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귀로 배웠어요.

[이광희♡]

책으로만 배우던 경제를 요즘 20대들은 오디오클립으로 배운다고!? 팟캐스트가 도대체 무엇이고, 어떤 매력이 있길래 20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인지 지금부터 한번 알아보자!

밀레니얼s는 경제를 “팟캐스팅” 하겠습니다(feat.탈탈탈)
 20대 대학생 94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경제 팟캐스트를 이용하신 적 있으십니까?”의 질문에 과반수를 훌쩍 넘는 72%의 대학생이 “예”라고 답했다. 설문조사의 주관식 문항을 통해 살펴본 팟캐스트의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은 팟캐스트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밀레니얼 세대의 답변을 정리해 보았다.

1) 탈 시공간성
팟캐스트의 가장 큰 특징은 ‘트랙이 짧게 나뉘어져 있다’는 점! 실제로 팟캐스트의 한 회 분량은 평균적으로 10분 정도로, 아무리 길어도 15분을 잘 넘지 않는다. 또한 오디오 콘텐츠의 특성 상 다른 일을 하면서도 무리 없이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힘겨운 통학 길,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도, 과제를 하면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것. 실제로 설문조사에서도 1주일에 얼마나 자주 팟캐스트를 듣느냐? 는 질문에 ‘정기적으로는 아니지만 자투리 시간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1위를 기록했다.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 이용할 수도 있고, 오늘 보던 팟캐스트를 언제든 이어서 볼 수 있다는 점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꼭 필요한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2)탈 형식성
 팟캐스트는 기존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의 형식적 제약과 주제의 형식성을 탈피하여 진입장벽이 낮다. 다룰 수 있는 주제가 굉장히 다양하고, 주제를 다루는 방식에도 특별한 제약이 없는 것이 팟캐스트의 특징.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캐스트는 존재할 수 없다. 이처럼 자유로운 포맷은 기존의 ‘제한적’인 환경에 거부감을 느끼고 ‘자유’를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정서에 부합한다.

3)탈 경계성
 팟캐스트는 호스트와 시청/청취자 간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 사이트에 댓글을 남기면 호스트가 직접 답변을 달기도 하고, 실시간으로 시청자의 반응과 질문을 확인하며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앱도 흥행하고 있다. 또한 팟캐스트 분야에서는 누구나 호스트가 되어 자신의 캐스트를 시작할 수 있다. 콘텐츠의 양방향성, 그리고 누구나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다는 사실은 20대들에게 굉장한 매력 포인트로 다가온다.

수박보다 먼~ 논문보다는 가까운~ 

 “경제공부를 한다고 할 때 수박가격, 배추가격이 어떻게 변했는지 아는 수준에 만족하는 사람은 극히 적어요. 그렇다고 고급 경제 학술지를 보기에는 내용이 너무 어렵죠. 경제 콘텐츠들 사이의 갭이 너무 큽니다” ‘발칙한 경제’라는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권순우 기자는 아주 쉬운 경제기사와 전문적 경제이론 중간 수준의 경제 콘텐츠가 없음을 알고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앞서 언급했듯, 실제로 20대 대학생 9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팟캐스트의 장점을 묻는 문항의 답변에는 ‘평소 어렵다고 생각한 주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항목이 눈에 띄게 많았다. 이처럼 팟캐스트는 너무 쉽지도, 그렇다고 심각하게 어렵지도 않은 경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인식된다. 극과 극 수준의 경제 콘텐츠 사이에서, 중간 수준의 자리를 꿰차며 등장한 팟캐스트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1년이 가도~ 10년이 가도~ 
콘텐츠의 난이도도 중요하지만, 그 지속성 역시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오늘의 원/달러 환율이 얼마인지 등의 정보는 하루만 지나도 가치를 상실하는 것처럼 말이다. 정보화시대라고 불리는 오늘날에는 정보의 회전율 역시 엄청나게 빨라졌다. “환율이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은 어떤 영향을 받는지, 최저임금은 누가 어떤 근거로 정하는지.. 이렇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개념을 다루는 편입니다” ‘홍선표의 써먹는 경제, 경영’ 팟캐스트 호스트 홍선표 기자는 콘텐츠의 소재를 정할 때 몇 년 뒤에 들어도 가치 있는 내용을 고른다고 한다. 대중들에게는 고작 며칠만 지나도 그 가치가 급 하락하는 이슈 중심형 경제기사보다, 그 이슈들 기저에 근본적으로 작용하는 원리를 알려주는 유익한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것.

밀레니얼s는 생각보다 더 똑똑하다!
“이렇게 어려운 내용의 콘텐츠에 조회수가 높을 줄은 예상도 못했어요.” 권순우 기자는 팟캐스트 관련 인상 깊은 에피소드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관련 팟캐스트가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사건을 꼽았다. ‘융자 금리’ 혹은 ‘부동산 버블 현상’등을 다루는 어려운 내용에도 대중들이 높은 호응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밀레니얼 세대, 20대 대학생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평소 경제 팟캐스트를 애용한다는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이유나 학생은 “편성에 따라 방송되는 라디오나 뉴스를 수동적으로 듣는 행위는 단순한 시간 때우기에 불과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직접 찾아 지적 호기심을 해결하는 행위는 보람을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쉬운 내용보다는, 무언가를 배워갈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콘텐츠를 찾게 됩니다.” 라고 말하며 다소 난이도 있는 콘텐츠를 선호하는 이유를 말했다. 팟캐스트가 단순한 시간 때우기 용이 아닌, 배움을 얻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빅스비는 경제 팟캐스트를 좋아해~ 경제 팟캐스트의 미래는!?
그렇다면, 팟캐스트의 미래는 어떨까? 흥미롭게도 두 명의 팟캐스트 호스트 모두 “AI 스피커와의 결합”이라는 공통된 답을 내놓았다.
오늘날 기업들은 AI 스피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빅스비’가 그 대표적 예시다. AI스피커 시장 선점을 두고 기업들이 펼치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본 시장의 전망이 매우 밝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빅스비, 오늘의 경제 이슈 들려줘”라고 명령했을 때, 현재의 기계가 글을 읽는 듯한 말투와 느낌은 굉장히 어색하다. 그렇기 때문에 AI스피커가 활용할 수 있는 온전히 ‘들려주기 위한’ 콘텐츠가 필요하고, 그 부분에서 팟캐스트의 활약을 기대해볼 수 있다.

권순우 기자는 “경제 이슈 알려줘. 했는데 콘텐츠가 없으면 안되잖아요. 그런데 다른 콘텐츠에 비해 오디오 콘텐츠는 축적된 양이 현저히 적어요.”라고 말하며 경제 팟캐스트의 양적인 축적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또한 양적인 뒷받침만 있다면 그 미래가 밝다는 전망까지 덧붙였다. 홍선표 기자도 “경제 콘텐츠는 양적으로 축적되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AI스피커 기술과 결합 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인공지능을 통해 소비자의 취향과 선호를 반영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사용자의 경험을 직접 학습하고, 선호 주제나 핵심어들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기술(TA기술)을 팟캐스트 서비스에 적용한 것이다. 이처럼 팟캐스트 서비스와 인공지능, 혹은 AI스피커와의 결합은 기대할 만한 분야다.

팟캐스트는 경제적 파장의 아버지

1)스튜디오 열풍

 팟캐스트 녹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팟캐스트 스튜디오는 현재 서울특별시에만 15곳이 넘는다. 가격은 보통 마이크 4대가 있는 4인실 기준으로 한 시간에 1만~1만 5000원 가량의 이용료를 받고 있으며, 팟캐스트 열풍이 거세지는 만큼 스튜디오의 수도 급격하게 느는 추세다. 특히 강남과 사당, 홍대에 많은 스튜디오가 밀집해있다. 마이크, 편집 장비, 노트북, 멀티탭 등 팟캐스트 녹음을 위해 필요한 장비들이 모두 갖춰져 있어 호스트들이 애용하는 시설이다.

2)팟캐스트 앱 시장의 확장

20대 대상 설문에서 팟캐스트 이용 경로는 스마트폰 전용 앱 1위, 인터넷페이지가 2위, 유튜브채널 구독이 3위를 차지했다. 팟캐스트 전문 애플리케이션의 수도 급증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에서도 팟캐스트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답한 20대 중 56%가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다는 답변을 얻었다. 실제로 팟캐스트 전문 앱의 수는 20가지를 넘었으며, 게임 제작 기업인 N사나, G사를 비롯한 전세계의 포털 사이트들도 팟캐스트 서비스 플랫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한 가지 고려해봐야 할 점은, 신규 팟캐스트 채널의 노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팟캐스트의 수가 급격하게 확장되면서 새롭게 시장에 진출하는 팟캐스트 채널은 설 곳을 점점 잃고 있다.홍선표 기자는 “팟캐스트 플랫폼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이미 유명세를 얻은 팟캐스트 채널들을 홍보하느라 급급한 추세”라며 유명 팟캐스트 채널의 고착화를 우려했다.

3)서적
팟캐스트 관련 서적은 크게 두 부류로 구분된다. 하나는 팟캐스트 제작법, 혹은 마케팅 관련 서적이고, 나머지 하나는 기존 팟캐스트 채널의 콘텐츠를 모아 출판한 서적이다. 전자의 경우, 시중에 75종의 서적이 유통되고 있으며 e북으로도 판매되고 있다. 기존의 팟캐스트 녹음 대본을 모아 책으로 출판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권순우 기자의 ‘발칙한 경제’는 작년 서적으로 출판되었으며,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 경영’ 팟캐스트 역시 곧 책으로 출간된다고 한다. 팟캐스트라는 매체가 도서 매체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팟캐스트 시장은 출판 시장에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듣는’ 콘텐츠가 마주한 장벽

1) 언어의 장벽
번역 후 자막을 삽입하거나, 시각적 이미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국가간 언어장벽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영상 매체들과 달리, 오디오 팟캐스트에는 언어의 장벽이 심각한 문제로 작용한다.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팟캐스트를 즉시 타국의 언어로 번역해 송출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며, 팟캐스트 호스트의 말투나 억양, 반언어적 표현요소들이 크게 변형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2) 청각장애인 배제 문제
‘들어야 한다’는 팟캐스트의 특성 상, 청각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청각이 좋지 않은 사람들과, 청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팟캐스트는 그림의 떡이다.
이에 팟캐스트 서비스의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해 음성 텍스트 변환 기술(STT)이 적용되고 있다. 아직 매우 기초적인 단계지만 청각장애인을 위해, 혹은 소음이 매우 심한 장소에서도 서비스를 즐기기 위해 자동 자막 기능을 개발중인 것이다. (여기에는 자막 자동 번역 기술도 포함되어 있어 언어적 장벽도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는 전 세계 다양한 국가의 팟캐스트를 언어장벽 없이, 혹은 어떠한 접근성의 장벽도 없이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