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에 몸담은지도 햇수로 15년. 엄밀히 말하면 13년 남짓.
무역학을 전공했고 사탐 경제강사로 고등학생과 재수생을 지도해 왔습니다.
부모님 도움없이 결혼 비용도 저 혼자 마련하여 2002년 늦장가를 가서 지금은 6살 3살박이 두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2000년 정도부터 2006년까지가 아마도 제 강사생활의 하일라이트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쩐을 꽤 괜찮게 벌었거든요. ㅎㅎ
참! 참고로 2004년 2월부터 2005년 11월 수능까지 광주 양영학원에서 강의했었습니다. 아마 전라도 분들은 양영학원은 다들 아실겁니다. 그리고 2005년을 끝으로 양영학원이 학원 문을 내리지요. 그때 참 아쉬웠습니다. 특히 광주 토박이 강사님들이 참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광주에서 2년 있으면서 서울보다 훨씬 깨끗한 공기(서울은 비오면 다음 날 자동차위에 먼지가 켜켜히 쌓여있지만 광주는 깨끗하더군요.)에 반했고 무등산도 좋았고 차를 조금만 몰고가면 갈데가 천지사방이더군요. 학생들이 가족과 떨어져 지내니 심심하지 않냐며 카트라이더 하시라고 해서 지금은 고수가 되었다는...ㅜㅜ
그런데 재작년 2007년 부터 왠지 학원강사에 대한 회의가 생겼습니다. 돈 벌이야 그 전년도와 큰 차이는 없었지만 재미가 없는 겁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다른 길을 가자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고 습관적으로 강의하고 학원에서 강의제의 들어오면 또 수업하고 과외 들어오면 돈되겠구나해서 또 수업하고 대입논술과 가장 관계가 큰 과목이 사탐이니 논술강의도 하고......
하지만 밀려오는 허전함이란....
학원강사님들 중에 훌륭한 분들이 많고 존경할 만한 분들도 많았지만 왠지 재미없고 보람도 솔직히 없었습니다.
학원의 생리란게 지나치게 아이들을 닥달하고 한 번 수업 듣고 집에서 공부해도 충분할 것을 질질 끌고 계속 학원 수강하게 하고 녀석들도 자율적으로 공부하는게 아니라 무조건 학원선생님들한테 의지하고... 솔직히 제 나이 또래 세대분들 어디 학원에서 공부했습니까? 다 알아서 혼자했고 실력도 그 때 학생들이 훨씬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2008년이 되자 이런 생각과 회한이 점점 커졌고 2월에 뭐 공부할만한 자격증이 없을까해서 고민하다 '감정평가사'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까지 구매해서 공부를하는데 그건 완전히 실수였다는 것을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시험은 생업 다 팽개치고 최소 3년이상은 올인해야 합격가능하다는 것이 주변의 중론이었고 실제 공부를 하다보니 자연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1년이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이 자기 공부한답시고 3년이 넘는 세월을 낚기에는 너무 터무니 없고 이기적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시험이 워낙 어렵다보니 제가 겁을 먹은 것도 솔직히 있습니다.
그러다 시간은 무미하게 흐르는데 학원을 접어야겠다는 생각은 점점 더 커지고 갈피를 잡지 못하다 9월인가 10월 어느 날 인터넷을 마구 뒤져 할만한 공부가 뭐 없을까 정신없이 마우스질을 하다가
'농산물품질관리사'
우르르 쾅쾅! 눈이 번쩍!
농산물 수입, 유전자 변형농산물검역, 농산물유통. 오예 데끼리. 무역을 전공한 나에게 딱이다. 만세. 농산물유통론 거저 먹는다 오예. 법은 디지게 외우기만하면 된다. 오예~ 농산물등급판정 수확후관리 오 멋져부러~. 근데 원예학 워메 이것이 뭐단가. 생전 나와는 무관한 분야 헉. 흠 이건 어떡한다. 더구나 2차엔 실물을 보고 판정하라는데 원 이거 좋다 말았네. 게다가 합격률을 보니 이건 뭐 고시 뺨친다. 에라 쓰바. 좋다 인생에 쉬운 일이 어딨냐 한 1년 꼴아박자. 곧바로 시험접수 알아보니 어라 바로 일주일 뒤네 허걱!
그 다음주 학생들과 수업하면서 난 이런 발언을 한다.
"야, 나 올해로 학원강사 끝이다. 아마 내년 이 맘때면 농업인이 돼있을꺼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만 나온다 무슨 배짱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ㅎㅎ
인터넷으로 상명 1차 책 세권 구입하고 공부돌입. 유통론은 예상데로 넘 쉬워 패스 이건 뭐 굳이 경제 전공아니더라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부할 수 있겠다. 1차 시험일까지 대충 2번 읽어봄. 그렇다고 6회님들 유통론 함부로 보면 큰 코 다칠 수 있습니다. 유통론은 광범위하여 출제자가 어렵게 낼려고 마음만 먹으면 제일 어려운 과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야 무역을 전공했고 경제 강의만 13년 넘게 했으니 그 강점을 활용한 것 뿐입니다.
법령은 정말 계속 책을 정독하면서 중요 포인트는 반드시 10번 20번도 더 넘게 읽고 또 읽어서 완전히 숙지될 수 있게 공부했습니다. 책에 있는 문제도 더불어 같이 풀었음. 그래야 중요한 부분을 인식하면서 효율적인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원예학개론. 흠 이건 뭐 당췌 뭘 알아야 하지. 에라 모르겠다. 일단 소설책 읽듯이 한 번 읽자. 눈으로 단어를 먼저 익히자. 그렇게 대략 3번 가까이 속독과 정독을 반복하고 중요 부분은 법과같이 10번 20번 계속 되뇌임. 물론 문제는 계속 풀어 봄. 수확후관리기술에서 70% 나온다는게 그나마 다행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했습니다. 원예학 부분도 경시할 순 없어 중요개념은 반드시 정리해야 할 것 같아 문제를 풀면서 중요점을 파악하고 그 부분만 집중적으로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불안한 건 사실 유통론은 의미까지 이해하며 공부했지만 원예학은 완전 겉핥기라 공부하면서도 불안불안.
그래서 협회에 떠있는 원예관련 자료 다 읽어 보고 문제를 다운받아 풀어보고 시대고시에서 나온 문제집도 하나 사서 풀어보고 시험을 치뤘습니다.
시험장내에서도 원예학이 어떻게 나올까 무척 염려했었는데 다행히 공부한 내용이 많이 나왔고 운도 좋아 합격했습니다.
다음에 적절한 시기에 2차합격수기도 올리겠습니다.
첫댓글 고생하셨고...합격 축하드립니다..좋은 실력..협회와 우리 회원들을 위해서 많이 써 주시기 바랍니다....감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