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에 관한 시모음 19)
진달래 꽃 /김해인
나뭇가지 끝에
희게도
연분홍 빛으로
붉은듯 여린 모습은
양지바른 언덕에 피어나
늦 봄 응달아래 시들어 가면서도
열매를 맺지않음은
너 에 가녀린 업 을
남기지 않으려 함이련가
아지랭이 아른거리는 날
어느님께 보이려고
산모퉁이 외진곳에
봄비에 젖어 꽃 을 피우고
삼월 달밝은 밤
두견새울음에 떨어져 가시는가
진달래 동산 /박정재
앙상한 가지에 분홍색 꽃
듬성듬성 얼굴 내밀고
봄 동산 등성이에 서서
그리던 사랑을 찾는구나
하루가 지나고 나면
다른 분홍색 꽃망울이
눈을 뜨기 시작하고
앙상한 가지는 뵈지 않네
또 하루가 지나고 나면
온 산은 붉은 동산이 되고
구경하는 사람 몰려들고
진달래 동산 춤을 추네
진달래 화전 /강효수
그 계절은 다섯 번째 계절
적막의 그늘에 숨어
가시나무새처럼 피 울음 울던
나는 설움 겨운 진달래
여울진 그리움 가눌 수 없어 끝내
터져버린 가슴
내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기에
앙상한 가지에 피어나는 열꽃은
행복한 눈물이라 하겠네
흐름이 그 이름 부를지니
꽃비 내리는 언덕 넘어
격한 숨결로 오시는 내 임
향기로운 그 하얀 미소에
내 신선한 심장
다소곳이 내려놓나니
우리의 봄은
그렇게
뜨겁게 이루어지고야 말았네
진달래 필 무렵 /이기영
당신은 예닐곱 손짓으로 오시는가요?
산 봉우리 잔설 밟으며
새벽 부엌에서 스며오는 전등빛 되어 오시나요.
하얀 나비는 꽃 순에 앉아 파르르 날개를 떨고
아이들은 양 볼에 불꽃보다
더 붉은 끄으름 하고 뛰어갔지요.
꽃다발 한 더미 두 더미춤추듯 내려오고
까만 치마 여자아이는
댕기머리 꽃댕기 햇 내음 수 놓고 싶어
담장 밑에서 마냥 기다렸어요.
당신은 잊었던 노을빛으로 날 불렀지요.
사립문 활짝 열고 오라고요.
화롯가 불씨만 남은 잔솔가지 차운 손 쬐다 달려갈께요
뜨겁지 않게 타오르는 산자락 향해...
진달래 /권달웅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던가
눈보라에 얼어붙었던 꽃봉오리에
불꽃이 붙었다
고통 속에서 얻은 구름길 기쁨을 알고
겹겹산 아지랑이 손뼉을 치며
하늘로 타오른다
빨간 바람이 지나간다
모든 죽어 있는 것들이 활기를 찾고 살아나
새파랗게 소리친다
바보야 천지가 참꽃이다
내 영혼을 흔들어 깨워주듯
춥고 힘든 이 세상살이 고비길마다
빨갛게 불꽃이 타오른다
고려산 진달래꽃 필 때면 /오애숙
첫사랑 못잊어, 못잊어~
봄햇살 머금고 활짝 웃음 지으며
고려산 마루까지 내려와 손짓하려고
그 옛날의 사랑 화사함으로 노래 함인가
천 년의 역사 속
4백 고지 넘어 선 곳에
4월 속에 피어나는 붉은 물결로
희망과 생명참의 환희꽃 진달래여
4월의 창 활짝 여는 이아침
붉은 물결 휘날리는 향그러움
사랑과 기쁨 속에 애틋한 사랑의 향연
그리움의 첫사랑 노래하는 옛 시인이련가
결코 낮지 않은 산
엄동설 수미진 곳 움츠려 있다
꽃샘추위 마다치 않고 강화 고려산허리
첫사랑의 애뜻함에 백만 불 짜리 미소하려 함인가
진달래 1 /정윤목
가없는 마음 세상에서
어린 아이도 꽃이 되어
드 넓은 벌판에
향기 진동하던 날
넌 기어코 피어나고야 말았다
언덕배기 조금 더 올라간 야산에
분홍빛 흐드러짐으로 네 색조 고웁게 단장하여
모든 아이와 어른들이 꽃이 되게 하였다
해가 바뀐 봄볕 대지에
할미꽃 개나리와 함께
꽃단장 하여 산을 물들이고야 마는
네 꽃분홍에
울 할매 울 할배 잠드신
무덤가도 기어이 꽃단장으로
새악시 기쁨 홍조 띄었으니
무덤 속 울 할매 울 할배
부활하셨지
고운 웃음으로 화장하신
어여쁘신 얼굴로
지난날들 서러움 잊은 듯
아주 곱고 고운 모습으로
네 그리움
네 사랑은 모두 전염되어
죽은 넋마저 꽃 되어
해마다 그 봄 즈음이면
온 산천에 그리움이 떠돌게 한다
불러봐도 대답 없는
참꽃 그리움이여
진달래 /최갑연
차갑고 시린
모진 삶에 언덕을
돌고 돌아서
분홍빛 두 볼을 비빈다
외로운 마음 달래고
붉게 타오르는 정열로
모든 사람들을 위해
산과 들에 꽃 피운다
냉이 캐는 아주머니도
출근하는 딸아이도
여행 가는 연인들도
감탄하며 좋아라 한다
진달래 연정 /장선희
뽀얀 술잔에 햇살 받으며
연분홍 진달래 새색시 되었네
술잔에 취하려 살포시 몸 담그며
발그레한 미소 입맞춤하자네
이 얼마나 향기로운 날인가!
따뜻한 너의 입술 스며드는 꽃내음
내 품에 녹아드는 부드러움 어찌할까나
내가 너를 보듬으니
천상에 이런 인연 어디 있겠소!
감미로운 인연에 손색없고
술에 취하고 너에게 취하니
신명 나는 어깨춤 절로 난다네
산중에 달달한 합궁하니
천하에 부러울 게 없네
먹구름 낀 하늘 맑아지고
천둥 번개 날벼락 친들 두렵지 않네
수줍은 너의 마음 알아버렸으니
산중에 무언들 치중하고 싶지 않고
고운 님 품으며 약속하네
막걸리 술잔에 진달래 흠뻑 취하고
사랑에 눈멀어 갈 길을 잃었다네.
쌍계사 진달래 /이봉환
지난 번 쌍계사 갔을 때
사랑한다, 내놓고 하지 못한 그 말이
봄이 다 가도록 절벽 끝에 매달려 있었다.
진달래꽃 /이정록
그럭저럭 사는 거지.
저 절벽 돌부처가
망치 소리를 다 쟁여두었다면
어찌 요리 곱게 웃을 수 있겠어.
그냥저냥 살다 보면 저렇게
머리에 진달래꽃도 피겠지.
진달래 /정연복
삼월의 마지막 날
으스름 저녁
꽃샘추위
아직도 매서운데
야트막해도 곳곳에
바위들이 카펫처럼 깔린
투박한 길을 따라
아차산에 올랐다.
산의 여기저기
몇 그루씩 무리 지어
어느 틈에 만발한
진달래꽃은
저 먼 옛날
만주 벌판을 호령하던
고구려의 기상이
환생한 것인가.
진분홍
그 고운 빛깔로
봄의 도래를 알리는
저 핏빛 아우성.
진달래 /임재화
잔솔밭 그늘 드리워진 곳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임은
분홍빛 고운 꽃송이
야트막한 언덕 위에도
따뜻한 봄볕이 찾아들고
하얗게 벙그는 벚꽃을 지나
까치가 유유히 날아갑니다.
두 손을 오롯이 모으고
사뿐히 지르밟는 임의 자세로
말없이 그 고운 가슴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꽃
산들 봄바람이 스칠 때면
임의 사랑이 절로 그리워서
노란 별 되어
하나 둘 떨어지는 개나리 꽃잎
진달래 /해련 류금선
해마다 부활하는
꽃이건만
임 기다리 듯
그리운 것은
내 마음속에
꽃씨로 날아들어
연민의 싹으로 틔운
열꽃이기에
신열로
붉어진 사랑
살풋하고 진한 향기가
천지에 내 이름으로
핍니다.
진달래꽃 /송기원
그대에게 가는 길이
그대처럼 깊게 병드는 일이라면,
병들어, 눈, 코, 잎 문드러지고
몸통 하나로만 남는 일이라면,
가겠네, 그대의 길 따라
햇살 바른 양지쪽에. 두 몸통 어울려
문드러진 눈, 코, 입, 손, 발가락
저리도 난만한 진달래꽃으로 피는 일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