에 입문하고 꼭하번 해보고 싶으나 실행치 못하는 일중에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장문의 글을 지루하지 않게 잘 읽었습니다. 전직이? 아니면 헌직이?
한번 들이밀어 보세요.안할뿐이지 누구든 할수 있답니다.별것도아닌 긴글을 지루하지않으셨다니 감사합니다.전직이나... 현직이나... 걍 몸으로 때우고 있답니다.
혼자 장거리타기가 쉽지않은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언제 돼지껍데기에 쇄주라도...^^
아쿠아님,닉에 맞게 자전거+수영장번개 함 안해요? 통영사진 잘봤습니다.돼지껍데기....좋죠^^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도 초보로서 언젠가는 해 보고 싶은일인데....담에는 무리를 이끌고 한번 가시죠.
감사합니다.기회가 되면 이끌고는 못가도 이끌려는 가겠습니다.
오늘에야 다 읽었네요... 저도 언젠가는 나홀로 멋진 라이딩을 해보리라 맴으로 그려봅니다...멋지세요 ...^^
아가씬줄 착각하게 만드시는 용인댁님,..^^ 혼자서 장거리가심 뭇남정네들이 그냥 보내주지 않을까 고거이 걱정입니다...ㅠ.ㅠ
어머나~~대단하신분 입니다. 그리구 멋지시구요 장문의 글 올리신것도 그또한 대단한 문장실력이네요. 도데체 어떤분이신지 함 뵙고싶어지네요. 언제가는 저도 한번 도전해보구 싶은데 오호~~그날이 언제일까나....^^^
감사합니다.얼굴보시면 실망하실텐데....마녀님 가신다면 소인은 마녀님 타실 빗자루가 되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