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내 성지 순례 시 오래전과는 달리 103위 성전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큰길을 따라 김대건 신부님 기념 성전으로 바로 가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그 언덕 아래(잔디광장 쪽)에 있는 김대건 신부님 동상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김대건 신부님 동상 앞에 있는 김대건 신부님의 “교우들은 보아라” 서신을 미리내 성지 순례 시 잠시 시간을 내어 읽어 보면 좋겠습니다.
◆ 아울러 개인 순례 시에는 단체 순례 시 시간상 생략하게 되는 겟세마니 동산을 오르면서 십자가상의 수난을 앞두신 예수님의 심정을 헤아려 보며 습관적 종교 생활을 넘어 생활 속 신앙인으로서의 자세를 점검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교우들은 보아라>
교우들 보아라.
우리 벗아, 생각하고 생각할지어다.
천주 무시지시無始之時로부터 천지 만물을 배설配說하시고, 그 중에 우리 사람을 당신 모상과 같이 내어 세상에 두신 위자慰藉와 그 뜻을 생각할지어다.
온갖 세상일을 가만히 생각하면 가련하고 슬픈 일이 많다. 이 같은 험하고 가련한 세상에 한 번 나서 우리를 내신 임자를 알지 못하면 난 보람이 없고, 살아도 쓸데가 없다. 비록 주은主恩으로 세상에 나고 주은으로 영세 입교하여 주의 제자 되니 그 이름이 또한 귀하거니와 실천이 없으면 이름을 무엇에 쓰며, 세상에 태어나 입교한 효험效驗이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배주배은背主背恩하니 주의 은혜만 입고 주께 득죄得罪하면 아니남만 못 하리.
밭을 심는 농부를 보건대 때를 맞추어 밭을 갈고 거름을 넣고 더위에 신고辛苦를 돌아보지 아니하고 아름다운 씨를 가꾸어 밭 거둘 때 이르러 곡식이 잘 되고 염글면6, 마음의 땀낸 수고를 잊고 오히려 기뻐 춤추며 흠복할 것이요, 곡식이 염글지 아니하고 밭 거둘 때 빈 대와 껍질만 있으면 주인이 땀낸 수고를 생각하고 오히려 그 밭에 거름 내고 들인 수고로써 그 밭을 박대하나니, 이같이 주 땅으로 밭을 삼으시고 우리 사람으로 벼를 삼아 은총으로 거름을 삼으시고 강생구속하여 (구속의) 피로 우리를 물 주사 자라고 염글도록 하여 계시니, 심판날 거두기에 이르러 은혜를 받아 염근 자 되었으면 주의 의자義子로 천국을 누릴 것이요, 만일 염글지 못하였으면 주의 의자로 원수가 되어 영원히 마땅히 벌을 받으리라.
우리 사랑하온 제형들아, 알지어다.
우리 주 예수 세상에 내려 친히 무수한 고난을 받으시고 괴로운 가운데로조차 성교회를 세우시고 고난 중에 자라나게 하신지라. 그러나 세상 풍속이 아무리 치고 싸우나 능히 이기지 못할지니 예수 승천 후 종도宗徒 때부터 지금까지 이르러 성교 두루 무수 간난艱難 중에 자라니, 이제 우리 조선에 성교 들어온 지 5, 60년에 여러 번 군난窘難으로 교우들이 이제까지 이르고 또 오늘날 군난이 치성熾盛하여 여러 교우와 나까지 잡히고 아울러 너희들까지 환난患難을 당하니, 우리 한 몸이 되어 애통지심哀痛之心이 없으며 육정肉情에 차마 이별하기 어려움이 없으랴.
그러나 성경에 말씀하시되 작은 털끝이라도 주 돌아보신다 하고 모르심이 없어 돌보신다 하셨으니, 어찌 이렇다 할 군난이 주명主命 아니면 주상주벌主賞主罰 아니랴. 주의 성의聖意를 따라오며 온 마음으로 천주 예수의 대장 편을 들어 이미 항복받은 세속 마귀를 칠지어다.
이런 황망한 시절을 당하여 마음을 늦추지 말고 도리어 힘을 다하고 역량을 더하여 마치 용맹한 군사가 병기를 갖추고 전장에 있음같이 하여 싸워 이길지어다.
부디 서로 우애友愛를 잊지 말고 돕고, 아울러 주 우리를 불쌍히 여기사 환난을 걷기까지 기다리라. 혹 무슨 일이 있을지라도 부디 삼가고 극진히 조심하여 위주광영爲主光榮하고 조심을 배로 더하고 더하여라.
여기 있는 이십 인은 아직 주은으로 잘 지내니 설혹 죽은 후라도 너희가 그들의 가족을 부디 잊지 말라.
할 말이 무궁한들 어찌 지필紙筆로 다 하리. 그친다.
우리는 미구에 전장에 나아갈 터이니 부디 착실히 닦아 천국에 가 만나자. 사랑하는 마음 잊지 못하는 신자들에게 너의 이런 난시亂時를 당하여 부디 마음을 허실히 먹지 말고 주야로 주우를 빌어 삼구三仇를 대적하고 군난을 참아 받아 위주광영하고 너희들[汝等]의 영혼 대사를 경영하라.
이런 군난 때는 주의 시험을 받아 세속과 마귀를 쳐 덕공德功을 크게 세울 때니 부디 환난에 눌려 항복하는 마음으로 주님을 섬기고 구원받는 일[事圭救靈事]에 물러나지 말고 오히려 지나간 성인성녀의 자취를 만만코 다스려[修治] 성교회 영광을 더하고 천주의 착실한 군사와 의자 됨을 증거하고 비록 너희 몸은 여럿이나 마음으로는 한 사람이 되어 사랑을 잊지 말고 서로 참아 돌보고 불쌍히 여기며 주의 자비하신 때를 기다리라.
할 말이 무수하되 거처가 타당치 못하여 못 한다. 모든 신자들은 천국에서 만나 영원히 누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 입으로 너희 입에 대어 사랑을 친구親口하노라.
부감7 김 안드레아
세상 온갖 일이 주님의 명령 아닌 것이 없고[莫非主命] 주님의 상벌 아닌 것이 없다[莫非主賞主罰]. 고로 이런 군난도 역시 천주의 허락하신 바니 너희 감수 인내하여 주님을 위하고[爲主] 오직 주께 슬피 빌어 빨리 평안함을 주시기를 기다리라.
내 죽는 것이 너희 육정과 영혼 대사에 어찌 거리낌이 없으랴. 그러나 천주 오래지 아니하여 너희에게 내게 비겨 더 착실한 목자를 상 주실 것이니 부디 설워 말고 큰 사랑을 이뤄 한 몸같이 주를 섬기다가 사후에 한가지로 영원히 천주 대전에서 만나 길이 누리기를 천만 천만 바란다.
잘 있거라.
김 신부 사정 정표情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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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건 신부의 서한 중에서 유일하게 한글로 쓰인 것이다. 현재 원본은 유실되었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필사본은 1885년에 필사된 것이다. 절두산 순교성지 내 한국 천주교 순교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 한글 필사본에 쓰여 있는 제목이다. 보통 回諭 혹은 廻諭로 표기하여 '교우들에게 깨우침을 주는 글이니 돌려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회유誨諭라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편지의 내용이 교우들에게 마지막으로 천주 신앙을 가르치는 글이기 때문이다.
6. '여물다'의 옛말.
7. 조선 대목구의 부감목副監牧으로 추정된다.
[출처] 김대건 신부의 편지 21*(마지막 회유문)**: 교우들 보아라|작성자 stella
https://youtu.be/RBXass6dKO4?si=vTV-trBy8gyC-20m
#한국천주교_수원교구_소사벌 성당
#교우들은_보아라
첫댓글 미리네성지를 잘 알게 해주셔 감사합니다
나름 생각하며 기도하며 돌아었는데
더 감사함으로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순교자들의 마음, 예수님 마음을 간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