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들 시선 067, 『와온에 와 너를 만난다』, 박현덕 지음, 문학들, 정가 13,000원
문학들 시선 067
와온에 와 너를 만난다
박현덕 지음|신국판 변형(양장)|1도|104쪽
∥책소개∥
‘밖’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는 시적 변화
박현덕 시조집 ‘와온에 와 너를 만난다’
박현덕 시인이 10번째 시조집 『와온에 와 너를 만난다』(문학들시선 67)를 펴냈다. 진도, 목포, 여수 등 남도의 곳곳을 떠돌며 쓴 60편을 총 3부로 나누어 실었다. 중앙시조대상, 김만중문학상, 송순문학상 등을 수상한 중견 시인답게 시조의 특징이라고 할 만한 절제와 율격이 돋보인다.
“저녁 내내 창문을/누군가 두드린다//밤이 더 깊을수록/어머니가 생각나/무릎이/바스러진 생,/절며 가는/빗줄기”(「저녁비」)
이번 시집이 이전의 것과 다른 것은 시인의 시선이 바깥이 아니라 내면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박 시인은 그동안 소외된 삶의 현장을 중심으로 투철한 사회의식을 투영하여 자신만의 시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런데 이번 시집에서는 바깥의 풍경을 매개로 내면의 상처를 노래한다.
“세상일 망했다고 무작정 차를 몰아/와온해변 민박집에 마음 내려 놓는다/나는 왜 춥게 지내며 덜컹덜컹 거렸지”(「와온에 와 너를 만난다 1-노을」)
바다는 그 “상처가 터져 걸어온 길”을 적시고 하늘은 “미친 바람처럼 물고 또 뜯고 있”다. 여행 시편이지만 기실 그것은 상처 깊은 시인의 내면 풍경이다. “박현덕의 이번 시편들은 남도의 곳곳과 자연 만유에 마음의 발자국이 찍힌다. 그 마음은 외로움, 그리움, 슬픔, 아픔, 쓸쓸함, 절망, 기억, 눈물, 적막 등등의 상처인 바, 그 상처에 의해 풍경은 재구성된다.”(고재종 시인)
그 상처의 연원을 이번 시집에서 읽어 내기란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향후 시인의 시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그것은 시인이 이제 인생이라는 우물을 들여다보는 나이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어둠이 깊어지면 푸른 기억 다시 자라/우물 안 추억 조각 건져 내는 밤결에/혼자서 울음을 참다 혼절해 잠이 들고”(「오래된 우물」)
박현덕 시인은 1987년 『시조문학』에 추천이 완료되고, 1988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조 부분과 1993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중앙시조대상, 김만중문학상, 백수문학상, 송순문학상, 오늘의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집 『겨울 삽화』, 『밤길』, 『주암댐, 수몰지구를 지나며』, 『스쿠터 언니』, 『1번 국도』, 『겨울 등광리』, 『야사리 은행나무』, 『대숲에 들다』, 『밤 군산항』을 펴냈다.
∥추천사∥
박현덕의 이번 시편들은 남도의 곳곳과 자연 만유에 마음의 발자국이 찍힌다. 그 마음은 외로움, 그리움, 슬픔, 아픔, 쓸쓸함, 절망, 기억, 눈물, 적막 등등의 상처인 바, 그 상처에 의해 풍경은 재구성된다. 이렇듯 마음의 풍경, 상처로 들여다보는 풍경을 체화하는 시법은 전통 서정시의 제1원리다. 그만큼 그것은 근원적인 것으로, 그 근원적인 마음의 행로가 찍히는 풍경을 통해 “먼 길을 끌고 왔던 생”의 본질 추구에 천착하거나, “파도에 휩쓸린” 난파된 삶에 대한 자기 위로나 멘탈 정립, “눈물 버무리면 뼈만 남”거나 “부도난” 마음을 복원하려는 생의 의지 등을 격렬히 피력한다. 그 격렬함 속에 이따금 정제되지 않은 분노나 과잉된 슬픔이 터져 나오는 것까지― 그의 시는 가장 정직하고, 진정성 있고, 성실한 인생론의 시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래된 우물」, 「눈 깜짝할 사이 가을은 오고」, 「저녁비」, 「숨비기꽃」 등등의 작품은 이 감상에 부합하는 시편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의 이곳저곳에서 ‘독작(獨酌)’하는 시인의 고통들이 사회적 연대의 ‘건배’로까지 적극적으로 나아갈 때 그의 시적 진정성이 더욱 빛을 발하리라.
_ 고재종 시인
∥저자소개∥
박현덕
1967년 전남 완도 출생으로 광주대학교 문창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7년 『시조문학』 천료와 1988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시조가, 1993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다. 시집으로는 『겨울 삽화』, 『밤길』, 『주암댐, 수몰지구를 지나며』, 『스쿠터 언니』, 『1번 국도』, 『겨울 등광리』, 『야사리 은행나무』, 『대숲에 들다』, 『밤 군산항』이 있다. 중앙시조대상, 김만중문학상, 백수문학상, 송순문학상, 오늘의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역류’ ‘율격’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