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7장,
은영은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선다.
다운이와 다영이는 둘 모두 학교를 다니고 있다.
두 딸을 위해서 그대로 기운을 잃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은영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가게로 나와 일을 시작한다.
이젠 그 누구의 지시 없이도 혼자서라도 척척 모든 것을 알아서 해 나갈 수 있는 은영이다.
윤주와 영미와 은영은 손발이 척척 잘 맞아 아르바이트를 쓰지 않고도 아무리 많은 손님들이 온다고 해도 다 해내곤 한다.
이제 시장 안에서는 그녀들을 세 자매라고 부를 정도로 서로 위하고 다독이며 사랑하고 있는 자매들의 모습이다.
은영은 늘 윤주와 영미에게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는다.
시어머님께서 그래도 편안한 모습으로 떠나신 것도 모두 두 언니들의 덕이다.
시간이 나면 들여다 보고 안심을 시켜드리며 많은 것을 해주면서 시어머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안심하고 눈을 감게 해 드렸던 두 언니들이었다.
오갈 곳이 없는 자신들을 선뜻 받아주고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 있는 동안에도 아이들과 병든 시어머님을 보살펴드렸던 언니들의 마음을 은영은 결코 잊지 못한다.
엉망이 되고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자신을 아무런 꾸짖음 한마디 없이 끌어 안고 받아준 언니들이다.
그 모든 것을 은영은 마음 속 깊이 간직한다.
이제 큰 딸 다운은 엄마 대신해서 동생을 보살피며 학교를 다닌다.
함께 손을 잡고 학교를 오가면서 동생을 보살피며 엄마의 손을 덜어주는 마음이 깊은 아이로 자라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은영은 더욱 성실하게 일을 해 나간다.
자신이 아무리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한다고 해도 두 언니들에게 갚아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묵묵하게 일을 해 나간다.
은영은 별로 말수가 없는 성품이다.
영미에 비해서 거의 말을 하지 않고 표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곤 한다.
영미는 자상하고 인자한 성품이기는 해도 때로는 많은 말로 인해 조금 시끄럽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지만 분위기를 잡아나가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성품이기도 하다.
영미 또한 이제 이 가게를 자신의 것처럼 생각하면서 조금도 나태함을 나타내지 않고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그렇게 세 여자들이 마음과 손이 맞아 장사를 해 나간다.
최정우 또한 경수 말고 다른 사람을 데려온다.
노숙자들 속에서도 그런 생활을 탈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최정우로서는 그들 모두를 받아드리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에 손을 내밀었다가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최정우는 노숙자들 사이에 경수보다 더 어린 남자 아이를 발견한다.
노숙자 생활이 얼마 되지 않았는지 두 눈에는 겁을 잔뜩 집어 먹고 사람을 회피하면서 먹을 것 조차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다.
“언제 집 나왔어?”
“……………………….”
“어서 이것을 받아라.”
그러나 소년은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한다.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
“인철………강 인 철”
소년은 작은 음성으로 말을 한다.
“자, 배고플 텐데 어서 먹어!”
인철은 눈치를 보고 나서야 빵을 입으로 가져가 급하게 먹는다.
“우유도 마시면서 천천히 먹거라.”
최정우는 그렇게 인철이 빵과 우유를 다 먹을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아저씨 집으로 갈래?”
최정우가 손을 내 민다.
뭔가를 조금 생각하는 듯 하던 인철은 가만히 최정우를 바라본다.
“데리고 가서 때리지 않는 거지요?”
“때려?
매를 많이 맞았니?”
인철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걱정하지 마라!
너를 때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 어서 일어나서 아저씨하고 함께 가자.”
강인철은 최정우의 손을 잡는다.
“몇 살이지?”
“열 여섯”
“학교는?”
“무서워서 갈 수 없어요.”
“그랬구나!”
최정우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인철을 데리고 집으로 간다.
다른 사람들보다 그다지 심한 냄새는 나지 않은 인철이지만 씻지 않은 모습은 인철의 얼굴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게 한다.
최정우는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인철을 목욕하게 해 준다.
경수보다 여섯 살이나 아래인 인철이다.
경수는 자신의 옷을 내주며 인철을 보살펴준다.
인철을 위해서 경수는 따뜻한 밥을 새로 한다.
이제 경수는 못하는 것이 없다.
밥은 물론이고 집안일이고 빨래며 간단한 국을 끓일 줄도 아는 경수였다.
경수는 인철을 데리고 온 최정우의 마음을 받아드리고 정우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아서 해 낸다.
“어서 밥부터 먹자.”
반찬이라고 해야 김치와 된장국이 전부인 밥상이지만 인철은 정신 없이 밥을 입으로 가져가기에 바쁘다.
그렇게 인철은 배를 채우고 나서야 두 사람을 바라본다.
“부모님은 다 계시니?”
인철은 고개를 젓는다.
“아빠는 몇 년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저를 낳아주신 엄마는 기억에 없고 새엄마가 있는데 무서워서 집을 나왔습니다.”
“왜?
그래도 너를 학교에 보내주고 너를 키워주시는데 왜 그랬어?”
“술을 마시고 때리기 시작하면 너무 무서워서…………”
그러고 보니 인철의 얼굴과 팔에 난 상처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정우는 인철의 몸을 살펴본다.
여기저기 이곳 저곳에 성한 곳이 별로 없다.
“이게 다 매를 맞아서 난 상처들이니?”
인철은 고개를 끄덕인다.
“집을 나온 것이 얼마나 되었니?”
“봄에……..새 학기 올라갈 때 너무 무서워서 밤중에 도망 나왔어요.
새엄마가 술에 취해서 몽둥이를 들고 때리는데 죽을 것만 같아서………..”
“그랬구나!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겠니?
이제 이곳에서 아저씨하고 형아하고 함께 살아가자.”
최정우는 인철을 보듬어 준다.
그리고 인철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아본다.
이미 새엄마라는 여자는 인철이 집을 나간 후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없다.
인철을 찾을 생각은 커녕 다시 돌아올까 싶어 이사를 한 것이다.
학교는 이미 출석일 수를 넘겨 다시 등교를 할 수가 없다.
최정우는 이대로 인철의 학업을 중도시킬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검정고시로 중학교 졸업자격증을 따도록 해 준다.
다행이 인철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매우 좋아한다.
“이제 다른 생각을 하지 말고 공부를 할 수 있지?”
“네!”
부지런히 공부를 해서 다시는 그런 힘든 삶을 살지 않도록 하자.
아저씨하고 형이 나가서 일을 하는 동안 인철이는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지?.”
“고맙습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인철은 의외로 성품이 싹싹하고 다정한 아이다.
“이제부터는 지난 일들을 모두 잊고 이곳에 네 집이다 생각하면서 열심히 살아가자.
아저씨도 형도 너를 위해서 모든 것을 도와줄 테니까 그렇게 할 수 있지?”
“네!
열심히 공부해서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인철을 공부시키자는 정우의 말에 경수도 찬성을 한다.
아직은 공부를 해야 할 인철의 나이다.
인철은 그 동안 중단했던 공부가 아까웠다는 듯 공부에 몰두한다.
머리가 좋았던지 아니면 공부를 잘 했던지 인철은 한달 만에 중학교 자격증을 따 내어 고등학교에 입학을 할 준비를 한다.
중학교를 이학년까지 배운 인철이었기에 모든 것이 가능했다.
“와!
인철아 너 정말 대단하구나!
아무리 그래도 한달 만에 패스를 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인데.”
경수는 그런 인철이 대견스럽고 부럽다는 듯 말을 한다.
자신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이미 머리가 굳었는지 아니면 워낙 기초실력이 없어서 그런지 공부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경수였다.
“형!
지금이 아니면 다시 몇 달 후에나 시험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고등학교를 일년 뒤에나 갈 수 있으니 악착스럽게 공부했지요.”
“그래, 넌 뭐든지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공부 열심히 해서 반드시 성공해라.
우리 같은 놈들도 무엇이든 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난 더 열심히 일을 해서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밀어줄게!”
“형!
고맙습니다.”
경수는 자신이 할 수 없는 공부를 잘 하는 인철이 사랑스럽다.
이제 돈 버는 일에는 자신이 붙은 경수였다.
그 동안 목수 일을 배운 경수는 이제 어엿한 목수로서 일당도 제대로 받고 일을 하고 있었다.
최정우는 그런 경수가 기특하고 믿음직스럽다.
누가 보더라도 그들은 부자간이다.
언제나 함께 붙어 다니며 일을 하고 있는 남들보다 다정한 부자간이다.
인철은 고등학교에 입학을 한다.
인철이 학교에 입학을 하기 전에 최정우는 경수와 인철을 자신의 호적에 양자로 입적을 시킨다.
자식들이 모두 빠져 나간 빈 호적이다.
이제 그 호적에 경수와 인철을 양자로 입적을 시키고 난 최정우는 마음마저 든든하고 양 어깨에 날개를 달은 기분이 되어간다.
그러나 늘 잊지 못하고 그리운 아들 보성이의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어떻게 성장을 했는지 어디서 살고 있기라도 한 것인지 늘 마음이 아파온다.
자신의 단 하나뿐인 혈육인 아들이다.
집안에 단 하나뿐인 아들인 것이다.
최정우는 자신의 그런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
참으로 눈으로만 바라보아도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운 두 아들의 모습이다.
세 남자가 살아가기엔 집이 비좁다.
공부를 하는 인철이 좁은 방에 경수와 둘이서 생활을 한다는 것이 서로 힘들고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집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경수와 의논해 본다.
“경수야!
우리 집을 조금 더 넓은 곳으로 옮길까?
인철이 공부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어떠니?”
“아버지!
참으로 좋으신 생각입니다.
우리 그런 정도의 여유가 있으니 망설일 것이 뭐가 있겠어요?”
“고맙다.”
최정우는 무슨 일이든 이젠 경수와 의논을 하며 결정을 한다.
최정우와 경수는 그 동안 버는 돈을 거의 저축을 하며 지내왔기에 그들의 통장은 상당한 저축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것이다.
최정우는 다시 집을 보러 다닌다.
이젠 완전한 변두리를 벗어나 어느 정도 시내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인철이 학교 다니는 것을 생각해서였다.
지하철을 갈아타는 곳이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하며 집을 보러 다닌다.
대학 진학을 위해 학원도 보내야 하는 인철이가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학교에 다니게 되면 쉽게 지쳐서 공부하는데 많은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서울 중심가가 아닌 강북지역에 집을 구한다.
인철의 학교와도 그다지 멀지 않는 곳에 아파트 대 단지가 있는 것이다.
삼십팔 평 대의 조금은 넓은 아파트를 구한다.
세 개의 방에 넓은 거실과 두 개의 욕실이 있다.
최정우는 방마다 침대를 구입한다.
이불을 깔고 개는 일이 참으로 번거롭고 힘든 일이다.
남자들끼리의 삶에 그것은 아침저녁으로 너무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부를 하는 인철을 위해서 책상과 컴퓨터 등을 구입하고 경수에게도 좋아하는 운동기구를 구입해준다.
베란다가 넓어서 얼마든지 운동기구를 들여 놓을 수가 있었다.
그렇게 정우는 모든 것을 갖추고 나서 이사를 한다.
세 남자는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다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한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새사람이 되니 이렇게 멋진 삶을 사는군요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늘 기쁘고 알찬 삶이 되시고 하시고자 하는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풀어져 나가기를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