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진혁씨는 삼성SDI 부산공장에 27세에 입사하여 3교대근무를 하며 세척작업을 했다. 그는 28세 되던 2005년 2월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이 발병해 그해 11월 29일에 사망했다.
이 같은 사실은 숨진 박씨의 아버지가 “저의 아들도 삼성 언양공장에 근무하던 중 급성림프구성백혈병으로 치료10개월 만에 2005년 11월 사망하였습니다. 입사 전에 감기 한번 걸린 적이 없는 건강한 놈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정신적 물질적으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우연히 여러분들이 진실을 밝히시려고 노력하신다기에 반갑고 동참하고 자 글을 올려봅니다. 연락 부탁합니다”라고 제보를 하면서 알려졌다.
제보를 받은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지난 5일 고 박진혁씨의 아버지를 직접 만났다. 박씨의 아버지는 아직도 아들이 어떤 세척작업을 했는지 잘 모른다. 그냥 세척작업을 했다고만 알고 있었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인권과 건강지킴이)’은 박씨의 작업이 정확이 무엇이었는지 조사 중이다.
특히 이번 제보는 삼성SDI가 부산공장에서 백혈병 환자 제보가 있었다는 김성환 위원장의 인터넷 게시물을 두고 명예훼손 재판 진행 중에 나와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10월 김성환 위원장이 삼성일반노조 게시판에 삼성계열사 직업병 피해자들이 제보한 전체명단을 정리하여 게시한 적이 있는데, 삼성SDI는 그 중 ‘삼성전관-삼성SDI 부산공장 성명미상 2005년 8월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이라는 내용을 문제 삼았다. 마치 삼성SDI 부산공장에서 백혈병 환자가 발생한 것처럼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해 삼성SDI 주식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성환 위원장은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가 직접 제보를 받은 내용을 정리해 게시했었다. 이와 관련한 재판은 오는 29일 인천법원에서 진행되며 고 박진혁씨의 아버지가 직접 재판에 참석해 증언을 하기로 했다. 반면 삼성전자도 같은 내용으로 김성환 위원장을 고소했지만 이후 수 십 명의 제보가 이어지자 2010년 5월 28일 검사실로 삼성전자 직원이 찾아가 고소를 취하했다.
김성환 위원장에 따르면 고 박진혁씨는 치료 중에도 부모에게 억울하다는 말을 했다. 박진혁씨는 외아들이었다. 박진혁씨의 부모는 외아들의 백혈병 발병사실을 알고 망연자실해 생활을 포기하고 매달렸지만 박씨가 죽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지금까지 살고 있다.
대부분 삼성 백혈병 환자 가족과 마찬가지로 박진혁씨 가족도 아들 치료비로 가산을 탕진했다. 김 위원장은 “심지어 삼성SDI 부산공장은 개인질병이라고 하며 병가기간이 지났으니 사직을 해야한다고 고인이 죽기 며칠 전에 사직서를 받아 갔다”고 전했다.
박진혁씨의 아버지는 효자였던 외아들이 삼성에서 일하다 죽자 자신이 아들을 죽게 한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 동안 삼성을 상대로 싸울 생각도 못하다 최근 삼성반도체 백혈병대책위-반올림의 활동소식을 듣고 제보를 하게 됐다.
김성환 위원장은 “삼성SDI는 이번 제보에 진실규명을 은폐하기 위한 회유를 유족에게 할 것이라고 예상 되지만, 고인의 아버님이 ‘자식의 목숨을 돈으로 팔수는 없지 않느냐. 지금 삼성에 맞서 백혈병 등 희귀암으로 고통 받고 사망한 유족들과 같이 힘을 모아 진실을 규명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