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사례-통영 욕지공소 바다의 별․하늘의 문Pr.
김영수 그레고리오 마산 Re. 명예기자
마산교구 통영 태평동성당(주임신부 전병이 요아킴) 관할 욕지공소에는 로사리오의 모후 Co.(단장 최병돈 라파엘) 소속 바다의 별 Pr.(단장 신덕재 베드로)과 하늘의 문 Pr.(단장 안윤석 데레사)이 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회칙 ‘찬미 받으소서’를 직접 실천한다는 활동소식을 접하고 취재에 나섰다.
부부인 신 베드로와 안 데레사 단장은 청주 사창동성당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교직에 있던 베드로 단장의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2015년, 레지오 주회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후배 단원이 욕지도에서 영어 방과 후 교사를 찾는데 가보겠느냐는 한마디에 퇴직 후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살아보려는 노후의 삶을 욕지도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욕지도에서 생활하던 어느 날, 욕지공소에 레지오를 시작하겠다는 신부님의 말씀에 따라 창단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남성 팀인 바다의 별 Pr. 여성 팀인 하늘의 문 Pr.이 창단되어 2018년 1월 첫 주 목요일에 마산 레지아, 꼬미씨움, 꾸리아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욕지공소 레지오 첫 주회합을 가졌다.
베드로 단장이 욕지도에 온 지 채 한 달 안 된 4월 어느 날, 바닷가를 산책하던 중 교우인 베네딕도 형제가 아내와 함께 바닷가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깨진 유리조각과 스티로폼 조각들이었다. 베네딕도 형제는 그것으로 비치코밍을 하는 중인데 전시회를 하려고 한다고 했다.
‘비치코밍(beach-combing)’은 ‘바닷가를 빗질한다’는 뜻으로 처음엔 바닷가 쓰레기 중에서 예쁜 것들을 찾아 보석으로 가공하는 취미생활이었으나, 지금은 해양 오염방지를 위한 환경운동이 되었다고 한다. 얼핏 듣기에도 해양 환경운동으로는 무척이나 효율적이고, 널리 확산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는 집에 돌아와 책장을 정리하던 중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 받으소서’를 발견하고 읽다 보니 점점 교황님 말씀에 빠져들게 되었다. 청주교구에서 생명 학교를 졸업하고 나름대로 생명 운동에 참여하던 베드로 단장에게 교황님의 회칙은 새로운 문제의식을 일깨워준 실로 충격적인 가르침이었다. 그동안 인간중심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 생산과 소비양식, 이미 확립된 사회적 권력 구조 등 모든 면에서 시급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었다.
해양오염 실태를 고발하는 욕지도 비치코밍 전시회 개최
이런 가르침에 따라 욕지공소 전 신자들과 단원들을 중심으로 욕지도를 찾는 관광객들과 신자들에게 지구 환경과 바다 살리기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구상하게 되었다.
전시작품 제작은 힘든 과정이었다. 회칙 ‘찬미 받으소서’를 토대로 이론적 배경을 설정하였으나 이것만으로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한 홍보자료를 만들기에는 막연하고 뭔가 부족하였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던 중 가톨릭대학교 오형훈 님의 “기후변화 극복을 위한 ‘파리협정’과 ‘회칙 찬미 받으소서’의 비교와 통합적 제안”이라는 석사학위 논문을 찾아냈는데, 비치코밍 전시회의 목적과 방향 설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또 한편으로 욕지도와 관내 8개 유인도에서 그동안 찍은 풍경 사진과 쓰레기가 쌓인 해안가 사진들을 선별하여 욕지면 해양쓰레기 오염 현실을 고발하는 전시자료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해양동물 사체 사진과 폐어구, 플라스틱 쓰레기 뭉치 등을 정리해서 실물 전시자료를 만들기 위하여 분주하게 움직였다. 월요일마다 두 개 쁘레시디움 단원들이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줍고, 전시할 만한 유리 조각들과 어구들을 찾아내어 씻고 다듬고 예쁘게 포장해서 전시회 재료를 만들었다.
전시 준비를 마쳤는데 전시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레지오 창단 주회합에 참석했던 욕지도 출신 레지아 단원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마산 레지아에서 연락이 왔다. 마산 레지아 사업계획 발표회 날 전시회를 하는 게 어떠냐는 말씀이었다. 반가운 소식에 자료들을 골라 차에 싣고 하늘의 문 Pr. 단장과 함께 마산 가톨릭 교육관으로 가서 교육관 복도에 이젤을 세우고 전시했다.
레지아 행사는 뜻밖에 대규모로 참석인원이 300명이 넘었다. 회의를 전후해서 전시물을 관람했는데 같은 레지오 단원들이라 긴 설명이 필요 없이 자료 전시만으로도 충분했다. 레지아 단장님의 배려로 회의 중에 시간을 얻어 맘껏 자랑하고 덤으로 박수도 받았다.
전시회를 마친 후 그동안 함께 애썼던 레지오 단원들과 ‘욕지공소 레지오 비치코밍’ 클럽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운동을 제대로 하려면 사전에 계획된 조직과 연간계획에 따른 정기적인 모임과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천천히 여유를 두고 ‘실제로 활동할 수 있는 단원’을 찾아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공소 레지오 비치코밍 클럽을 만들고자 한다. 욕지공소는 비록 먼 바다 외딴섬에 자리한 작은 공소이지만 환경운동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에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베드로 단장은 “공소에는 영상자료를 제작하고 상영할 수 있는 장비와 공간이 있고, 바닷가에는 해양쓰레기가 넘치고, 수중 쓰레기를 수거하고 촬영할 수 있는 해녀와 잠수부들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분들은 해양오염 실태에 대하여 우리보다 더 많은 정보를 생생한 경험으로 접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이를 도우려는 사람들입니다.”라고 말하며 “앞으로 더 많은 기도와 레지오 본래의 열성적이면서도 겸손한 활동으로 욕지도 해양환경 개선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