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하야 " 엄마의 추억여행"
지난 가을 문득 고향 금호에 가 보고 싶어졌다.
고등학교 1학년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도 오빠네로 가면서 나도 금호에 갈 일이 없어졌다.
내가 마지막으로 금호에 간 게 대학입학전 동창회를 한 적이 있었지.
그 때 학교에서 모였다 경천이네 가서 놀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네.
일년전 죽을 고비를 넘기고 요양을 하면서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적어 보았어
그 중 '태어난 고향을 아이들과 여행하는 것'
내 아이들에게 엄마에게도 엄마가 아닌 미숙이라는 한 아이로 살았던 시간이 있었음을 보여 주고 싶어졌어.
여행은 머니머니해도 기차여행이 최고!
일단 상주역에서 대구역으로, 대구역에서 금호역 이렇게 가야겠다 했지.
그래서 기차시간 알아보려고 인터넷검색을 해봤더니
이런~ 금호역이 문을 닫았네.
하긴 세월이 얼만데. 도로가 좋아지고 집집마다 자가용이 있으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으면서도 한편 서운하더구나.
그래서 계획을 수정. 대구역에서 금호까지 옛기억을 더듬어 35번 버스를 생각해냈지. 번호는 바뀌었지만 노선은 그대로인듯.
아이들은 엄마랑 하는 여행에 마냥 신이 나 교통수단이야 어떻든 즐겁게 나를 따라다녔어.
대구역에 내려 롯데백화점에서 맛있는 먹거리로 배를 채우고(아이들이 특히 좋아한 건 '케밥')
버스타고 금호에 도착했어.
맨 먼저 발걸음을 향한 곳은 내가 살았던 집!
다른 집들은 모두 새로 지어 옛날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는데 우리집은 30년 전 그대로네. 그 집은 내게 상당히 의미있는
집이야. 아버지가 직접 지으셨거든.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주인이 외출했는지 문이 잠겨있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집 앞에
아이들 세워두고 사진 한 컷 찰칵.
다음은 금호초등학교.
내가 등교하던 길을 따라 (지금은 복개가 되어 느낌이 다르더라) 갔는데 예나 지금이나 참 가까운거리.
(우리집이 교대동 읍사무소옆이었거든) 학교건물은 그대론데 근사한 도서관이 들어서 있어 참 좋더구나.
새로 지은 읍사무소건물과 건너편교회건물, 덕성동에 들어선 아파트등이 눈에 띄는 변화.
아버지가 읍사무소 건너편에서 대서소를 하셨는데 아버지 사무실은 없어지고 그 자리에 식당이 있더라.
금호강변을 걸으며 강가에서 사진도 찍고 아들 녀석들과 재밌게 놀았어.
다시 대구로 와, 동성로 먹자골목에 가서 떡볶이랑 납작만두,순대로 여고시절을 추억했지.
친정엄마가 계신 오빠네 가서 하룻밤 자고, 엄마가 해 준 따신 밥 먹고 돌아왔어.
1박 2일이지만 나름 알찬 여행이었다.
고향에 아직 부모형제가 살고 계신 친구들이 부럽다.
고향이 그리워도 연고가 없으니 별로 못 가게 된다.
공병호가 그랬지 "나를 만든 8할은 고향 통영의 바다"라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힘도.
고향의 강과 들이 병풍처럼 기억에 드리워져있기에, 힘들 때도, 슬플 때도, 지칠 때도 나를 다시 세울 수 있었던 것 같다.
고향집 우물가에 앵두나무는 올 봄에도 예쁜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겠지.
아버지랑 나랑 심어두었던 대추나무는 해마다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주인에게 주고 있겠지.
산과 들, 강으로 뛰어다니던 개구장이 어린아이들은 이제 누군가의 남편, 아내,아빠, 엄마로 불리워지며,
불혹을 지나며 때로 인생의 무게에 눌려 힘들기도 한 나이가 되었네.
친구들아 ~
그래도 우리는 참 복 받은 인생이지 싶다.
도시사람들이 누리지 못한 대지의 기운을 받고 자랐고. 초등동창도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그들과 달리
우린 별로 친하지 않았어도 이름만 들으면 어렴풋하게나마 '아~그 친구 ' 할 수 있을 만큼 되니 동창들에 대한
애틋함과 정겨움이 모두들 있는 것 같다.
여태 우정을 잘 가꾸어 온 친구들 참 보기 좋다.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 주고 있겠다 싶어 내 맘이 다 든든해진다.
세상에서 온갖 이해를 따지며, 계급장을 달고, 사회적 가면을 쓰고 만나는 인간관계랑 분명 다른 차원의 끈끈함이
있다고 생각되네. 인생 마지막 날까지 서로에게 좋은 친구로 살아가면 좋겠구나.
영화"써니"에서 주인공이 여고시절 실연의 상처로 힘없이 앉아있는 자신을 찾아가 위로해 주는 장면이 있지.
그런데 나는 유년시절의 나를 찾아가 어른인 내가 말을 걸어주었더니, 오히려 그 작은 아이가 지금의 나를 더
크게 위로해 준 느낌이야.
아이들과 함께 한 고향여행,
잔잔한 감동으로 마음이 훈훈해진 참 좋은 시간이었단다.
첫댓글 이제미숙이가 카페에 빛을 내주는구나 감사하고 친구들이란 참 소중한 말이지 어째든 우리카페에 빛이되어 감사하고 계속 카페를 빛내주기를 바라며 항상내가 친구들한테 하는말 사랑하고 몸건강하고 항상 웃으며살라는말 ㅋㅋ 미숙이도 몸건강하고 이젠 좀더 편안한 생활이 되기를 바라며 자주 만나 친구들하고 이야기하고 만나주었으면 한데이 ㅋㅋ
참 총동창회는 매년 4월말쯤에 하고 울동창회는 가을에 야유회 한번 년말에 망년회 1번 이렇게 하고있으니 기억했다가 시간되면 모임할때 함 보자이
그래 올 가을 단합대회 함 해보려 한다...미숙이도 왔으면 좋겠네...건강한 모습으로
그래. 갈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 아내바보인 남편, 엄마바보인 아들들을 떼놓고 가는기 쉽지 않지만^^
혹~... 읍사무소앞...이무*사무소 하시던~~~~어른 존함이~~~ 맞는지? 맞다면 미숙이 얼굴이 생각나는구나..ㅎ~
시간되는데로 얼굴함 보자꾸나...삶의 활력소에는 초등동창만한기 없단다..^^*~
그래 ^^ 우리 아버지 교대동 동장이기도 하셨어 . 무섭게 생기셨는데 나한텐 순한 양같은 아버지셨지. 내게 늘 자신감을 심어 주시고 나를 무척 귀여워하셨지. 아버지 보고 싶다...
그랬구나~~~나는 엄마가 계셔서 일년에 한두번 가는데...괜히 맘이 짠해지네~금호서 한번 보까? 평일에~~
그람 좋겠다. 나도 평일에 시간 많어~
미숙아 초등학교때도 글짓기를 참 잘 햇는데 여전히 네글이 참 정겹다!~ 얼굴도 예뻣지~ 여전하지? 궁금하고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