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8일(토) 낙동정맥을 가는 정기산행일입니다. 구간을 적당하게 끊는 것이 조금 어려워져서 오늘은 다른 때보다 길게 가야 하기 때문에 걱정이 컸습니다. 보통 10~12km로 구간을 정했는데 오늘은 17km 가까이 될 뿐 아니라 정맥길에서 0.8km정도 떨어져 있는 단석산에 다녀오면 18km가 넘는 먼 길입니다. 거기다 큰 산을 둘 넘어야 하는 구간으로 각오를 단단히 해야 했습니다.
참석자 : 조준희, 김기창, 양수석, 이규성, 최원일, 안철준, 손용준, 김대휴, 이경초, 박용철.(10인)
그 동안 날이 풀려서 겨울의 자취는 물러가고 산수유와 진달래가 드문드문 피어서 산객을 맞아주고 날은 맑게 개어 더울 지경인지라 겉옷을 벗어서 배낭에 매달았습니다. 산행하기 좋은 계절이었고, 힘에 부치는 듯 했지만 마음껏 걸을 수 있던 하루였습니다.
아침 7시 10분을 지나 양재역에서 일곱 사람을 실은 미니버스는 경부고속도로 동천역에서 3인을 더 싣고 경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 중부내륙고속도로 - 상주영천고속도로 -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건천IC에서 고속도로에서 내려와 20번 국도를 거쳐 11시 경, 경북 경주시 건천읍 송선리 당고개(땅고개라고도 합니다.)에 도착하였습니다.
당고개에서 산행준비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다음 산행을 시작하였는데 낙엽이 살짝 깔린 경사로를 천천히 올라갔습니다. 첫 번 째 목표는 단석산과 정맥길이 갈라지는 가는 "당고개 갈림길" 삼거리입니다. 한참을 올라가 667m봉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아래 쪽으로 내려왔다가 내려온 만큼 올라가니 이정목이 서 있는 당고개 갈림길에 도착했습니다.(12:22) 여기서 단석산 정상까지는 0.8km이고 우리가 가려는 정맥 방향의 OK그린연수원까지는 2km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다리가 튼튼한 네 분과 단축 코스를 갈 한 분은 단석산을 다녀오기 위해서 먼저 출발하고 나머지 5인은 식사를 하기 위해 이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필자를 포함 5인 팀이 앞장을 서고, 한 분은 OK목장까지 단축 산행하고, 단석산 갔던 4인은 후미 팀이 되어 앞 팀을 따라오는 산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오케이그린 목장을 향해 산길을 내려갔습니다. 가끔 노랗게 꽃이 핀 산수유 나무가 반겨 주고 더 드물지만 진달래도 피어 있었습니다.
낮은 봉우리를 세 개 정도 넘어서 전진하니 전망포인트가 나왔는데 눈앞에 시원한 경치를 보여주었습니다. 눈아래로 잘 가꾼 공원이 보이고, 바로 옆에는 쓰다가 방치한 입면이 삼각형으로 된 연수원 같은 건물이 하나 서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오케이그린 목장인 듯한데 인공으로 땅을 다듬어 잘 생긴 소나무와 잔디를 심고 산책길과 호수 등도 꾸며 놓았는데 내려가 보니 공원 중앙에 파크 골프장을 꾸며 놓고 여러 사람들이 골프를 치고 있었습니다. 골프장을 피해 종주길을 지도를 보고 찾아서 산속으로 들어갔는데 목장은 숲 아래 낮은 지역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이곳은 목장이란 이름이 붙어 있지만 사람들의 휴식장소로 공원에 가까운 듯하였습니다.)
산길은 봉우리들(512봉, 535봉 등)을 오르내리며 끝없이 이어졌고 작은 봉우리를 넘자 임도에 도착했습니다.(16:10) 비포장 찻길이 외부로 연결되고 인가의 흔적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제 큰 산 하나를 넘어야 합니다.(이름이 없지만 제법 높은 산으로 최고 고도가 700m입니다.) 수직으로 200m 이상 올라가야 하는데 처음의 100여m를 수직 고도로 올라가는 것이 길이 가팔라서 매우 힘이 들었습니다.
힘을 들여서 수직으로 100m 이상 오르고 나니 경사는 조금 약해져서 걷기에 편했지만 목표로 하는 700m봉은 가도가도 나오지 않는 듯했습니다. 드디어 살짝 내려가던 길을 다시 올라가니 “낙동정맥 준.희 700.1m”라는 표지가 나무 위에 붙어있고 삼각점이 설치된 700m봉이 나왔습니다.(17:25) 잠시 쉬며 기념사진을 찍고 산길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계속해서 내려가니 오늘 낙동정맥의 종점인 소호고개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17:45)
여기서 우측으로 찻길이 통하는 전원마을까지 내려가면 산행이 끝납니다. 차도 다닐만한 임도를 따라 구불구불 한참을 내려가니 “태종잿골 전원마을”이란 마을이 나왔고 큰길에서 기다리던 버스를 마을 안으로 불렀습니다.(18:10, 긴 산행이 끝났습니다.)
약 30분 후 후미 팀 4인까지 도착하여 버스에 타고 상경을 시작하였습니다. 건천IC에서 고속도로 진입하기 직전 IC 앞에 있는 기사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서울로 향하여 조금 늦은 11시 반 조금 안 되어 양재역에 도착하여 하루 산행을 무사히 끝냈습니다.
- 후기 -
김유신 장군의 전설이 서려있는 단석산에는 일부 단원만 간 것이 아쉬웠지만 멀고 험한 길을 신라의 꿈을 상상하며 무사히 걸을 수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경관에 신라의 자취는 없었지만 마음 속의 신라는 걷는 중에도 자주 나타나 현실과 비교되곤 하였습니다.
건천IC 오기 전 터널을 통과하자마자 우측으로 여근곡이 보였고 죽지랑이 방문했던 부산성은 지난 달 지나왔었습니다. 인근 동쪽 바닷가엔 처용설화가 깃들어 있을 터였습니다.
이제 조금만 가면 부산이고 해운대엔 고운(또는 해운) 최치원의 흔적이 있을 터입니다. 천년왕국 신라를 마음속에 되살리며 걷다보니, 길고 힘든 정맥길을 힘든 줄도 모르고 걸은 하루였습니다. 시를 하나 지어보았습니다.
[낙동정맥 27차 산행에 부쳐]
낙동정맥 후반부는
신라의 영역이라
신화와 전설이
정맥길을 에워싸네
건천읍 당고개에서
가파르게 올라간다
김유신 장군 날선 칼에
바위도 싹둑 잘려
단석산이 되었다네
칼 솜씨 능한 그 양반
천관녀집 으레 향하던
말 목을 베기도 했지
선덕여왕 지혜 번뜩인
여근곡도 지척이고
죽지랑 방문한
부산성은 지난달 보았지
처용이 큰마음으로
역신을 용서한 곳도
여기서 가까운
바닷가였지
단석산 지나니
OK목장
파크골프가 한창이네
소나무숲 참나무숲
차례대로 나오는데
700고지 오르는 길
젖먹던 힘도 짜내야 돼
소호고개 지나서는
다음 코스다
수려한 봉우리들
영남알프스 지나가면
최고운 기다리는
해운대도 머지 않다
경주땅 밟을수록
신라의 꿈은 짙어지는데
정맥 종주꾼도
신라인이 되어간다
낙동정맥 종주는
최고의 문화 창조
문화는 야심에서 나오고
야심의 크기는 신라가 으뜸
변방소국이 삼국통일 이뤄냈지
몰운대 에서
옷깃 여밀 때까지
낙동의 여신이여
음으로 양으로 도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