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山) 이나
바다(海) 에서
살아 간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모든것과는
정반대의 생활 일것이다.
즉,
몸 속의 병(病)은
발병의 원점으로 되돌아가
산과 바다가
명의(名醫)가 되어
선행적(先行的)
치유되는 결과이오,
삶의 절박감(切迫感)은
욕구 불만의 초심으로 되돌아가
사람들을
빈 배에 태울 수 있는
허주(虛舟)에서의
충만함을 배움이오,
입속에
들어가는 음식물은
태초(太初) 자연으로
되돌아가
된장, 고추, 상추가
진수성찬(珍羞盛饌)이 되는 원리이며,
갇혀있는
정신기(精神氣)는
산과 바다가
나를
훈련시키는 대로
나를
가르치는 대로
나를
의사로 만드는 대로
나를
바보로 만드는 대로
어느새
벌거벗은 소나무로
굳어지고
만들어질 터인데...
구구세세(龜龜細細)!
구구유희(龜龜遊戱)!
오래 오래 가늘게
오래 오래 더디게
오래 오래 재미있게...
그래서,
산과 바다는
본질적인 멘토(mentor) 이자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
나에게
소원이 있다면...
지금 막
산 짐승 하나
스쳐 지나간 듯한
정숙(靜肅)한 깊은 골에
초막(草幕)
한 칸 지어놓고
죽을때까지
꼭 봐야 하는 책(冊)
실컷 보는 것과
하고 싶은 놀이들을
실컷 하며
나만의 제국(帝國)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이를테면,
밤새 책 보느라
실 눈 뜬 채로
다락방에 그대로 누워
바닥 창문 사이로
바깥 풍광이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오늘 할 일을
황토 벽면 널조각에
숯으로
선명하게 적어놓고
이슬 맞은 오이 따서
한 입 크게 베어 먹으면
정신기(精神氣)가
천지개벽 우르르 쾅쾅...
이것이
굶음을 깨뜨리는
아침 이오,
싸리문 살짝 밀고
뒷산 올라가
과학적으로
손수 만든 지게에
쓰러져 있는 나무들을
칡넝쿨로 단단히 묶고서는
지게 질빵을
어깨에 완전히 걸어
지게 지팡이가 휘청 하도록
앞 무릎 세우며
으랏찻차...
도끼질 수십번에
장작(長斫)으로 만들어
부엌 구석
쌓아두고 나서는
계곡 얼음물에 띄운
어제 저녁 식은 밥에
된장과 고추로
상추에 싸서 한입 두입...
그것이
마음에 점 하나 찍는
점심(點心) 이오,
얼기설기 엮은
마루바닥 그대로 누워
목침(木枕) 베고
토굴가(土窟歌) 흥얼거리다
쥐도 새도 모르게
깊은 오침(午寢)한 후
묵은 먼지 빨랫감
한 아름 안고
천연 자동 세탁기
폭포 아래서
세탁하는 동안
홑옷 저 멀리 벗어 놓고
입술 시퍼렇게
실컷 놀다가
산삼향(山參香) 스며든
세탁 끝난 빨랫감을
대나무로 받춰진
마당 빨래줄에 널고는
아궁이에 불쏘시개로
군불때며
서산(西山)
연하(煙霞)에 도취되니
활계(活計) 조차 사라지며
산중구족(山中具足)이 즐거운
그런
제국(帝國)을 그린다.
甲辰年
五月 第九天
寓居泗川 灑落堂
律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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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더디고 가늘고 즐겁게...
律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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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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