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기업들도 단순히 환경 캠페인을 통해 사회공헌을 하는 것이 아닌 기업 자체의 정체성을 친환경으로 포지셔닝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다양한 기업에서 시도하고 있는 에코 제품에 대한 실험이다. 이는 분명 친환경적인 문화 전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화장품 브랜드들의 친환경적인 실험이 눈에 띈다. 이들이 보여주는 방식은 단순히 제품을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보여주는 방식에서도 사람들의 변화를 유도 한다.
나를 사용하는 동안 물을 꺼주세요
stop the water while using me(나를 사용하는 동안 물을 멈춰주세요) 어느 제품 앞면에 새겨진 문구이다. 일종의 환경 캠페인을 위한 슬로건 이지만 이것은 제품 자체에 이름이기도 하고 한 회사의 이름이기도 하다. stop the water while using me는 독일에 위치한 비누, 샴푸, 클렌징 등 다양한 욕실 상품들을 제작하는 내츄럴 코스메틱 브랜드이다. 주로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환경에 무해한 식물성 소재로 재료를 만들고 있으며 상품의 패키지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 하고 있다. 또한 제품 실험을 위한 동물 실험도 하지 않는다.
stop the water while using me(나를 사용하는 동안 물을 멈춰주세요) <제공:www.ministryofbrand.com>
이들이 이러한 독특한 문구를 제품 이름으로 지은 이유는 '상품의 목적성을 알리고 생활 속 친환경 캠페인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즉 제품의 매력을 가진 유형의 장점을 생활 속 무형의 가치로 극대화 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친환경 오가닉 제품들의 행보하는 분명 차별화 되는 시도이다. 보통 친환경을 표방한 다양한 제품들이 많지만 주로 재료의 성분을 설명하거나 환경적 유익함을 설명하는데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stop the water while using me의 경우는 제품을 설명함과 동시에 물 절약 캠페인 메시지를 동시에 던지고 있다. 사실 우리가 세안을 하거나 목욕을 할 때 무분별하게 틀어 두는 수도 꼭지가 물 낭비의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중간 중간 잠그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의식하며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클렌징을 사용할 때 마다 이러한 메시지가 우리 눈에 들어 온다면 어떨까? 분명 각인의 효과가 발휘될 것이다.
클렌징을 사용할 때 마다 이러한 메시지가 우리 눈에 들어 온다면 어떨까? <제공:www.ministryofbrand.com>
상품 뒷면에는 제품의 환경 가치와 캠페인의 필요성을 비교적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최근에 제품 제작과 마케팅에 있어서 주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진심과 신뢰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제 상품은 그저 구매하고 사용하는 소비재가 아닌 세상을 바꾸고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기에 최근에는 TV 광고를 보면 너도 나도 ‘세상을 변화시키겠다’ 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온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진정 세상을 변화시킬 가치를 가지고 있는 상품은 그리 많지가 않다. TV 광고 속 메시지가 그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이다. ‘stop the water while using me’의 경우 제품 제작 방식과 이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소비자들에게 동시에 던지고 있고 또한 이를 사회적 캠페인과 연결하고 있다. 제품(방식) 마케팅(수단) 소비자(주체)을 하나의 착한 슬로건으로 통합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분명 제품이 가지고 있는 내재적 가치를 극대화 시켜 줄 것이다. 또한 환경을 위한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켜 줄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이 추구하는 기업의 비즈니스적 성과와 사회 공익적 실천을 하나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멸종위기 동물을 위한 화장품
국내의 LG생활건강도 에코 뷰티 상품과 환경 캠페인을 접목한 신선한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 비욘드는 2005년 5월 탄생 이후 지금까지 모든 제품에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화장품 동물 실험을 반대 캠페인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비욘드의 브랜드 가치는 ‘사람과 동물은 자연의 하나’라는 ‘에코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과 동물의 소중함과 착한 소비의 기쁨을 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2012년부터 총 7종의 전세계 멸종위기 동물들을 모티브로 그들의 스토리를 담은 ‘립스틱을 부탁해’ 시리즈를 출시 하기도 했다. 올해 4월에는 이찬호 작가와 함께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출시했다. 멸종위기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울려 사는 모습을 귀여운 일러스트로 표현해 피토 아쿠아 크림 패키지에 이를 적용했다. 이는 ‘Save Us Fund’ 제품으로 판매되어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멸종위기 동물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에 지원 하고 있다. 또한 비욘드는 단지 제품을 통한 PR 활동뿐 아니라 적극적인 캠페인에도 앞장서고 있다.
비욘드의 대표적인 활동인 화장품 동물실험 반대 서명 운동 <제공: 비욘드>
그 중 대표적인 활동이 바로 ‘화장품 동물실험 반대 100만 서명 운동 전개’이다. 화장품 브랜드의 무분별한 동물실험을 반대한다는 인식개선 캠페인을 전개한 것이다. 동물보호를 위한 공익적인 커뮤니케이션 차원이다. 이들이 이러한 활동을 통해 화장품의 성분과 실험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화장품 시장 전반의 동물실험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기 위함이다. 이 결과 총 219,151명이 서명에 참여해 현재 국회에서 논의중인 화장품관련법률 개정에도 힘을 실어주었다. 이와 더불어 서울 주요 지역에서 일주일간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화장품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 부스를 마련하고, 화장품 동물실험 반대를 알리기 위해, 실험실에 갇힌 동물을 구하는 거리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 해피빈 콩스토어에서 화장품 동물실험 반대 100만 서명 운동 전개해 4,000만원 상당의 비욘드 제품을 현물로 기부하고 상품 판매를 통해 발생한 수익금 전액을 동물보호 단체에 기부했다.
Save Us Fund 적용 제품 <제공: 비욘드>
비욘드의 Save Us Fund는 사람과 동물이 행복하게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설립한 펀드로 ‘Save Us’ 아이콘이 부착된 비욘드의 제품 판매 수익금 일부가 펀드에 지속적으로 적립 되어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위해 쓰여진다. 비욘드의 ‘립스틱을 부탁해’, ‘핸드크림의 신’ 등 다양한 제품들이 현재 Save Us Fund 적용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비욘드는 이렇게 펀드에 적립된 기금을 단순히 보여지기만 하는 형식적인 기부가 아닌, 실질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멸종위기 동물들을 위하여 진정성 있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해에는 동물 자유 연대의 ‘제돌이 프로젝트’에 펀드 기금을 지원해 제주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된 돌고래 '제돌이'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프로젝트에 기금을 후원했다. 또한 비욘드는 멸종 위기 동물 보호 캠페인의 일환으로, 최근 곤지암 리조트와 협력하여 ‘화담숲’내 최초 뷰티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매장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멸종 위기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키고 비욘드의 에코 철학과 캠페인 활동을 더 널리 전파하기 위해서이다. 곤지암 리조트의 화담숲은 고라니, 다람쥐, 반딧불이 등 서식 환경이 점점 줄어들어 위기에 처한 동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자연 생태를 조성한 숲으로, 각각의 테마로 특화된 8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알비노 어린이들을 위한 상품 <제공: 비욘드>
무엇보다 비욘드 에코 프로젝트에 주목할만한 점은 국내 최초로 아프리카의 알비노 어린이 돕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칸 알비노 칠드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 된 캠페인은 몸에서 멜라닌 색소가 생성되지 않아, 자외선에 노출되면 쉽게 화상을 입어 피부암이 유발되고 목숨까지 잃는 탄자니아의 알비노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기부하는 프로젝트이다. 비욘드는 이를 위해 진에어, 국제아동돕기연합과 콜라보레이션해 ‘피토 아쿠아 워터 선 베이스’ 제품을 출시했다, 제품 판매량만큼의 자외선 차단제를 도움이 필요한 탄자니아의 알비노 아이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진심을 보여주는 사회공헌
최근 사회공헌에 중요한 화두가 바로 진심이다. 그저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보여주기식 사회공헌 활동으로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위 사례의 다양하고 깊이 있는 활동은 분명 의미가 있다. 이들은 제품 홍보와 더불어 일반 기업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적극적인 이슈파이팅으로 PR에 진심을 더했다. 또한 제품이 생산 되는 과정에서 환경 피해를 줄이고 마케팅 과정에서는 홍보와 공익 캠페인을 일체화 시켜 소통의 깊이를 더했다. 판매 이윤의 일부는 멸종위기동물과 소외계층을 돕는데 쓰여 진다. 이러한 활동들은 상품이 생산되고 판매되는 전 과정에서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닌 전방위적 공익 가치를 실현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상품을 통해 사회에 기여함은 물론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다. 또한 이것은 미래의 에코 산업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 글·이미지
- 김대호<에코크리에이터 / 소통라이브러리 대표>
- 호칭·직책
- 대학 전문 주간지 사회부 기자를 거쳐 문화기획자, NGO 활동가로 일했다. 아름다운가게 기획팀장과 에코디자인사업국장을 거쳐 현재는 에코 크리에이티브 및 공익 마케팅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친환경 문화 블로그 ‘꿈으로 보는 세상’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코크리에이터(미래경제를 선점하는 착한 혁명가들)]이 있다.
기사출처 : 네이버캐스트 *추천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