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8 – 약자에 대한 배려심
교차로신문 2021년 2월 2일
인도에 관한 뉴스 중, 계급제도로 인한 사건이 많다. 카스트 제도 때문이다. 1947년에 폐지했지만, 인도에는 관습법처럼 남아 있다. 하다못해 미국이나 유럽에 사는 인도인들이 결혼할 때도 계급에 맞춰 결혼할 정도이고, 혹 계급이 다른 사람과 결혼할 경우, 낮은 계급 사람은 상대편 가문 사람들에게 살해당하는 일이 비일비재다. 즉 명예살인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 언제 이 제도가 만들어졌는가?
카스트 제도는 기원전 1300년, 현재 러시아의 코카서스지방에서 머물던 유목민인 아리아(Ārya)족이 인도로 침입하면서 만들어졌다. 아리아족은 처음 펀잡[현재 파킨스탄] 지역에서 살다가 점차 동부지방인 갠지스강 쪽으로 이동했다. 기원 12세기 갠지스강변에서 베다(Veda;성전)를 중심으로 바라문 문화를 형성하며 카스트제도를 도입하였다. 즉 아리아족들은 원래 살고 있던 원주민[드라비다족]들을 정복하면서 지배하기 위한 제도였다. 바라문들은 업과 윤회사상을 토대로 자신들의 계급을 정당화했으며, 원주민들에게는 계급이 낮으니 숙명처럼 세상을 살도록 세뇌화시켰다고 보면 된다.
‘카스트’라는 말은 ‘혈통’이라는 뜻의 포르투갈어 ‘카스타(casta)’에서 나온 말이다. 16세기 포르투갈 사람들이 인도에 와서 신분제도를 보고 붙인 이름이다. 이 계급제도는 4계급으로 나뉜다. 첫째는 브라만 (Brāhmaṇa)족으로 제사장급이다. 둘째는 왕족(Kṣatriya) 계급이고, 셋째는 백성이나 상인(Vaiśya)계급이며, 마지막이 천민(Śūdra)계급이다. 이 제도는 ‘바르나[색깔이라는 의미]’라고도 하는데, 얼굴 색깔로 계급을 구분할 수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4계급에 들지 못하는 아웃카스트(outcaste)인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하리쟌)이 있다. 불가촉천민과는 눈도 마주쳐서는 안되며, 옷깃도 스쳐서는 않될 정도이다.
우리나라도 고려ㆍ조선시대 왕족-귀족-상민ㆍ평민-노비-백정 계급이 있었다. 혹 모친이 노비이거나 계급이 낮으면, 그 자식은 서자 취급을 받아 출세 길이 막혀 있었다. 또한 고려 시대, 백정이 마을 밖에 살았듯이 불가촉천민들도 마을밖에 거주한다. 혹 높은 1-3급 사람들이 아웃카스트와 손이라도 스치면 바로 샤워를 해야 한다. 이들과 닿기만 해도 부정해진다는 인도인의 관념 때문이다. 불가촉천민이 거주하는 집은 작고, 천장을 낮게 해서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한다. 음식도 낮은 계급 사람이 만든 음식은 높은 계급 사람이 먹을 수가 없어 호텔이나 음식점의 주방장은 브라만족이다. 또 1-3급 사람들이 의자에 앉으면, 천민계급 사람들은 바닥에 앉아야 한다.
이런 나라인데도 1947년 인도가 독립하면서 첫 법무부장관이었던 암베드카르가 불가촉천민이고, 역대로 2명의 대통령이 배출되었다. 인도에서 법을 제정할 때, 암베드카르가 마하트마 간디와 엄청난 싸움을 했다고 한다. 간디조차도 불가촉천민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세계에서 IT 산업계에 최고의 두뇌들은 인도인이다. 첨단을 달리는 인도에 가난으로 동냥을 하는 이들이 세계 제일이다. 어느 나라나 빈부격차가 있으니, 문제삼을 것은 못되지만 계급차별로 인한 인권유린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21세기 첨단을 달리는 이 시대에 거짓말 같은 이야기지만, 필자가 말한 것보다 더 심각하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이런 계급제도가 없을까? 현대판 계급제도가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 입주민이 경비원아저씨들을 폭행하거나 VIP고객이 백화점 직원들을 하대하고, 어느 고급 아파트에서는 음식 배달원들에게 화물승강기를 타라고 하였다고 한다. 코로나19 전염증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경우가 노동자층이다. 추운 겨울 그대가 방안에서 등짝이 따뜻할 때, 추운 노동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있음을 상기하라. 그들도 어느 누구의 귀한 아버지요, 자식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