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바람새 추억의 음악감상회(2003.2.8)
몇 주전의 공지를 보고 난 뒤부터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습니다.
정말 처음 소풍을 가는 어린 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이었지요.
마침내 당일날 아침, 그날따라 비가 오더군요.
저는 아내더러 좀 일찍 나가자고 했건만
그날따라 아내는 평소 잘하지 않던 화장도 하랴, 머리도 손질하랴 시간을 질질 끌더군요.
좀 빨리 가서 사람들도 만나고 내가 도와줄 일이 있으면 도와주고 싶었던 마음이었기에
약간 다급한 마음이 들어 별로 좋은 소리 듣지 못할 줄 알면서도 자꾸만 재촉을 하였죠.
그러다 보니 저도 약도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을 깜빡 까먹었죠.
오랜만에 찾은 명동에서 약 20분 이상을 헤매는 바람에
3시 10분 전에서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신참내기라 얼떨떨한 분위기 속에서 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가입한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사이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면서 부지런히 글을 올린 덕분인지
많은 분들이 알아주시고 격려해주어서 정말 기분이 좋았답니다.
장소가 생각보다는 좁아 많은 사람들이 오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다행이도 적절한 인원이 참석하는 바람에 비록 좁게 앉았지만 다 같이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일찍 도착하였기에 자리를 선택할 특권(?)이 주어졌는데
저는 앞에서 두 번 째 줄의 편안한 의자를 택하였지요.
그런데 첫 번 째 줄에 사람들이 앉기 시작하자 화면이 잘 보이지 않더군요.
그러던 차에 어떤 여자 분에게 편안한 자리를 잽싸게 양보(?)하고 등받이 없는 맨 앞자리에 앉았지요.
자리는 다소 불편하였지만 정말 깊게 몰두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드디어 감상회가 시작되었습니다.
흑백 화면으로 보는 옛날 광고물들을 보면서 정말 시간여행이 시작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야야야야야야 차차차 ~ 진로소주의 광고,
닭이 운다 꼬기오~ 닭표 간장,
열두시에 만나요 브라보콘,
다들 아~ 하는 탄식소리와 함께 그 옛날로 돌아갔습니다.
특히 저는 아빠 오실 때 줄줄이, 엄마 오실 때 줄줄이, 우리들은 오리온 줄줄이 사탕,
그 장면이 제일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하기야 어릴 때 제일 좋아하는 게 사탕이니까 그렇겠지요.
곧 이어 시작된 2부의 첫번째 장면은 <별들의 고향>의 유명한 대사.
"경아, 이렇게 같이 누워보는 것도 오랫만이군"이 나오는 장면이었습니다.
약간은 닭살을 돋게 하는 성우들의 목소리가 부자연스러움을 주기도 하지만
다시 보아도 정말 멋있는 대사더군요.
두번째로 보았던 <리칭의 스잔나>는 정말 너무나도 아름답더군요.
화질이 아주 나쁜 비디오로 볼 때와는 달리 정말 깨끗한 화면에
아름다운 노래 소리가 가슴을 울리더군요.
가을이 짙은 집의 정원에서 떨어지는 낙엽들을 보면서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생명을 슬퍼하며
"황혼은 하늘을 비추는데, 한 바탕 무정한 바람 불어오니, 휘날리며 떨어지는 오동잎.."을 부르는
리칭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눈가가 약간 축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번째로 보았던 것은 <사랑의 스잔나>에서 진추아와 아비가
'One summer night'을 부르는 장면이었습니다.
당시 정말 심야방송에 불티나게 나왔던 노래였지요.
저는 이 노래도 좋았지만 나중에 중문과에 들어간 뒤에는
진추하의 중국 노래 '우연'이라는 노래를 정말 좋아하게 되었지요.
같은 스잔나이지만 더 오래되었고 원판이라고 할 수 있는
리칭의 스잔나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싶더군요.
이어서 보았던 영상은 <졸업>의 'The sound of silence'였습니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더스틴 호프만이 수영장의 튜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누워있는 장면,
다시 어두운 방으로 가서 침대에 누워있고 미세스 로빈슨이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애무하는 장면,
어두운 자신의 방에서 밝고 환한 불이 켜진 식당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식사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장면들이 이어지는 그 대목은
정말 노래와 영상이 절묘하게 어울러지는 명장면이더군요.
옛날 까까머리 시절에 멋모르고 보았던 것을 새로운 각도에서 다시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음은 <로미오와 줄리엣>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VCD를 구해서 보았지만 화질과 음질이 비교가 되지 않았습니다.
올리비아 핫세와 레너드 화이팅의 앳되고 순수한 모습도 너무나 좋았지만
나에게는 노래가 더욱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30년 동안 노래만 들어왔기 때문이겠지요.
영화에 나온 가수가 실제 노래를 부른 Glen Weston 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목소리와 몸짓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영혼을 울리는 순수한 떨림이라고나 할까요.
다음으로 나온 <셀부르의 우산>도 영화는 보지 못하였지만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영화음악엘피에서 익히 들었던 제목이었죠.
기나긴 이별을 앞두고 벤취에 앉아서 노래를 부르는 두남녀의 모습은 정말 애절하였습니다.
주로 경음악으로만 듣거나 여자 혼자 부르는 노래로 들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듀엣으로 들은 것은 처음이었죠.
앞에서 중국 노래와 팝송들은 모두 다 따라 불렀지만
불어를 몰라서 따라 부를 수가 없어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나온 <내일을 향해 쏴라>의 'Rain drops fallin' on my head'는 영화도
티브이에서 보았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되는데
좋은 음질과 함께 대형화면에서 보니 더욱 감동이 크더군요.
폴뉴먼이 여자를 자전거 앞에 태우고 목장을 신나게 달리는 장면은
모든 연인들이 꿈꾸는 환상의 장면이겠지요.
저의 아내도 당장 DVD를 사자고 난리더군요.
마지막으로 보았던 <언제나 마음은 태양>은
중학교 때던가 남포동의 부영극장에서 단체관람하였던 영화입니다.
그렇게 말썽을 부리던 학생들이 졸업식날 선생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던 장면,
루루가 'To sir with love'를 부르는 장면은 기억이 나는데
주인공인 시드니 포인터가 어떤 봉투를 찢는 장면은 기억이 나지 않더군요.
나중에 설명을 듣고서야 그것이 취직고지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부의 추억의 영화장면속의 주제가들은 모두 아름다웠지만
그 가운데서 가장 강열한 인상을 준 것은 리칭의 스잔나와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답니다.
2부도 좋았지만 더욱 소중하게 다가왔던 것은 3부였습니다.
3부는 얼마 전에 바람새 회원들과 방의경님, 김의철님이 모였을 때 찍은 비디오였습니다.
다시 볼 수 없는 단 한 번의 기회이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는지 모르겠지만
김의철님의 '불행아'와 '강매', 그리고 '군중의 함성'도 그렇고
방의경님의 '하양나비'와 '불나무', '아름다운 것'들은 정말 가슴에 와 닿는 노래였습니다.
불행아는 대학 다닐 때부터 메아리 애들로부터 배워서 좋아하였던 노래였고
강매와 군중의 함성은 바람새에 들어온 뒤에 알게 된 노래이지만
처음 듣자마자 좋아하게 된 노래이지요.
눈을 지긋이 감고 따라 불렀지요.
김의철님의 노래가 세곡 끝나자 다음에는 방의경님의 '하양나비'를 들었습니다.
이 노래는 옛날 김인순님의 노래로 들었던 기억이 나는 노래였는데
방의경님이 직접 부르니 그 깊이가 확연히 차이가 나더군요.
절판소장님의 설명에 의하면
당시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사라져간 많은 넋들을 기리는 노래로 만들었는데
김인순님에게 주었더니 너무 가볍게 불러서 혼을 내셨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김세화님은 아예 허락도 받지 않고 부른 것이라고 하더군요.
DVD를 바꿔서 이번에는 불나무를 들었습니다.
이 노래 또한 바람새에서 처음으로 접한 노래이지만
이미 저의 애창곡이 되어 있기 때문에 떨리는 가슴으로 따라 불렀지요.
다음 곡은 양희은의 노래로 널리 알려진 '아름다운 것'들이었습니다.
이 노래도 원래 방의경님이 부르려고 하다가
양희은님이 자기에게 달라고 해서 주었다고 하는 곡이라고 하더군요.
노래가 끝나고 서로 같이 손을 잡고 이별의 노래를 합창을 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한 가운데서 김의철님은 눈을 지긋이 감고 계속해서 기타반주를 하고 있고
방의경님은 감격에 겨워 절판소장님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답니다.
김의철님 방의경님 두분의 노래는 젊은 날의 순수함과 진지함 위에
오랜 세월의 연륜과 삶의 깊이가 더해져서 더욱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바람새를 조금만 더 일찍 알았어도
그 자리에 반드시 참석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4부에 영상으로 보는 추억의 팝송과 대중가요도 좋았습니다.
젊었을 때의 빌리조엘이 부르는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부르는 'Honesty', 참 좋더군요.
음향시스템의 뛰어남을 확인시켜주는 음악이었습니다.
다음 장면은 흑백 화면 속에서 폴매카트니가 기타를 치면서 부르는 'Yesterday'였습니다.
참 귀한 화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폴메카트니의 얼굴이 정말 둥글고 앳된 모습이더군요.
다음 장면은 스모키가 나팔바지를 입고 귀엽고 상큼한 모습으로 부르는
'Living next door to Alice'였습니다.
앞의 것들도 좋았지만 저는 이 노래와 영상이 가슴에 훨씬 와 닿더군요.
스모키의 윙크하면서 노래 부르는 그 모습이 글을 쓰는 지금도 떠오른답니다.
그리고 에니멀즈의 'The house of rising sun'은 굉장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많이 들었고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가사가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던 그 노래를 부르는 에니멀즈는 제 상상 속에는
청바지에 장발족에 자유분방한 모습을 한 히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룹으로 남아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까 다들 너무나 말쑥한 정장에다가
노래도 너무 점잖게 부르는 바람에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 리드보칼과 퍼스트기타, 세칸 기타 베이스기타를 치는 친구들이
천천히 원을 그리며 걸어가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정말 의외였습니다.
실제를 접하지 못한 상상이 얼마나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였습니다.
다음에 나왔던 존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는 시간부족으로 잘릴 뻔 하였지만
어느 회원의 간곡한 요청으로 볼 수 있었지요.
자주 보았던 모습이기에 그다지 신선한 느낌은 없었지만
그래도 학창시절에 참으로 자주 불렀던 노래인지라 반갑게 따라 불렀지요.
웸의 'Careless whisper'은 노래는 좋았지만
영상은 요즘 뮤직비디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어서 사실 그다지 와 닿지가 않더군요.
화려한 테크닉의 환상적인 영상보다는 그 당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세월이 지난 뒤에는 훨씬 더 가슴에 와 닿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스콜피온즈의 'Still loving you'도 리오 공연 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귀한 자료이기는 하지만 영상을 너무 멋지게 처리하느라
구름 때처럼 모인 청중과 가수의 얼굴을 오버랩 시키는 수법을 많이 썼는데
좀 더 현장감 있게 사실적으로 기록하였더라면
자료로서의 가치는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더군요.
좋은 음향시스템에서 들으니 노래는 정말 죽이더군요.
카펜터즈의 'Top of the world'는 참으로 신선하게 다가오더군요.
누나는 노래를 부르고 동생은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 중간에 서로 장난을 치는 모습이 정말 상큼하였습니다.
저렇게 노래도 잘 부르고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은데
나중에 다이어트를 잘못하다가 거식증에 걸려서 죽었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가 않더군요.
아직 머리가 덜 벗겨진 엘톤존이 엄청나게 긴 피아노를 치면서 부르는
'Sorry seems to be a hardest word'는 제가 대학 다닐 때 고고장에서
불루스 타임에 자주 나오던 곡이었지요.
옛날 명동 사보이 호텔 뒤의 유명한 고고장 마이하우스에서도 자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그 멋진 불루스곡이 나왔을 때 같이 출 파트너가 없어
쓸쓸히 테이블로 돌아갔던 쓸쓸한 기억이 되살아나더군요.
마마스앤드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g'은 예상하였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당시의 히피차림으로 부르던 그 모습은 70년대 초의 뉴에이지 운동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더군요.
미국에 가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에게 캘리포니아는 선망의 대상이더군요.
영화산업과 만화산업, 뉴에이지 운동과 첨단산업으로도 유명하지만
캘리포니아 하면 역시 기후가 좋기로 유명하지요.
겨울철에도 꽃이 피어있고 거리에서 반팔차림으로 조깅하는 젊은 여자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지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떠오르던 노래가 바로 이 노래였답니다.
50년대의 흑백영상으로 보는 에브리브다더즈의 'All I have to do is dream'은
정말 고전적인 모습이더군요.
남자 둘이 정장 차림으로 정중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고
옆에는 노래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화사한 드레스를 입은 금발의 미녀들이
나란히 줄을 서서 야릇한 미소를 띠면서 바라보는 장면은
지금 볼 때는 약간은 우스꽝스럽기도 하더군요.
어느 분의 설명에 의하면 옛날에는 항상 그렇게 했다고 하더군요.
클리프리챠드의 63년 모습으로 보는 'Summer holiday'와
마이클잭슨이 유년시절에 불렀던 'Ben'이라는 노래는 기계가 열을 받아서인지
엘디 디스크의 상태가 고르지 못해서 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하여튼 볼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도중에 어떤 회원의 요청에 의해
비지스의 'Massachusetts'를 볼 수가 있었습니다.
70년대 말 이후 <토요일밤의 열기>로 디스코 선풍을 불러일으키기 전의 명곡으로
저 또한 좋아하던 곡이었습니다.
덕분에 덤으로 잘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곡은 72년 당시의 앳된 모습의 돈 맥클린이 부르는 'Vincent'로 기억이 납니다.
빈센트 반 고호를 노래한 이 곡은 고등학교 다닐 때 정말 좋아하였던 곡이죠.
곡도 아름다웠지만 순수와 열정을 동경하였던 사춘기 시절의 감성에 정말 맞는 노래였죠.
물론 지금도 좋아하는 곡입니다.
마지막으로 팝송 영상은 도니 오스몬드의 'Puppy love'였던 것같습니다.
목소리만 앳된 것이 아니라 모습도 정말 앳되더군요.
제 개인적으로는 너무 앳되어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노래였습니다.
그렇지만 영상으로 보는 풋풋한 모습은 좋더군요.
저의 아내는 여자로 착각을 하였더군요.
앞에서 못들었던 노래를 다시 시도하다가 여전히 되지 않아서 포기하고
이번에는 한국포크송의 영상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절판소장님은 기계가 열을 받아서 그렇다고 그냥 엘피판 감상으로 넘어가려고 하셨는데
비디오는 상관없다고 해서 다행히도 귀한 영상자료들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처음 본 것은 트윈폴리오의 '하얀 손수건'이었습니다.
이미 두 분의 지긋한 나이가 느껴지는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송창식님의 머리가 아직은 숱이 엄청 많을 때의 모습이었습니다.
80년대 말의 영상이라고 하더군요.
다음에는 은희님의 '꽃반지끼고'와 '회상'이라는 노래였는데
96년에 부른 것이라 목소리도 예전같지 맑지도 않고 모습도 청순미가 떨어졌지만
옛추억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하였던 것같습니다.
다음으로 나온 것은 77년도 판 흑백으로 보는 박인희님의 '방랑자'였습니다.
영상이 나오는 순간 여기저기서 아~ 하는 탄성을 지르시더군요.
저도 잎가가 찢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
앙상한 나무들이 쭉 늘어서 있는 어느 시골길에서 박인희님이 나무에 등을 기대서 서서
"방랑자여~ 방랑자여~ 기타를 울려라..." 를 부르는 모습이었습니다.
멀리서 우스꽝스럽게 생긴 한 사람이 기타를 들고 어기적거리면서 걸어오는 모습이
정말 웃음을 자아내더군요.
그 사람은 나중에 들어보니 이필원님이라고 하더군요.
다음으로는 흑백으로 라아에로스포의 '사랑해', 투코리언즈의 '잘있어요'를 보았습니다.
'잘있어요'는 이현이라는 예쁘장한 가수가 불렀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손창철님과 김도향이 특유의 가성과 재미있는 몸짓으로 부르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김도향님의 그 옛날 젊었을 때의 모습과 수염을 기른 할아버지 같은 지금의 모습이
서로 대조되어 나타나자 많은 회원님들이 웃음을 감추지 못하였지요.
다음에는 김인순님의 '여고졸업반'을 80년대 중반의 칼라로 보았습니다.
70년대 중반 대마초 파동으로 기라성같은 가수들이 발이 묶여있을 때
김인순님이 이 노래로 1위를 차지하였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그때 여고졸업반이었던 분들에게는 정말 추억을 자아내는 노래였겠지요.
이제는 고인이 된 분이기 때문에 더 애틋한 감회를 자아내는 곡이었습니다.
다시 화면은 흑백으로 바뀌어 70년대 동경가요제에서
'편지'를 부르던 어니언스의 모습을 비추어주었습니다.
특히 이수영님의 모습이 나오자 오모~하면서 탄성을 지르던 여성회원분들이 많이 있더군요.
옛날 이수영님의 팬들이었나봅니다.
노래가 일절밖에 없었고 반주도 원 곡에 비해 썩 좋지는 않아 조금 아쉬웠던 곡이었습니다.
다시 화면은 칼라로 바뀌면서 80년대 초반의 젊은 양희은님과 조동진님의 모습이 나왔습니다.
노래는 '행복한 사람'이었지요.
조동진님은 좀처럼 티브이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분으로 알고 있는데
참 젊었을 때의 모습이더군요.
새로운 감회가 있었습니다.
다음 노래는 정태춘님의 '춧불'이었습니다.
80년대 초의 모습이라고 하는데 정태춘님은 초기의 모습이나 지금의 모습이나 큰 차이가 없더군요.
처음부터 워낙 노숙해서 그런것이겠지요.^^
다음 노래는 80년대 초의 이정선님이 부르는 '산사람'이었습니다.
약간은 머리가 벗겨진 지금의 모습도 비치는데 차이가 상당히 많더군요.
다음 노래는 80년대 중반의 김추자님이 부른 '후회'라는 노래였습니다.
부지런히 율동을 하기는 하는데 옛날 흑백 티브이 시절에 보았던
그 파격적인 이미지는 찾을 수 없더군요.
그리고 목소리도 약간은 날카로움이 꺽인 소리더군요.
김추자님의 특징은 약간은 뾰쪽하면서도 매끈한 목소리였잖아요.
그때는 정말 충격적이었지요.
오죽하면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라는 유행어가 있었을까요.
다음 노래는 갑자기 2,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2001년 윤연선님이 부른 '얼굴'이었습니다.
정말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순수함이 있더군요.
자세히 보니 아르페지오를 뜯는 손이 떨리는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도 오랫만에 노래를 불러서 그런지 목소리도 약간은 다듬어지지 못한 느낌이 오더군요.
그렇지만 이전의 그 순수함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더군요.
절판소장님의 말씀에 의하면 그 사이 연습을 많이 해서 예전의 공력을 상당부분 회복하였으니
3월 초순의 부산공연에서는 옛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영상으로 보는 노래 마지막 순서는 최근의 김두수님이 부르는 '보헤미안'이었습니다.
아주 특이한 기타주법과 나이에 비해서 너무나 청아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순수하고 맑다는 느낌은 강하게 들었지만 쏙 빨려드는 매력은 느끼지 못하였는데
저의 아내는 김두수에게 깊게 매료되었더군요.
뒷풀이 마친 늦은 밤에도 김두수의 시디를 사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윤명옥님에 버금가는 김두수팬이 될 것같은 예감입니다.
영상과 함께 한 기나긴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엘피판을 듣는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시간이 부족하여 단 서너곡만 들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처음 들은 노래는 박찬응님의 '섬아이'였습니다.
'섬아이'는 사실 바람새에 들어오기 전에는 전혀 접하지 못하였던 노래였습니다.
그런데 처음 접하는 순간부터 가슴에 강하게 와닿던 음악이었지요.
좋은 음향시스템에서 엘피로 들어보니 그 감동이 훨씬 더하더군요.
박찬응님이 음반녹음하던날 감기에 걸려서 더욱 특이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는 설명은
이전에 글에서 읽었지만 정말 특이한 매력을 지닌 노래였습니다.
두번째 곡은 제가 신청한 최양숙님의 '꽃피우는 아이'였지요.
대학1학년때 김민기판에서 자주 들었던 노래였는데
어느날 라디오에서 최양숙님의 이 노래를 듣고 정말 반하였지요.
엘피로 들어보는 최양숙님의 '꽃피우는 아이' 정말 좋았습니다.
눈을 지긋이 감고 따라 불렀습니다. 깊은 울림이 가슴 속에서 메아리치더군요.
세번째 곡은 아리랑브라더스의 64년판에서 들어보는 노래였습니다.
40년 묵은 판이었습니다.
절판소장님은 이 판은 정말 아끼는 판이기 때문에 함부로 바늘을 올리지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소중한 판을 나누어주신 정성 감사드립니다.
제목은 생소하였지만 곡은 아주 귀에 익숙한 곡이더군요.
마지막으로 들려주신 곡은 로리 길버트의 노래였는데
원래 들려주기로 한 노래는 '해뜨는 집'의 오리지널 버전이라고 하였는데 다른 곡을 들려주셨습니다.
곡은 참 좋던데 곡조도 생소하고 곡목도 들었는데 까먹었습니다.
마침내 장장 네 시간에 달한 음악회는 끝이 났습니다.
소중한 영상 그리고 소중한 노래를 많이 듣고 보았지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준 것은 3부의 김의철님과 방의경님의 노래모임이었던 같습니다.
옆에 있는 아내도 여기에 동감한다고 하는군요.
가슴이 아파서 더 이상 견디기 힘들 정도의 찐한 감동을 받았다고 하네요.
아내도 이제는 바람새의 골수당원이 되어가나봅니다.
음악회가 끝난 뒤에 개화라는 중국집에서 맛있는 요리와 짜장면 짬뽕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코스모스 백화점 지하의 라이브 생맥주집에 가서 2차를 하였습니다.
정말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제 글이 너무 길어져서 뒷풀이 이야기는 생략하도록 하지요.
이상, 제1회 추억의 음악회 보고서를 마칩니다.
혹시라도 틀린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주시고 보완하고 싶으신 부분이 있으면 보완해주세요.
정말 보고서를 쓰는 심정으로 몇 시간에 걸쳐서 썼습니다.
이렇게 긴 글을 올리는 것은 훌륭한 음악회를 준비하신
절판소장님 이하 많은 분들의 수고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다음의 음악회를 학수고대합니다.
너른돌 박석
|
첫댓글 이 글은 2003년도 2월 초에 있었던 바람새음악회를 마친 뒤에 올린 후기입니다. 요즈음 바람새에 옛날 추억의 글들을 올리는 분들이 있어 저도 옛 파일을 뒤져서 찾아냈습니다. 그 당시 어떻게 그 많은 노래와 장면들을 아무런 필기도 없이 순수하게 기억력에 의지해서 후기를 썼는지... 지금의 제가 보아도 경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지금은 어림도 없습니다.
긍께로 석이행님 닉이 "너른 돌" 아니겄씀까? - ㅋㅋㅋㅋㅋ
전 또 저만 빼고 자기들끼리 음악회를 했나 싶어 삐지려고 했습니다^^
그때 나팔꽃님이 오셨던가요? 그때는 바람새 오프라인 모임에 처음 나갔기 때문에 뭐가 뭔지 누가 누군지 전혀 모르는 얼떨떨한 상태였죠.
아니요, 못갔습니다^^
반갑습니다. 오랫만입니다. 자주 나타나지 못해서 지송한 마음^^;;
이석환행님이 운영하시는 명동AV 에서의 음악회 건이군요 ㅋㅋ
맞습니다. 아직도 명동AV가 그 자리에 있는지 궁금하군요. 요즈음은 그쪽으로 가본 지가 하도 오래되어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