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치유) 14. 공공의 적 ‘스트레스’를 날리자 – 직무 스트레스 자가 진단
웰빙(well-being)을 넘어서 내추럴빙(natural-being)이 화두다. 인류의 역사는 숲에서 시작해 숲과 함께 진화 발전해 왔으니, 숲은 인간에게 원천적인 고향이며 모태와 같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내추럴빙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5퍼센트가 산과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숲은 부작용이 없는 치료약이고 보약이며, 모든 사람을 받아주는 종합병원이다. 누구나 가까이 있는 산과 숲을 쉽게 찾아가서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킬 수 있다. |
최근 발표된 미국 스트레스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성인의 43퍼센트가 스트레스 때문에 건강이 나빠지고 있으며,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75~90퍼센트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병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최근 한 취업 포털 사이트가 직장인 2,381명을 대상으로 ‘직장 스트레스’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3퍼센트가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질병을 앓아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 밝혀진 더 중요한 사실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방법으로 ‘폭음과 폭식으로 스트레스를 푼다’라고 답한 직장인이 25.4퍼센트로 가장 많았다는 사실이다.
또한 최근 〈AP통신〉이 미국, 영국 등 10개국의 성인 1,000명씩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인이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이 받는 스트레스의 원인은 일 33퍼센트, 돈 28퍼센트, 가정 문제 17퍼센트, 건강 13퍼센트 순으로 조사되었다.
이와 같은 조사 결과는 스트레스가 우리의 건강과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우리의 하루하루 생활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다. 학교, 직장은 물론 심지어 가장 마음 편히 쉬어야 할 집에서조차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는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질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더 무섭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스트레스는 심장 질환, 암, 폐 질환 등 현대인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히는 질병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은 개인에게도 불행한 일이지만 사회적으로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미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스트레스로 인한 결근, 생산력 저하, 의료비 증가 등으로 기업 측은 연간 약 500~750억 달러의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근로자 한 명당 750달러에 해당한다.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는 없다. 일상의 모든 일이 모두 스트레스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우리를 활기차고 민첩하게 하며, 적당히 긴장을 유지시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우리 몸과 마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스트레스다.
물론 이러한 스트레스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종류의 스트레스가 어떤 사람에게는 활력이 되는 반면, 또 다른 사람에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며,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현대인이 겪는 스트레스는 인간의 근원적인 것과 현재 도시 생활의 부조화로 일어나는 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인 브로드는 ‘테크노스트레스(techno-stress)라고 표현하였다. 인간은 오랜 시간 숲에서 생활해 와서 자연생활에 알맞은 생리적 및 심리적 코드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반대 환경인 도시 생활은 우리에게 육체적 및 심리적인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도시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숲을 찾는다. 숲은 우리의 고향이며 안식처이기 때문이다.
숲이 직장인들의 직무 스트레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서울 지역 지장인 9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매우 흥미롭다. 숲이 가까이 있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의 직무 만족도는 62.6점인 반면, 숲이 없는 지역의 직장인들은 59.3점에 그쳤다. 또 직무 관련 스트레스는 숲이 있는 지역에서 일하는 직장인은 53.1점으로 숲이 없는 곳 직장인들의 57.5점보다 4.2점이나 낮았다.
당연히 숲이 있는 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의 이직 의사는 숲이 없는 지역에 비해 훨씬 낮았다. 한편 숲 주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의 하루 숲 이용 시간은 평균 15분이었는데, 이렇게 시간이 짧은데도 80.3퍼센트가 사무실 주변의 숲이 직장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하였다.
그렇다면 숲은 왜 스트레스 해소에 큰 영향을 하는 것일까? 앞서 설명한 대로 인간은 태생적으로 숲과 조화로울 때 육체적, 정신적 안정을 누렸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숲이 주는 자극은 도시에서 우리가 일상으로 받는 자극과 달리 우리의 인체 생리에 적합하다. 이와 같은 사실은 여러 가지 실험으로 증명된다.
필자가 대학생 집단을 대상으로 도시환경과 숲에서 인체 생리 변화를 조사한 결과, 숲에서는 도시에 비해 안정적이고 알파파도 훨씬 많이 발생했으며 혈압과 맥박도 낮아졌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코르티솔의 양도 숲 체험 전보다 숲 체험 후에 훨씬 낮았다.
숲이 주는 긍정적 자극과 관련하여, 미국의 환경심리학자 캐플란은 ‘집중-회복 이론’을 주장하였다. ‘집중-회복 이론’ 이란, 정신을 집중해서 수행하는 일은 우리 몸과 마음에 피로를 누적시키고 그 누적된 피로를 해소시켜야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데, 숲을 비롯한 자연이 피로를 회복시키는 환경이라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활동하는 것들은 대부분 집중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집중해서 일하지 않으면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나 직장에 심각한 피해가 돌아올 수 있다.
스트레스는 즉시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긴장을 이완시키는 활동을 해야 하는데 숲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숲은 또한 스트레스 원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주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원기를 회복시켜 준다. 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숲을 찾는 사람들의 주요한 동기는 도시 생활에서 쌓인 일상의 긴장과 피로를 풀기 위해서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현대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여러 가지 일들, 회의, 보고서 작성, 평가, 여기저기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 마감을 독촉하는 상사의 꾸지람 등등…. 숲은 이 모든 것을 잠시나마 잊게 하고 우리 몸과 마음에 쌓였던 긴장을 풀어 준다.
아무리 뛰어난 화가도 흉내 낼 수 없는 숲의 자연 색들, 우리 마음을 안정시키는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향긋하면서 달콤하고 상쾌한 숲 냄새. 이 모든 숲의 요소가 현대인의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원천이다.
▣ 직무 스트레스 자가 진단
신원섭. 숲으로 떠나는 건강 여행. 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