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culturenori.tistory.com/2221
<무한도전> <댄싱 위드 더 스타>의 댄스스포츠 스승 박지은. 이미 무한도전을 통해 유명세를 탄 바 있는 그녀가 요즘 케이블 방송 ‘미워도 다시 한 번’에서 댄스 테라피 멘토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쟁 다음으로 스트레스 강도가 높다는 이혼, 무시무시한 그것 앞에 선 부부들이 댄스스포츠를 통해 화해를 하게 된다니 이 춤이 가진 매력과 힘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가장 좋은 대답을 해줄 것만 같은 그녀를 찾았다.
박지은 J's dancestudio 대표
서울종합예술대학 댄스스포츠 전임교수
대한댄스스포츠경기연맹 심사위원 및 전 국가대표 댄스스포츠 선수
K.F.D 회장배 국가대표 상비군 선발전 1위
KUDF컵 전국 댄스스포츠 선수권대회 지도자상 수상
슈퍼코리아컵 전국 댄스스포츠 선수권대회 프로라틴 1위
파라컵 댄스스포츠 경기대회 프로라틴 1위
MBC <무한도전> 댄스스포츠 특집, <댄싱위드더스타>
KBS 추석특집 <빅스타댄스그랑프리>, 신승훈 콘서트
영화 <위험한 상견례> 댄스컬 <라틴이노베이션> 안무 및 지도
춤, 박지은의 삶 그 자체
댄스스포츠를 시작한지 20년이 넘었다고 들었다. 그럼 대체 언제부터 시작한 건가?
부모님께서 댄스스포츠 파트너로 만나셔서 결혼을 하게 되셨고 그런 가정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6살 때부터 춤과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전공으로 시작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말이었다.
국내 댄스스포츠 선수 1세대이신 부모님을 비롯해서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제시카 고메즈의 파트너인 동생 박지우 씨까지 모두 내로라하는 댄스스포츠 선수라는 게 흥미롭다.
내가 댄스스포츠 선수를 시작했을 당시에도 아버지는 선수 생활을 하고 계셨다. 늦게 시작하셨지만 스탠다드 선수는 축구선수, 야구선수처럼 30대 중반이 지나서도 선수생활을 지속한다. 이례적이게 고등학교 1학년 때 동생과 아버지, 어머니 은퇴식을 함께 했다. 네 식구가 다 모여서 말이다. (웃음)
▲ 선수 시절 박지은, 박지우는 남매인 동시에 좋은 파트너였다. Ⓒ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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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댄스스포츠의 역사를 꿰고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체감하는 댄스스포츠계의 현실도 남다를 것 같다.
처음에는 ‘댄스스포츠’가 ‘볼룸댄스’로 불렸었다. 그러다가 ‘스포츠댄스’로 바뀌었고, 1990년도부터 지금의 명칭을 갖게 된 것이다. 또 젊은 선수들이 많은 지금과 달리 프로 선수는 아버지 또래이거나 그보다 조금 어린 30대가 대부분이었다. 외국에 자주 나가셔서 댄스스포츠를 하는 어린 아이를 많이 보신 부모님은 자연스럽게 나와 동생을 댄스스포츠를 시작하게 하셨지만, 우리나라에 그런 문화는 거의 없었다. 부모님이 댄스스포츠를 하신다는 것을 어디에 가서 쉽게 말할 수 없었을 정도로 선입견이 아주 많았다. 내가 처음 댄스스포츠를 시작했을 때에는 학생 선수도 없었고, 한국에서 학생 선수가 외국 대회에 출전한 것도 처음이었다. 그에 비해 지금은 동료, 후배가 참 많은 환경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운동선수로 생활한다. 그만큼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김연아 선수로 인해 피겨라는 것이 크게 알려진 것에 비하면 아직도 댄스스포츠를 왜곡된 시각으로 보시는 분도 있고, 스포츠로서의 매력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그래도 방송을 통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나?
그렇다. <댄싱 위드 더 스타>로 인해 덕을 본 게 있다면 그동안 댄스스포츠를 배우러 오시는 어른들도 선뜻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선입견이 사라지면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 그것만으로 정말 만족한다.
<미워도 다시 한 번>에서는 호랑이 선생님으로 유명하다.(웃음)
그런가?(웃음) 애착이 커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각 부부들마다의 개성, 스타일이 있다. 때로는 굉장히 극단적이다. 내가 의사는 아니지만 댄스 테라피를 통한 멘토의 의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담도 크고 시작하기까지 참 많은 고민을 했다. 지금은 내가 가르치는 춤과 내가 하는 말 한마디에 그 부부들의 심정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애착도 굉장히 크다.
실제로 보니 웃는 인상이 참 호감을 준다. 평소 성격도 긍정적이고 활달할 것 같다. 춤을 추면 기본적으로 그래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감사하다.(웃음) 긍정적인 것은 맞지만 친하지 않은 사람들 앞에서는 말도 없어지고 낯도 가린다. 게다가 평소에 생각이 많은 편이다. 책을 읽고 무얼 보더라도 생각을 좀 깊게 하는 편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다. 특히 댄스와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떤 시를 보면서 느낀 생각이나 감동을 통해 춤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하거나 한다는 것이다. 시 한 편에 있는 희로애락처럼 춤에도 희로애락이 있고, 내 인생의 전부와도 같은 춤과 함께 했던 시간들에도 희로애락이 있는 것 같다.
그럼 보통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무얼 하면서 보내나?
요가를 한다. 요가를 하는 한 시간 반을 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으로 정해놓았다. 그게 나의 여가 활동이다. 평소에 생각이 많으니 다른 생각 없이 동작에 집중하는 그 시간이 좋다. 나는 머리를 쉬게 해주기 위해 요가를 한다.
댄스스포츠 선수로 살며 겪은 어려움은 없는가?
춤을 추며 부상을 당하거나 큰 위기를 맞은 적은 없었지만,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춤의 종주국인 영국을 자주 가야 했다. 그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참 힘들었다. 어린 나이에는 외로운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 통했고 춤만 춰야 했다. 그래도 그 시간들이 댄스스포츠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나를 있게 했다.
식상하지만 묻고 싶다. 박지은에게 춤은 무엇일까?
몸으로 하는 운동을 하시는 분들만이 공감하실 수도 있지만, 춤을 추는 사람들은 춤을 출 때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낀다. 운동선수로의 삶은 끝이 났지만, 지금은 지도를 하면서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 춤은 내 인생에서 정말 많은 것을 담고 있는 한 부분이다. 내가 하고 싶고 해야 했던 모든 것을 표현하기 위한 가장 좋은 도구이다.
그럼 춤에 미쳤었나?
춤에 미쳐 춤을 추긴 했지만, 원하는 만큼 미치지 못했다. 그게 아쉽다. 그래도 어쩔 수는 없었다. 혼자 하는 게 아니지 않는가. 댄스스포츠라는 게 같이 함으로써 얻는 장점도 있지만 충족이 되지 않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아쉽기도 하다. 그래서 지도자로 살아가고 있는 지금은 제자들을 거의 “죽도록” 시키는 편이다.(웃음) 한계를 느끼도록 집요하게 가르친다. 나는 내 제자들이 후회하지 않길 바란다.
예술과 스포츠, 댄스스포츠의 정체를 밝히다
댄스스포츠는 어떤 춤인가? 스포츠, 예술 그 경계를 구분 짓기 힘들다.
선수의 경기적 특성, 예술적 특성, 파트너십 세 가지가 조화롭게 합쳐졌을 때 좋은 춤이 나온다. 예술적, 스포츠적 가치를 비롯해 공연 문화를 통한 놀이적인 요소 또한 갖고 있는 것이 댄스스포츠라고 생각한다. 나는 현대무용과 한국무용을 전공했고, 발레를 참 좋아했다. 또 재즈, 에어로빅도 해봤다. 그런데 댄스스포츠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데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더 그렇다. 각자의 테크닉과 근력, 그리고 호흡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서로의 커넥션이 정말 중요하다. 여느 운동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특히 인내심이 요하는 운동이자 춤이 바로 댄스스포츠가 아닌가 싶다.
베테랑도 어렵다고 말하는데, 그럼 일반인들에겐 더욱 만만치 않겠다.
조금 다르다. 일반인들이 배우는 댄스스포츠는 ‘생활체육’이다. 10년, 20년 이상 하시는 분들은 대회를 나가기도 하지만, 엘리트 선수인 지도자나 선수들의 춤을 보고 막연한 로망을 가진 채 시작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몸에 ‘움직임의 감’이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박치, 몸치라고 말한다. 그러다가 가르침을 받고 스텝 하나하나 직접 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그러니까 그들 중 10~20%만 정말 몸치인 것이다. 시간을 얼마 들이지 않으면 뭐든지 어렵게 마련인데 시작하자마자 프로들을 보고 ‘난 왜 저렇게 안 되지?’라고 하게 되면 어려운 것이다.
어려운 만큼 다이어트에도 큰 효과가 있는 걸로 안다. 다이어트 워에서 도전자들의 미션으로 지정되기도 하지 않았나. 경기를 보면 댄스스포츠 선수들의 몸매는 환상적이다.
댄스스포츠 선수들의 몸이 정말 예쁜 건 맞다. 힐을 신고 춤을 추기 때문에 근력을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 발레와 같은 다른 무용처럼 얇은 근육만을 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근육과 동시에 최고의 여성미를 갖출 수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건 내가 이 운동을 했다고 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웃음)
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그녀의 지도
댄스스포츠를 지도할 때 지도자 박지은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는 뭘까?
파트너 간의 보이지 않는 호흡이다. 살아있는 춤을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테크닉이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그것이 결핍되면 감동적인 경기, 무대를 만들 수 없다. 찢고, 째고, 들고, 돌고 이런 것들을 아무리 잘해야 그냥 ‘화려한 기술’일 뿐이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기능적인 면이 뛰어나지만 한 단계를 뛰어넘어 살아있는 춤을 출 수 있으려면 감성적 교감과 호흡이 필요하다. 생명력을 불어넣어 감동적인 춤을 추도록 만져주는 작업을 하는 것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다.
댄스스포츠계에서 많은 이들의 롤 모델이다. 성공했다고 생각하나?
성공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나는 항상 한 해 한 해 설정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성취하고를 반복하는 편이다. 소박한 게 대부분이지만, 당장 앞에 있는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서 큰 꿈을 꾸는 것은 어리석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정말 할 수 있는 일을 한 단계씩 계단을 밟듯 해내고 싶다. 나를 좋게 봐주는 후배, 제자들에게 고맙긴 하지만 책임감이 엄청나다. 반성도 많이 하게 된다. 결정을 내릴 일이 있거나 행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도 신중하게 된다. 개인적인 일이더라도 그렇다. 반성을 생활화하고 있다.(웃음)
한계를 느끼고 싶어도 느낄 수 없음에 갈증을 느꼈던 그녀는 제자들만은 선수 시절을 돌아보며 아쉬워하지 않길 바라며 혹독한 트레이닝을 시킨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제자들을 깊이 아끼는 호랑이 선생님임에 분명해 보인다.
지도자로서 바라본 댄스스포츠계의 문제점을 지적해 달라.
재능이 있고, 열심히 하는 친구라면 날개를 펼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이 지도자의 몫이다. 그런데 끌어주고 더 넓은 곳을 향하게 하기는커녕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어 버리거나 자신에게 종속시켜 버리는 경우가 많다. 학교고 뭐고 운동에만 매달리게 하기도 한다. 학교의 역할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운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 배워야 하는 기본적인 사회성, 인성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선수로서의 미래도 밝다고 할 수 없다. 그런 점은 달라져야할 부분이다.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요즘은 12월에 있을 댄스스포츠 대회 “Burn the floor”를 성공적으로 해내는 것을 당장의 목표로 두고 있다. 길게 잡은 목표로는 아직 대학에 댄스스포츠 전공 수업이 없는 현실을 개선해나가는 것이다. 댄스스포츠 선수들이 학교생활과 운동을 따로 두고 지내야 한다는 점도 안타깝고, 대학 내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없어 이곳 J's 스튜디오와 같은 아카데미에서 모든 훈련과 지도를 받아야 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첫 사회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학교를 소홀히 하고 운동에만 매달리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운동인과 교육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라 근본을 조금씩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러고 싶다. 재직 중인 학교의 커리큘럼부터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 그 외에 경기 댄스의 문제점을 보완해 댄스스포츠를 통한 공연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 나갈 것이다.
▶ BURN THE FLOOR 프로암 및 매니아 - 프로 댄서와 아마추어 댄서가 짝을 이뤄 춤을 추는 대회로 12월 4일 쉐라톤 워커힐 W호텔에서 개최된다.
배우 이미숙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박지은 교수. 친분은 없지만 솔직하고 거침없는 반면 연륜이 묻어나는 배려가 매력 있다고 한다. 그녀는 학교 다닐 때에 정말 무서운 선생님이지만 그 선생님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적이 있지 않느냐고 물으면 그러한 지도자로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참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는 그녀. 그렇기에 무언가 결정하는 데에 있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한 번 결심을 하면 일을 진행해나가는 추진력은 확실하다. 박지은 교수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상대를 배려하는 법을 가르치는 인성 교육, 생활체육을 통해 건강한 신체 발달을 도모하는 것, 노인들의 사교와 즐거운 노후를 위해서 그리고 경기적인 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며 댄스스포츠의 입지를 더 강하게 하기 위해 한 발 한 발 내딛을 것을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박지은 교수의 밝은 미소만큼이나 기분 좋은 댄스스포츠계의 미래가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