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일기- 8, 비양도가 보이는 협재해변
22, 02, 15
바람이 분다.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세차게 불어대는
협재해변에서는 모든 것이
춤을 추는 듯 전후좌우로 흔들렸다.
거친 숨소리를 내는 소나무숲이나
길게 도열하고 서 있는 키다리 나무나
춤을 추지 않을 수 없는 듯 했다.
해변에 저녁 산책하러 나온 사람들은
바닷바람에 떠밀려 달리고 있었다.
제주가 좋아서 여행 왔다는 아가씨들도
겨울 옷차림에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해서 새까만 눈만 보였다.
건너편 비양도는 손에 닿을 듯 가까운데
일렁이는 파도는 성난 듯이 소리친다.
비양도 위로 떨어지는 노을이 그리도
아름답다는데 하늘도 한껏 찌푸렸다.
제주도의 날씨는 심술궂은 사람처럼
여행자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파도로 인해 건너편 비양도에 가보지 못하고
아름답다는 낙조도 보여주지 않으니
다음에 다시 오라는 말인가 보다.
그래도 먼 바다는 쪽빛,
얕은 바다는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제주의 바다가 좋았다.
출처: 아굴라와 브리스가 원문보기 글쓴이: 아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