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유럽, 통합된 유럽으로 나아가고 있는 구대륙은 유로화의 도입으로 여행객들에게는 환전의 번거로움마저 덜어주며 더욱 매력있는 여행지로 다가서고 있다. 이렇듯 유럽이 관광객들을 유인하는 이유는 현대적인 도시문명과 유럽의 중세문명이 적절히 조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국경선을 넘을 때마다 경험할 수 있는 각국 고유의 문화적 특성 때문일 것이다.
대학생들의 배낭여행을 비롯, 해마다 유럽을 여행하고 오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 주마간산식의 형식적 여행이 대다수를 차지할 뿐, 유럽문화, 특히 일반 서민의 문화를 체험하고 오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여행지의 문화를 체험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흡사 우리의 24절기마냥 1년 내내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유럽의 축제를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유럽의 축제가 지니는 의의와 그 정의는 무엇인가?
본래 축제는 일상의 근심을 잠시나마 망각하고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활을 접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축제가 일반 여가와 다른 점은 지역공동체가 집단으로 참여하여 공동체 공동의 걱정, 혹은 속박에 대한 저항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혹독한 날씨, 흑사병과 같은 질병, 기존세대에 대한 젊은 세대의 저항 등 다양한 공동체의 근심사가 축제의 기원이 될 수 있다. 축제의 표현방식으로는 꼭두각시를 화형에 처하는 것처럼 불안요소를 상징물로 가장하여 없애거나 여자는 남자로, 아이는 어른으로 일상생활과는 다른 모습으로 가장하는 것 등이 있다.
유럽의 축제 중 우리나라에서 사육제라 불리우는 카니발은 많은 로마 카톨릭 국가에서 사순절 직전 수일에 걸쳐 펼쳐진다. 이 단어의 유래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지만 고기를 치우거나 없앤다는 의미의 라틴어 카르넴 레바레(carnem levare)에서 유래되었다. 카니발이 시작되는 날은 국가나 지역의 풍습에 따라 다르다. 프랑스에서는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 바로 전날인 화요일에 시작되며 이 화요일을 마르디 그라(Mardi gras : Mardi는 화요일, gras는 ‘기름진’ 혹은 ‘고기가 허용된’이란 뜻의 형용사)라고 부른다. 참회의 화요일을 뜻하는 마르디 그라는 고기를 먹는 화요일이라는 뜻으로 사순절 전에 집안에 있는 고기를 모두 먹어 치워버리는 풍습에서 유래되었다.
한편 뮌헨과 바이에른에서는 공현축일인 1월6일에 사육제가 시작되며 라인지방에서는 11월11일 11시11분에 시작된다. 카니발 기간 중에는 요란한 가장 행렬과 대규모 가면무도회, 풍자적인 연설, 연극 등이 열린다. 종교개혁 이후 유럽의 프로테스탄트 지역에서는 사육제의 무절제한 축제를 금지함으로써 축제의식이 사라지기도 했었다. 카니발은 흔히 저항의 축제로 불린다. 권력집단에 눌려온 대중의 저항, 기존세력에 대한 신 세대의 저항 등 저항문화를 표현한 것이 카니발이다. 더불어 봄이 시작되는 시점에 겨울이 라는 ‘악’을 물리치고 새봄을 맞이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축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이태리
시에나의 팔리오 축제 피렌체에서 버스로 약 1시간 소요되는 거리에 위치한 토스카나 지방의 고도 시에나는 중세의 좁은 골목길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고풍스런 마을이다. 이 마을의 중심지인 캄포광장에서 7월2일과 8월16일 두차례 열리는 팔리오 축제는 이태리를 여행하는 관광객이라면 꼭 한번 참여해야 할 축제이다. 팔리오 축제란 캄포광장을 도는 말 경주로서 어원은 라틴어의 Pallium(직사각형 모양의 천)에서 나왔고 경주 우승자에게는 팔리오가 수여된다. 채 1분도 안되는 말 경주가 유명해진 것은 경주 전에 화려한 중세복장의 행렬이 이어지고 좁은 캄포광장이 이태리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열광의 도가니로 변하기 때문이다.
베니스의 카니발
산 마르코 광장에는 기괴한 복장과 가면을 쓴 사람들로 넘치며 2월 중순에서 3월초에 시작되어 약 3주간 지속된다. 그러나 지역주민의 참여는 떨어지고 오히려 관광객에게 더 유명한 축제이다. 르네상스 시대에 베니스 시는 카니발의 주역인 민중의 참여를 금지시키고 귀족만의 축제로 지정하였기에 ‘영혼을 판 카니발’이라고도 불리운다.
벨기에
벵슈 카니발
2월에 열리는 뱅슈 카니발은 벨기에의 대표적인 축제일 뿐 아니라 유럽내에서도 그 아름다움과 화려함으로 명성이 높다. 인구 3만명의 작은 도시 뱅슈는 카니발이 열릴 즈음이면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축제 기간 중에는 질(Gille)이라고 불리는 주연배우가 타조털이 달린 엄청나게 큰 모자를 쓰고 춤을 추며 마지막에는 오렌지를 사방으로 던진다. 오렌지에 맞아 깨지는 창문이 많기에 도심에 있는 주택들은 1층 창문에 철망을 설치한 집이 많다. 질이 되기 위한 조건은 꽤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벨기에 국적의 남자여야 하며 뱅슈 태생이며 어릴 때부터 이 축제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독일
뮌헨의 맥주축제
October festival이라고 불리지만 실제는 9월 중순에서 10월 초에 열리기 때문에 10월 중순에 가면 낭패를 보게 된다. 이 축제의 유래는 1810년 테레즈 공주와 후에 루드빅 1세가 왕자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근방에 있는 사람들을 초청하여 맥주를 대접한 데에서 유래했다. 도시 중앙의 궁정 뜰에는 큰 텐트가 놓여지고 그 내부에는 음주가들의 천국인 맥주홀이 있다. 축제기간 중 소비되는 맥주의 양은 약 5백만리터 정도된다.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축제
8월중 열리는 에딘버러 국제 페스티벌은 영국에서 가장 볼 만한 축제이다. 각종 영화, 연극, 음악회 등이 개최되며 도심 언덕에 있는 에딘버러 성 앞 광장에서는 스코틀랜드 전통의상을 입은 군악대의 밀리터리 타투(military tatoo)가 열린다.
프랑스
덩케르크 카니발
프랑스 북부에 위치한 덩케르크는 지리적 요충지로 주인이 수없이 바뀐 역사적 도시이다. 1662년 루이 14세 시대에 프랑스령으로 귀속된 덩케르크는 그후 군사도시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덩케르크 카니발의 기원은 타 지역의 카니발과 약간 다르다. 일반 카니발이 종교적, 혹은 민속적 의미를 담고 있는데 비해 덩케르크 카니발은 도시의 특수산업의 영향을 받았다. 이 도시는 19세기 후반까지 아이슬란드로 원양어선이 떠나는 주요항구였는데 여러달 동안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므로 뱃사람들의 안녕과 무사를 기원하기 위해 출항전 마을 사람들이 커다란 축제를 베풀었으며 여기서 기원이 된 축제가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첫댓글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