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몰운대와 다대 포 해안공원 아 미산 전망대 트레킹
*몰운대와 다대 포 해안공원 답사.
다대 포 겨울바다는 서사시다. 장엄한 수채화다. 실핏줄 같은 개여울이 모여 작은 강을 만들고, 거기에 역사와 애환을 담아 큰 강이 되면서 1300여리를 유유히 흘러 온 낙동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하구가 있고, 큰 강이 입 안 가득 물고 온 퇴적물을 시나브로 뱉어 내면서 그지없이 아름다운 모래섬을 만들고, 텃새와 철새들이 보금자리를 틀어, 새들이 천국을 건설한 이 곳, 다대 포 개어귀는 푸른 감동이다.
몰운대 트레킹은 다대 포 공영주차장이 들머리다. 먼저 화손 대 방향으로 간다. 초입부터 늠름한 곰솔에 기분이 한껏 고조된다. 잘 닦은 길과 오솔길 중, 오솔길을 택한다. 음수대가 나와 틀어본다. 수도꼭지가 부드럽다. 한 모금 마신다. 물맛이 감친다. 흘끗 보니, 수질검사서가 붙어있다. 화장실도 있다. 반듯하고 깔끔하다. 빈틈없는 시설이다. 간이 운동장에서 구민들이 배트민트를 친다. 한가하고 여유가 넘치는 평화로운 광경이다. 고개티를 넘어 화손 대에 도착한다. 다대 포 바다는 한 번 더 변신하여 절경을 선보인다. 파도에 깎여 나간 해식애와 해식동에 감탄한다. 사람과 사람사이 틈을 비집고 서 있는 작은 섬, 팔 봉 섬, 솔 섬, 고래 섬을 본다. 눈썹위에 떠 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흩어져 낚시하는 태공들이 보인다. 화손 대는 감성돔이 많이 잡히는 유명한 낚시터이기도하다. 앞바다는 푸른 호수처럼 잔잔하고 한가롭다. 일출의 배경이 되는 모자 섬과 하얀 등대가 시선을 묶는다. 바다건너 구평 동과 두 송 반도가 보인다. 그 뒤로 암남공원, 더 멀리 영도 태종대가 희미하다. 먼 바다부터 연안까지 간간이 배가 떠 있는 광경은 한 폭 그림이다. 다대 포와 몰운대는 조선시대 국방의 요충지였다. 임진왜란 초기 1592년(선조 25년) 음력 9월 1일 벌어진 부산포 해전(눈에 보이는 앞바다)에서 이 순신 장군이 가장 아끼던 녹도 만호 정운장군 등 6명이 전사한다. 정운장군은 해전이 일어나기 전 몰운대란 지명을 듣고 정운의 운이 다하는 몰운대라고 하면서 자기의 전사를 예고했다고 한다. 정운장군이 전사한 음력 9월 1일을 부산시민의 날로 정하여 부산 시에서 추모행사를 하고 있다. 돌아 나온다. 잘 다듬어진 길이 편하고 해방감을 준다. 빨간 씨앗을 모자이크한 돈 나무도 있다. 겨울에 보는 빨간 열매로 눈이 충혈 된다.
사백년 전 몰운대는 몰운도라는 섬이었다. 낙동강물의 토사 퇴적으로 다대 포와 연결 육지가 되었다. 안개가 구름처럼 자주 끼어 보이지 않는 섬이라고 몰운대라 부른다. 잘 자란 해송이 이어지는 길은 희열을 준다.
침운 대로 향한다. 자갈이 많은 해안위에 전망대가 있고 포토 존도 있다.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가고, 해조음 따라, 솔 내 음 그윽한 향 따라 길을 걷는다. 늘 푸른 아름다운 숲이 울창한 둘레 길은 점입가경이다. 빨간 띠를 허리에 두른 작고 예쁜 등대도 보인다. 해안절벽 남쪽 해안경비 초소를 개방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대마도 방향의 탁 트인 바다는 오래 묵은 체증까지 술술 내리게 한다. 앞바다는 빼어난 경관이다. 자연이 빚은 조각배 같은 섬, 동 섬과 등대섬이 보인다. 다대 포 객사 방향으로 나온다. 옛날 여행객이 묵어간다는 다대 포 객사(부산 시 문화재 기념물 제3호)를 관람하고, 몰운대 시비를 구경한다. 그 우거진 숲길을 한 바탕 걸어 다시 주차장으로 나온다. 낙동강 하구의 최남단 해발 78미터의 몰운대는 그야말로 비경이고 명승지이다. 우리나라에 고구마를 처음 가져온 일본 통신사 조 엄은 해사일기에서 “아리따운 여자가 꽃 속에서 치장을 한 것 같다.”고 몰운대의 경치를 극찬했다.
날머리로 나와 해안산책로를 걷는다. 제 1,2,3 전망대를 거치는 해식애의 해안 데크 길은 아름다움 그 자체다. 그 망 없이 바라보는 바다와 섬 해안의 경치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다대 포 해수욕장 공원으로 간다. 다대 포 바다의 광활한 해안에 부산 사하 구는 생태탐방로를 준공했다. 2008년부터 8년 동안 즉 2015년까지 307억 8900만원을 들여 연안정비사업을 마무리 했다. 다대 포 해수욕장 자연습지를 가로지르는 “생태탐방로”가 새롭게 탄생했다. 이제 사진작가들의 단골 출사지가 되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의 풍부한 특산물인 재첩, 엽 낭 게, 조개, 해수식물을 체험할 수 있는 학습장도 있다. 아름다운 해변, 바닷물이 백사장을 머금은 모랫길을 걸으며, 발자국마다 추억을 심는다. 돈은 거인이다. 도깨비 금방망이다. 그 불모의 습지에 돈이 뚝딱 들어가니까. 휴양지가 되고, 체험 장이 된다. 다목적 광장, 중앙잔디광장, 꿈의 낙조분수도 살핀다. 이때쯤 나는 아예 보드랍고 맑은 모래밭인, 해수욕장으로 걸어 나가 밀려오는 파도를 마음에 상감하며, 아미 산 전망대로 걷는다. 그 오금저리는 백사장을 걸어서 간다. 시간이 멈추는 생의 한 때, 그 넘실거리는 파도를 이고 간다. 바다바람이 머리칼을 흔들고, 따뜻한 햇볕이 감정을 적셔준다. 파도는 끝없이 밀려오고 밀려간다. 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최초의 생명을 탄생시킨 바다, 지구를 정화시켜 생명이 살도록 다독이는 신(神)의 바다. 파도는 밀려오고 밀려가고, 그 무한한 반복에 기가 질린다. 아무려나 해조음 들으며, 터벅터벅 걸어간다. 백사장에 발자국이 찍히다가 이내 파도에 씻겨 사라진다. 인간도 저 발자국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허망한 존재가 아닐까. 백사장 길이 900m, 폭 100m이며, 간물때는 해안에서 300m 거리의 바다까지 수심 1.5m여서 가족단위 피서지로도 유명하다. 또 부산서 유일하게 해돋이와 해넘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렇게 걷다가 도로에 도착하고 교통 신호를 받아 아미 산 입구에 들어선다.
*아미 산 전망대 답사.
생태탐방로에서 이어지는 아미 산 노을 마루 길은 나무 데크 계단을 올라가는 길이다. 군데군데 포토 존이 있다. 아미 산 전망대에 도착한다. 어렴풋한 을숙도에서 가덕도 거제도 사이 광활한 갯벌, 강물과 모래섬, 푸른 바다와 구름을 빗질하는 아득한 하늘은 신이 빚은 축복의 왕국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면서 탄생한 금빛 모래섬이 눈부신 생명의 터전을 이룬다. 풍요와 상상으로 터질 것 같은 모래섬은 살아서 움직인다. 연신 탄성을 지른다. 바닷물의 영향으로 해안선과 거의 평행으로 형성된 좁고 긴 퇴적 연안사주인 도요 등-신자도-진우도 등은 일렬로 늘어서 마치 울타리를 쳐놓은 것 같다 하여 울타리 섬이라고 부른다. 게다가 삼각주로 대표되는 도요 등, 백합 등, 맹금머리등은 길쭉한 고구마 생김으로 선이 부드럽고 우아하여 더욱 아름답다. 이곳은 아름다움이 모성 회귀하는 곳이다. 그토록 찾아 다니 던 꿈의 여행지가 바로 여기라는 것을 깨단한다.
하구언 일대는 동양최대의 철새도래지이다. 이곳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개어귀지역으로 수생식물이 서식하고, 물고기 조개 곤충이 풍부하고,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울 수 있는 모래밭 갈대밭이 있어 새들이 살기에 천혜의 장소다. 을숙도에서 사자도 십리 등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하구는 천년 기념 물 제179호로 지정되어 있다. 참새, 때까치, 노란 턱 뫼 새, 붉은 머리오목눈이 등은 텃새이고, 백조, 큰고니, 흑 부리 오리, 흰 죽지 쇠기러기 등은 겨울철새이고, 황새, 왜가리, 뜸부기, 쇠 제비, 갈매기, 흰 물 떼 새 등은 여름철새이다. 우리나라를 지나가면서 봄가을 잠깐씩 머무는 나그네새도 있다. 마도요, 좀도요, 노랑발도요, 등 도요새무리와 왕 눈물떼새, 검은머리물떼새 등 이다. 그 곱고 예쁜 모래섬 같은 새의 이름을 공 굴려서 불러본다. 그때마다 입술에서 쉬리쉬리 소리를 내며 날아오르는 새떼, 이건 영락없는 판타지다. 그러나 자연의 맑은 공간을 비집고, 장림공단과 아파트 군이 시선을 빼앗기도 한다. 인간은 자기를 낳아 주고 길러준 자연을 종내 침범하고 말 것인가.
스키 슬로프처럼 길게 텍(tech)으로 연결된 아미 산 전망대는 가장 뛰어난 뷰 포인트(view point)다. 이곳에 서면 눈이 횅해지고 탄성을 지르게 된다. 낙동강 유역에서 신석기 문화의 대표되는 유적 빗살무늬토기가 대량 발굴되었다. 그 빗살무늬토기의 빗살처럼 햇빛이 내리고, 전적으로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던 원시인들의 그림자가 아롱거린다. 어쩐지 이곳을 쉽게 떠나서는 안 될 것 같아, 숍에서 커피를 시켜 전망대 의자에 앉는다. 시간은 흐르고, 해는 점차 서쪽으로 기운다. 해가 넘어갈수록 가덕도 연대 봉으로 넘어가는 그 찬란한 일몰이 점점 비경을 만든다. 해가 섬들의 마루 금에 걸릴 즈음, 그 붉게 불타는 노을의 황홀한 장관은 으악 비명을 지르게 한다. 바다와 썰물에 드러난 하구의 모래섬에 반사되는 까치놀은 한편의 추상화고, 멜로드라마(melodrama)다. 아직도 그 몽롱한 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돌아갈 차임벨이 울린다. 그 일몰과 함께 붉은 꽃불로 저무는 노을의 이내가 돌아가는 나의 발등을 적신다. (끝)
첫댓글 이번 대구문협에서 기획 추진한 국내문학기행의 부산 후기를 올렸습니다.
한번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