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4월 7일 목요일-이번주 학교생활-

[그렇지]

이번주에는 학교생활에서 일기 쓸 일이 많았습니다.

두편으로 나누어 쓸까 하다가 그냥 몰아서 다 씁니다.

월요일 늦게까지 일을 하는 바람에 차를 놓쳐서 새벽에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여섯시부터 서둘러서 나섰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가 보는 것입니다.

영월에서는 원주까지 가는 첫차가 7시 반이 넘어서 있어서 그걸 타면 보나마나 지각이라

남편이 제천까지 태워다 주었습니다.

남편은 오늘 밭에 비닐을 쒸워야 하는데 데려다 주느라고 일찍 일어 났으니 마음이 짠 합니다.

제천에서 버스를 타고 원주까지 다시 횡성까지 그리고 같은과에 공부하는 분을 만나서 간신히

지각 않고 강의시간에 맞추었습니다.

그런데 매일 이렇게 세시간씩 차를 타고 등교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대단한 일입니다.

배움에의 열정이 참......

18일부터 중간고사라서 이제부터는 레포트가 좀 있습니다.

정식으로 레포트를 내야하는 첫번째 과제중에서 뼈에 관한 것을 배우느라 인체의 뼈를 그리고

이름을 붙여 오는 레포트가 제시 되었습니다.

우리 인체에는 모두 126개의 뼈가 있다고 합니다.

혀에도 뼈가 있다고 하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지요.

뼈 그림을 그리느라고 일찍 자는 저녁시간도 넘겨버리고 하룻저녁을 완전히 어깨가 아프도록 그렸습니다.

기껏 머리부터 그려서 간신히 하체를 그리려고 보니 발 그릴데가 없었습니다.

그릴 종이의 분배를 잘못 한 것이지요.

다시 다 지우고 분배를 해서 그렸더니 이번에는 어깨분배를 잘못해서 몸통쪽이 너무 좁은 것입니다.

또 다시 지우고 ......이렇게 세번째에 간신히 좀 맘에 들게 되기는 했는데 앞면은 다리가 좀 짧은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충 그리는 것이 아니라 뼈의 갯수까지 맞추어야하니 정말 보통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그림을 조금 배웠다고 음영까지 넣고 싶어서......

꼬박 여섯시간을 들여 그린 내 뼈들입니다.

좀 아쉬운 면이 있지만 그런데로 맘에 듭니다.

그리다가 잘 모르겠는것을 기숙사 룸메이트에게 물어 보니 2학년인 두 친구 다 자신의 전공과목 책까지

꺼내서 친절히 가르쳐 줍니다.

기숙사 룸메이트들이 과는 다르지만 둘 다 이런 해부도를 배우는 과라서 정말 다행입니다.

완전 다른과 였으면 공통의 대화가 적을 터인데 셋이 머리를 맞대고 새벽한시까지 그러고 있었지요.

늦게 잠자리에 들어서 여러가지 생각들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늘 혼자 공부를 해 버릇해서 혼자 찾아 보고 뒤져 보고 맞추어 보고 하느라고 참 많은 시간을 소비하였는데

이렇게 공부를 하니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 볼 곳이 있고 함께 알아 보아 주는 이들이 있고

가르쳐 주는 이들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내가 내 안에 가지고 있고 그러고서 48년을 살아 왔습니다.

그 이름도 몰랐고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살아 왔는데 이렇게 속에 있는 것을 알게되고

또한 그것 하나 하나를 그림으로 그리고나니 훨씬 친근하고 쉽게 머리에 들어옵니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알았던것과는 다른 차원의 뼈가 되었지요.

이렇게 무엇을 앎에 있어서 그냥 보는 것 사진으로 남겨서 보는 것 그리고 직접 그림으로 그려서

알게 되는 것을 느낍니다.

이 공부를 다 하고나면 꼭 그림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이틑날 내가 그렇게 힘들여 여섯시간을 그렸다고 이야기 했더니 쉬운 방법이 있다고 하는군요.

먹지를 놓고 그리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아참 그런 방법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쉬워 하지는 않습니다.

힘들인만큼 소득이 있으니까요.

나이가 들어서 아들 또래의 아이들과 같이 공부를 하니 좋은면도 있지만 안 좋은면이 더 많아서

이래저래 눈치가 참 많이 보입니다.

아이들이 쓰는 단어도 익숙하지를 않아서 저것이 보통말인지 욕인지 구분이 안가는것이 많지요.

더구나 제 아들은 말이 별로 없는 편이고 제 또래가 없으니 그 맘 때에 어떤말을 쓰는지 모르니

낯이 설은 것이 당연할 겁니다.

아이들이 많이 쓰는 말 중에서 '좃나'라는 말이 있습니다.

좃나 많아, 좃나 심해, 좃나 이뻐, 좃나좋아......

처음에는 정말 민망해서 얼굴이 빨개질 정도까지 되었는데 이제 한달이 넘게 들으니 그러려니

하지만서도 아직도 익숙해지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그 말은 욕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언어 표현 수단이 아닐까 그런생각이지요.

또한 '쩔어~'

이런표현이 있는데 이건 욕은 아닌 것 같은데 자주 씁니다.

어떨때 쓰는가하면 법제학을 가르치는 교수님이 영어 발음을 거의 원어민 수준에 가깝게 발음을 했더니

아이들이 동시에

<우와~ 발음 정말 쩔어~>

하고 말하는 걸로 봐서 말입니다.

그 외에 뻘쭘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건 그래도 가끔 들어 보았는데 뻘찟도 있습니다.

이건 처음 들어 보아서 집에와서 아들에게 물어 보았더니 뻘쭘한 짓이랍니다.

아들이 설명해 주기를 어떤 예능프로그램에서 시골체험을 하는데 무우를 씻으라고 시켯더니

수세미에다가 주방세제를 묻혀서 씻었답니다.

이게 바로 뻘짓이랍니다.

하여튼 아이들은 말을 줄여서 하기 때문에 말이 오용되는 것도 많고 잘 못 알아 듣겠는것도 많지요.

룸메이트도 저는 꼬박꼬박 '룸메이트' 이렇게 말하는데 아이들은 '룸메'라고 줄여서 말하는데

어색하더니 저도 어느순간부터 식당에서 그 룸메이트를 다른 친구에게 소개하면서

<내 룸메야~>

하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다른과와 달리 이 강의실 저 강의실 옮겨 다니지 않고 같은 강의실을 쭉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것저것 눈에 거슬리는 일이 많아져서 점점 잔소리쟁이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거의 그렇지만 불을 잘 안 끄고 다니고 주변정리도 잘 안하고 휴지도 아무데나 버리고

하는 일들입니다.

집에서도 잔소리를 잘 안하는 편인데 그렇다고 잔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속으로 참았다가

쫒아 다니며 내가 그 뒷치닥꺼리를 하고 싶어서 집중이 잘 안될 때가 있습니다.

한번은 화장실에 갔는데 밝은 대낮에 불이 훤하게 켜져 있었습니다.

등이 네 다섯개는 되는게 너무 아까워서 남은 아이들에게 나올 때에 불을 좀 끄라고 말했더니

그것이 자동이라 사람이 있을 때만 켜 진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수업시간에도 교수님은 열심히 강의를 하시는데 뒤를 돌아보고 이야기 하거나

옆사람과 계속 이야기 하는 친구가 있으면 속이 상합니다.

교수님에게도 미안하고 그 친구도 이 귀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요.

거의 한달을 넘게 참다가 어제는 냉정하게 주의를 주었습니다.

<앞을 보도록해~ 내가 너희 때문에 집중이 안되서 안되겠다.>

하고 잔소리를 하고 말았지요.

그러고 나서는 또 그것이 미안해서 신경이 쓰여가지고 그 시간을 제대로 활용을 못했습니다.

저만 그런것이 아니라 저 보다 두살 많은 언니도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앞에봐~>

하고 아들에게 하던 그대로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와 같이 공부하는 아이들이 다른 학생들에 비하면 엄청 잘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희들끼리 당번을 정해서 방과후에 청소도 하고 물걸레질까지 하기도 합니다.

또 날을 정해서 학교주변의 쓰레기도 줍는다고 하는데 우리처럼 나이든 사람은 빼주기도 합니다.

우리야 시키지 않아도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런 대학생이 쉽지 않다고

학과장교수님이 자랑스러워 하십니다.

내 척도로 아이들을 보니까 눈에 거슬려 보이나 봅니다.

늘 내가 저 시기에 공부를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아쉬워하며 아이들을 보니 그럴 수 밖에 없을겁니다.

지나고나면 보이는 것이 그 때즈음에는 안 보이는 것이 또한 저도 겪어 온 일이니 어쩔 수 없을겁니다.

아무튼지 그렇게 잔소리쟁이가 되어가서 은근히 아이들에게 왕따 당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요.

눈치도 많이 보는 편이구요.

그런데 은근히 그런 잔소리쟁이 아줌마가 싫지는 않은듯 보입니다.

시험이 끝나고 M,T를 가기로 계획을 짜는데 어떤 남학생이 제게 참석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글쎄 워낙 바쁜 때라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했더니

<안되는데 가셔야 하는데.....>

했습니다. 그래서 왜 가야하느냐고 했더니 자기네들 맛있는 것 해 주어야 한답니다.

그래서 내게 맛있는 것은 산나물 반찬이라고 했더니 그래도 좋답니다.

별로 말이 없는 과묵한 남학생이 그 말을 해서 은근히 감동이었습니다.

아들은 그런데 빠져 주는 것이 예의라고 하는데 어찌해야 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오늘은 어제 결석한 녀석이 내게로 오더니 레포트 내 준것과 노트필기 한것을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평소에 장난도 심하고 수업시간에 딴짓도 잘해서 관심이 없는 줄 알았더니 의외였습니다.

밤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데 늘 졸고 있기도 합니다.

열심히 적고 있는 녀석이 대견해서 따로 김밥한 줄 사 주었습니다.

또 어제는 자리를 정하는 날이었습니다.

나름데로 공부를 하겠다고 한달에 한번씩 쪽지를 통해서 자리 뽑기를 해서 앉습니다.

너무 친한 사람하고 앉으면 아무래도 자꾸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기도하고 새로운 인물들과

사귀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아무튼지 그러면서 지금 세번째 뽑기를 했는데 이러저러 앞자리가 뽑힌 사람들은 걱정입니다.

자기가 뽑힌 자리가 맘에 들어서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고 맘에 안들어서 뽀루퉁해 있는 친구도 있습니다.

제일 앞자리가 뽑혔습니다.

앞자리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들처럼 바꾸어 달라고 말은 못하지요.

그런데 저희들끼리 자리를 가지고 맘에 드니 안드니 말을 하는 중에 제말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난 또 앞자리야 어떻게......>

하니까 다른아이가 말했지요.

<넌 그래도 백여사님 옆자리잖아 얼마나 좋아.....>

하하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좋다는 이야기가 맞겠지요.

잔소리쟁이라 내 옆자리를 싫어 할 줄 알았더니 안 그런가 봅니다.

그렇게 저렇게 이번주도 적응해 가는 단계로 한주 수업을 잘 마쳤습니다.

학교에서 참으로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공부하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어제와 오늘에 걸쳐서 그 감사가 더욱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에게 사회복지학과 법제학을 가르치는 교수님은 연세가 좀 있으십니다.

교제를 서울대학교 교수님이 쓰신 것으로 삼았는데 무슨말인지 책을 읽어서는 하나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교수님이 강의를 하시면 금새 무슨말인지 알아 듣겠습니다.

정치, 경제 , 사회, 역사,세계사, 도대체 막힘이 없는 이 분은 명강의로 유명한 분입니다.

평생에 강의를 하시며 강의시간에 조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또한 그것을 자랑으로 삼고 강의를 하셨다고 하는데 이제 20살이 된 과 친구들에게는

그 강의가 그렇게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는지 어떤 때는 절반이상이 업드려 잡니다.

반대로 우리나 2학년의 좀 나이가 있는 하다못해 군대라도 갔다가 온 친구들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경청을 합니다.

그리고 이런 강의를 받을 수 있음을 행복해 하지요.

요즘에도 하는지 모르겠는데 EBS에서 하는 하버드대 교수님 강의 같습니다.

우리만 듣는 것을 늘 아쉬워 하지요.

그런데 그렇게 자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전번에는 좀 속이 상하신듯해 보였습니다.

앞자리에 앉았던 군에 다녀온 철용학생이 자기가 더 미안해 했습니다.

점심시간 이후라 그렇다고 이해해 달라고 말씀을 드렸지요.

아무튼지 그래서 오늘 수업시작전에 제가 나가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교수님의 명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하다구요.

제가 그 말씀을 드리고 났더니 교수님께서 허허 웃으시면서 이런시를 하나 적어 주셨습니다.

 '권학문주자훈'

오늘 배우지 않아도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말며

금년에 배우지 않고 내년이 있다고 말하지말라

날과 달은 가고 해는 나와 함께 늦어지지 않으리

슬프다 늙어서 후회한들 이것이 누구의 허물이겠는가.

소년은 늙기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일초의 짧은 시간인들 가겹게 여기지 말라

연못가의 봄풀이 꿈을 미쳐 깨지 못하여서,

뜰앞에 오동잎이 이미 가을 소리를 전하도다.

먼 미래에 좌충우돌 하는 내 젊은 친구들도 이 시가 가슴에 와 닿을 날이 있을 겁니다.

이 교수님 뿐만이 아니라 다른교수님들에게도 감사말씀을 일부러 드렸습니다.

말로 표현하는 법을 저도 배우는 중이랍니다.

감사한 학교생활 이번주에는 이렇게 보냈습니다. 아직도 좌충우돌입니다. 

[이보]

학교생활에 적응해 가는 '백여사'의 모습이 눈 앞에 보이는 듯 합니다.
다만 요즘 아이들이 쓰는 이상한 말에는 적응하지 말기 바랍니다.
앞으로 재미있는 일들이 미진진하게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을 합니다.

[이보]

뭘 세밀히 보는 평소의 이보生의 버릇.. 칠판의 <주자권학문 朱子勸學文>은 아래와 같습니다. 무엇이 틀렸는지 맞혀 보세요..^^
少年易老 學難成 (소년이로 학난성)
一寸光陰 不可輕 (일촌광음 불가경)
未覺池塘 春草夢 (미각지당 춘초몽)
階前梧葉 已秋聲 (계전오엽 이추성)

[이보]

앞부분은..
물위금일불학이유래일(勿謂今日不學而有來日)
오늘 배울 것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물위금년불학이유래년(勿謂今年不學而有來年)
올해 배울 것을 내년으로 미루지 말라!
일월서이세불아연(日月逝而歲不我延)
해와 달은 가고 세월은 나를 기다리지 않으니,
오호, 로이시수지건(鳴呼老而是誰之愆)
오! 늙어 후회한들 이 누구의 허물인가?

[그렇지]

교수님께서 제말에 갑자기 생각나서 쓴 글이라 틀린것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저야 한문에는 까막눈이니 당연 모르구요.
한참을 찾아도 잘 모르겠는데 혹 계전오엽에서 엽자가 틀렸나요 가르쳐 주시길 바랍니다. 앞부분도 이보님 덕분에 알게 되니 더욱 감사합니다.

[이보]

小는 少, 쉬울 이는 易, 잎새라는 엽은 木변을 빼고 葉, 池塘(지당) ..연못이라는 뜻이지요..^^
교수님도 한글세대인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