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역없는 자세로 문제 풀어야 ◈
재일교포의 한사람은 도쿄의 집 안방에서 아침 6시 30분에
스마트폰으로 의사를 만나지요
전날 오후 혈압약이 한두 알만 남은 걸 알고 인터넷으로
원격진료 병원을 찾아 예약한 것이었어요
의료보험증은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앱에 등록했지요
화상 통화로 만난 의사는 10분 정도 이야기를 주고받곤 처방했어요
진료 후 간호사가 “다음 번 진찰을 위해 원격으로 혈압을 재자”고 했지요
다음 날 택배로 혈압약과 혈압측정기가 도착 했어요
아침·저녁에 혈압을 재면 자동으로 스마트폰 앱에 기록되지요
한두 달에 한 번씩 병원을 방문하느라, 2~3시간씩 일과 시간을 뺏기던
불편이 사라졌어요
여전히 팩스를 쓰고 관공서에선 도장을 찍는 디지털 후진국 일본에서
디지털의 혜택을 받은 것이지요
일본 의사들은 힘이 없어서 원격진료를 못 막았을까요?
일본 신문의 한 기자에게 물었더니
“일본 의사회는 자민당과 같은 편이고 심지어 목소리를 키우려고
정치단체도 만들고 정치 헌금도 한다”는 시니컬한 대답이 돌아왔어요
그런 그에게 재차 “일본 의사회가 극렬 반대했으면 막았을 것 아닌가”라고
물었더니 고개를 갸우뚱했지요
‘극렬 반대’라는 전제를 이해 못 한 것이지요
환자한테 편리한 제도라 반대할 명분도 없고 싫든 좋든 받아들이는 게
시대 흐름 아니냐는 것이지요
한국에서도 초진 원격진료가 지난달 23일부터 가능해졌어요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 중 하나이지요
닥터나우와 같은 원격진료앱 3곳의 신청 건수가
초진 허용 전과 비교해 주간 기준 100% 정도 늘었다고 하지요
그러나 지난 14일 대한의사협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원격 진료의 전면 확대를 중단하라”고 밝혔어요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 사태의 해결과
아무런 상관없는 대책”이라고 했지요
절반만 맞는 말이라 할수 있어요
원격진료는 감기 등 경증 질환 환자를 도와주니
대형병원의 전공의 공백과는 직접 상관은 없지요
하지만 ‘의사수 확대와 원격 진료를 반대하는 의사들의 행동이
정말 환자를 위한 것이냐’는 질문에선 할말이 없어요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같은 낭만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지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현장을 모르는 소리란 전공의들의 주장이
모두 그른 소리는 아닐 것이지요
붕괴된 필수 의료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전공의고,
그들의 주장이 해법에 가까울지도 모르지요
밤낮을 희생해온 전공의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몰라주는 여론이 야속할 것이지요
하지만 수십년간 증원을 반대해온 의사들의 논리에는
정말 ‘밥그릇 지키기’나 ‘특권 의식’이 조금도 섞여 있지 않은 것일까요?
정작 전공의들이 억울함을 토로할 대상은
그동안 너무도 완벽하게 의대 정원 증원을 막는 데 성공한 선배들일지 모르지요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에 적정 의사 수가 몇 명인지
이번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지요
그런데 의과대학(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갈등 봉합이
요원한 가운데, 의사 출신 검사가
의료계 집단행동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어요
법조계에 따르면 이채훈 서울북부지검 공판부 검사(변시 4회)는
18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지요
이 검사는 의료계 집단행동을 비판하는 한편,
“의대 정원 확대 규모 2000명은 갑작스러우니 기존보다 감축해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본문에서 이 검사는 자신을 “의사 출신 검사”라 소개하며
“의사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면서도 제도나 법적인 문제로 인해
고충을 겪는 의사들의 입장도 이해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라면서도
의료계 집단 행동 중 집단적 사직 종용과 이를 거부하는
부당한 압력 행사는 이기주의를 넘어선 ‘형사적 문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지요
이 검사는 “의사들의 속칭 ‘밥그릇 싸움’에 국가가 두 손 들고 물러난다면
의사집단 아래 대한민국이 놓이는 형국”이라면서,
다만 “의대 정원을 2000명 확대하는 것이 갑작스러운 점이 있다”며
1800명을 적절한 규모로 언급하기도 했어요
이어 환자 곁을 지키는 전공의들에게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표창과 함께
격려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지요
해당 글은 현재 2000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어요
이 검사는 서울대 의대와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해
지난 2015년 변호사시험 4회에 합격해 검사로 임용됐어요
그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아산병원 어린이 병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간담회를 갖고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에 반대하는
의료계를 향해 “정부를 믿고 대화에 나와 달라”고 말했지요
윤 대통령은 “(의대) 증원 수를 조정하지 않으면 대화에 응할 수 없다고
고수하지 말고, 앞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후배들을 설득해 달라”고 했어요
윤 대통령이 병원을 방문하기는 정부가 지난달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한 이후 처음이지요
정부와 의사들의 대화가 없는 사이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진료 공백이 발생했고, 의대 교수들마저 집단 사직하겠다고 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의사들을 만나 감사를 표하고 대화를 요청한
일부터가 사태를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지요
그러나 의사들은 ‘2000명 증원’ 풀기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걸고 있어요
하지만 국민 다수는 불안과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정부 측 방안에 동의하고 있지요
의료계는 이를 주목해야 하지요
마침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도 이날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기조와 관련해 “그 의제에 대해서 저희는 열려 있다”고 말했어요
원론적 얘기라고는 해도 타협은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지요
대통령과 면담하면서 의료진은 필수 분야 인력 확충과
의료 수가 현실화 등을 강조했어요
이에 대해선 정부와 의료계 간 이견이 없지요
구체화 방안이 필요할 뿐이지요
의료계는 대표성을 가진 협상단을 만들어 정부와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고,
정부 역시 ‘성역‘을 설정하지 말고 모든 것을 논의한다는 자세로
문제를 풀어가야 하지요
이번 기회에 코를 납작하게 만들면서도 숨쉴구멍은 만들어 주어야 하지요
총선전에 모든 문제가 풀렸으면 좋겠어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을 방문해
병원 관계자들의 설명을 청취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