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향한 냉소적인 시선이 돋보이는 곡 <Royals>를 필두로 한 앨범 <Pure Heroine>으로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강타하며 최연소 그래미 상을 거머쥔 팝스타 로드. 그녀의 나이는 불과 16살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4년 후, 사랑 노래 따윈 부르지 않을 것 같던 그녀는, 4년 동안 그녀를 기쁘고 눈물짓게 만들었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앨범 커버에서 느낄 수 있듯 그녀의 지난 사랑 이야기는 가볍고 산뜻한 수채화보다는 진득하고 격정적인 유화의 느낌이 묻어납니다. 팝스타와 일반인의 사랑. 그들을 지독히 따라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파파라치. 떠들썩한 세상의 이목 속 마주한 허무했던 이별.
로드가 느낀 사랑과 이별은 무엇이었을지, 앨범 Melodrama를 듣고 있으면 저절로 한 폭의 그림이 그려지는 느낌입니다. 저는 이 앨범을 한창 너무 힘들었던 군대 안에서 들었는데요. 힘든 와중에 들어서 그런지 더욱 몰입된 앨범이었습니다. 저의 감정 해우소?가 된 앨범이라 정말 고마운 앨범이고요. 포스팅은 멜로드라마 앨범에서 특히 돋보였던 가사를 중심으로 그 의미와 감상에 대해 적어보려고 합니다.
리뷰를 보실 분들은 노래를 들으시면서 리뷰를 따라 가시면 좀 더 재미있지 않을까..하는 작은 바람..
Green Light
"All those rumors, they have big teeth Hope they bite you Thought you said that you would always be in love But you're not in love no more."
"그 모든 루머들, 그것들에겐 큰 이빨이 있지.그게 널 물어버리길 바라. 넌 항상 사랑할 거라고 말할 것만 같았는데, 이젠 더 이상 그렇지 않네"
앨범을 리드하는 싱글 Green Light는 이별과 지나간 연인을 기억하지만 내 삶엔 '초록불'이 켜 지길 기다리고 있다는 노래입니다. 중간부터 흘러나오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피아노 선율이 곡의 바이브와 텐션을 이끌어갑니다.
'but i hear the sounds in my mind, brand new sounds in my mind' '내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새로운 소리들'은 앞으로 나올 트랙들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인트로곡으로 손색 없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Sober
"When you get to my high, limeght lose my mind."
"네가 내 황홀에 닿는 순간 모든 이목은 집중되고,난 정신을 잃어버리지.
Sober는 로드가 '자식 같은 곡'이라며 앨범에서 가장 아끼는 곡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랙에서 계속 등장하는 Limelight 라는 단어는 원래 연극에서 사용하는 강한 백색광의 스포트라이트 무대조명인데요. 팝스타가 된 후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며 세상의 이목과 동시에 부담을 떠안게 된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이목이 집중될수록, 연인과의 관계는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되어 버렸죠. 술에 취해 있을 때 우린 질주했지만, 그 모든 게 깨고 나면 우리의 관계는 도대체 뭐지? 라고 묻는 트랙이에요.
"모든 이목들에 난 정신을 잃을 것 같아. 너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아.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Homemade Dynamite
"Don't know you super well, but i think that you might be the same as me."
"널 잘 모르지만, 네가 나와 같은 부류일 거라고 생각하거든."
연인과의 설렜던 만남을 시사하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친구들과 함께 파티에서 진탕 술을 마시며 금방이라도 다이너마이트를 폭파시켜버릴 것만 같은 격정적인 시간을 보냈던 때이겠죠.
"일어날 일이 있다면 그냥 내버려두라고. 널 위해 최고의 거짓말을 해 줄 테니까."
The Louvre
"Drink up your movements, still i can't get enough. I overthink your punctuation use.
Not my fault, just a thing that my mind do."
"네 움직임을 들이켜봐도 난 아직 목말라. 난 네가 사용하는 구두점에조차 집착하지. 내 잘못 아니야. 그냥 내 마음이 그런 걸."
집착까지 생길 정도로 사랑에 짙게 물들었던 시절을 노래한 곡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서 가사가 가장 돋보였던 곡을 뽑자면 전 루브르를 뽑습니다.
'They'll hang us in the louvre, down the back but who cares-still the louvre'
이 구절에는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은 12세기 사형 집행장소로 쓰였다고 해요. 따라서 이 가사를 '그들이 우릴 루브르에 전시해놓는다고 해도~'
말고도 '그들이 우릴 루브르에 목매달아 놓는다 해도~' 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그들'은 로드와 연인과의 관계를 방해하는 많은 것들, 언론 및 파파라치, 세상의 이목 등이 있겠죠.
그리고 'but who cares,still the louvre-'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루브르는 그 자체로 루브르인걸.
결국 이 한 단어가 곡의 제목이 된 이유는 루브르가 바로 로드와 그의 연인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로드와 연인은 세상 앞에 낱낱이 매달리고 전시되었지만, 우린 그 자체로 우리였었다는 뜻을 의미합니다.
Liability
"So i guess i'll go home into the arms of the girl that i love, the only love i haven't screwed up."
"그러니 난 이제 내가 사랑했던 그녀의 품으로 가야할 것 같아. 내가 망치지 않았던 유일한 사람한테."
이별 후의 상황을 노래한 곡입니다. 여기서 '내가 망치지 않았던 유일한 사람'은 과거의 자신을 뜻합니다.
바로 뒤에 나오는 가사 '사람들에게 보이는 건 오로지 혼자 춤 속에서 흔들리는 한 소녀 뿐이겠지. 스스로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야.'
라는 가사를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결국 이별의 상실과 liability, 짐짝이 되어버린 로드가 그 아픔을 치유할 곳은 온전히 자기 자신이라는 거죠.
그리고 'they're(you) gonna watch me disapear into the sun..' 으로 끝맺음하는 부분에서 뜬금없이 나오는 태양의 의미는, 아마 limelight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들' 과 '헤어졌던 너'는 나를 쳐다보는 수많은 군중 속으로 다시 내가 빨려들어가는 걸 보게 되겠지.
Hard feelings/Loveless
'These are what they call hard feelings of love. When the sweet words and fevers all leave us right here in the cold.'
"이게 그들이 말하는 사랑의 고통이구나. 달콤한 단어들과 뜨거운 열이 퍼질 때, 이 모든 것들은 한기 속에 우릴 두고 떠나버리네."
앨범에서 로드의 감정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한 트랙입니다. 미디어와 사회에 대한 냉소를 터뜨렸던 어린 소녀는 이제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오는 고통을 깨달았죠.
"cause i'm gonna mess your life up, gonna wanna tape my mouth shut."
"그래 난 네 인생을 망쳐버릴테니까, 내 입을 그 테이프로 막아버리고 싶겠지."
바로 연결되며 한 트랙 내에 공존하는 두 곡은 이별의 고통과 그 고통을 촉발시켰던 다툼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테이프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것의 의미는 로드 자신만이 알고 있겠지요.
Sober II (Melodrama)
"They'll talk about us and discover how we kissed and killed each other."
"그들은 우리에 대해 지껄이며 발견하지. 우리가 어떻게 키스하고 서로를 죽여가는지."
Sober라는 같은 제목을 가진 두 번째 트랙입니다. 첫 번째 Sober 트랙에서는 줄곧 가사가 의문형으로 끝나며 "그래서 우리가 깨어있을 때 우리는 뭔데?" 라고 묻는다면, 이번 트랙에서는 그 의미를 찾은 거겠죠. '두려움과 차오르는 공포' 라고 말이죠.
여기서 언급되는 they 역시 그들의 관계를 지켜보는 수많은 눈들을 의미하겠죠. 서로를 탐닉하고 망가뜨리는 걸 즐기며 방관하는 수많은 눈들.
Writer in the Dark
"Hated hearing my name on the lips of a crowd, Did my best to exist just for you."
"군중 속에서 오가는 내 이름을 들으며 난 혐오를 느꼈어. 난 널 위해 최선을 다 했는데."
이별 후 연인을 떠올리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노래한 곡입니다. 가사를 보면 알 수 있듯 그 감정에는 미안함,혐오,후회를 바라는 것,여전히 거둘 수 없는 사랑의 잔재 등이 있어 보입니다.
시인은 시 속에서 답을 찾는다고 하듯, 곡의 마지막은 '하지만 가장 암울했던 시간 속에서 난 우연히 무언갈 찾아냈어. 난 네가 없는 그 길을 찾아 나설 거야.'
라며, 이별을 받아들입니다.
Supercut
"But when i reach for you, there's just a supercut."
"하지만 너를 향해 손을 뻗어도, 그냥 추억 속 한 장면일 뿐인걸."
앨범 내에서 Green light와 함께 돋보이는 업템포 곡입니다. 추억을 되뇌이듯 특정 파트를 반복해서 늘어뜨리며 분위기를 띄워올립니다. supercut 이라는 단어 자체가 일상에서는 잘 쓰이지 않고 연극이나 드라마에서 쓰이는 단어인데, 멜로드라마라는 타이틀과 잘 어울리는 선택인 것 같아요.
곡은 '왜냐면 우리의 순간은 모두 내가 어둠 속에서 만든 순간들이니까. 우리는 너무 제멋대로였고, 이젠 선명한 빛이 내 가슴 속으로 들어오네.'
라며, 이별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해답을 찾은 모습을 그려냅니다.
Liability (reprise)
''maybe all this is the party?"
"아마도 이 모든 건 그냥 파티에 불과하겠지."
묵혀놓은 감정도 때로는 저절로 떠오르는 법, sober와 마찬가지로 liability 역시 동명의 트랙이지만 (reprise)라는 구절을 붙여, 자신을 내내 따라다니는 그 감정의 '반복'을 보여주는 트랙입니다.
Perfect Places
"All of our heroes fading, now i can't stand to be alone."
"모든 영웅들은 사라지고 없어. 이제 더 이상 난 혼자 서 있을 수 없다고."
이 모든 사랑과 아픔을 겪고 난 후, 과연 우리가 향하는 곳은 어디고 우린 무엇을 찾고 있는지 의문을 던지며 앨범은 마무리합니다.
그 의문은 'what the fuck are perfect places anyway?' 그래서 대체 그 곳이 어디에 있다는 건데? 라고 되뇌여지며 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로드는 이제 괜찮아 보입니다. 'i'm 19 and i'm on fire', 'cause we are young and we're ashamed' 에서 볼 수 있듯, 이제 19살이고,아직 불타고 있고, 우린 어렸고, 부끄러워했을 뿐이니까요.
제가 가장 인상깊게 본 가사는 위의 저 녹색 가사였습니다. 전작 pure heroine에서는 그 영웅(히로인)을 자신에 투영시켜 16살 순수한 소녀가 바라본 세상에 대한 냉소를 쏘았다면, '이제 모든 영웅은 사라지고 없다.''난 더 이상 혼자 서 있을 수 없다.' 라고 소리쳤기 때문이죠. 로드 역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너무나 나약한 존재임을 스스로 자각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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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가 다음 작품으로 어떤 노래와 가사를 들고 올 지 궁금하지만, 걱정은 되지 않습니다. 로드는 이제 겨우 스물 두살 이니까요. 리뷰 봐주셔서 감사하고 여러분의 댓글과 리액션은 포스팅에 힘이 됩니다..
첫댓글 헐 이 정성가득한 글은 갓가님이 작성하신 건가요??
네 제가 한 시간 반 동안 썼어요
@갓가 와.. 대단 .. 열심히 읽을게요
다 너무 좋아하던 곡들.. 가사를 다시 곱씹으니 또 새롭게 좋아지는것 같어여.. 열일해줘 로드..
음유시인 로드.. 내한와줘..
but i hear sounds in my mind~
brand new sounds in my mind~
그린라잇에서 저도 그 부분을 제일 좋아하는데,, 다른 트랙 리뷰에 비해 언급을 안 한 것 같아서 더 써 넣었어요. 인생앨범 벌써 1년이 되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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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ㅎㅎ 앨범 감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한편의 성장영화를 보는 듯한 앨범이었어요.. 그래미 역대급 병크를 터뜨린거 생각하면 아직도 부들부들...
그 그래미 회장 2주 전에 사퇴함....ㅋㅋ
다른 후보들 다 무대 줬는데 로드만 안주고 자리없다고 무시하는 발언하고... 다시 생각해도 열받네요.
이 리뷰 약간 미친거 같은데
오늘 밤...멜뽕에 취해보겠어요...
저도 오늘이 나온 지 딱 1년 째라 하루종일 듣고 있답니다 ..ㅜ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라 더 정성들여 쓰게 됐네요. 그나마도 뺄 건 뺀 게 이 정도 분량..
명반 중에 진짜 명반. 혼자 백화점 돌아다니다가 레코드점 갔는데, 눈에 보이자마자 바로 결제한 앨범 중 하나... 진짜 너무 좋아요...
팝 파면서 옛날 앨범들 아니라 동시대 앨범 실시간으로 들으면서 소름 돋은 게 멜로드라마가 처음이었고, 두 번째로 올해 자넬모네 더티컴퓨터네요 ... 제겐 인생 명반으로 쭉 남을 것 같아요. 이 앨범에 얽힌 감정들이 많아서.
다들 명반이라고하셔서 리싱만들었었는데 잘 모르겠더라구요, 근데 이 리뷰 보면서 한곡 한곡 들어봐야겠어요
멜로드라마 취향 아니신 분들도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ㅎㅎ
로드 특유의 음침함..? 이 좀 꺼려지신다면 앨범이 크게 와 닿진 않을 것 같아요. 수록곡들은 맘에 들길 바랍니다..
@갓가 뭔가 가사랑 이런거 다알면서 듣고싶은데 그런음악 들을 여유가 없었다고 해야하나.. 새벽에 찬찬히 들어볼게요 ㅎㅎ
@SaintJin 그때 멜로드라마 팝스해석에 올리시던 어떤 분 있으셨는데!! 그 가사 한번 보세요👍🏻👍🏻👍🏻
@샤크라 한 오 검색해볼게요 ㅎㅎ 감사합니다
@샤크라 한 그게 전데... 예전에 한 번 닉변할 때 글 다 삭제했었어서 없어요ㅜ
네이버에 멜로드라마 전곡해석 치시면 전에 개인 블로그에 올려둔 거 있을거에요. 혹시 필요하시면 ..ㅎㅎ
@갓가 아 갓가 님이셨구나..! 새벽감성을 느끼면서 보도록 할게요 ㅋㅋㅋㅋ
@갓가 헉 ㅠㅠㅠ 어쩐지 노래해석 볼라고 후다닥 들어갔었는데, 없어서 놀랏어요ㅠㅠㅠㅠ
저도 멜로드라마 리뷰 다른데 썼는데 차원이 다르시네요ㄷㄷ 저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대단하세요
저도 여기저기서 주워듣고 로드 인터뷰 보고 안 것도 있고 그래요ㅎㅎ 가사에 은유가 많아서 해석만 해도 상상이 되더라고요
이글 보니 저눈 앨범에 대해 너무 얉게 알고 있었던거같네요 ㅠㅠㅠ 리뷰 너무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ㅎ
진짜 작년 최고의앨범 ㅠㅠ 특히 루브르 가사는 감탄밖에 안나와요 ㅠㅠ 오늘이 1주년이군요 글곱씹으면서 정주행할게요 감사해요
댓글감사합니다ㅎ our days and nights are perfumed with obsession 루브르에서 이 가사도 정말 좋아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제 방 벽에도 붙어있지요 ㅎㅎ
헐 포스터..! 어떻게 구하셬ㅅ나용
@라빈★ 초동앨범 사니까 주던데요 ㅎㅎ
멜로드라마 서사는 레모네이드 급...
16 레모네이드 17 멜로드라마 18 더티컴퓨터 이건진리
아이러니하게 너무 어린느낌이라 (실제로도 어리고) 노래들을때 큰 감흥이...
팝스에서 하도 명반해서 몇번돌려듣는데도 감동이 없 노래에...
너무 좋네요 감사해요 ㅠㅜ
진짜 작년 최애 앨범이에욤 + 할시
댓글감사합니다 ^^
요즘 다시 멜로드라마 듣고있어요 홈메이드 진짜 취저....언제들어도 너무 좋아요
리믹스버전도 정말 좋죠 ㅎㅎ 댓글감사합니다.
진득하고 격정적인 유화라니..앨범커버 볼 때마다 이 구절 생각날듯..앨범 참고서로 이용할게요 감사합니다
감사함니당
이 글 너무 마음에 들어요... 사랑함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ㅎㅎ
멜로드라마 너뮤 좋게 들었는데.. 와 진짜 이렇게 잘표현햐 주시다니 ㅠㅠ 감사하네요
와 이글 이제야 봤네요 정말 감사해요ㅜㅜ 특히 루브르 해석에서 레알 소름.. 우린 그자체로 루브르라니... 크....ㅜㅜ 진짜 감사해요ㅜㅜ 이 앨범 제 인생앨범 진짜....하아ㅜ
기쁘네요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