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우주'의 신비
어떤 모임에서 영천 한의 마을에 갔다. 넓은 자연의 공간에 인간의 오장육부를 형상화한 아름다운 전통 한옥 단지로 꾸며져 있었다. 단지 내 여러 체험관을 둘러보면서 하늘의 우주 질서처럼 내 몸의 소중함과 각 기관이 서로 유기체를 이루면서 질서를 유지하며 활동하는 소우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의 기념관에 들렀다. 거기에는 허준, 이제마 등 유의들의 삶과 지혜, 그리고 본초의 역사를 통하여 우리나라 한의학의 발전과정을 도식화하여 표현하였다. 또한 다양한 한약재를 소개하며 일상생활 속 ‘한방건강 상식’을 알게 해 주었다. 일상에서 접하는 산야의 식물이 약재가 되어 소우주인 우리 몸을 보호하고 있음을 깨우쳐 주었다.
한방 족욕 체험관에서 족욕을 했다. 탕의 뜨거운 물에 한약재를 넣고 20분간 발을 담갔다. 한결 몸이 가벼워지고 따뜻한 촉감이 아래에서 위로 스며들었다. 거기서 나와 사상체질을 알아보러 갔다. 대형 전자 시스템으로 체질을 알아보는 형태이다. 자기 신원을 밝히고 묻고 답하기를 통해 체질을 판단해 주었다.
거기에는 아담한 뒷산에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었다. 일행과 함께 전망대에 오르니 자연경관이 아름답게 펼쳐져 마음을 녹록히 했다. 높이 솟은 소나무가 꼬부랑길을 따라 도열하여 우리를 맞이하는 듯했다. 능선길을 따라 쉬엄쉬엄 걸으며 한 바퀴를 돌아서 처음의 자리로 왔다.
거기에는 ‘나의 소우주’라는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신비스러운 인체를 동의보감의 단어와 한방의 약초로 표현했다. “몸에 자리한 길(계단)은 머리와 이어져 있다. 내 머릿속으로 한발 한발 걸어 올라간다. 그곳에서 만나는 풍경이 나의 소우주를 맑게 해 준다.”를 생각하며 머리의 망루에 올라 주변 경관을 감상했다.
신이 내린 인간은 각자가 소우주이다. 그 속에는 온갖 원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오장육부로 되어 있으며 유전자 DNA가 30억 개의 염기로 배열되어 있으니 하늘의 대우주에 비해 소우주라 할 수 있다. 대우주가 어떻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돌아갈까? 조선 말기의 정약종은 그의 저서 <주교 요지>에서 그 주체가 천주라고 했다. 그러면 우리 소우주의 주체는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