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루가/이 수-
아무도 몰래 아쿠아리움에 다녀온 날 저녁
꿈에서 난 한 마리 고래가 되었지
얼굴은 웃는 듯 우는 듯하면서
곡선의 지느러미가 길을 내고 있었지
구석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내가 보이고
물살에 가르마가 생길 때마다
소음에 어지러운 흰 몸짓을 보았지
예민한 청역으로 불면이 따라붙었지
불면에 시달리는 주파수 앞에서
나의 이야기는 벽을 넘지 못하고 물거품으로 사라지고
바깥소리에 난청을 가지게 되었지
제자리를 모두 바꾸고 있는 바람 부는 날
몸에 생채기를 내면 그 사이로
우수수 붉은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지
아름다운 노래는 최후에 꽂는 깃발이라고 생각했지
투명한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은
꼬리가 빙빙 도는 비명의 나날들만큼이나
가끔씩 숨쉬기조차 버거울 때가 있지
마지막 날숨을 참는 날이 오기라도 한다면
죽을 권리가 내게 있다는 것은 축복일까 재앙일까
아무도 모르게 흘리는 물방울 보호색
뱃속에 가득히 쌓여가는 불발탄들
꿈에서 깨었을 땐 엉덩이 근처가 간질거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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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쏘다(에디터)
벨루가/이 수
양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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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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