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요새 부모님 못 봐서 어떡합니까.”
넓은 들녘 위 이민철 씨가 좋아하는 오두막이 있다.
밭을 갈고 도로를 닦느라 오두막 앞 들녘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다 문득 이민철 씨가 묻는다.
“선생님, 부모님이랑 연락합니까?”
“그럼요. 연락하죠.”
“전화합니까?”
“네. 전화도 하고 문자도 합니다.”
“뭐라고 해요? 보고 싶다고 해요?”
“그렇죠. 보고 싶다고 하고 안부도 묻고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죠.”
“음. 보고 싶어서 어떡해요.”
“다들 그렇죠. 이민철 씨도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누구요?”
“보고 싶은 사람들이요. 보고 싶은데 지금 못 보는 사람들.”
“보고 싶은 사람?”
“네. 가족도 있고 지인도 많으시잖아요.”
“그래. 생각해보니까 나도 보고 싶은데 못 보는 사람 있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민철 씨가 전화를 건다.
“장로님, 잘 지내십니까?”
“이번 주 민철이는 교회 못 갑니다. 장로님 잘 다녀오세요.”
“목사님, 잘 지내셨습니까?”
“목사님도 코로나 조심하세요. 다음에 봐요.”
“아. 방금은 민철이 옛날에 다니던 영광교회 목사님입니다.”
“아까는 김병천 장로님입니다.”
가끔 사람은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타인에게 하기도 한다.
전화로 보고 싶은 마음 전하는 이민철 씨를 보니 오늘 들녘을 보며 보고 싶은 사람을 떠올렸나 보다.
그래서 문득 직원에게 그런 질문을 건네 함께 나누고 싶었던 게 아닐까.
2022년 4월 1일 금요일, 박효진
박효진 선생님 참 눈치가 빠른 사람이네요. 만약 민철 씨의 생각이 아니어도 이렇게 생각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 덕분에 민철 씨 장로님과 목사님께 전화 드렸네요. 신아름
“선생님, 부모님이랑 연락합니까?” 이민철 씨가 먼저 이런 질문을 할 때 참 반갑습니다. 입주자분이 먼저 질문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어떤 이유인지 짐작은 하지만…. 그래서 반가워요. ‘가끔 사람은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타인에게 하기도 한다.’ 헤아려 주셔서 고마워요.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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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음. 보고 싶어서 어떡해요.”
“다들 그렇죠. 이민철 씨도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누구요?”
“보고 싶은 사람들이요. 보고 싶은데 지금 못 보는 사람들.”
“보고 싶은 사람?”
“네. 가족도 있고 지인도 많으시잖아요.”
“그래. 생각해보니까 나도 보고 싶은데 못 보는 사람 있지.”
와, 문학 작품 같아요. 여운이 깊습니다.
제가 돕는 입주자에게는 어떤 마음일까 짐작해서 여쭤보고
긍정과 부정의 대답을 들을 뿐이니,
이게 진짜 당신의 생각인지,
내가 보고 싶은 대로 이해하고 짐작하는 건 아닌지
싶을 때가 있어요.
입주자와 이런 대화를 하는 동료의 기록을 읽으면
신기하기도 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해소도 되고, 부럽습니다.
물론 말이라는 매개로 소통이 가능한 입주자라고 해도
박효진 선생님처럼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싶기는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