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의 유구함을 생각한다
『후흑학(厚黑學)』이라는 책이 있다. 1911년 중국 사천(四川)인 이종오(李宗吾)라는 사람이 쓴 책으로 한
마디로 성공하려면 얼굴은 두껍고 뱃속은 검어야 한다는 일종의 뻔뻔학 이라고 할만한 책이다.
이종오는 이책에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영웅호걸 내지 최고 권력자들은 모두 뻔뻔하고 음흉한 사람들이며,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제시한 여러가지 역사적 예화중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의 이야기를 좀 살펴 보자.
항우(項羽)는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영웅이다. 유방과 천하를 놓고 72번 싸워 71번을 이기고 마지
막 한번 졌다. 충분히 재기 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항우는 수치심을 못이겨 스스로 자신의 목을 베어 죽음
으로써 유방에게 천하를 넘겨준다. 속 마음이 시커멓지 못하여 불인을 보고 참지 못하며 수모를 견디지 못
했기 때문이다.
반면, 유방(劉邦)은 항우가 자신의 부친을 사로잡아 삶아 죽이겠다고 하자, 그 국 한 사발을 달라고 하였으
며, 항우에게 쫒길때 수레 무개를 덜기 위해 친자식인 효혜(孝惠)와 노원(魯元)을 세 번이나 마차에서 떠밀
어 내려고 했으며, 천하를 얻은 뒤 최고 공로자인 한신과 팽월을 죽여 토사구팽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길 정
도로 뻔뻔하고 음흉하여 천하를 얻었다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은 당신이 그리도 추구하던 도덕성이 주변의 무지로 산산히 무너
진데서 오는 자괴감과 절망감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세론을 들으면서, 얼굴이 두껍고 마음이 시커멓지 못한
순한 양심의 그이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죽음을 선택 했을까 처연한 생각이 든다.
고인이 되어 다시는 볼 길이 없게 되었으니 우리는 또 한 사람의 인물을 잃었다.
『앞으로는 옛 사람을 볼 길이 없고, 뒤로는 오는 사람 보이지 않는다』
는 진자앙(陳子昻)의 시 「登幽州臺歌(등유주대가)」가 생각나는 밤이다.
登幽州臺歌(등유주대가)
前不見古人(전불견고인) 앞으로는 옛 사람을 볼 길이 없고
後不見來者(후불견래자) 뒤로는 오는 사람 보이지 않네.
念天地之悠悠(염천지지유유) 천지의 유유함을 생각하노라니
獨愴然而涕下(독창연이체하) 홀로 처연하여 눈물이 흐른다.
진자앙(陳子昻)은 당나라 초 사천성 사홍현(四川省 射洪縣)사람으로 진사과에 합격하였으나 관운은 그리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과거 연(燕)나라 땅이었던 유주(幽州)에서 멀리 하늘
과 땅을 바라 보며 연나라 소왕(昭王)과 같은 고대 현군이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후대의 명군도 보이지
않음을 개탄하면서, 자신의 외로운 처지를 탄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를 개인 차원으로만 보아선 재미가 덜하다.
황막한 천지간에서 너무도 작게만 느껴지는 인간의 고독감을 아무런 수식도 군더더기도 없이 써내려 감으
로써, 높은 노대위에서 느끼는 막막함이 우주적인 차원으로 확산되고, 그로부터 야기되는 처연함 또한 개
인적인 차원을 넘어서서 보편적인 차원으로 승화되어 우리의 존재를 음미해 보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존재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까?
시인은 천지의 유유함을 생각하면서 눈물이 흐를 만큼 슬퍼진다고 한다.
상여 소리인 만가(輓歌)를 들어보면 구슬프기 그지없다. "이슬은 말라도 내일 아침 다시 내리건만(露晞明朝
更復落), 사람은 죽어 한번가면 언제 다시 돌아오나(人死一去不復還)" 라는 다시 올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
움과도 같은 슬픔이 시인의 마음에 베어 있는건 아닐까? 우리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떠올리면서 처연한
생각을 금치 못하는 것 또한 이 돌아 올 수 없는 길을 떠난 사람에 대한 그리움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슬픔을 떠나 이 시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맛보아야 한다. 저 멀리 펼쳐진 공간과 유구한
시간이 교차되는 무한한 시공간 속에 놓여진 나는 무엇인가? 너무도 작게만 느껴지고 보잘 것 없게 여겨지
는 이 작은 나, 광막한 천지에 홀로 남겨진 듯한 고독감은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은 아니다. 나는 보잘것 없고 작지만, 이 세상에서 유일한, 그래서 더 없이 소중한 존재
인 까닭에 온 우주와 필적할 만한 가치가 있고, 내가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는 그 엄청난 사실앞에 주르륵 흘
러내리는 눈물일 수도 있기때문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너무도 치열하게 살아가느라 인생 전체를 돌아보지 못하는 수가 있다. 가끔은 인생의 광
야에서 저 멀리 지평선을 바라 보면 진정한 자기 존재를 재발견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로(子路)가 공자(孔子)에게 귀신 섬기는 일에 대해 물었다. 공자는 "사람 섬기는 것도 잘 하지 못 하는
데 어찌 귀신을 섬기겠느냐?"고 했다.
자로가 다시 "그렇다면 죽음은 어떻습니까?" 하고 묻자,
공자는 "아직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 고 충고 했다.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암묵적으로 가르쳐 주는 진리의 말씀이다. 우리는 언젠가는 이세상을 떨쳐
버리고 떠나가야 한다. 우리는 잠시 지구라는 거처를 빌려 살고 있을 뿐 언젠가는 본 주인인 대자연에게 돌
려주지 않으면 않된다.
그래서 시선(詩仙) 이백(李白)은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라는 유명한 글에서 이 천지 대자연을
이렇게 노래 한다.
"천지는 만물이 쉬어가는 여관이요(天地者萬物之逆旅), 일월은 백대에 걸친 과객이다(日月者百代之過客)"
천지의 유구함에 비해 잠시 왔다가는 우리의 존재!
내 자신의 몸뚱이 마저도 진정 나의 것이 아닌데, 무엇을 가질 것이며, 무엇을 영원타 할 것인가?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살아 있는 이도 죽은이도 모두 천지의 유유함을 생각하니 무상하기만 하다.
섬진재에서 중도 _()_
![](https://t1.daumcdn.net/cfile/cafe/136091234B5E7DF475)
(순천에 사시는 지인의 아파트에 버려진 것을 아내분께서 다른 사람이 주워 갈까봐 남편 퇴근하고 올때까지
서서 기다렸다가 모아 두신 재활용 의자!
널어진 홍매화 가지에서 꽃이 피면 놀러 오세요)
첫댓글 광양 다압에 사신다고 했지요? 자주 봅시다.
낙향한지 3년된 햇병아리 농사군입니다. 모든게 서툴기만 하네요. 앞으로 자주 뵙고 많이 배워가겠습니다. 중도 _()_
무상함과 함께 감사의 마음까지 느끼게 하는 좋은 글 입니다~ 홍매화가 피길 기대 하면서...
매화철에 한번 내려오시지요. 거친 차 한잔에 매화 꽃잎 띄워 나누고 싶습니다. 중도 _()_
능수홍매화 그곳에 꽃이지면 울집에 필것 같구만요 ,. .*^^*
지난해 능수매와 와룡매, 원앙매를 몇그루 번식시켜 기르고 있습니다. 멸종된줄 알았던 원앙매를 만나 얼마나 기뻣던지요 ^^. 올핸 고송팔매를 한그루 얻어볼 욕심을 부리고 있네요. 반갑습니다. 중도 _()_
다압에는 주주룩님이 계시구요. 조금 옆엔 어치계곡인데요 돌이끼님이계십니다. 중마동에도...읍내창덕아파트에는 청신호 여자친구 황재농장 행복한향기 몬당...매화마을에는 나이스....많은 광양분들이 계십니다.
아이구, 여기 다압에 이렇게 많은 님들이 계셨군요. 제 복이 터지나 봅니다, 감사합니다. 혹 내려오시게 되면 쪽지한장 주십시요. 푸른 찻물 한잔 올리고 싶습니다. 중도 _()_
홍매가 피면 매화차로 목을축이면 위에내용을 풀어서다시 경청하기을 희망합니다 ㅎㅎㅎㅎㅎ
만첩홍매 망울을 좀 따서 차를 만들어 놓고 기다리겠습니다. 매화철에 저희집 무애정(無碍亭)에 앉으면 꽃구름을 타는 기분이랍니다. 중도 _()_
오랫만에 좋은 글 보네요. 저의 닉네임이 색즉시공공즉시색 입니다. 잘 배우고 갑니다.
색공이 하나니 님과 제가 둘이 아닙니다 그려, 더욱 반가운 마음에 문득 그리움까지 생기네요. 뵐 수있는 인연 있겠지요? 중도 _()_
불변도 무상도 살아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사색인 것 같습니다. 밤공기가 차거우니 마음 까지도 얼어붙는군요. 蟾津齋 無碍亭, 가이 旅人 쉬어 갈만 하겠습니다.
아따, 산봉님 살아있으응께 다시만나네요~~ ㅎㅎㅎㅎ 잘계시지요?
"섬진재 무애정" 여그가 어디라요?
오랜 동면에서 깨어보니 아직도 겨울이군요. 다시 땅굴로 갑니다. 건강하세요. 햇볕이 따신 날 가끔 나올께요..
버리는것이 그리 쉽등가요... 배우고 갑니다. 좋은글 감사 드려요
좋은 글 보고 갑니다,유난히 추웠던 겨울 ,추운 눈바람을 인내한 매화향을 만끽 하소서~~~
좋은글 잘 읽고갑니다,우린 봄을기다리고 있는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