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3일(첫날)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는 어떻게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던가?
개별여행은 수차례 있었지만 우리 가족 넷이 함께하는 여행은 처음이라 나름의 특별한 여정을 꾸몄다.
1시 반에 도착하여 가이드를 만나 5일 동안 함께 할 동행인(36명)과 미팅을 하고 비교적 간단한 수속을 밟고 출국장을
나선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부터 여행이 시작되고 바다 위를 떠가는 특급호텔이라는 1993년에 건조된 파나마 국적의
써니호(26,847ton, 길이 186m, 승객 정원 700여명)에 오르니 항구도시 부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듯하다.
정복차림의 안내원의 안내를 받아 가며오며 묵을 우리들만의 공간 6층 6210호에 들어서니 창밖으로 꿈틀거리는 바다가
정겹게 어리고 용두산 공원 망루며 항구를 굽어보는 충혼탑의 자태가 째즈음악처럼 강하게 메아리 치는데 선상 안내가
쏱아진다. 6층엔 면세점과 라운지, 노래방, 남녀 사우나, 여성전용 파우더룸, 7층엔 레스토랑과 편의점, 남성전용 파우더룸이란다.
3시 30분 , 수많은 설렘과 꿈을 품은체 써니는 굵직하면서도 나직한 저음을 밀어내며 부산항을 돌아선다.
그리도 화려하고 조화롭던 오륙도 해운대가 하나의 점으로 멀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을즈음 대마도(1시간 30분 지남)를
지난다는 안내 방송이다.
맑은 날 부산에서 가시거리에 있는 이국이었지만 이리도 가까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것은 나의 편견일까?
7시 선상 식사 후 8시 15분 선상이벤트다. 째즈 연주, 마술 쇼, 팦송으로 흥을 돋운다.
9시 30분,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 본토에 들어서 관문대교를 지난다. 야경의 화려함 때문일까, 아니면 오매불망하던
이국 땅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 아이들은 한국 드라마에 빠져 있고 나는 깊은 잠을 들이지 못하고 오사카항에 입항할
때까지 선잠이다.
11시 30분, 입국 수속을 끝내니 전세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쌁눈이 흩날리지만 싫지 않은 거리, 산이라고 보이지 않고
고가다리와 빌딩 뿐이다. 오사카항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1시간 동안 고가도로를 달려 이국적인 낭만이 있는 항구도시
고베에 도착하여 첫번째로 찾은 곳이 다이에(daiei)호텔에 있는 '태양루' 뷔페식 식당인데 진수성찬이고 꿀맛이다.
점심과 간단한 쇼핑을 끝내고 메모리얼 파크에 도착했다. 1995년 1월 한신대지진의 위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
비스듬히 기운 4개의 가로등과 무너진 부둣가를 그대로 두고 공원을 조성한 곳이다. 뒤에 보이는 고가도로는 그 때
다 무너졌던 것을 새로 세운 것이란다.
하늘을 찌를듯이 높이 솟은 고베시청 건물(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일품이라고 하나 보지 못했음)과 잘 정비된
기념공원을 보며 나는 기쁨에 들떠 있지만 아픔과 상처마저도 문화상품화하는 일본인을 무서운 상술을 본다.
뒤로 보이는 하얀 그물 같은 건물이 건축대상을 받았던 건물이고 조각품처럼 보이는 것이 모자이크로 된 탑으로
이 곳을 돌아가면 모자이크 거리가 있고 고급 백화점인 한큐 백화점엔 썰렁하기 그지 없어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먹고 사는데 걱정이 없는 사람들이라 팔고 사는데 우리네처럼 목숨을 걸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렇게 여유로울수가......
놀이공원이 어울려 눈과 귀 입맛을 끌어들이는 곳으로 3시간 남짓, 너나없이 넋을 잃었던 곳이다.
이 외에도 일본 근대화의 상징인 140년여 전 페리제독이 타고 온 목선을 전시해 놓았는데, 일본을 부유하게 한
근대화의 상징이기에 비록 포를 앞세워 남의 땅을 밟았던 외국 사람이지만 일본의 관문인 항구에 그것도 목 좋은
곳에 전시 해 놓고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교육적 가치를 더하고 있다고 하니 우리네 시각으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망 좋은 바닷가엔 대지진 후 건립 된 오리엔탈 호텔이 위용을 뽐내며 날마다 저녁노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오후 3시경, 40분 거리에 있는 아리마 온천으로 달려간다. 8km가 더 되는 터널을 지나니 산 속 출구로 나오는데
전원주택들로 빼곡하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택지가 35평이니 집 평수가 얼마나 되게느냐는 것이다. 도심 어디를
가나 12~3평의 아파트가 주류를 이루고 18평이면 부자라나. 5일 동안 우리나라에선 흔하게 보는 럭세스 자동차는
몇 대 밖에 보지 못했는데 일본에서 최고의 갑부가 아니면 꿈도 못 꾸는 차라고 하니 우리가 얼마나 호사스럽게 살고
있는지...... 도로를 달리는 차 절반 이상이 경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요토미히데요시가 즐겨 이용했다는 아리마 온천! 온천 주변 온 동네가 신사가 있는 민속촌이다. 사무라이 시절엔
무사들이 요양을 했고 지금은 일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서호한다는 아리마 온천엔 금탕과 은탕이 있는데 우린 금탕에
들어갔다. 해수(유황)와 온천수가 결합해 황토빛을 만들어내는 온천욕은 다시 가고픈 곳이다. 비록 수건도 비누도 없고
드라기 하나가 전부인 전통온천으로 시설로 승부를 거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온천수로서 승부를 건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건 남탕에도 중년의 여자 청소부가 얼굴 하나 안 붉히고 마음대로 드나들며 자기 볼일을 보고 나간다.
오사카에서 나라까지는 1시간 거리로 동대사 주변이 온통 신사이다. 특이한 것은 톨게이트나 공원 근무자 대부분이
노인들로 젊은 사람이라고는 찾아 볼 수 가 없다. 일명 사슴공원이라고 하는데 아무런 울타리도 없이 드넓은 공원
(길이 4km 넓이 2km)에 사슴을 방목을 하고 있는데 먹이를 달라고 사람을 따라 다닌다.
동대사 8세기 중엽에 건재 되었으나 화재로 수차례 소실되고 지금의 건물물은 1700년대 초에 세계 최대의 청동불상을
모셔놓은 일본 최대의 목조건물로 백제의 숨결이 흐르고 백제의 피가 젖어 있는 곳이란다.
청수사, 한자어 그대로 해석하면 '깨끗한 물이 있는 절"이란다. 연간 참배 객수가 300만이 넘는 곳으로 다른 절에서는
보기 힘든 화려한 단층이 입혀져 있고 수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독특한 절이다. 지붕은 자작나무 껍질로 되어 있고
'지주신사'는 인연을 맺어주는 고으로 마음에 품은 사람을 생각하며 눈을 감고 10m 남짓한 거리에 있는 돌과 돌 사이를
똑바로 걸어가면 그 인연을 맺어준다지만 이미 내 인연이 여기 있으니 어찌 도전할 수 있으랴.
올라가는 초입부터 사람과 사람들로 붐빈다. 전통과 멋이 어린 골목을 따라 오르면 화려하면서도 장엄한 청수사
건물이 하늘을 가리는 서문과 엄청난 규모의 본당을 지나며 나는 우리 가족이 지닌 작은 꿈들이 시들지 않고 하나
하나 옹골차게 영글어 훗날 봄꽃처럼 피어나기를 간절히 바랄 수 밖에....
청수사를 돌아 내려오는 언덕 아래 세 줄기 물이 흐르는 곳이 있는데 첫째는 학업, 둘째는 생명, 세째는 사랑인데
그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여 긴 족자로 물을 받아 마시면 한가지 소원이 이루어지지만 셋 다 받아 마시면 소원성취
는커녕 어느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니 어느 것을 받아 먹어야 할지 고민인데 아내는 생명수를 아들놈은 학업
수를 받아 마신다.
세계문화유산인 금각사엘 가다. 차에서 내리자 눈이 내리고 기온이 떨어져 발길을 잡더니 이내 햇볕 한 줄기가
금각사 단층 아래를 쪼은다. 1397년 건립한 절로 3층짜리 누각 2.3층 전체를 기름종이에 금칠을 하여 붙였다하여
'금각사'라 하는데 인위적으로 꾸민 일본 전통정원과 어울려 빚어내는 멋이 부드러우면서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무사시대 장군들의 별장이었다나 뭐래나. 나 대신 병을 가져가 건강을 지켜준다는 '부동명왕'도 두 눈을 부릅뜨고
금각사 전체가 하나의 예술품이고 멋진 공원이다. 특이한 것은 정원 어디라도 잔디는 찾을 수 없고 이끼가 한 몫을 한다.
공원 주변 어디에도 도심 어디라도 눈길을 있는대로 주건만 불법 주차한 차는 이틀 동안 한 대도 보지 못했다.
교토는 우리나라의 경주와 같은 곳으로 일본 문화유산의 50%가 산재해 있는 곳으로 1,100년 동안 일본의 수도였
고 곳곳에 유서 깊은 절과 신사는 물론이고 궁궐과 정원이 있으니 천년고도라고 해야 좋을 것 같다.
하루 일정을 끝내고 오사카로 오는 길에 역사로 유명한 교토역에 들렸다. 신칸센이 지나는 교통의 요충지로 처음
이 역사가 생길 때는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 애를 먹었으나 지금은 관광명소가 되어 전국에서 역사를 보기 위해
일부로 찾을만큼 귀중한 문화자산이 되었다고 한다. 12층 높이까지 한 줄로 연결된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 보면 사람이 하나의 점으로 연결되고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일품이다.
도시와 도시로 연결된 고가도로를 20년이 다 되었다는 전세버스로 달려 오사카 신사이바시 거리로 나오니 사람과
거리가 토해내는 열기와 웅성거림이 연출해 내는 밤거리 문화가 별유천지다.
반바지나 핫팬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아가씨들, 어디를 가나 무료공연이라며 눈길을 유혹하는 선전문구들,
혼자라면 어느 쪽이든 호기심을 발동했을텐데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바르게 길만 쳐다보고 바둑판 보다 더 바둑판
같은 거리를 걷고 또 걸으며 낯선 이국의 밤문화를 찡- 하도록 들여 마셨다.
길거리마다 들려오는 한국어 안내 방송!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길래 이국 거리에서 한국어 안내방송을 듣다니....
일본까지 왔으니 전통요리를 먹지 않고 어찌 그냥 갈 수 있겠는가? 회전 스시(초밥)의 원조라는 '스시바이킹'으로
갔는데 동시에 200여명이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인데도 밖에서 줄을 30여분 서고서야 자리를 틀 차례가 왔다.
가이드가 스물 접시는 먹어야 본전을 뽑는다는데 여덟 접시 먹고나니 난 아웃이다. 시간은 무제한이라 쉬었다 먹
어도 된다지만 그런데 왜 남자는 1,575엔이고 여자는 1,275엔인지........ 가격에 남녀차별을 둠이 불만이 아닌가.
다음날 아침, 호텔에서 짐을 챙겨 9시에 신사이바시 중심에 있는 면세점으로 갔다. 시중보다 4~50% 저렴한 가격
이라고 하기에 욕심을 내어 몇 가지 물품을 구입해 놓고는 우리 가족만 거리로 뛰쳐나와 저녁에 다 보지 못했던
구석구석을 쓸어 담았다. 이른 시간이라 가게 문을 다 열지도 않아 아쉬웠지만 구매 충동을 일으키는 상품에 미련을
두고 그냥 오자니 맘이 아리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리 전체가 덮혀 있어 눈비 맞을 걱정 안 해도 되고 건물 지하
엔 거대한 상가가 형성되어 있어 하루 종일 다녀도 구경 다 못한다고 하니 더 아쉬움이 남는다.
오사카성이다. 1583년 토요토미히데요시가 세운 곳으로 오사카를 대표하는 관광명소이다. 웅장한 천수각과 거대한
돌담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맨 처음 만난 것은 고려문으로 한국기와로 지붕을 하였고 철문은 5mm의 철판으로
되어 있어 조총과 칼로 무장한 적의 침입을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성을 쌓은 거대한 돌들은 전국에서 운송해 왔는데
그 당시엔 미끄러운 해초를 깔아 몇 톤이나 되는 돌들을 운반을 하였고 각 지역의 성주들은 자신의 충성심을 나타내기
위해 가지고 온 돌에다 지방 고유의 문양을 새겨 놓았다고 한다.
고려문을 지나 성 안으로 들어가자 오른쪽으론 2차 세계대전 당시 육군 본부로 사용했다(지금은 박물관)는 붉은
건물이 나오고 천수각 앞 공원 중앙엔 타임캡슐이 있다. 5,000년 후에 개봉하니 그 때에 오라는데 내가 갈 수 있을
련지 모르겠다. 태평양 전쟁 때 불타버린 성을 60년대 시민들이 돈을 모아 재건을 하고 10년여전에 내부를 수리하
여 현대적으로 꾸며 웅장하고 화려함은 돋보이나 내부에 승강기를 설치하여 편리함이 주는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왠지 남는다.
오사카 성을 보노라면 시골 서민의 자식으로 태어나 천하를 통일한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권력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수로를 만들고 이중으로 쌓은 성이며 그 화려함이 서민들의 고뇌와 슬픔을 짜내어 만든 것이 아닐련지........
3시쯤, 써니호로 돌아오니 고향에 온 기분이다. 왜 이리도 편안한지 모르겠다. 파도의 기침에 잠을 깨어 밖을보니
부산항 갈매기가 먼저 반긴다. 너무나 멀고도 가까운 나라! 다시 밟을 그날까지 내 아이들이 좀 깊은 눈으로 맑은
마음으로 변화하는 세상의 중심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첫댓글 으메 부러운거 ㅎㅎㅎㅎ 한 13년전이 생각나네요 다시가고싶네요 ㅋㅋ 이번에는 가족들과 다같이 동행해야되겟네
잘 ~~다녀오셨나요?..저도 꼬옥 가족들과 함께 가봐야겠습니다..^^..부럽다..
일본 언제 가보나......
맨위에 사진 "포장마차"가 눈이 젤 띄는 이유는.( 현지적응 쉬웠나요 시차 적응은요..)
통술집은 안보여요?ㅋㅋㅋ
아~~~빨리 돈 모아서 가야겠네요~~~부러버~~유...
멋진 가족 여행을 다녀 오셨군요...축하드립니다! 2남2녀의 가족 그림이 너무나 행복하게 보입니다...우리 가족은 3남1녀라 그림이 좀 아니던데...ㅎㅎㅎ
반반이라 잠자리 해결도 그렇고 뭔가를 결정을 할 때도 편(응원군)이 있으니 좋은 것 같습니다.
와 ! 부럽다....울 가족도 언제 한번 저리 해볼꼬....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