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잠시 그렇게 우리는 조용했다. 인사하려던 하객들도 분위기를 알아챘는지,그냥 지나쳤다. 나는 그 가운데 서있기 민망했다.-_-. 그렇게 시간이 몇분쯤 지났을까. 한주유놈이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우고는 말한다. "그럼.잘 지켜보고 있어라,노천재놈아.약혼식은 계속 한다." 다시 약혼식장으로 들어가는 한주유. ㅡㅡ방금 천재다에게 노천재라고 한것은. 과연 천재다가 아니라는 뜻에서 건넨 말이었더냐... 틀림없이 장담하건대,저녀석은 분명하고 확실하게 바.보.다-_- # 그렇게 한참동안 그 자리에 멈춘듯 서있던 천재다. 날 보며 진지하게 말을 건넨다. "30초내에 대답해.나냐,저놈이냐?" 나는 그의 질문아닌 질문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할 수있는 말이 없었다.할 수가 없다. 천천히 손가락 하나 하나를 구부리는 천재다. "하나...둘...셋...넷...다섯..." 그럼에도 불구. 나는 역시나 아무말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바닥만 뚫어져라 바라 보았다. "열 하나...열 둘...열 셋...열 넷...열 다섯...열 여섯...열 일곱..." "......" "열여덜...열아홉...스물...스물하나...스물 둘...스물 셋...스물 넷..." "......" "스물 다섯...스물 여섯...스물 일곱...스물 여덜...스물 아홉......" "......" "서른." "......" "......쿡.이게 니가 나에대한 대답이냐?" "천재다..." "됐다.이제 찬스박탈!" "......" "나 간다.약혼식 잘해라." "고,고마워." 내 어색한 대답에,이내 다시 픽 웃고는 뒤돌아서서 걸어가는 천재다. 그녀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내가 왜 그때 아무말 하지 못했는지 내심 후회하고 있었다. 뭔가 말을 해줬어야 했는데.뭐라고 대답을 해줬어야 했는데... 그런데 아무말 하지 못했다. 말하고 싶어도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하지만,방금 까지의 기억들을 억지로 지워버리고는. 나는 굳은 표정으로 약혼식장으로 들어갔다. 하객들은 시간지체에 많이 지쳤는지 날 반갑게 맞아주었다. 휴-.그래.이왕 이렇게 된거 노력해 보지,뭐. 어렸을 때 부터 소꿉친구였던 놈.한번 좋아해 보지 뭐. "네,지금부터 한준현(한주유)군과,윤희안 양의 약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경쾌한 대사로 약혼식이 시작됐다. 한주유는 어린아이처럼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고, 엄마 역시 이 장면이 여간 감격스러웠는지 눈물을 멈추지 않는다. 힘내라,윤희안!! 너 잘 할수 있잖아.사람 좋아하는게 그렇게 어려워? 재수 없는 놈 한번 좋아해 보는거야. 약혼식. 그 석자가 사람 가슴을 그렇게 아프게 할 줄 몰랐다. 누군가에 엮이고 엮여서 아프게 할 줄 몰랐다. 기쁜 그 말이,심장을 이렇게 아프게 할 줄 몰랐다. 지금 느끼는거지만. 사람 좋아하는거...아니,좋아하려고 노력하는거. 생각처럼 쉽지 않아.내 뜻대로 안돼. 이사람을 좋아해야 되는데,저사람을 좋아하게 되고. 저사람들 좋아해야 되는데,이사람을 좋아하게 돼. 그게 아마도 사랑인가봐... 그래서 그런걸 사랑이라고 하는건가봐.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그렇기 때문에 그런건가봐. 괜스레 천재다를 붙잡지 못한게,아무말 해주지 못한게. 그게 너무나도 후회스러워 지는걸 보면. 머리와 가슴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걸 보면. 하지만 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만큼 여유롭지 못했다. 지금 내게 내려진 이 시련이 더 힘들었으리라.-_-. 자리에 앉아있던 순돌의 질문. "'-'*결혼은 언제쯤?" ㅡㅡ 한주유가 싸가지를 상실하지 않는 날이오면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 '불가능하겠지만요.' 라는 말도 붙여서 말하고 싶었지만. 난 용기가 그리 풍부하지 않았다.=_=; 순돌의 질문에,하객들은 약혼식장 떠나가라 웃는다.-_-. 나도 어색하게 한번 웃어주었다. "하,하하..." ## 약혼식이 끝나고. 난 따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정말 완전히 파가 되었다... 그런데. 내 집앞에 서있는 천재다... 나는 놀라서 역시 아무말 하지 못하고 있었다. 천재다는 날 세게 안으며 말한다. "...니 마음대로 해.하지만,나 너 좋아해.그게 다야." 나는 그런 천재다의 목을 끌어안으며 울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목이 메이고,눈 앞이 눈물때문에 희미해졌다. ==== ^-^안녕하세요? 초코입니다!!! 리플은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첫댓글 너무너무진지하고 재미있어염 ㅋㅋ
^^*감사합니다~
삼각관계가 있어 재미있긴 하지만 한사람이 슬퍼지니까... 웬지 불쌍해져버려요... 아마 여기서 슬퍼질 사람은 한주유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