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날 코스 : 학교 - 순천 장천동 주민센터 - EM녹색실버가게 - 순천만내 시니어판매장 - 곡성군 하한리 하늘나리마을>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남도의 고속도로는 변화무쌍한 인생사를 보여주는 듯 했다. 작열하는 태양속에서 초록으로 넘실대는 자연을 보여주다 비상등을 켜고 엉금엉금 가면서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간신히 순천 장천동 주민센터에 도착했다.
순천시 장천동 주민센터 양효정 주사의 브리핑에 의하면, 장천동은 동천과 서천이 신도시와 구도시로 나뉘어 있는데 장천동은 구도시로 인구는 줄어들었으나 오래된 역사를 추억하고 있는 상황에 음식쓰레기 처리 문제도 있었다. 민방위 훈련 때 하는 교육이나 특강만으로는 마을 문제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지 않아서 연극∙시민단체와 함께 ‘주민자치 대학프로그램’을 개발해 동네사람끼리 동네문제를 의논하고 고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는 외관을 가꾸는 사업도 했으나 이는 한시적 사업에 불과해 2008년부터 지속적인 사업으로 공동체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
유형별로 세 가지를 살펴보면 하나는, 개인의 취업, 창업을 지원한 사례로서 여성문화회관의 제과제빵 반 수강생 동호회로 시작된 순천사랑빵 판매사업이다. 시장실을 비워서 공간을 만들고 제빵작업대 설치를 지원했으며 제빵기술이 있는 열정적인 강사가 자원봉사로 가르쳤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리밀을 이용해 만든 빵을 수강생을 대상으로 저렴하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반응이 좋아 판매가 늘자 상시적인 인건비 지급도 가능해졌고 자원봉사 기금마련, 수강생의 취업과 창업까지 순환적으로 이어졌다.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여성들의 창업 또는 취업을 준비하는 공간으로 일자리 창출과 공익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두 번째는 주민생활복지사업으로 순천시니어(대한노인회 순천시지회) 공동체 판매장이다. 어르신들이 순천만 갈대 숯과 울금, 황토 등으로 자연 염색을 하고 지팡이나 전통식품을 제조해 판매한다. 시에서는 작업공간과 판매장등의 시설과 재료비를 지원(09년 7천4백만원)해 생산적 사업을 발굴하고 지원해 어르신들의 건강한 일거리를 창출해 자립기반을 조성하였다.
세 번째는 지역문제를 개선한 장천동 EM녹색실버가게이다. 장천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비즈니스와 연결해 EM원액에 쌀뜨물을 섞어 만든 활성액은 음식물 분해기능이 뛰어나 지역문제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셈이다. 현재 7명의 상시적 고용과 09년 2억원(인건비 및 재투자)의 매출을 올렸다.
담당공무원의 설명은 자연스럽고 매끄러웠다. 시키는 일만 겨우 하는 공무원이 아니라 지역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생각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준비한 설명을 듣고 난 후 견학을 갔다.
구도심의 빈 상가에 자리잡은 EM녹색실버가게를 방문해 EM활성액에 대한 활용법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담당선생님(?)을 보며 큰 기업의 홍보단장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카리스마에 놀랐다.
다음으로 순천시니어 판매장은 순천만 근처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공원을 배경으로 신영복 선생님 서체를 간판으로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매실 씨앗으로 만든 안마봉, 염색한 누에고치, 명아주 지팡이 등이 예쁘게 진열되어 눈길을 끌었다. 항균작용을 한다는 갈대 숯과 울금으로 염색한 스카프는 색깔이 화려해 여러 사람들이 목에 두르며 사진을 찍었다. 예쁘다는 말에 몇몇 선생님은 계산하고 나서도 가랑비가 흩날리는 바람부는 순천만 갈대 사이를 휘젓고 다니셨다.
일정에 없던 순천만 갈대숲을 산책하는 바람에 곡성마을에서의 인문학강좌를 듣지 못하고 순천으로 올 때 지났던 곡성으로 향했다. 굽이굽이 산도 많고 폭우에 불어난 강물이 벌겋게 넘실대는 도로를 따라가니 섬진강도 지나고 압록강도 지났다. 압록지역에 있는 섬진강 지류인 듯 한데 강가의 표지판은 압록이다. 그래서 우리가 벌써 휴전선을 넘어 ‘압록’강까지 왔단 말인가? 농담을 나누며 구름 가득 휘감은 산허리를 따라 하한마을 지나 상한마을에 찾아들었다.
상한마을은 지대가 높고 골짜기마다 물이 흘러 넘쳤다. 반갑게 맞아주신 공동체마을 홍수진 선생님댁은 지대가 높은 마을의 중간쯤에 위치한 회관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해 마당에서 내려다 보면 구름 낀 산 아래의 풍경이 꼭 산장에 서있는 기분이다. 토종닭 백숙과 은어가 곁들인 맛있는 저녁을 먹고 상한마을 회관에서 위원장님과 간담회를 가졌다. 빠른 말투와 사투리억양이 강해서 마치 외국어를 듣는 듯 힘든 표정 역력하신 선생님들을 보며 나는 자료를 남겨야 한다는 압박과 시골에서 자란 경력을 무기로 절반은 알아듣고 정리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 말이 좀 사투리가 섞여서 못 알아 듣는 분이 많다는 데 대학 공부한 여러분 만큼 제가 알지 못하지만 이렇게 위원장도 하고 옷도 모양내서 입으니 이런 자리에서 우리 똑똑한 사무장 놔두고 설명도 합니다.(웃음) 지난 주에는 양평군 23개 마을 대표가 방문해 벤치마킹 왔어요. 여러분처럼 두 끼가 아니라 네 끼를 체험하고 가겠다고 해서 부담스러웠죠. 여긴 오래전부터 벌꿀을 쳤어요. 벌꿀찌꺼기를 끓여 밀납으로 바꿔 양초를 만듭니다. 농촌전통테마마을은 먹거리와 인심이 좋아야 합니다. 조미료를 사용치 않고 친환경 먹거리를 만듭니다. 상한마을 부녀회의 음식솜씨가 좋아요. 여러분의 저녁메뉴도 부녀회에서 함께 모여 양파도 까고 파도 다듬어 준비했어요. 요즘엔 아픈 사람이 많이 생겨 걱정입니다. 쇠로 만든 경운기도 10년 쓰면 못쓰는데 사람은 7~80년이나 써먹습니다.(웃음) 그런데 눈(시력)은 힘들어요.(시력이 나빠져서 힘들다는 뜻) 정주영이가 돈이 없어 죽었겠습니까? 돈이 전부가 아니란 걸 압니다.”
위원장님의 총알같은 설명과 계속되는 폭우소리에 다 알아듣지 못한 우리들은 뒤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홍수진선생님을 모셔 보충설명을 부탁드렸다. 정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상한마을은 윗 上, 더울 寒을 쓰는데 지대가 높아 땀을 흘리며 먹고 사는 동네라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안다. 죽곡면은 27개 마을이 있고 우리 상한마을은 총 22가구가 살고 있다. 여순사건을 겪어서 그런지 단합은 잘되는 편이다. 저는 부산이 고향이고 이곳에 살면서 마을사무장을 맡았는데 홍보를 어쩌다 잘 못했는지 마을이 멋지게 포장되어 실제보다 더 근사하게 알려져 여러분도 오게 된 것 같다.(웃음)
2 004년 농촌진흥청에서 상한마을을 테마마을로 지정해 2억을 지원했다. 그래서 마을회관 짓고 민박집으로 개조.보수하는데 천 만원씩 썼다. 4~5년 후 전남 지자체에서 지원해 가구당 방2개씩 민박할 수 있게 지원했다. 현재 18가구만 살고 있고 노인만 있어 일할 사람이 없다. 그런데 또 지자체에서 지리산권역사업으로 4년 동안 20억을 집중 지원한다. (전남도에서)젊은 사람 100명 뽑아 마을 사무장으로 활동한다. 스타사무장도 생겼다. 마을의 발전이 달린 상황이다. 작년에 영농조합법인화 해 농산물 판매와 체험마을 사업을 한다. 지금은 여러 부처(농촌진흥청, 전남도, 노동부*사회적기업은 노동부에서 지원한다)에서 큰 돈 지원하면서 써 달라고 하는데 목적도 다르고 진행하는 방식도 달라서 어떻게 될지, 따로 하지 말고 일관된 방식으로 풀어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서 보편적인 시골 마을로 보긴 어렵다. 다른 마을에는 외부에서 들어온 리더(스타급 사무장의 능력으로 실제보다 부풀려진 마을)가 있다. 그런데 노인이 많은 동네에서는 정작 마을주민이 소외될 수 있어 걱정이다. ‘농촌형 사회적기업’이란 명칭을 쓰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농촌의 상황은 다른데) 외부에서 보기에 이것저것 섞어 조합한 단어라고 본다.”
이어서 어쩌다 이런 대단한 일을 시작했는지 질문도 하며 이야기 나누다가 곡성메론을 키우는 젊은(31세) CEO 청년이 폭우를 뚫고 등장해 장소를 옮겨 2부(뒷풀이) 간담회로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 젊은이에게 잘 보이려는 미혼의 참가선생님들의 입담과 호응 덕분에(?) 분위기는 업(UP)되고 밤새 기가 막힌 솜씨로 노래를 불러 재꼈다는 후일담이 다음날 무성하게 들려왔다.
- 글쓴이 15기 김혜자 -
- 사진 13기 조영옥, 김영아, 최혜진 -
첫댓글 사진의 선생님들과 함께 하고 싶었는데...ㅠ.ㅠ 찾아 간 선생님들과 맞아 준 선생님들 모두 많이 배우셨을 줄 압니다... 부러운 마음에...^^
아웅~ 내가 어제 시간이 조금만 더 넉넉했으면 내가 찍은 사진을 곁들여 글을 보내고 싶었는데 신영복체 간판글씨랑 갈대밭을 휘젓고 다닌 내모습^^도 넣고 싶었다우.ㅋㅋ 수아쌤~ 사진 넣어주고 올려줘서 고마워요.(엥? 내가 도와준건가?^^)
모야~ ㅋㅋ 이제야 이 사진을 보네요.. 수아샘의 어휘력?? 휘젓고 다닌 그녀가 궁금했는데.. 지초 그래였군여.. 으흐!! ~~ 잼있는 수아샘.. 천진난만한 수아샘... 이뻐요. 보고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