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경·불화 부르는 결혼 지참금 ‘차이리’…중국 법원 ‘분쟁 조정 기준’ 마련 - 경향신문 (khan.co.kr)
어휘 정리>
차이리: 차이리는 신랑의 가족으로부터 신부의 가족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나 금선을 의미한다.
이는 중국의 결혼 문화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로 여겨지며, 결혼식 전에 주로 이루어진다. 차이리는 보통 금액적인 가치가 높은데, 이는 신랑의 가족이 결혼을 통해 신부의 가족에게 그들의 딸을 맡기 는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차이리의 규모는 지역 및 가족의 경세식 상황, 문화식 관습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때로는 상호 간의 협상이나 합의를 통해 결정되며, 종종 금전뿐만 아니라 보식, 의류, 가구 등의 신물로도 이루어진다. 이러한 중국의 결혼 풍습은 가족간의 인연과 화합을 나타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결혼식 전에 이루어지는 차이리 선달은 중국 사회에서 여전히 중요한 행사이다.
내용 요약>
중국정부는 2024년 2월 1일부터 ‘최고인민법원 차이리 분쟁사건’ 재판 적용에 대한 법률문제 관련 규정을 시행하였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각 지역에서 예물 관련 분쟁이 급증했는데, 이와 관련한 차이리의 인정범위, 반환원칙, 소송대상 자격 등 중요하면서도 풀기 어려웠던 난제를 최고법으로 공포한 것이다.
나의 생각>
지난 1월에는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2024년 1호 문건 <건강한 가정 건설 및 전면 확대에 관한 통지>에서 '고액의 차이리와 같은 낡은 관습을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이보다 앞서 2023년 중앙1호문건 <2023년 농촌진흥의 전면적인 추진에 관한 중점업무의견>에서도 ‘지역 여건에 따라 풍속 이양 규범을 제정하고, 고액의 차이리 문제에 대한 특별 관리를 견고히 수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나친 금액으로 인한 차이리 관련 문제는 이미 몇 해 전부터 정부 문건에서 여러 차례 등장했으며, 2021년에는 전국 32개의 결혼풍습개혁 시범지역이 지정될 만큼 뜨거운 사회적 이슈였다. 2000년대 초 1~2건에 불과하던 차이리 소송은 2015년 3만 건을 넘어섰고, 그 연평균 소송은 1만 4,000 건에 달한다. 또한 중국의 차이리 관련 소송이 2010년대 중반 크게 증가하면서 차이리 반환 건수도 늘었다는 점 또한 주목할만 하다.
-최근 차이리 문제의 주요 원인
중국의 차이리는 결혼을 앞둔 신랑측이 신부측에 보내는 금품으로 수 천년간 지속되어 온 관습이다. 그런데 왜 최근에 차이리 문제가 국가 문건에까지 등장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것 일까? 여기에는 크게 중국의 성비 불균형 문제와 빠른 경제성장 대비 낮은 임금 수준등을 꼽을 수 있다.
1) 남녀 성비 불균형 문제
중국은 설립이래로 남녀 성비 불균형이 꾸준히 있어왔다. 1949년부터 1970년까지 여자 100명당 남자는 107명 정도였으며, 남자가 여자보다 2,200만명 이상 많았다. 이는 1980년부터 2015년까지 36년간 한자녀정책, 즉 산아를 제한하면서부터이다. 이 기간동안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 3,347만 명 많았으며, 2000년과 2006년 두 차례 남녀의 성비 격차는 4,000만 명 이상이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한데, 2022년 표본추출조사 기준 남녀 성비는 104.4로 0세부터 44세까지의 연령층이 평균을 구성하며, 특히 15에서 29세의 청년층의 성비는 114에 달한다. 2020년 UN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에서 2020년 선택적인 낙태 또는 방치로 인해 죽거나 실종된 여성은 전 세계 약 1억 4,260만 명으로, 이 중 절반이 넘는 51%가 중국에서 일어났다. 중국은 최근까지도 임신중절 제한이 없으며, 심지어 '무통', '무부작용' 등을 내세운 낙태 병원 광고와 추천글도 온라인상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심각한 성비 불균형 문제로 인해 신부를 찾지 못한 결혼적령기 남성들 사이에서 신부를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 농촌의 상황인데, 중국의 빠른 경제발전으로 노동시장이 형성된 도시를 선택하는 청년들이 늘면서, 낙후된 지역의 성비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었다. 농촌을 벗어나지 못한 결혼적령기 청년들은 신부를 구하기도 어렵지만, 농촌의 청년보다 상대적으로 고수입인 여성의 차이리 요구는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2) 빠른 경제성장 대비 낮은 임금 수준
차이리 문제가 불거진 기간의 결혼적령기는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생이다. 중국의 평균 결혼 연령은 28.67세로 혼인신고가 가장 많았던 2013년을 전후로 차이리 소송도 급증했다. 이 시기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중국의 GDP는 2010년 일본을 제치고 G2로 올라섰고, PPP기준 GDP는 2016년 미국을 앞질러 세계 1위로 등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저성장, 저소비, 저수익률을 보이는 뉴노멀상황에서도 중국은 연평균 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경제 대국으로 등극했다.
여기에 미디어, SNS의 발달로 성대한 결혼식, 신랑측으로부터 받은 거액의 예물, 현금 등을 쉽게 접하면서, 중국 여성들의 요구와 기대도 높아졌다. 하지만 실제 이들의 소득을 볼 때, 예식을 비롯해 차이리에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굉장히 많은 무리가 있다 텐센트뉴스 구위데이터의 차이리 조사에 따르면, 답변자의 73.8%가 차이리를 주고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평균 차이리 금액은 6.9만 위안으로 나타났다. 약 7만 위안이 큰 금액이 아닌 것처럼 자칫 보이지만, 이 통계가 차이리 100위안부터 100만 위안 사이의 평균이고 1인당 가처분소득이 3.2만 위안인 것을 감안하면 차이리의 비용이 매우 높은 수치인 것을 알 수 있다.
-인구감소와 맞물린 차이리 문제
우리는 ‘차이리’ 문제를 최근 인구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의 상황과 연결지어 보아야 한다. 최근 중국의 인구 감소추세는 본격화되고 있는데, 중국 인구는 2022년 감소세로 전환되었고, 2023년에는 인구가 208만 명 줄면서 세계 인구 1위 자리를 인도에게 내주었으며,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1.0명으로, 점점 줄어드는 출산률과는 반대로 고령화율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중국인구추세보고2024는 현 단계에서 저출산의 원인이 출산기반 약화, 출산개념 변화, 높은 양육비 등 크게 3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 출산기반이 약화된 주요 요인은 만혼, 혼인율의 감소, 딩크족 및 난임 증가이고 둘째는 90, 00년대 성인들의 자기만족 추구에 따른 출산 기피이며 마지막은 주거, 교육, 의료 등 중국의 높은 직접비용의 출산 억제이다. 올해 1월 중국의 중위수 기준 집값은 130만 위안으로 10년 전인 2014년 대비 약 70% 상승했다. 중국의 0-17세 양육비는 평균 48.5만 위안이며, 대학 졸업까지는 평균 62.7만 위안이 지출된다. 18세까지의 양육비를 1인당 GDP 배수로 환산하면, 중국은 6.9배로 주요 국가대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높은 청년 실업률과 앞서 말한 차이리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결혼 자체를 두려워하는 공혼족이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이며, 이는 중국 내에서 또 하나의 부정적인 사회문제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은 2021년부터 3자녀 정책을 본격 시행하고 떨어지는 출산율 대책으로 건강한 결혼문화를 장려하고자 최근 몇 년간 여러 정책을 발표하고 차이리를 단속하고 있다. 정부가 3년 전 지정했던 ‘결혼풍습개혁 시범지역’은 2024년 4월, 9월에 각각 종료되는데 과연 지난 3년간 중국에서는 이로 인해 어떤 크고 작은 성과가 과연 있었을까?
종료 시점에 차이리 인식과 실제에 대한 조사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상 여전히 차이리 문제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을 볼 때, 나는 솔직히 크게 실효성이 없었을 것 같다는 의문이 든다. 현재 중국 청년들은 구직난에 처해있으며, 높은 집값, 증가하는 양육비 부담, 이에 대비 낮은 소득수준은 공혼족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여기에 고액의 차이리 문제까지 더해져 이 모든 요소들은 결혼에 대한 태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나는 성비불균형 문제, 임금수준, 그리고 차이리 문화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지 않는 한 고액의 지참금에 대한 문제는 해소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한다. 차이리가 중국의 혼인율과 출산율 영향에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지는 않지만, 이로 인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만큼, 중국은 차이리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에 따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