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편 기(氣)운찬 로드
방송일시: 2016년 7월 25일(월)~ 7월 29일(금)
기획:김민
촬영:박주용
구성:박애진
연출:방세영
(㈜박앤박미디어)
오락가락하던 긴 비가 사라지더니 뜨거운 뙤약볕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삶의 활력을 잃어가는 계절, 기운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나서기 마련이다
바다를 펄떡이게 하는 물고기들의 기운찬 움직임
뜨거운 여름 땅을 뚫고 귀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온갖 작물들
장마에도, 폭염에도 귀한 여름걷이를 하는 사람들,
그들이 있어
우리들의 여름도 활기차다!
가는 여름을 붙잡고 싶을 기(氣)운찬 로드로 떠난다
1부. 그 바다에 여름이 흐르네
밤바다에서 펄떡, 돌치기 감성돔잡이
경남 고성의 밤바다는 돌멩이 내려치는 소리로 소란스러워진다.
이영일 선장이 25년 세월 동안 고수하고 있는 전통 어업법 ‘돌치기’다.
돌치기는 바다에 그물을 내리고 물을 돌로 내리쳐
잠든 고기들을 깨워 잡는 전통 어업 법 중 하나다.
깊은 밤부터 시작되는 조업이지만 선장은 해 질 무렵 배에 오른다.
좋은 자리를 선점한 뒤 노을 지는 여름 망망대해는
놓칠 수 없는 여름 풍경이기 때문이다.
있는 힘껏~ 바닷가에 돌멩이를 내리친 후,
50cm의 감성돔을 품에 안은 선장의 여름은 기운차다.
늦은 밤, 배들을 연결해 만든 선상 카페 위에서
선장들의 고단함은 여유로운 커피 한잔에 녹아내린다.
이러한 수고를 마다치 않고 잡은 고성의 감성돔은
예로부터 제사상, 잔칫상에 빠지지 않았던 귀한 먹을거리다.
싱싱한 여름 바다의 기운으로 가득한 감성돔찜과 장어탕이
이영일 선장의 여름 보양을 책임진다.
애도, 비밀의 화원
여름, 애도에 비밀의 화원 문이 열린다.
산 정상에 알록달록 꽃이 피어난다.
고흥군 봉래면 외나로항에서 배로 5분이면 닿는 섬, 애도
육지에 사는 김상현·고채훈 부부는 16년째 바다를 건너 애도를 찾는다
후박나무, 참식나무, 계서나무 등 남해안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300년, 500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애도의 원시림
그 매력에 빠진 부부는 애도에 그들만의 정원을 꾸미기 시작했다.
지금 애도 비밀의 정원은 여름꽃이 한 창,
올여름, 부부의 정원에 새롭게 초대받은 꽃은 제라늄.
여름에 피어나 겨울까지 봉우리를 올릴 만큼 생기 넘치는 꽃이다.
부부의 끊임없는 보살핌을 받고 피어난 여름꽃들이
애도의 숲에 아름다운 생기를 불어넣는다.
2부. 그 섬은 초록이어라
초록 섬 따라 여름소풍
안마도는 여름이 되면 산에, 들에, 바다에 초록이 내린다.
이른 아침 이영환·김삼례 부부는
전용차량 카트를 타고 초록을 찾아 여름 섬 소풍을 떠난다.
부부의 첫 번째 정거장은 서해가 내려다보이는 마을 정자.
죽도와 오도, 석만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안마군도를 이루고 있다.
부부의 여름소풍 두 번째 정거장은 바다에서 캐는 초록이다.
톳, 미역 등을 직접 캐내며 건강한 여름 밥상을 차리는 부부.
미역, 톳... 안마도 해역이 길러낸 해산물이 부부의 배낭을 채우고
하나라도 더 캐고 싶은 아내의 부지런함은
급한 성격의 남편과 한판 실랑이를 빚는다.
싱싱한 바다 것들로 가득한 밥상에서 돈을 들인 건 육지에서 사 온 쌀 뿐.
초록이 가득한 부부의 생기 넘치는 점심을 들여다보자.
하루 두 번, 어부 부부의 초록 바다
영광군 계마항에서 배로 3시간, 하루 한 번 배가 뜨는 안마도
그마저도 매일 시간이 달라 한번 발길 닿기 쉽지 않은 섬이다.
섬에 기대어 바다에 기대어 하루하루 기운차게 살아가는 사람들
안마도의 항구는 조업을 마치고 들어온 배와
바다로 향할 준비를 하는 배들로 바쁘다.
예로부터 어장이 풍부하기로 유명한 칠산바다는
여름이면 오전은 민어, 오후에는 병어로 하루 두 번 귀한 고기들을 내어준다.
10여 년째 바다를 누비는 김동복·박현선 부부도
기본 하루 두 번 바다로 향한다.
오전에 잡아온 민어를 배에 실어 육지로 보내고
잠시 쉴 틈도 없이 병어를 잡으러 바닷길을 달린다.
안마도의 흔한 생선 중 하나였던 병어는 잡히는 양이 줄고
그 맛에 반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귀하신 몸이 됐다.
아내 박현선 씨는 남편의 신호에 따라 능숙하게 그물을 내린다.
부부의 하루 목표량은 ‘용왕님이 허락하신 만큼’
점심도 거른 채 바다를 누비느라 진이 빠진 아내를 위해
남편은 갓 잡아 올린 병어를 회로 썰어낸다.
부부는 수고스럽지만 기운찬 하루를 난다.
3부. 더위야 물럿거라
왕이 사랑한 버섯, 복령
화순 동복면, 매일같이 산을 찾으며
복령 재배를 하는 부자가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맨땅이지만
부자가 정성 들여 표시한 흙 아래에는
소나무 뿌리에서 자라난 땅속의 보물, 복령이 잠들어있다.
3년 전 도시 생활을 접고 아버지 곁으로 돌아온 아들 최필승 씨,
작은 것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는 아버지 최남영 씨,
복령 박사로 소문난 아버지는 말로,
젊은 아들은 힘으로 복령밭을 일궈간다.
그러다 보니 밭에만 서면 실랑이 벌이는 일도 잦아진다.
빈틈없는 아버지의 작업 지휘는 일꾼들도 도망가게 하지만
그래도 후계자로 점 찍힌 막둥이 아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아버지를 따른다.
작업반장을 자처하던 아버지는 아들의 원기 회복을 위해
소나무 기운 가득한 복령 백숙을 끓인다.
친구인 듯 때로는 원수인 듯 티격태격하면서도
유쾌한 에너지가 가득한 부자의 한여름 보양 식탁을 들여다보자.
의형제 할머니 삼인방의 숨겨진 우리 동네 피서명당
전라북도 완주군, 기운찬 물소리와 함께 여름 초록이 찾아온 마을
뜨거운 여름 볕에도 한해 농사를 망치지 않으려는
할머니들의 손은 부지런히 움직인다.
조금이라도 고생을 덜기 위해 품앗이에 나선 할머니 삼총사
예년보다 더운 여름 태양 아래서 발랄한 막내 김종주 할머니가
각시둠벙으로 언니들을 이끈다.
마을 사람들만 안다는 든든한 피서지 각시둠벙.
여름만 되면 찾아오는 손주 손녀들의 즐거운 놀이터가 된다.
아들이 사다 준 형형색색 튜브를 든 할머니들의 시원한 각시둠벙 나들이 한마당!
여름이 내려앉은 완주 마을에 울려 퍼지는
할머니들의 삶의 노래를 들어보자
보랏빛 물드는 여름
맑은 천이 흐르는 전라남도 화순 동복 현에서 8년 동안 블루베리를 길러온 최영훈씨.
일일이 손으로 따야 해 품이 제법 든다는 블루베리 수확철,
삼촌을 도우러, 동생을 도우러 친척 식구들이 품앗이에 나섰다.
무를세라 터질세라 조심스러운 손길도 잠시
하나둘 풀어지는 이야기보따리들이 블루베리에 알알이 맺혀 흐른다.
가족들의 품앗이가 고마운 최영훈 씨는
동복이 현으로 불리던 시절 진상품으로 꼽힌 동복 꿀을 내어놓고
달콤한 블루베리와 함께 준비한 밥상이 푸짐하게 펼쳐진다.
4부. 여름, 알차게 영글었네
반백 년 우정의 특별한 보양 잔치
덕유산과 지리산 자락이 모이는 곳, 함양
산 좋고 물 좋은 그곳에서 13년 동안
산양삼을 기르고 있는 온원석·박성옥 부부
그대로 자란 산양삼은 오랜 세월 함양 사람들의 보양을 책임지고 있다.
산양삼이 지천으로 깔린 부부의 15만 평 농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일일 일꾼을 자처하는 57년 지기 친구들.
산양삼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온원석씨는
친구들을 부지런히 따라다니며 산양삼 강의에 열심이다.
품삯 대신 산양삼으로 몸보신을 하겠다는 친구들에게 구박을 주면서도
온원석씨는 귀한 산양삼 씨앗을 잎에 싸서 친구에게 건넨다.
한바탕 풀베기 작업이 끝난 뒤, 지친 기운을 되살려줄 산양삼 백숙이
50년 넘는 세월을 함께한 친구들의 여름 원기를 채운다.
알찬 기운으로 피어난 연잎
산양삼과 함께 함양의 대표 작물로 손꼽히는 연잎.
장마철과 함께하는 연잎 수확철에 연잎 농가는 늘 일손이 부족하다.
서로의 어려움을 아는 이웃 마을 연잎 농부들은 돌아가며 품앗이에 나섰다.
밭을 가득 메우고 있는 연잎이지만
상처 하나 없이 앞뒤 깨끗한 것들만 도시 사람들에게 보내진다.
비가 내리자 연잎을 뒤집어쓴 채
작업을 계속하는 어머니들의 연잎 예찬은 멈추지 않는다.
연잎 따기로 하루를 보낸 박정희 아주머니는
함양의 여름 기운이 영근 연잎으로 요리 솜씨를 뽐낸다.
연잎을 싸서 쪄낸 밥과 연잎에 감싸 삶은 돼지고기 수육에는
연의 향이 은은하게 배어들고
지리산 자락을 내려다보며 즐기는 연잎 음식들이 어머니들의 노동을 위로한다.
5부. 손맛으로 만난 여름
완주 미스 김의 여름 별미 한 상
낭랑한 목소리로 완주를 누비는 귀농 5년 차 김선희씨.
빌딩숲 속 50여 년 세월보다 시골의 5년이 더 행복하다.
언제나 밝고 활기 넘치는 선희 씨를 동네 할머니들은 미스 김이라 부른다.
그리고 시골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아낌없이 알려준다.
풀이 무성한 김선희 씨의 더덕밭을 보며 95세 대장 할머니는
서울로 돌아가라 매서운 호통을 날리지만
여름의 끓는 볕 아래서 더덕밭 풀매기에 온 정성을 쏟는다.
한바탕 땀 흘린 할머니들을 위해 김선희씨가 잘 자란 텃밭 채소 캐기에 나섰다.
할머니들에게 배웠다는 된장 열무 냉국, 가지 냉국, 수박껍질 무침까지
맛깔스러운 손맛으로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못난이 여주의 여름 대변신
해발 1,000m가 넘는 고봉들 사이 협곡에 위치해
안심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 붙여진 이름, 안심마을.
28살부터 마을 이장을 맡아 온 정성훈 씨의 하루는
가지마다 열려있는 여주를 수확하며 시작된다.
삐죽 돋은 가시와 울퉁불퉁한 모양새가 볼품없을 법도 하건만
마을 사람들에게 여주는 금도 나오고 은도 나오는 귀한 도깨비방망이다.
아들을 위해 정성스레 준비한 어머니의 여주 요리는
쌉싸름한 맛으로 한번, 아삭한 식감으로 한번 여름철 입맛을 돋운다.
손끝에서 태어난 차
40대에 무전여행을 떠난 모춘섭씨.
소낙비를 피하러 들어간 식당에서 운명처럼 헛개나무를 만났다.
여린 잎사귀들이 뙤약볕 아래 단단해지는 여름철
최고의 찻잎을 얻기 위해 부부의 손길은 더욱 분주해지고
1만 5천 평 헛개 밭을 함께 누빌 10명의 아주머니 부대가 출동했다!
헛개나무 잎을 잘게 썰어 덖어내고 힘차게 비벼 뭉치기까지
헛개차를 만드는 과정에는 사람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아내 박서연 씨는 찻잎을 덖으며 비지땀을 쏟는 남편이 안쓰럽지만
그의 열정이 가득 담긴 헛개차는 여름날 시원한 원기회복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