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맛보는 정통 평양냉면 그리고 별난 만두 대구 대동강 냉면과 미성당 납작만두 냉면의 계절이 돌아왔다. 유명 냉면집 앞에는 점심시간이면 어김없이 기다란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축 처진 몸. 하지만 시원한 냉면 육수 한 모금 들이켜면 몸에도 생기가 돈다. 냉면은 여름철 대표 별미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겨울 음식이다. 평양냉면, 함흥냉면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냉면은 본래 북쪽 지역 음식이다. 추운 겨울 뜨끈한 온돌에 앉아 속까지 시원함을 즐기던 멋스러운 음식이 바로 냉면이다. 대동강 외관 화려하면서도 묵직한 맛의 육수 외관부터 심상치 않다. 2층짜리 허름한 건물에 한자로 '대동강'이라고 큼지막하게 씌어 있다. 건물 외벽에 붙은, 잿빛으로 바랜 타일이 50년 가까운 세월을 짐작하게 해준다. 입구에는 '북한음식전문점'이라고 써놓았다. 식당의 처음 시작도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였다고 한다. 가게를 차린 윤일순(84) 할머니는 스물둘에 이남으로 내려와 서른다섯에 식당을 차렸다. 간판을 단 것은 가게 문을 연 지 2년 만이다. 이웃이 가게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진한 육수의 대동강 냉면 냉면에 대한 오해 우리가 냉면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한 가지. 흔히 냉면을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으로 나누는데, 그 차이는 육수가 있느냐 없느냐, 매운 양념이 들어갔느냐 안 들어갔느냐가 아니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차이는 면발이다. 평양냉면의 면발은 메밀이 주재료다. 그러니까 메밀국수에 속한다. 반면, 함흥냉면은 감자전분이 주재료다. 쫄면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우리가 먹는 함흥냉면의 면발이 가늘고 질긴 이유다. 함흥냉면 냉면은 단순함의 미학을 보여주는 음식이다. 맑은 육수에 돌돌 만 면발이 한 덩어리 빠져 있다. 그리고 그 위에 편육 몇 점과 오이, 배 조각, 달걀 반쪽이 올라 있다. 이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음식은 만들기가 만만치 않다. 하루 종일 육수를 우려내야 하는데, 사용하는 고기의 부위와 종류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면발 역시 소금과 밀가루의 배합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서울 평양면옥의 냉면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심심한 것은 무엇인가 / 겨울밤 쩡하니 익은 동치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절절 끓는 아르궅(아랫목)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 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素朴)한 것은 무엇인가"(백석의 시 <국수> 중에서). 서울 을지면옥의 냉면 속이 꽉 찬 커다란 만두 대동강의 또 다른 별미는 만두다. 대동강의 평양식 만두는 큼지막한 크기가 특징. 한입에 먹을 수 없을 만큼 크다. 돼지고기와 소고기, 두부, 김치, 호박, 파, 계란, 마늘 등을 갈아 만든 만두소는 향이 강하고 맛이 진하다. 대동강의 평양식 만두 초계탕도 먹어볼 만하다. 초계탕 역시 함경도와 평안도 지방에서 추운 겨울에 먹던 별미 요리. 조선시대에는 임금님이 여름철 보양식으로 즐겨 먹었을 뿐 아니라, 궁중 연회상에도 올리던 음식이다. 대동강의 초계탕은 소고기 육수를 진하게 우려내고 동치미국물을 섞는다. 여기에 삶은 닭을 쭉쭉 찢어 담고 메밀국수를 넣는다. 동치미국물을 넣은 탓에 느끼한 맛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새콤하면서도 알싸한 맛이 일품이다. [왼쪽/오른쪽]대동강의 온반 / 얼큰한 맛의 온반 납작해서 납작만두 대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음식은 납작만두다. 보통 만두가 만두피 안에 소를 잔뜩 넣어 두툼한 반면, 납작만두는 이름 그대로 납작하다. 얇은 만두피 안에는 당면과 부추밖에 없다. 모양은 반달처럼 생겼는데, 다른 만두처럼 물에 한 번 삶은 뒤 구워 먹는다. [왼쪽/오른쪽]미성당 납작만두 / 납작만두는 간장을 뿌려서 먹는다 여행정보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 북대구IC → 시청 방면 → 서변남로 → 침산교 지하차도 → 신천대로 → 어린이회관, 남구청 방면 → 희망교 남단 교차로 → 영대병원 네거리 → 남구청 방면 → 대봉로 → 대동강식당 * 대중교통 서울→대구 : 2.맛집 대동강 : 남구 봉덕동 / 냉면 / 053-471-3379 3.숙소 호텔인터불고 : 수성구 만촌1동 / 053-602-7114 글, 사진 : 최갑수(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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