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 재활 22-7, 침대 ② 아버지와 오래 통화

[정진호(직원)]

하은, 재활 22-7, 침대 ② 아버지와 오래 통화

“척추 측만이 있지만 다행히 척추 아래쪽에 비해 위쪽 측만이 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측만이 폐에 주는 악영향이 직접적이지는 않은 걸로 보입니다.”

성장기인 은이는 계속 자라고 있어 지금 시점에서 척추 수술은 권하지 않고, 고려할 만큼 폐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척추 위쪽 측만이 심한 것도 아니라고 한다. 평소에 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이너를 잘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몸을 지탱할 수 있는 각도 조절이 되는 침대를 사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덧붙인다.
2021년 8월 23일 월요일, 정진호 발췌

“선생님, 은이 침대는 어떤가요?”
 
통화 중에 은이 어머니가 침대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얼마 전, 재활의학과 진료에서 의사에게 은이가 침대를 사용하면 몸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다시 들었다. 진료를 마치고 돌아가서 아버지가 어머니와 의논한 모양이었다.
 
“아! 어머니. 은이 침대 있으면 좋죠. 예전부터 저희가 공부하면서 은이가 침대를 쓰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꼭 했었는데, 이번에 재활의학과에서 의사 선생님이 다시 말씀하시더라고요. 은이가 이사 올 때랑 가구 상황이 달라져서 지금은 충분히 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작년 11월, 은이가 이사 올 때는 한 집에 세 명이 살았지만 그 후로 강석재 어르신과 둘이 살게 됐고, 최근에 가구 정비를 하면서 옷장을 붙박이장으로 넣어 공간도 많이 넓어졌다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전한다. 어머니도 익히 알고 있어 낯설지 않은 내용이다.
 
“은이한테 필요하면 해야죠. 침대 쓰는 다른 분들도 있다고 하셨죠?”
“예전부터 침대 사용하는 분도 있고, 얼마 전에 새로 산 분도 있어요. 어디서 알아봤는지, 어떻게 샀는지 정도는 제가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은이 이웃에 침대 쓰는 분들에게 정보를 구하기로 한다. 어머니도 따로 알아보고 서로 아는 내용을 공유해 다시 의논하기로 약속한다. 다시 의논하기 전까지 재차 공부하며 은이에게 가장 적합한 선택을 하면 좋겠다.
2021년 9월 6일 월요일, 정진호 발췌

이제 막 출발하려던 차 안에서 은이 아버지 전화를 받는다.

먼저 학교 현장체험학습 계획 학부모 설문지 의견을 나누고,

이어서 아버지가 원래 전화 건 목적을 밝힌다.

은이 침대 이야기다.

은이가 침대를 사용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구입을 염두에 두고 생각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8월부터였다.

재활의학과 진료에서 평소 사용하는 이너 휠체어와 같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침대를 사용하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은이가 바르게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부모님이 침대 구입을 염두에 두었다.

그리고 지난해 연말이 되어서 은이가 겨울방학 후에 부모님 댁에 머물 때, 침대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더 이상 미루기보다 ‘말 나온 김에’ 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부모님께 제안했는데,

그동안 부모님도 여러 방편으로 알아보고 있었다고 했다.

그 뒤로도 몇 차례 더 이야기를 나누다 오늘 아버지가 전화를 걸었다.

“은이 침대 있지 않습니까? 제가 몇 군데에서 찾아봤는데 시간 있을 때, 살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은이 목적에 맞는 걸 찾으려니 아무래도 보조기기용으로 나온 침대가 아니면 아쉬운 점이 많네요.”

“그렇죠. 일반 침대에서도 각도 조절이 되는 게 있지만 아무래도 여러 가지 목적을 생각하고,

 앞으로 은이가 자라는 걸 생각하면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 모양은 아쉬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네, 맞습니다. 저희도 그런 걸 생각했는데, 그래서 고민이 많네요.

 이부자리 같은 침구를 좀 살펴서 잘 꾸미면 그나마 좀 낫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은이 몸에 맞는 걸 찾는 게 우선이니까요.”

“아버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은이 몸에 맞는 게 우선이네요.

 눈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 선택하는 데 분명한 이유가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네, 선생님. 제가 찾은 곳 몇 군데가 있는데 나중에 주소 보내드리겠습니다. 한 번 살펴봐 주십시오.

 아무래도 정 선생님이 더 잘 아는 게 또 있지 않겠습니까?”

“보내 주시면 저도 꼭 살펴보겠습니다. 좋은 것 잘 찾아서 얼른 사면 좋겠네요.

 사용하는 은이도, 은이를 돕는 사람도 생활하는 데 수월해지겠습니다.”

“아이고, 그렇죠. 고생이 많으시죠. 허리 숙이고 챙기려다 보면….”

아버지가 찾은 인터넷 주소 몇 군데를 공유하기로 약속하고 통화를 마친다.

이야기가 길었다고는 생각했는데 벌써 이십 분이 훌쩍 넘었다.

서둘러 원래 계획한 볼일을 보러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운전하는 내내 머릿속은 온통 은이 침대 생각뿐이다.

2022년 3월 23일 수요일, 정진호

이럴 때 마음을 뭐라 말해야 할지…. 부모님께서 직접 의논하고 그 일을 적극적으로 알아봐 주시면 전담 직원은 고맙고, 기쁘고, 설레더라고요. 부모님과 정보를 공유하고 의논하며 어떤 일을 도모한다는 것이 참…. 정진호 선생님께서 지금까지 한 일, 앞으로 할 일들이 오늘처럼 기쁘고, 설레길 바라요. 박현진

아들이 사용할 침대니 더 신경 쓰이겠죠. 아마 저희보다 더 자세히 알아왔을 겁니다. 침대 사용에 대해 먼저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신아름

“제가 몇 군데 찾아봤는데.”, 아버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감사합니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보셨거나, 아내와 의논하며 인터넷을 검색했거나, 그러면서 내내 아들을 생각하고 아들 이야기를 주고받았겠죠. 그 생각에 뭉클합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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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연(직원)]

며칠 전 하은 군 집에 침대를 들였다는 소식 듣고 기록을 찾았어요.
이렇게 촘촘히 묻고 의논하며 준비하셨군요.

자라나는 하은 군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부모님의 마음, 그리고 정진호 선생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따뜻하네요. 침대에 관한 다음 기록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