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12.31 저녁, C 병원 25년을 마무리하는 정년퇴임식을 가졌다.
정년(만60세)을 계기로 퇴임하고자 희망한 것과는 달리, 점차 업무량을
줄여나가기로 하고, 지금까지 계속 근무 중에 있다.
그동안 많은 직원들을 떠나보내며 인사말을 해오다가, 막상 내 자신이
떠나는 인사말 - 그것도 <정년 퇴임사>를 하려고 단상에 서는 그 순간에,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묘한 기분이 들었었다.
대체로 자신의 인생스토리는 대하소설처럼 드라마틱하다고 이야기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좀 염치없게(?)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정년을 맞으면서 느낀 솔직한 소회를, 자기연민반 자랑반, 남은 인생에
대한 다짐반 삼아 풀어 놓는다. 주책으로 비칠까 조금은 염려스럽다.
K 은행 3년, 군대생활 3년, H 병원 10년, C 병원 25년....
그동안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려는 노력보다는, 나름 최선을 다해 치열하게
살고 있다고 난척하면서 지나온 세월들이, 많이 부끄럽기도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내려놓고 웃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말로만이 아닌 가슴으로, 확고한 신념처럼 그렇게 느끼며 산다.
특히 최근 3년간의, 참으로 어렵고 외롭고 힘든 시기에도 가족, 친구, 친지
들의 분에 넘친 사랑과 격려에 힘입어, 무너지는 스스로를 세울 수 있었음을
감사한다. 또한 일상의 삶속에서도 한마음을 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것을
알게해 준, 크고 소중한 인연에 감사하며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중학은 시골학교지만 수석입학으로 학비걱정 없이 공부했고, 고 1시절의
학업중단 위기는, 3년간 H 병원에서의 가정교사 생활로 넘길 수 있었다.
H 병원 10년과 C 병원 25년은, 소위 말하는, 세상에 공부가 제일 쉬운 일이
라고 회자된다는 구성원(의학박사/대학교수/간호사/의료기사 등의 전문인)들
과 함께, 교육과 의료의 공익성과 사명, 생명의 존엄성, 20여개 직종으로
전문화된 조직의 소통과 발전, 의료인들의 남모르는 애환까지를 공유하며,
경영과 비영리 공익성이라는 괴리속에서, 고민하고 애썼던 날들이었다.
우리는 어릴적부터 남을 칭찬하는 것은 미덕이고, 행여 자신을 칭찬하면,
교만과 독선에 빠진 시건방진 사람, 미성숙한 사람이며, 자신을 낮추고 자신
에게 엄격할수록 교양있고 겸손한, 착한사람으로 인정받는, 모범생 예절교육
에 길들여져 왔다. 특히 60대인 우리 세대는 더욱 그래왔던 것같다.
그러나 긴 인생 살면서, 때로는 자기 자신에게도 칭찬과 격려, 지극한
사랑이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다.
속울음 울면서도 넉넉한 웃음으로 가족들을 염려하며 절실함으로 희망을
노래해 본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때 치열했던 삶의 한가운데로부터 이제 조금은 빗겨나 살면서도,
아상의 축소를 오히려 즐거워하며, 스스로를 낮은 곳에 자리매김하되,
자기비하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당당한 모습으로 서로 마음 나누며,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이라면....
이제 자신을 좀 과하게 칭찬한다한들 크게 흠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긍심과 당당함이 삶의 활력소가 되어, 자기성찰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삶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마음내어 이웃과 나눔하는 여유와 넉넉함도, 먼저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다고 우리가, 자기애에 빠져 허우적대거나,
귀 막은 벽창호가 되어, 외고집만 늘어갈 사람들이되지는 않을테니까.
과거사에 매몰되어 자아도취가 되어 모든 것에 참견하는, 말 많은 60대가
되지 않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감사하고 나누고 관조하는 넉넉함 속에 살아
가되, 그런 마음을 내고 행하는 자기를 존중하고 격려하며, 게을러질 때마다
자신을 경책할 수 있는 맑고도 밝은 눈을 갖게 되기를 서원해본다.
이제는 천천히 발아래를 살펴가며, 줄어든 보폭으로 내려와야 할 시기이다.
40여 년 전, 떨리는 가슴으로 등산길 초입에서 다짐했던 결연한 초심을 다시
일깨우며, 내려놓음과 감사함, 겸허함을 벗 삼아 뚜벅뚜벅 살아가야지.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떠올리면서...
첫댓글 멋진 글입니다. 내려놓음과 감사함, 겸허함을 벗삼아 뚜벅뚜벅 저도 걸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와우... 예사롭지 않은 닉네임과 조용하고 차분하게 쓰신 글 칭찬받으시고도 남겠습니다.
늦었습니다만...... 정년퇴임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어느 산을 계획하고 계시나요?
다시 읽어봅니다.
그러나 긴 인생 살면서, 때로는 자기 자신에게도 칭찬과 격려, 지극한
사랑이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퇴임을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하루가 되기를 빕니다.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정년 퇴임을 축하합니다.
웃으며 행복한 나날 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축하 합니다. 저의 남편은 54살 조금만 있으면 졍년퇴임 하기때문에 저의 남편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남편에게 용돈을 주는 사람으로 건듭날려고 지금 노력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