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시내산이, 오늘날 이집트 땅인 시나이 반도 안의 시나이산이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의 북부에 있는 라오즈산임을 설득력있게 밝혀낸 역작입니다. 현재 라오즈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군사요충지입니다. 저자는 한국인 의사(침술전문가)로서, 사우디 왕실의 왕자 주치의를 지내며, 매우 기이한 인생역정을 걸었습니다. 외국인은 물론 본국인에게도 접근이 금지되는, 이 라오즈산 근처의 고대 이스라엘 유적을, 왕자 주치의라는 신분으로 은밀하게 탐사하며 겪었던 위기들과 기쁨은, 차라리 한편의 탐험소설입니다.
시내산의 위치에 대해서는 학설이 분분하지만, 이 책은 풍부한 고고학적 자료로 자기 주장을 뒷받침하기 때문에, 현재 학계에서 상당한 무게를 인정받으며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시내산의 위치가 중요한가라는 물음이 제기될 수 있으나, 오늘날 북한 이상으로 기독교를 탄압하는 사우디왕국에서 목숨을 걸고 이런 유적과 자료를 찾아냈다는 것은, 하나님의 놀라운 인도하심이었다고 생각되며, 고고학적 자료는 성경의 역사적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이상,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던 현장으로 다시 걸어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책의 말미에서 시나이 반도 안의 시내산이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시내산이 아닌 이유들을 제시하는데요 그것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시나이 반도는 당시에 애굽 땅이었는데, 애굽 땅 안에서 홍해를 건너고, 애굽 땅 안의 시내산(현재의 무사산)에서 11개월을 보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시나이반도의 무사산은 광석을 캐는 곳으로서 당시에도 애굽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애굽왕자로서 애굽땅을 잘 알던 모세가 그런 곳으로 이스라엘백성을 데리고 갔을 리는 없다.
2. 이스라엘은 1967년 6일 전쟁을 일으켜 15년 간 시나이반도를 지배하며 시나이반도를 면밀히 뒤졌으나 거기에서 조상들의 흔적을 찾아내지 못했다.
3. 이스라엘이 출애굽해 르비딤에 당도한 후 마실 물이 없을 때 하나님은 모세에게 호렙산 반석을 치라고 명하셨다(출애굽기 17:6). 그렇다면 르비딤과 호렙산은 서로 인접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학자들이 시나이반도 안에 설정해 놓은 르비딤의 위치와 호렙산(무사산)의 위치는 거리가 48키로미터나 떨어져 있으므로, 성경의 묘사와 다르다.
4. 시나이 반도의 무사산 앞은 온통 협곡들로 가득해, 약 300만명의 이스라엘 백성이 거할 자리가 없다.
5. 고센에서 무사산까지는 육로로 올 수 있으므로 홍해를 건널 필요가 없다.
6. 시나이반도의 시내산은 주후 527년 로마 교황청이, 순례객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급조한 성지이다.
또한 저자는 진짜 시내산이, 모세가 망명생활을 했던 미디안 광야(현재의 라오즈산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에 있는 몇가지 이유를 적시하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현재의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땅은 예로부터 미디안땅이라고 불렸다. 모세는 애굽에서 살인을 저지른 후 미디안 땅으로 망명했다. 모세의 장인은 미디안땅에 사는 사람이었다. 고고학 발굴에 의하면 현재 이드로의 집터는 바드라는 곳에 있으며 바드에서 라오즈산(진짜 시내산)까지는 35킬로미터 정도의 거리이다.
2. 하나님은 모세에게 이 미디안땅으로 이스라엘 백성을 데려오라고 명하셨다(출애굽기 3:12).
3. 출애굽한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아말렉과 전쟁을 벌였는데, 아말렉족속은 미디안 광야 인근에 살던 아라바아인이었다.
4. 출애굽한 이스라엘은 수르광야에 들어가 사흘길을 헤매다 마라의 쓴물을 만나게 되는데, 이 수르광야는 아라비아 홍해변으로서, 원래 미디안 백성 한 종족의 두령이었던 수르라는 사람(민수기 25:15)의 연고지였다.
그 밖에 시내산이 미디안에 있다는 성경적 증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사도바울은 시내산이 아라비아에 있다고 말한다(갈라디아서 4:25).
2. 출애굽기 3:1. 미디안 제사장의 양무리를 치던 모세는 광야 서편으로 양떼를 인도해 하나님의 산 호렙에 이르렀다.
3. 출애굽기 3:12. 이스라엘을 인도해낸 모세는 이 호렙산에서 하나님을 섬겼다.
기행문 형식으로 쓰인 본서는 매우 흥미진진해서 한번 손에 잡으면 다 읽을 때까지 날이 새는 줄 모른다고 합니다.
내용 중에는 여러 자료 사진을 수록하고, 책의 말미에는, 라오즈산이 시내산임을 입증해주는 성경적 증거들과 역사적 자료들을 간략히 적어 놓았습니다. 일독해 보십시오. 소설이 아니지만 소설처럼 재미있습니다.
「떨기나무」, 김승학, 두란노, 2007
07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