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한규빛 기자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상대로 수년간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50대 사회복지사가 항소심에서 감형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일체를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죄하는 점과 가족·지인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김형진 부장판사)는 29일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장애인 피보호자 간음) 등의 혐의를 받는 사회복지사 A(54)씨에게 징역 7년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기관 취업제한, 5년간 정보공개 고지를 명령했다.
강원도내 모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한 A씨는 지난 2016년 10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4년간 해당 시설에 머물던 20대 지적장애 여성 B씨를 상대로 11차례에 걸쳐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의 판단능력이 미숙하고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정도의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 법원이 B씨를 상대로 실시한 심리평가에 따르면, B씨의 사회적 연령은 '7세 8개월' 수준이었다.
검찰 수사결과, A씨는 늦은 오후 자신이 근무하는 사무실과 생활관 등으로 B씨를 불러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행각은 점차 대담해져 2020년 9월쯤에는 개방된 공간에서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이 같은 A씨의 범행은 2020년 11월 30일 같은 시설에 근무하는 다른 사회복지사 C씨가 B씨를 면담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C씨는 즉각 시설 원장에게 범행사실을 알렸으나, 원장은 A씨를 권고사직하고 별다른 형사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은폐되는 듯 했던 A씨의 범행은 2021년 5월 14일 관계기관에 익명의 제보가 접수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은 피해자 조사 등을 토대로 2021년 12월 장애인 준유사성행위 등의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공소사실은 인정하지만, 합의 하에 이뤄진 행위"이라며 "사건 당시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신적 장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제2형사부(이영진 부장판사)는 "피해자는 성적 가치관과 판단 능력이 완전히 형성되어 있지 않았으며, 거절하는 의사 능력이 미약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복지사인 피고인은 피해자의 이런 상태를 알았고, 좋아하는 감정보다는 성적 욕구를 충족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범행의 정도가 상당히 무거운 점,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점,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연락해 결혼할 것처럼 행세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7년을 선고하고,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10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시설 취업제한, 5년간 정보공개를 각 명령했다.
A씨는 항소했다. 이날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A씨는 항소심 내내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 회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이 법정에서 범행 일체를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깊은 사죄 의사를 밝히는 점, 가족과 지인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의 다소 무거워 부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배상철 기자 bsc@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