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제17회 쇼팽 콩쿨 실황 ... 2015년 10월 1 ~ 23일

[서푼짜리오페라]

조성진 &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 야체크 카스프치크 지휘

=== 프로덕션 노트 ===

조성진 쇼팽 콩쿨 실황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포함한 조성진의 쇼팽 콩쿨 실황 DVD 최초 발매 

* 프리데리크 쇼팽 협회 공식 발매(쇼팽 콩쿨 실황 연주 수록)
* 보너스 인터뷰 수록 (한글 자막 포함)

작년 10월 전 세계와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제17회 국제 쇼팽 콩쿨 실황의 감동을 이제는 영상물로 만나게 되었다. 쇼팽 협회 공식 레이블(The Fryderyk Chopin Institute)로 발매되는 이번 DVD에는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콩쿨의 매 단계에서 조성진이 연주했던 다양한 쇼팽 작품이 담겨 있으며,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연주 실황도 담겨 있다. 역사적인 쇼팽 콩쿨 우승의 감동을 다시 한번 경험할 수 있는 DVD이다.

* 17회 국제 프리데리크 쇼팽 피아노 콩쿨 실황 연주(2015년 10월 1~23일 녹음)

프리데리크 쇼팽 (1810~1849)

에튀드 C장조 op.10-1 (Etude Op.10 No.1 in C major)
에튀드 A플랫장조 op.10-10 (Etude Op.10 No.10 in A flat major)
환상곡 f단조 op.49 (Fantasia in f minor, Op.49)
발라드 F장조 op.38 (Ballade No.2 in F major, Op.38)
왈츠 F장조 op.34-3 (Waltz No.4 in F major 'Grande Valse Brillante', Op.34 No.3)
네 곡의 마주르카 op.33 (1번 g#단조, 2번 C장조, 3번 D장조, 4번 b단조) (4 Mazurkas, Op.33)

피아노 협주곡 1번 e단조 op.11 (Piano Concerto No.1 in e minor, Op.11)
1악장 Allegro maestoso
2악장 Romance. Larghetto
3악장 Rondo. Vivace

=== 내지 해설 === <존 앨리슨 John Allison / 번역자 미기재>

17회 프리데리크 쇼팽 피아노 콩쿨 우승자, 조성진

콩쿨 우승자가 80여명에 달하는 참가자 중에서 확실한 우승 후보로 떠오르는 것은 언제일까? 이미 루빈슈타인 콩쿨(2014)과 차이콥스키 콩쿨(2011)에서 성공을 거두었던 조성진은 이처럼 연속적인 성공을 거둔 후에 17회 국제 프리데리크 쇼팽 콩쿨에 등장했다. 비록 최종 결과로 이어지는 길고 긴장된 기다림 중에 모든 이들이 그의 이름을 맨 먼저 언급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가 공표되고 조성진이 쇼팽 콩쿨 역사상 최초의 한국인 우승자가 되었을 때 그 결과에 놀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콩쿨의 모든 단계에서 그의 연주는 시종일관 세련되었고 언제나 집중력과 균형이 멋지게 갖추어진 음색을 돌려주었다.

실제로 콩쿨 초반부부터 조성진이 갖춘 이런 자질은 뚜렷한 주목을 받았다. 안제이 술레크는 <쇼팽 통신>에 기고한 1라운드 분석 기사에서 '조성진은 그보다 앞서 연주한 다른 참가자들과 비교해서 확실히 질적으로 뛰어난 연주를 들려주었으며, 자신이 정제되고 지성적인 피아니스트라는 것을 드러냈다'고 언급했다. 또한 조성진이 연주한 소품 한 곡에 대해서 특별히 언급하면서 역대 쇼팽 콩쿨 우승자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연주자 중 한 명을 비교 대상으로 제시했다. '작품번호 10번의 연습곡(에튀드) C장조는 폴리니가 만들어냈던 모범과 비교할 만하다.' 3라운드가 시작될 무렵, 술레크는 다시 한번 '가장 인상적인 것은 조성진이었다. 견고한 개성을 갖춘 연주자이며 거의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악기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참된 피아니스트이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조성진이 우승한 이후 불과 몇 주 만에 도이체 그라모폰 음반을 보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이번 녹음은 그가 콩쿨의 모든 단계에서 보여준 모습을 따라가고 있다. 1라운드에서는 연습곡을 두 곡 연주해야 하는데, 조성진은 작품번호 10번의 1번과 10번을 골랐다. 19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기술적 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쇼팽의 연습곡은 또한 연습곡이라는 장르의 예술적 승화를 상징하기도 한다. 제목이 무엇이든 간에, 쇼팽의 연습곡은 단순한 기교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번호 10번의 연습곡 작품들은 1833년에 파리에서 출판되었지만 1829년에서 1832년 사이에 만들어졌으며, 첫 곡인 C장조는 폭넓은 아르페지오가 가장 큰 특징이다. A플랫 장조(10번)는 표면적으로 볼 때 단순한 구조를 이루고 있지만 작품이 요구하는 강약과 프레이징은 대단히 복잡하다.

1라운드에서 환상곡 f단조 op.49를 고르는 참가자들은 많은 부분에서 자신의 역량을 입증해야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큰 기회이기도 하다. 조성진은 이 곡의 제목에 숨어있는 (그리고 제목이 요구하는) 낭만적이고 자유로운 표현을 명쾌하게 드러냈다. 쇼팽은 '환상곡'이라는 말이 들어간 작품을 네 곡 썼는데, 다른 명칭 없이 그저 환상곡이라고만 한 것은 이 곡뿐이다. 쇼팽이 쓴 가장 지성적인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곡이며, 쇼팽과 조르주 상드가 연인으로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인 1841년에 노앙에 있는 상드의 저택에서 만들어졌으며 다채로운 감정과 조성을 포괄하는 작품이다(f단조로 시작하지만 거기 머무르지 않고 A플랫장조로 끝난다). 조성진의 연주는 격렬하지만 절대 음악의 내면적인 구조를 희생하지 않는다. 술레크는 이에 대해 '영웅적인 움직임과 찬가와도 같은 신비로움 사이에 머무르고 있다'는 적절한 표현을 했다.

쇼팽이 1831년 파리에 도착하고 얼마 후에 마미어베어의 그랜드 오페라 <악마 로베르>의 초연이 이루어졌다. 쇼팽은 친구인 티투스 보이체코프스키에게 쓴 편지에서 마이어베어에게 열광적인 찬사를 보내면서 '스스로 불멸의 존재가 되었다'라고 했다. 사실 마이어베어보다는 오히려 쇼팽의 음악이 불멸의 존재가 된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이어베어의 몇몇 작품들은 쇼팽의 음악을 통해 생명을 얻게 되었으니 특히 발라드 2번 F장조 op.38의 첫 부분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의 선율은 <악마 로베르> 시작 부분에서 랭보가 주인인 로베르를 위해서 부르는 발라드('한 옛날 노르망디를 지배했을 때')에서 따온 것이다. 쇼팽은 오페라가 초연된 지 5년 후에 이 작품을 썼으며 1839년에 개정했다. 그 이듬해에는 로베르트 슈만에게 바치는 헌사와 함께 출판되었다. 도입부 시칠리아노의 목가적인 분위기는 F장조 조성으로 더욱 강조되지만 대조적인 a단조 음악이 풍기는 집요한 분위기는 큰 대조를 이룬다.

한편 2라운드에서 연주된 또 다른 작품인 왈츠 op.34-3 역시 F장조이다. 비록 폴로네즈나 마주르카만큼 광범위하지는 않지만, 쇼팽은 끊임없이 왈츠 형식에 매력을 느꼈다. 폴로네즈와 마주르카가 폴란드의 국민적인 춤곡인 반면 왈츠는 일종의 수입품으로 19세기 초반에 바르샤바에 소개되었는데, 쇼팽은 피아노를 위한 왈츠를 쓰면서 마리아 치마노프스키와 카롤 구르핀스키 같은 작곡가들이 확립한 트렌드를 따랐다. 하지만 작품번호가 붙은 쇼팽의 모든 왈츠는 그가 바르샤바를 떠난 이후에 만들어졌다. 쇼팽이 왈츠에서 만들어내는 살롱의 분위기는 그가 작품번호 34번의 왈츠 세 곡을 모두 파리의 사교계 여성들에게 헌정했다는 사실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3번은 '디슈탈 양(Mademoiselle A. d'Eichtal)에게 헌정되었는데, 1838년 무렵에 만들어졌으며 '모토 페르페투오(moto perpetuo)' 형식으로 된 쇼팽의 가장 빛나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조성진은 여기서 왈츠를 적절하게 연주할 수 있는 보기 드문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라는 점을 보여주며, 음악의 더할 나위 없는 기쁨과 위트를 잘 잡아냈다.

쇼팽은 작곡 활동을 하는 내내 마주르카를 썼으며 일찍이 15살 때 바르샤바에서 쓴 것을 시작으로 마지막 작품은 세상을 떠난 해 파리에서 썼다. 쇼팽의 서정적인 일기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마주르카는 모두 57곡에 달한다. 작품번호 33번을 이루는 네 곡의 마주르카는 1836~38년에 만들어졌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활력이 넘치고 이국적인 초기 마주르카로부터의 후퇴를 시사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그 대신 노스텔지어가 강한 매력을 풍기며 첫 곡(g샤프단조)은 단순하면서도 애상적이다. 반면 대조적으로 마지막 네 번째 작품(b단조)은 쇼팽이 그때까지 쓴 가장 규모가 큰 마주르카이자 이례적일 정도로 풍요로운 작품이다.

조성진은 이번 콩쿨에서 협주곡을 두 번 연주한 유일한 참가자였다. 결선에서 연주한 것 외에 수상자 공연에서 '승리의 일주(victort lap)' 연주했기 때문이다. 쇼팽이 바르샤바를 떠나기 불과 3달 전인 1830년 8월에 완성된 e단조 협주곡 op.11은 작곡가의 젊은 영혼이 눈부시게 빛나는 작품으로, 조성진은 작품의 광채를 명쾌하게 잡아냈다. 포르티시모 옥타브로 시작되는 피아노의 도입부부터 독주자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며, 조성진은 자신이 그런 각광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쇼팽이 이 협주곡을 썼던 나이와 거의 같은 나이인 우승자 조성진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감동적인 말을 했다. '제 가장 큰 꿈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연주를 계속하는 것입니다. 노인이 되었을 때도 무대에 오르고 싶습니다.' 쇼팽 콩쿨의 위력 덕분에, 그 꿈은 어쩌면 현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