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의 바람을 고백합니다” 이래야 아옳이가 돈을 번다
2023.01.18
에디터배정원
한 겹 뜯어내니 완벽한 커플은 ‘부부의 세계’ 실사판이었다. 유튜버 겸 쇼핑몰 대표 아옳이(본명 김민영·31)와 카레이서 서주원(28)의 이혼 얘기다. ‘누군데 난리지?’ 싶을 수 있다. 유명 배우도, 가수도 혹은 정치인도 아닌데, 왜 이들의 이혼 소식이 각종 소셜미디어 피드를 도배할 정도로 대중의 관심을 받는 걸까.
바로 인플루언서의 힘 혹은 인플루언서의 세계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킴 카다시안에 대해 “저 여자는 도대체 왜 유명한가?”라고 할 만큼(※킴 카다시안의 전남편 칸예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했다) 이들의 영향력은 기현상으로 폄하된다. 그러나 핵심을 살펴보면 비교적 명료한 팬덤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한 결과다.
셀레브리티 산업의 주류인 배우는 대개는 연기력, 가수는 가창력이나 퍼포먼스 능력으로 인지도를 얻는다. 하지만 인플루언서는 시시콜콜한 사생활, 또는 존재 자체가 뉴스가 된다. 1960년대 등장하기 시작한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famous for being famous) 존재들은 소셜미디어 시대를 맞아 폭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에만 적게는 10만 명, 많게는 50만 명의 인플루언서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주원·아옳이도 이 중 하나다. 이들의 가장 큰 자산은 ‘영앤리치’ 이미지였다. 각각 23세, 26세였던 2018년 11월 어린 나이에 결혼하면서 서로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그림 같은 신혼부부의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외모는 기본, 이들의 배경까지 지어낸 것처럼 완벽했다. 신혼집은 한남더힐 최소 215㎡(65평형), 차량은 포르쉐·애스턴 마틴·벤츠 등을 보유하고 있다. 아옳이는 돈이 있어도 몇 년씩 대기해야 살 수 있다는 에르메스의 버킨백과 켈리백을 색상별로 들고 다녔다. 두 사람은 그리스 지중해 바다에서 요트를 타거나, 최고급 호텔에 투숙하는 등 행복한 부부의 모습을 유튜브 영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랑하면서 영향력을 늘려 왔다. 그러나 이 기간에도 보여지는 것과 실생활은 달랐다는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WHAT(이혼의 내막은)
결별 사실은 아옳이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지난 11일 아옳이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난해 10월 서주원과 이혼했다”며 선제 공격을 날렸다. 그는 “남편과 다른 여자 사이를 저만 빼고 모두가 알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어 “(서주원이) 이혼하자고 하면서 말도 안 되는 큰 금액을 재산 분할해 달라고 했다”며 현재 상간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옳이의 측근에 따르면, 소송은 이혼의 귀책사유를 정확히 밝히기 위한 용도다.
폭로 직후 서주원을 향한 대중의 비난이 쏟아졌다. 아옳이가 ‘상간녀’로 지칭한 인물은 일반인이다. 그럼에도 상대 여성에 대한 신상털이는 기본, 인신공격이 난무한다. 여기에 대중은 서주원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묘미’를 향해 별점 테러를 가하고 있다. 아옳이는 자신이 이 레스토랑의 보증금, 인테리어 비용을 대줬는데 남편과 내연녀가 이곳에서 데이트를 즐겼다고 주장했다. 서주원은 ‘불륜남’ ‘상간남’ 등의 비난 댓글이 이어지자 댓글 기능을 차단하고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폭로 형태로 나오는 다양한 디테일은 대중을 자극하고 분노케 하는 동시에 즐길거리를 제시한다. 폭발력 있는 추가 사실이 당사자들과 네티즌 수사대를 통해 세상에 하나둘씩 빠르게 쏟아진다. 가장 ‘흥행한’ 얘기는 아옳이 주변 지인들이 서주원의 외도 사실을 숨겨주며 내연녀와 알고 지냈다는 것. 마치 ‘부부의 세계’의 지선우(김희애)와 비슷한 상황이다. 서주원의 레스토랑 직원들, 아옳이가 자신의 쇼핑몰에 고용한 서주원의 친구들까지 모두 다 불륜 사실을 비밀에 부치며 상간녀와 인스타그램 맞팔(맞팔로어)을 맺고 있던 정황이 수면 위로 떴다.
불화의 징조는 이전부터 있었다. 앞서 지난해 5월 이미 한 차례 이혼설이 불거졌다. 당시 서주원이 인스타그램에 “이젠 내가 널 상대로 싸워야 하네. 마지막까지 인정은 할 줄 알았는데 교묘하게 회피만 하고. 내가 말했지 법은 증거 싸움이라고 흔적을 남기지 말라고”라는 글을 남긴 뒤 아내와 찍었던 사진을 전부 삭제했다. 아옳이의 외도를 추정하게 하는 서주원의 포스팅에 이혼설이 돌았으나 아옳이 측은 “개인 사정이라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후 5개월여 만인 지난해 10월 결국 두 사람은 이혼했고,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WHO (서주원·아옳이는 누구)
서주원은 연애 리얼리티 ‘하트시그널’ 시즌1(2017년) 출연자다. 당시 시청률 2.0%를 기록, ‘도시어부’와 함께 채널A를 살린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전문직, 출중한 외모를 가진 매력적인 남성 출연진 중에서 서주원은 금수저의 매력을 뽐냈다. 그의 직업은 카레이서. 기업 후원을 받을 만큼의 실력을 쌓을 때까지는 자비로 차량 등을 준비해야 하므로 가족 지원 없이는 힘든 분야다. 실제로 그는 방송에 애스턴 마틴 뱅퀴시S를 몰고 등장했다. 이 차량 가격은 4억~5억원 선이다.
서주원 집안의 자산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다. 그는 방송에서 수차례 좋은 배경임을 은근히 드러냈다. 그는 할아버지, 할머니, 큰아버지, 작은아버지까지 모두 의사라고 밝히며 여성 출연자가 아플 때 친척 병원에 데려가거나, 본인이 카트라이더 게임단 세다레이싱의 구단주라며 경기 현장을 방문했다.
카레이서로서의 수입은 적은 편이다. 아옳이가 올린 유튜브 영상 속에서 서주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한국에서 카레이서로 등록된 사람은 500명 이상이다. 이 중 연봉을 받는 프로 드라이버는 총 10~12명. 서주원은 “통계에 따르면 가장 많이 받는 사람들이 1억원 이상을 받고, 그 밑은 5000만~8000만원, 신인 선수들은 2000만원 정도 받기도 한다”며 “나는 1억원 직전 정도를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서주원은 현재 부업으로 종로구에서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다.
리얼리티 방송에서 서주원은 배우 배윤경에게 호감을 드러내며 러브라인을 만들었지만, 최종 커플이 되진 않았다. 종영 직후 패널로 출연한 슈퍼주니어 신동과 작사가 김이나를 통해 아옳이를 소개받았다.
아옳이는 모델 겸 유튜버, 그리고 패션·뷰티 쇼핑몰 사업가다. 18세 때부터 쇼핑몰, 온라인 게임 방송 등에서 모델 활동을 해왔다. 게임채널 OGN 프로그램 ‘하스스톤 아옳옳옳’에 출연할 당시 메이드복을 입은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아옳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당시 게임을 좋아하는 중·고등학교 남학생의 선망의 대상이었고, 서주원도 이때부터 아옳이를 좋아했다고 밝혔다.
아옳이는 현재 쇼핑몰 로아르를 운영 중이며 2021년 골프 브랜드 로드로아르도 추가로 론칭했다. 지난해 유튜브 방송에서 쇼핑몰 연 매출액이 80억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유튜브 구독자는 73만 명,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61만 명이다. 아옳이 채널에 공개한 이혼 고백 영상은 나흘 만에 538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아옳이 아버지는 치과의사다. 집안이 서주원 못지않은 금수저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는 자신의 채널에서 “사람마다 금수저의 기준은 다르지만 나는 아니다”며 쇼핑몰을 창업하면서 단 한 번도 부모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모델로) 일했고, 그때부터 용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자수성가형 부자라고 주장해 왔다.
📂WHY(화제 이유)
서주원·아옳이 커플에게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이들의 팬들이 꿈꾸는 요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리고, 외모가 출중하며, 재력은 상당한 데다 소셜미디어에 명품으로 가득한 화려한 삶을 마음껏 플렉스(flex·과시)한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젊은 세대가 ‘벼락거지’로 전락하던 2020년, 아옳이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한남더힐에 거주하는 영상을 올렸다. 해당 아파트의 매매가는 50억~110억원 선이다. 그는 “이번에 이사를 하게 돼서 집을 새롭게 구매했다. 처음에는 무리해서 굉장히 좋은 집을 사려고 했는데 작은아버지 조언에 따라 수준에 맞는 집을 따져서 잘 구매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정도는 무리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말이라, 그의 재력을 궁금해하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 다른 ‘영앤리치’ 인플루언서 프리지아(송지아·25)가 알고 보니 주장했던 것보다는 평범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것과 달리 서주원·아옳이의 재력은 어느 정도 검증받았다. 다만, 서주원이 거액의 재산 분할을 요구한 점을 보면, 아옳이의 자산이 월등하게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서주원은 카레이서(연봉 1억원 미만)와 미쉐린 1스타 식당 운영 등이 주요 수입원이고, 아옳이는 쇼핑몰(연 매출 80억원)과 유튜브(월 수입 1000만~1500만원 추정) 등으로 돈을 번다. 사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관계자는 “아옳이는 서주원이 여러 사업을 벌이는 것을 힘들어 했다. 제발 카레이싱만 하면 좋겠다는 말을 해왔다”고 전했다.
연예인·공인도 아닌 인플루언서의 사생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지나치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유형의 인플루언서는 애초에 사생활이 핵심 상품이다. 즉, 사생활을 보여줘야 유지되는 비즈니스 모델인 것이다.
이 때문에 더 보여줄 사생활이 없을 경우 사생활을 생산해 낸다. 다른 인플루언서와 관계성 형성을 위해 집을 바꿔 살거나, 옷을 바꿔 입는 콘텐트가 많이 만들어지는 이유다. 실제로 정체기였던 아옳이의 유튜브는 이혼 소식으로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다. 지난 10일 66만여 명이던 구독자 수는 결별 소식이 전해진 11일 이후 이틀 만에 6만 명을 더해 현재는 72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6개월 동안 아옳이 채널의 구독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날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로 각각 1000명씩 늘었다.
앞서 그의 이혼 고백 동영상만큼 ‘흥행한’ 콘텐트는 2021년 10월 의료사고를 알린 동영상(※현재는 관련 영상과 포스팅은 모두 삭제됐다. 당시 서주원은 아내의 건강을 걱정하는 모습으로 박수를 받았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은 타인이 행복할 때보다 불행할 때 더 깊은 관심을 갖는다.
대중은 유명인이 잘나가는 모습을 추앙하지만, 이들의 몰락과 좌절은 오락처럼 소비한다. 아옳이 부부의 파경 소식에 잔인한 논평이 아무런 필터 없이 쏟아지는 이유다. ‘그럴 줄 알았다’ ‘그동안 쇼윈도였나’ ‘돈 많다는 말도 거짓일 수도’ 정도는 점잖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배우나 가수에 비해 인플루언서에 대한 악플은 유독 ‘화력’(강도)이 세다고 지적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기본적으로 인플루언서는 어느 회사에 소속되거나, 권위·스펙을 갖춘 제도권 내 인물이 아니라 직접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하나만으로 영향력을 갖게 된 개인”이라며 “이 때문에 이들이 가진 인기와 화려한 삶을 인정하지 못하고 무시, 폄하하려는 인식이 한국 사회에 내재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래 팬이 변심해 악플을 달았다기보다는 그동안 해당 인플루언서에 대해 애써 관심을 두지 않던 이들이 갑자기 목소리를 내며 하이에나식으로 악플을 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론
해외 특히 미국에선 인플루언서의 힘은 때로는 할리우드 스타를 누를 정도로 막강하다. 킴 카다시안의 동생 카일리 제너(25)는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3억7000만 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 화장품 회사 ‘카일리 코스메틱’를 차리고 바로 이듬해 8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세도 안 돼서 1조원대 자산가가 되면서 미 경제 매체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자수성가 억만장자 명단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시장이 작은 한국에선 아직 이 정도는 아니지만, 앞으로 더욱 많은 사생활 공유 비즈니스를 보게 될 전망이다. 진입장벽은 낮고, 플랫폼은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카일리 제너가 되는 것은 힘들 수 있지만, 운이 좋으면 한남더힐에서는 살 수 있다는 꿈을 주는 분야다.
물론 위험 부담도 있다. ‘임블리 호박즙 사태’처럼 유명 인플루언서의 사업이 한순간에 나락에 빠지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어린 나이에 감당 수 없는 영향력과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독이 든 사과’를 먹은 상황이다. 인플루언서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허위 정보를 유통하고 심지어 가짜 팔로어를 늘리는 사례도 소비자 피해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이들이 홍보하는 제품 마케팅 신뢰도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금 소셜미디어에서 주목받는 ‘영앤리치’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돼서 태어난 첫 세대”라며 “이들은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자신의 삶을 공개하며 스스로 마케팅을 하기 때문에 홍보 모델 기용 시, 젊고 럭셔리한 브랜드 이미지를 단숨에 얻을 수 있다”며 “다만 기획사의 관리 및 통제를 받는 연예인과 다른 일반인이기 때문에 사생활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리스크 또한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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