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3주일(나) 2009.04.26 (사도3,13-15..17-19; 1요한2,1-5ㄱ 루카24,35-48)
사랑합니다. 부활 제3주일인 오늘 복음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습니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루카 24,48) 여기서 ‘이 일’ 이란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는 성경에 기록된 대로 고난을 겪고 죽으셨다가 사흘 만에 부활하셔야 했다는 것 - 곧 생명이 죽음을 이겼다는 것 - 과, 그리고 예루살렘으로부터 시작해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가 그분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되어야 한다는 것 - 곧 기쁜 소식은 반드시 선포되어야 한다는 것 - 입니다(루카 24,46-47참조).
-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
오늘 복음은 제자들이 체험한 부활하신 스승 예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두 제자들이 만난 부활하신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에 이어서(루카24,13-35참조: 부활 팔일 축제 내 수요일 복음), 이제 열 한 제자와 그 동료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스승의 예상치 못한 죽음을 체험한 제자들은 두려움에 떨며 다락방 문을 꼭꼭 잠그고 숨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 가운데 갑자기 예수님께서 나타나십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전 당신의 제자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셨던 스승 예수께서는 제자들이 두려움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남아있기를 원치 않으셨던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기 이전 40일 동안 수차례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그들과 함께 함께 이야기를 나누시고, 음식을 드시며, 때로는 그들의 불신앙을 책망하시고 하고 의혹을 풀어주기도 하십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신 것은 당신이 사랑하시던 제자들에게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의 믿음을 굳건하게 하여, 그들을 선교사로, 증인으로 만들기 위해서인 것입니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 이것이 예수께서 하느님 아버지의 곁으로 오르시기 전, 당신께서 끝까지 사랑하시던 제자들에게 남겨주신 사명이었습니다. 이 사명은 제자들만이 아닌 지금도 당신을 따르고자 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남겨주신 사명입니다.
- 베드로의 담대한 설교
오늘 제1독서의 사도행전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그분으로부터 ‘증인’이 되라는 사명을부여 받은 베드로 사도의 설교를 전하고 있습니다. 열 두 사도의 우두머리였던 베드로는 예수의 죽음 이후 다른 사도들과 함께 다락방에 숨어 있었습니다. 스승 예수처럼 자신도 무고하게 붙잡혀 죽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만나 뵙고, 그분이 보내주시기로 약속한 성령을 받은 베드로는, 다른 사도들과 함께 다락방을 뛰쳐나와 자신이 보고 들은 바를 담대하게 설교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자신의 설교에서 그 누구도 제외시키지 않습니다. 자신의 스승, 예수 그리스도를 죽였고, 자신 역시 붙잡아 죽일 수 있는 - 실재로 베드로는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스승과 같은 방식으로 죽을 자격이 없다고 믿었던 그는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죽게 됩니다 - 유다 백성에게도 설교하기 시작합니다. 아니, 아주 담대하게 그들을 질책합니다. "여러분은 생명의 영도자를 죽였습니다."
- 베드로의 용기는 어디에서 나왔는가?
이처럼 베드로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설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그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그 체험을 통해 죽음(악/어둠)이 더 이상 생명(선/빛)을 이길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는 예수님께서 의인들이 아닌 죄인들을 구원하시기기 위해 고난을 겪고,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음을 깨달았습니다. 때문에 예수님의 구속 계획에서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게 한 유다인들 역시 제외되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기에, 그는 아무 주저 없이 유다인들을 향해서도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
베드로의 설교를 들은 이들 가운데 많은 이들은 자신들을 질책하고 나무라는 베드로를 불쾌하게 생각하여 그를 붙잡아 죽이려 합니다. 반면 다른 이들은 "마음이 꿰찔리듯 아파"합니다(사도 2,37참조). 그래서 그에게 묻습니다. "형제 여러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사도 2,37참조). 베드로의 대답은 명쾌합니다. "회개하고 하느님께 돌아와 여러분의 죄가 지워지게 하십시오."(사도 3,19; 2,38참조)
베드로의 대답은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어 매우 간단합니다. 회개하고 하느님께 돌아오기만 하면 된답니다. 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돌리고 하느님께 돌아오기만 하면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가 누구든지 간에, 그가 어떤 죄를 지었든지 간에 - 비록 하느님의 아드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죄를 지었다 할지라도 - 마음을 돌리고, 발걸음을 돌려 하느님께로 향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와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우리의 변호자이신 예수 그리스도
오늘 제2독서의 요한1서 저자는 우리가 비록 죄인이라 할지라도 구원받을 수 있는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누가 죄를 짓더라도 하느님 앞에서 우리를 변호해 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곧 의로우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은 우리 죄를 위한 속죄 제물이십니다. 우리 죄만이 아니라온 세상의 죄를 위한 속죄 제물이십니다."(1요한 2,1ㄴ-2). 우리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던 간에 우리의 죄를 속량하기 위해 돌아가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께서 계시며, 그분은 이제 하느님의 곁에 머물면서 우리를 위해 변호해 주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마치 오늘 제1독서에서 베드로 사도가 유다인들의 ‘무지’를 말하면서 그들을 위해 변호해 주었듯이 말입니다.
- 그리스도인의 사명: 회개의 삶을 살아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는 것
부활 제3주일에 사용된 전례 독서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가르침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두 가지로 함축될 수 있습니다. 먼저 오늘 제1독서에서 베드로 사도가 유다인들에게 한 훈계와 같습니다: "회개하고 하느님께로 돌아오라." 회개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시각(視覺)을 바꾸고, 이상(理想)을 바꾸고, 삶의 태도를 바꾸는 것입니다. 그 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던 시각과 이상과 태도를 예수님의 시각과 이상과 태도로 바꾸는 것입니다. ‘자기중심’의 삶을 ‘하느님중심의 삶’으로 바꾸는 것이며, 이기심과 교만과 자만으로 얼룩진 삶을 ‘이타적이며 겸손하고 순종하는 삶’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여기에 예수님께서 덧붙이신 사명이 있습니다. "너희는 나의 증인이 되어라."
회개하고 하느님께로 향한 삶을 살 때 우리는 그리스도의 증인이 될 수 있습니다.
무지 때문에, 교만 때문에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자신의 잘못을 겸손하게 인정하는 삶을 살 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자기사랑과 자기연민에 빠져 주변의 이웃을 바라보지 못하고 많은 이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이웃에게 온전히 내어주는 사랑의 삶을 살 때 - 비록 그것이 어리석고 바보같이 보이는 삶일지라도 -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될 수 있습니다.
죽음으로써 삶이 끝난다고 생각하는 이 세상에서, 때문에 삶에 아무런 의미도 목적도 없다고 생각하는 이 세상에서, 죽음은 생명을 이기지 못한다고 선포하며, 모든 삶에는 그 의미와 목적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삶을 살 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될 수 있습니다.
“나는 그분을 안다.”(1요한 2,4ㄱ)라고 말하면서도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지 않고 살아가는 많은 거짓 그리스도인이 있는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말씀과 계명에 순명하고 그것을 충실히 지키며 살아갈 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증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때 우리 안에서는 하느님 사랑이 완성될 것입니다(1요한 2,5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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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이번 주 토요일 특전미사에는 작년 10월 입교한 제4기 예비신자들이 공적으로 교회 안에 받아들여지는 "받아들이는 예식"이 있게 됩니다. 이 예식을 통해 그들은 마귀를 끊어버리고, 영원한 생명을 청하며,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여 그 말씀대로 살고자 약속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신창동 성당 공동체는 이 예식을 거행하게 될 제4기 예비신자 모두를 진심으로 격려하고 축하합니다. 아직 세례를 받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들이 하느님께로 향하는 회개의 삶을 시작했다는 것과,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참된 증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더불어 다음 달 23일에는 견진성사가 있을 예정입니다. 견진성사를 준비하는 많은 이들이 보다 성숙한 신앙인이 되어 그리스도의 용감한 증인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신창동 성당 공동체 모두는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특히 견진성사를 준비하면서 가졌던 ‘성령 세미나’에 절 반 밖에 참석하지 못한 이들의 경우, 구약성경의 ‘집회서’를 완필함으로써 - 인터넷 성경쓰기나 노트에 손으로 직접 씀으로서 - 견진성사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모두들 용기를 내어 하느님께로 향한 여정에 함께 가도록 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