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 앵커의 육아 24시
김주하 앵커의 육아 24시
출산 이틀 전까지 만삭의 몸으로 뉴스를 진행했던 김주하 앵커가 마침내 지난 11월 둘째 아이를 품에 안았다.
6개월에 접어든 딸아이 ‘준이’와 함께 1년간의 육아휴직에 들어간다는 그녀. 뉴스보다 생생한 육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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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가 입은 레드 체크 원피스와 신발은 모두 알로앤루.
김주하가 입은 카디건은 G컷, 팬츠는 모그.
애 안 낳아본 에디터의 어설픈 ‘까꿍’ 소리에도 아이는 미소가 후하다. 평소 같으면 우유를 배불리 먹고 곤하게 낮잠 잘 시간에 번쩍번쩍 카메라 세례가 쏟아져도 우는 법이 없다. 그런 무던한 성격은 엄마를 닮았다 한다. “아이가 워낙 순해요. 배가 고플 때도 울지 않고 옹알이처럼 작게 ‘웅웅’ 소리를 내는 게 고작이에요.” 얼마나 순둥이인지 다른 집에선 아이 있는 집이란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란다. 남편은 자신을 쏙 빼닮은 이 순둥이 천사에게 벌써부터 전전긍긍이다. 커서 남자 만날까봐 대학도 안 보낼 거라니, 신종 불치병이라는 ‘딸바보’ 증세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열 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3.5kg의 몸무게로 9개월 반 만에 세상으로 불려 나온(!) 준이는 이제 6개월에 접어들었다. 여전히 또래 아이들보다 키도 크고 건강하다. 대한민국에서 똑 부러지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엄마 김주하’가 얼마나 까다롭게, 애지중지 좋은 것만 골라 먹였을까 싶어 물었더니, 오히려 그 반대란다. “다른 엄마들은 아이들 먹는 거라면 무조건 최고, 유기농만 고집하는데, 전 그쪽으로는 무덤덤해요. 기자생활을 해오다 보니 ‘유기농’, ‘원산지’ 이런 인증에 회의적이기도 하고요. 속아서 비싸게 사느니 남보다 한 번 더 씻고, 냉동 냉장 식품 대신 싱싱한 것들로 먹자 주의예요.”
6년 만에 둘째를 얻은 김주하는 여전히 ‘육아보다 뉴스가 쉽다’는 초보 엄마지만, 전에 없는 여유를 찾았다 말한다. 그러고 보니 아이를 품에 꼭 안은 그림이 마이크 앞에서 ‘안녕하십니까, 김주하입니다’ 할 때만큼이나 잘 어울린다. 김주하 앵커도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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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가 입은 핑크색 원피스와 화이트 모자, 양말과 신발은 모두 알로앤루.
김주하가 입은 블라우스는 매긴나잇브릿지, 팬츠는 모그, 신발은 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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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가 입은 옐로 스트라이프 포인트 블라우스와 호박 팬츠, 양말과 모자는 모두 알로앤루.
김주하가 입은 니트는 미샤, 스커트는 보티첼리.
“아들과 딸, 어떻게 다르냐고요? 남편의 말을 빌려 한마디로 설명해드릴게요. 아들이 그냥 ‘실사’로 보인다면, 딸은 ‘포토샵’으로 보인대요. ‘뽀샵’한 것처럼 얼굴이 뽀사시하고, 자동적으로 후광 처리가 되어 보여요. 그게 바로 아들과 딸의 차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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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가 입은 레드 스트라이프 포인트 원피스와 네이비 샌들, 화이트 레이스 양말은 모두 알로앤루.
김주하가 입은 원피스는 모그.
뉴스는 프로, 육아는 초보
첫아이 준서가 태어났을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신기함과 당혹스러움의 연속이었다. 그에 비하면 둘째 준이는 덤덤하단다. 첫째 아이가 재채기 한 번만 해도 ‘어디 잘못되는 게 아닌가’ 어쩔 줄 몰라했는데 둘째는 콧물을 줄줄 흘려도 쓱 닦아주고 만다. 아이에게 미안할 정도로 여유가 생긴 것에 스스로 놀라는 요즘이다. 하지만 육아가 매일 서너 시간 방송국에서 쪽잠 자며 일하는 뉴스 일보다 어렵다 말하는 김주하는 여전히 초보 엄마다. 다행히 그녀에게는 ‘삐뽀삐보 119’보다 유용한 가이드라인을 주는 육아 멘토들이 있다. 오은영 원장도 그중 한 명이다.
“확실히 전문가는 다르다란 생각이 드는 것이, 제가 감정적으로 행동했을 때와 전문가의 처방대로 했을 때 아이가 확 달라져요. 그런 걸 보면 육아가 단순히 사랑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의 공부가 필요하구나”라는 것을 느껴요.” 사실 이번 1년간의 육아휴직은 둘째 준이를 위한 시간이기보다 첫째 준서에게 집중하기 위한 시간이다. “일 때문에 준서와 보낸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준서가 커가면서 분리불안 증세를 조금씩 보이더라고요. 회사 다닐 때는 몰랐는데, 쉬면서 아이랑 같이 있다 보니 그게 하나 둘 보이더라고요.
잠깐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안 떨어지려고 기를 쓰고 매달려요. 어떤 때는 폭력적이 되기도 하고요. ” 언젠가 준서에게 엄마와 저녁 먹는 게 소원이란 말을 들었을 땐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이었단다. 동생이 생기면서 준서가 알게 모르게 받을 스트레스를 헤아리는 것도 앞으로 1년, 엄마 김주하가 해결할 과제 중 하나다. “샘이 날 만도 한데, 우리 앞에서는 동생이 너무 좋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나이차가 많으니까 질투를 안 하는구나 했는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동생을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더라고요. 오은영 원장님 말을 들으니 그게 ‘내가 동생을 싫어한다고 말하면 엄마가 날 안 좋아하겠지’ 하는 불안 심리에서 나오는 이중 행동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얘길 듣고 나니 준서에게 미안해서 더 신경을 쓰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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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워킹맘, 김주하
일 욕심 많고 능력 좋은 여자들을 보면 때로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저렇게 잘나고 똑똑한 여자들이 왜 굳이 결혼을 해서 육아와 일 사이에서 고민하고 휘청거릴까. 물론 결혼이 ‘능력의 결핍을 채우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는 건 안다. 하지만 소박한 능력을 갖고 고만고만하게 살아가는 여자 입장에선 김주하 같은 여성을 향해 ‘소는 평범한 내가 키울 테니 당신만은 여당당의 세상에서 계속 날기를’ 하는 대리만족을 품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결혼을 후회하지는 않느냐는 유치한 질문은 그런 의미에서 나온 것이었다. 김주하는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포기할 것은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고. 그녀는 애초 ‘요리하는 아내’이기를 포기했다 말하며 웃었다.
다행히 남편분의 외조가 상당하다 들었다.
김주하 ‘상당히’가 아니라 처음엔 ‘전적으로’ 살림을 도맡아 했다. 그런데 첫아이 낳고 잠깐 쉬는 동안 ‘이제 일을 안 하니깐 당연히 내가 해야지’ 하고 바통 터치를 했는데 그게 실수였다. 사실 여자들이 직장을 그만두는 이유가 놀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책임지기 위해서인데 마치 집에 있으면 논다는 느낌이 들어서 ‘남편한테 어떻게 집안일을 시켜. 내가 이렇게 노는데’ 이런 식이 돼버린다. 문제는 남편이 한번 가사 분담에서 손떼면, 아내가 다시 직장에 나가도 집안일은 여성의 몫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내 경우가 그렇다. 아, 내 실수였다.
가끔 ‘결혼 안 할걸’ 이런 생각 안 하나.
김주하 안 하긴, 매일 생각했다. 물론 둘 다 장단점이 있다. 아이들이 너무 예쁘고 나를 돌봐줄 가족이 있다는 안정감이 좋긴 하지만, 그로 인해 포기해야 할 일이 생길 때는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나는 일과 가정 사이에 선택할 일이 생기면 일을 포기하는 편이다. 일은 오늘 못하면 내일 할 수도 있지만, 가족과의 순간은 다시 안 오는 거니까. 그런데 문제는 그럴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오늘이 아니면 못하는 일인데, 아이들이 엄마를 애타게 찾을 때, 그럴 땐 내가 왜 결혼해서 이런 괴로운 선택을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든다.
육아 때문에 회사 그만두겠다는 후배에게 뭐라 조언하는가.
김주하 무조건 반대한다. 결혼해서 애 낳고 살다 보면 가끔 아이 인생이 내 인생처럼 생각될 때가 있다. 아이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고 애가 싫으면 나도 싫은 그런 일체감. 그런데 사실은 그게 거꾸로 됐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그걸 느끼는데, 우리나라 엄마들은 본인의 성취감은 잊고 아이가 경시대회에서 상 타면 내가 받은 것처럼 대리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그게 본인의 ‘일’이 없어지면 더 심해진다. 그래서 후배 아나운서들에게도 늘 그 점을 강조한다. 네 일을 놓지 말라고.
준서는 엄마가 뉴스 앵커라는 걸 알고 있나?
김주하 친구들에게 ‘우리 엄마, 뉴스 하는 사람이야’라고 말한다더라.
레몬트리 엄마가 자랑스럽나 보다.
김주하 그것까지는 모르겠는데, 가끔 내가 일 때문에 메이크업을 하고 있으면 엄마 멋있다, 나도 엄마처럼 되고 싶어, 이런 얘기를 한다. 그럼 남편은 옆에서 ‘안 돼!’ 하고 펄쩍 뛴다(웃음).
요즘 아이들은 엄마도 이쁘고, 능력 있어야 좋아한다더라.
김주하 그게 단순히 외모만 꾸며서는 안 되고, 실제로 엄마가 멋있어져야 아이가 중학생, 고등학생이 돼서도 ‘우리 엄마는 진짜 멋있는 사람’으로 인정해주는 것 같다. 가끔 ‘20대의 롤모델’ 같은 설문조사에 내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하는데, 나중에 내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우리 엄마 멋있어’라는 얘기를 듣는 게 나의 목표다.
언제까지 워킹맘으로 살 것 같은가.
김주하 얼마 전 사주를 봤는데 죽기 전날까지 일한다고 하더라. 그 얘길 아는 사람한테 했더니 한술 더 뜨더라. ‘아니, 죽는 날까지 할 것 같은데’라고.
정치 욕심은 없는가.
김주하 절대. 나는 뉴스가 좋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