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가 떠들썩거린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영등축제가 오는 5월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열리기 때문이다. 조수간만의 차이로 평소에도 하루 두 차례씩 바닷물이 들고 나지만 바닷길이 완전히 드러나는 이 때를 기해 많은 관광객이 진도로 몰려 간다.
하지만 그런 떠들썩함에 가려 자칫 진도의 참모습을 놓치기 쉽다. 한과 신명의 땅 진도의 모습을 제대로 만나려면 늦은 봄날 서정과 시름이 뚝뚝 느껴지는, 호젓한 그 어느 날을 선택하는 게 제격이다.
진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거제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85년에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와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 사이를 잇는 길이 484m, 너비 11.7m의 진도대교가 놓이면서 육지와 연결된 섬 아닌 섬이 됐다.
흔히 진도라고 하면 진도아리랑과 진돗개, 신비의 바닷길 등을 손꼽지만 그 곳에는 알려지지 않은 숨은 유적지와 비경이 곳곳에 펼쳐진다. 진도 8경으로 손꼽는 명량대첩지인 울돌목해안, 신비의 바닷길, 관매도의 관매 8경, 남도석성, 운림산방, 용장산성 등이 있고, 진돗개·구기자·자연산 돌미역 등은 진도 3보(寶)로 꼽힌다.
먼저 용장산성과 벽파진으로 가보자. 진도대교를 건너 읍으로 들어가기 전, 군대면 세등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용장산성 벽파진으로 이어진다. 벽파진은 옛날부터 진도의 관문 구실을 했던 나루터로 명량해협의 길목을 지키고 있다. 포구 뒤편 바위산에 오르면 이충무공전첩비가 우뚝 서 있다.
진도와 해남을 잇는 진도대교.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은 12척의 함선으로 명량해협(울돌목)에서 300여척의 왜선을 섬멸, 유명한 명량대첩(1597)을 거둔다. 벽파진은 바로 그 명량대첩을 거두기 직전 16일동안 이순신 장군이 머물며 작전을 숙고했던 역사의 현장이다.
이 곳에서 산등성이를 하나 넘으면 고려 삼별초의 근거지였던 용장산성 행궁터가 나온다. 고려 때 배중손이 이끈 삼별초군이 몽고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용장산성은 산의 기울기에 따라 돌담을 쌓고 땅을 고른 뒤 대궐과 절 등을 앉히고 둘레에 성을 쌓았다. 계단식의 특이한 대궐터와 산기슭 깊숙히 들어앉은 지형을 보면 몽고군에 맞서 싸우다 남도석성으로 밀려가고 끝내 제주도로 건너가며 분루를 삼켰을 삼별초군의 그 애타던 심정이 절로 느껴진다.
벽파진은 지금도 항구로서의 기능을 발휘, 목포와 제주를 오가는 배가 하루에 한 번씩 기항한다. 벽파여객선터미널(061-542-4500)에서 승선권을 판매한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신비의 바닷길은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리 사이 약 2.8km가 조수간만의 차이로 수심이 낮아질 때 바닷같이 드러나는 현상이지만 40여m의 폭으로 똑같은 너비의 길이 바닷속에 만들어진다는 데 신비로움이 있다. 이 때를 맞춰 각종 축제가 열리며 전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관광객이 몰려든다.(물길시간 문의-진도군청 : 061-540-3136)
진도읍에서 7km 떨어진 곳에는 쌍계사라는 절이 있다. 이 절보다 그 부근에 있는 상록수림(천연기념물 107호)과 운림산방이 더욱 볼 만한 명소다. 운림산방은 시서화(詩書畵)의 삼절(三絶)이라 불리던 조선조 말의 남종화가 소치 허 유의 화실 겸 거처다. 소치의 아들 미산 허 형과 손자 남농 허 건이 태어나 남종화의 대를 이었고 고손자뻘 되는 의재 허백련이 화필을 익힌 곳으로 남종화의 성지로 일컬어진다.
진도8경 중의 하나인 남도석성.
한때 화실이 뜯기고 지붕도 슬레이트로 바뀌는 등 수난을 겪었으나 82년 운림산방 복원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연못 등 옛모습을 복원했다. 집 뒤에는 대나무와 동백나무에 둘러싸인 사당 운림사가 있고 기념관에는 세 사람이 그린 산수화와 글씨, 화구, 도자기 등 유물이 전시돼 있다. 연꽃이 피는 둥근 연못이 운치를 돋운다.
*가는 요령
서해안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진도 가는 길이 가까워졌다. 서해안고속도로 종점인 목포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2번 국도를 따라 영산호 하구둑-대불 방조제-영암 방조제-금호방조제를 달리면 해남군 화원면 금평리에 이른다. 이 곳에서 77번 국도를 타고 문내면 학동리-진도대교를 건너 진도읍에 이른다.
*맛집
대복식당, 재진관횟집, 옥천횟집 등이 진도읍 내에서 모범음식점으로 손꼽히는 맛집들이다. 어느 식당을 찾아도 전라도 지방 특유의 반찬가짓 수 많은 한정식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옥천횟집(061-543-5664)은 진도에서 나는 자연산 전복을 주 재료로 한정식을 차려내는데 마치 잔칫상처럼 푸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