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웹진 고대문화, [다시 보는 서태지_와 신해철 _1]

[김수현]

 

[고대문화] 다시보는 서태지와 신해철  


******** 다시보는 서태지와 신해철 ***************


"1집이 나왔을 때는 새로운 장을 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중적인 인기를 한몸에 받는 아이들이 2집에 오더니 갑자기 '태평소'를 

쓰더군요. 성공했지만 1집만큼 안 팔리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3집에서는 

더 실험하더군요. 댄스 뮤직을 듣는 팬들에게 헤비 메탈을 들으라 한 셈

이죠. 결국 판을 파는 데는 실패했죠. 그래서 4집에서는 다시 대중 적인 

것으로 돌아오리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걔네들 참 쎄-더군요.

훨씬 더 실험적인 걸 들고 나온 겁니다."



한 가요평론가의 말이다. 


서태지가 '쎄-다!'. 사실 '머리를 쓴다'는 의미로 썼던 이 말이야말로 

그 가수를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 되어버렸다. 가장 인기 있는 가수, 

대중성을 누리는 이 젊은이에게 어울리는 말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실험성

인 것이다. 

남들과는 다르겠다는, 한발짝앞서 남들에게 제시하겠다는, 강단 있는 

오리지날리티 감각, 독창성이다.

<실험과 대중성, 모방과 독창성>


"독창적이요?" 한 음악 구성작가가 반문했다.

"많은 사람들이 싸이프러스 힐을 그대로 옮겨 왔다고 말해요. 서양애들

을 따라했다고 자존심 상한다는 식의 유치한 발상을 이야기하는 건 아닙

니다.그러나 서태지 자신이 '표절'이 아니라고 설명을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 겁니다. 어쨌든 대중들이 모방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면, 그게 

독창적인 건가요. 모방이라는 혐의를 갖게 된다면요."


한 순간 그 젊은이가 가진 독창성은 모방성으로 전락한다. 


남들을 의식하는 오리지날리티 근성은, 그 빠른 유행의 앞부터 내다보는 

감각,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빨아들이는 왕성한 흡수력, 그리고 발빠

른 응용능력으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남을 뛰어넘으려는 창작자는 아무 스스럼 없이 남을 받아

들이게 된다. 독창성은 무(無)로부터 나오지 않는 법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모방이 없는 창조가 있겠으며, 내 고유성의 근원도 따지

고 또 따지다 보면 외래적인 기원에 부딪혀 놀라곤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볼진데, 응용력이야말로 가장 창조적인 요소인지 모른다.


무엇보다도, 혼돈스러운 변화의 시기에는 항상 크로스 오버(cross-over)

가 일어나고 퓨전(fusion)이 시도된다는 점을 알자.


대중 음악도 예외는 아니다.

록 음악사의 변종으로 취급되기 쉬운 70년대 말의 뉴 웨이브나 80년대 

말의 얼터너티브야말로 위기에 나오는 창조적인 몸부림이다. 

이를 어찌 절충주의라며 비난하랴. 이들은 변화를 먼저 감지한 세력이다.



이렇게 볼 때 지치지 않고 '짬뽕'을 만들어내는 서태지의 실험은 오히려 

대중성이라는 떡을 철저히 염두에 두었기에 가능한 몸부림이다. 특히 

바다 건너를 '카피'한다는 혐의 때문에 서태지가 독창가가 아니라고만 

말할 수 없게 된다. 



아무리 '썩었다', '베꼈다'고 서태지를 비난하는 규범이 존재해도, 

대중들의 감각과 평가는 그런 방향으로 열려있는 것이다. 

그 인기가 입증하듯, 애초부터 대중들이 서태지에게 놀라고 그를 좋아한 

이유는 단순히 멜로디가 감미롭다거나 리듬감이 있다는 식이 아니었다. 

전달하는 가사 때문도 아니었다. 

그런 내용들보다는 형식 자체에 관해서였고, 확실히 '파격' 때문이었다.


혁명은 기존 형식의 파괴에 서 온다. 


그런데 사람들은 순수하게 형식미의 문제였던 파격으로부터 저항이라는 

의미를 끌어내기도 한다. 말하자면 뛰어난 창조력에 운동의 의미를 부여

하고 그럼으로써 '역사 전환'을 확인하고자 한는 것이다.




< 대중들이 서태지에게 기대했던 것 >


다시 말하거니와 사람들은 때때로 서태지와 같은 독창성을 '혁명'이라 

부른다. 그리고 신 형식에 대해 '저항'이 라는 토를 단다. 

그래서 예술적인 혁명아로 세례받은 아이들은 곧바로 정치적인 저항아로 

낙인 찍히기도 한다.

그 낙인은 입맛이 떱떠름한 기성 제도에 의해서 찍히기도 하고, 맹신자들

의 기대에 의해서 찍히기도 한다.

그리고 맹신적인 추종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음악적 저항'을 '저항적 

음악'으로 은근슬쩍 해석해버리는 일반 대중의 심리에 의해서 그 낙인은 

제자리를 잡는다. 마지막 것을 우리는 '신드룸'이라고 부르지 않던가. 


애정을 가지고 사물을 보자. 



이 시대에 가장 독창적인 가수라는 서태지와 신해철. 

둘은 어느 평론가로부터 공히 '록 정신을 가진'가수로 이야기 되었다. 

또 그 말을 씀으로써 '가장 저항적인'가수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둘 다 특히 대학생들에게 호감을 사는 가수라는 사실이다.

진지하면서도 비판적인 기질의 청중을 사로잡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선 '대중성에 영합하지 않아서' 맘에 든다든지 '상업성에 연연하지 

않고 시대를 앞서는 실험을 한다'는 말이 유난히도 많다.


다음으로 가사를 세세히 언급해가며 '메세지를 가진 가수'라거나 

'사회 문제를 건드리는 진지함이 있다'고 의미를 다는 사람들도 많다. 

무엇보다 '기존질서에 반기를 들었다'고, 그래서 어쨌든 '우리 신세대를 

대변했다'고 속시원해 하는 대리 만족자가 적지 않다. 

그러나 두 부류의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서태지가 저항적입니까 ? 저항이 뭔데요 ? " 

그리고,

"서태지가 상업성을 거부한 적이 있나요?"



'서태지와 아이들'이 최초로 랩 댄스 뮤직을 발표해 큰 요동을 불러왔을 

때, 신해철의 넥스트는 작은 동요를 불러오고 있었다. 

시퀀서 하우스 뮤직을 만드는 새로운 기술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의 독창성을 그러한 음악적 표현 형식보다는 의미심장한 가사

에 담겨 있는 메시지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곤 한다. 

그리고는 음악적 표현 형식에서 찬탄을 불러오는 서태지와 대비시키고, 

록 정신으로 회귀하면서 비로서 가사에 저항적인 메시지를 담았던 서태지

와 대비시킨다.


그들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무엇이 대학생들의 

구미를 자극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신해철은 '지성적'이라고 평가된다.

가사는 '진지하고', '저항적이고' 그래서 '사회 비판적'이라는 것이다. 


서태지와 신해철을 대비하는 한 대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서태지는 상업적인 의도가 너무 강합니다. 신해철이야말로 저항적인 

메시지를 가지고 있어요. 가사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걸 알 수 있지요. 

그리고 서태지와 달리 신해철은 록 음악에 큰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 록 음악의 정신은 저항입니다. 그래서 대학생들은 서태지보다는 

신해철을 좋아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둘 중에 누가 더 저항적이나가 아니다. 

누가 더 상업성을 잘 거부하고 있는지는 더더욱 아니다. 


사람들이 애초에 이들이게 기대했고 찬사를 보냈던 것이 

'실험성'과 '독창성'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덧 사람들은 이들이게 저항정신과 기성제도에 대한 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청중, 그들을 흠모하는 젊은 대중들의 

불만이 그들에게 투사된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논쟁은 얼추 이런 이분법으로만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 저항성이냐 상업성이냐.




< 신해철은 대중들에게 무얼 보여주려고 했는가 >


그러나 사실 그들 자신이 보여주고자 한 '저항'은 지성직인 그들 청중의 

기대 수준과 전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둘 사이에도 저항의 의미가 무척 다름이 분명하다. 


양식의 파격 - 실험적인 표현에 몰두한 점은 비슷할지 모른다.

자신의 음악에 이질성을 도입하려는 욕구와 모방 시비를 낳게 된 퓨전,

비대중성이라는 위험을 감수한 기술적인 실험들, 그리고 서구 음악의 

흐름을 민감하게 수용하는 경향과 유행을 앞서는 음악 해석이 그렇다. 

가사의 메시지 역시 공통점을 가진다. 사회 비판을 담아 폐부를 찌르면서

도 그것이 일상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것이어서 마치 내 이야기를 듣는 

듯 사람들 속을 섞어내는 방식.


그런데 둘의 메시지에서 뉘앙스의 미묘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서태지의 가사에는

일기를 쓰듯 덤덤하게. 혹은 어눌하게

자기 주변의 이야기를 끄느적거리는 느낌이 있다.

'환상 속에 그대가 있고',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다' 는 보통 아이들의 

느낌에서부터 시작해서 <교실 이데아> 처럼 구체적인 사회문제를 언급하

는 식으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전략적으로 사회 비판의 메시지를 보낸다

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것이 그 노래를 들으면서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자신의 문제처럼 

교육 문제를 받아들이는 이유이다. 


한편 신해철은 아무리 '도시의 일상성' 을 문제삼고 

'나의 아버지의 뒷모습' 이야기를 해도, 관찰자로서 사회 문제를 파악하

는 논리적인 눈을 가졌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서태지는 가사에 사회성이 가득한 4집 앨범을 만들면서,

사회과학 책은 단 한권도 읽은 경험이 없다고 밝혔다.

그래서 몇 년 전 마약으로 구속되었다 나올 당시 자성하면서 철학서

50권을 읽었노라고 말한 신해철의 사회 인식과, 

삼풍 백화점을 보면서 느낀 점을 그대로 <시대유감>가사에 옮겨 보았다

는 서태지 사이에는 저항의 의미가 전혀 다른 것이다. 



'당신은 신세대를 상징하는존재이다. 

그들을 대변해서 이 사회에 한마디 하라.' 

90년대 초반 서태지 신드롬을 보면서 누군가 그에게 이처럼 요구했다면 

그는 아마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전 그런 건 모릅니다'. 

대신 그는 당시 주간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또박또박 말했다. 


"저희는 음악 노동자입니다."


그는 단지 충실하게 음악을 만들었고, 진정 음악 전문가가 되겠다고 말하

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한 그에게 자연히 천편일률적인 당대의 가수들에 대한 혐오와 음악 

제작의 관행에 대한 불만이 솟고 있었을 게고, 그의 독창적인 행보는 

분명 기성의 가수, 기존 음악계에 대한 저항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질 좋은' 음악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노동자가 되겠다는 그 

기염은 결국 음악 내재적인 탐구에 빠질 우려를 안고 있다.


그러면 넥스트는 어떤가. 최근 주간지의 좌담에서 신해철은 느닷없이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방금 우리 노래 <머니>가 뉴스 시간에 흘러나왔다

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당시는 노태우 비자금 사건이 불거지던 때로 <머니>가 뉴스의 배경 음악

으로 등장한 것이다. 물론 이는 가사가 담고 있는 메시지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해철은 과연 무엇을 위해 음악을 만들고 있을까. 

순수하고 진정한 록을 하겠다는 혈통주의가 다양한 음악을 접종하는 실험

성 사이로 엿보이는 젊은이.

록을 복원한다는 명패를 절대 떼지 않는 그 록의 저항성에 커다란 의미

를 부여하면서 눈에 띄도록 노래의 메시지에 집착하는 이 젊고 활기찬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어떤 저항을 말하려는 욕구가 강렬하지만, 그것이 확연한 사회적 실천

으로뛰어오를 수 없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의 저항이 흔히 말하는 

록 스피리트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연 둘이 대중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예술? 정치?





< 즐거움과 저항 사이에서 줄 타며 >


예술 ? 정치 ? 

아니다.

내 음악을 사람들이 좋아해야 한다. 이번 음반이 잘 팔려야한다. 

난 '스타'가 되어야 한다. 아주 분명한 목적이, 비난할 수 없는 시장 

생존이라는 목적이 그들에게는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기꺼이 장사에 목숨을 거는 이들 대중 가수들이 자신들

의 정체성에 있어서는 장사꾼이 아니라 예술을 주장 한다는 것이다. 

'난 예술가이다' 하는 자부심만은 - 혹은 환상만은 - 끝까지 버릴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이 자신의 활동을 절대 '정치'나 '운동'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어느 차원에서 이들은 저항을 꿈꾸고 있다. 

아니, 대중을 상대로 이야기를 걸고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어야 하는 이들

이야말로 저항을 꿈꾸고 있다.

이들의 노래는 대중의 불만을 해소해 주고, 대중은 이들에게 자신의 불만

에 대변자가 되어 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 원리를 아는 영리한 가수들은 일단 스타의 자리에 오르면, 명예를 

보장받는 다른 방식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바로 스타인 동시에 '문화적 상징'으로, '사회적 인물'로 자리잡는것. 

그리하여 그들 스스로 대중들이 그토록 기대하던 혁명아로 알려지고자 

바라게 된다.

물론 이런 저항아로 거듭나려면 메시지는 현실에 맞추어야 한다. 특히 

자기 몸에 와닿는, 혹은 보통 사람들의 몸에 와 닿는 기성 제도에 대한 

불만에 맞추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젊고 영리한 가수들은 이것을 스스로 즐거운 음악을 통해서, 그리고 대중

에게 선사할 음악적 즐거움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그리하여 즐거움

과 저항 사이에서 이들은 미묘한 줄타기를 벌이지 않을 수 없다.


인식론적인 줄타기에 있어 서태지와 신해철은 태도가 다른 듯하다. 



서태지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저항이다! 

그는 오직 음악속에서 저항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하지만 신해철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동시에 저항도 하자! 

그에게는 음악에 저항성이 부과될 수 있는 것이다. 저항성이 덧붙여진 

음악이야말로 좋은 음악이다. 

대중 예술이란 그 태생부터 즐거움과 저항이라는 두 잠재력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할 수밖에 없는 운명 아닌가. 


즐거움과 저항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이들 대중 음악 작가들에게 

저항이란 과연 어느 수준에서 이루어지는가.

그 작가의 삶 자체가 운동이 되는, 그럼으로써 모든 표현이 저항에 이르

는 것인가. 분명한 점은 그렇지 않은 경우 저항이 한계를 갖는다는 것이

다.

한편으로, 작가가 삶의 치열함과 전일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만 저항이 

한계를 갖는 것은 아니다. 

저항이 소외되는 것은 대중 매체의 속성 때문이기도 하다. 대중 문화가 

메시지를 통해 저항하고자 할 때, 대중 미디어의 강력한 확산력을 믿는 

것과 직접 대중 속으로 들어가 미디엄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

다. 

방송과 음반으로만 대중들에게 향수되는 포크송과 민중들이 직접 열창하

는 포크송의 차이가 그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