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는 누구인가?
교구장 주교를 말하기 전에 일반적으로 주교는 누구인가를 먼저 정확히 알아야 하겠다. 주교에 대해서 교회법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하느님의 제정으로 부여 받은 성령을 통하여 사도들의 지위를 계승하는 주교들은 교리의 스승들이요 거룩한 예배의 사제들이며, 통치의 교역자들이 되도록 교회 안에 목자들로 세워진다. 주교들은 주교 축성으로써, 성화하는 임무와 함께 가르치는 임무, 다스리는 임무를 받는다. 이 임무는 그 본성상 주교단의 단장 및 단원들과의 교계적 친교 안에서만 집행될 수 있다(교회법 375조). 어떤 교구의 사목이 위탁된 주교들은 교구장들이라고 불리고, 기타는 명의 주교들이라고 일컬어 진다(교회법 376조).
여기서 주교는 어떤 분인지 그 고유성을 알 수 있다. 주교는 사도들의 후계자이다. 진정한 의미의 사목자는 주교들이다. 신앙교리의 스승으로 참 신앙을 수행하고 가르치는 책임자이다. 하느님을 공경하고, 신자들을 거룩하게 하는 참된 의미의 사제이다. 주교는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과 일치하고,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단과 일치하여 주교로서의 직무와 권한을 행사하는 분이다.
대주교는 누구인가?
대주교(大主敎)는 라틴어로 archiepiscopus, 영어로 archbishop이라고 하며, 그리스어 아르콘(지배자, 으뜸, 수령) 과 에피스코포스(감독자)의 합성어이다. 초기 교회에서는 감독(주교)이라는 사회 일반 용어를 받아들여 사도들의 후계자를 뜻하였다. 주교들간에 상하 위계가 생기게 되자 보통 주교들보다 더 큰 권위를 갖는 주교를 대주교라고 부르게 되었다. 4세기에 대관구의 명칭이 대교구로 바뀌었고, 특별히 로마 주교에게는 대주교란 칭호가 수여되었다. 5세기에는 총대주교, 수석 대주교, 관구장, 대주교등의 용어가 정착되었고, 6세기 이후 대주교라는 용어가 오늘날 사용되는 의미로 고정되면서 한 개의 교구나 그 이상의 교구를 통치하는 주교를 일컫게 되었다.
1917년 교회법전에서는 관구장 대주교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고 (272조), 현 교회법전에서는 관구장에게 대주교라는 칭호가 주어졌다(435조). 대주교의 칭호는 관구장 대주교가 아닌 일반 주교에게도 명예 칭호로 주어지기도 한다. 교황청에 근무하는 주교나 교황 사절들에게도 대주교의 칭호가 주어진다. 따라서 직무에 따라 관구장 대주교와 단독 대주교로 구분한다.
[권한]
관구장좌 대주교는 자기 교구에서는 다른 교구장인 주교와 마찬가지로 특정 교구에 결부되어 있으며, 관구 소속 주교들에 의해 선출되는 것이 아니라 교황에 의해 지정되거나 승인된 주교좌와 결부된다(435조). 관구장좌 대주교는 관하 교구들에 대해 신앙과 교회규율이 정확히 준수되도록 감독하며 남용이 있으면 교황에게 알리고, 관하 교구장이 교회법적 순시를 태만히 하면 먼저 사도좌에 의하여 승인 받은 이유를 가지고 순시하며(436조), 경우에 따라 교구장 직무대행을 선임할 수도 있다(421조2항, 425조 3항). 사정이 있을 경우 개별법으로 규정된 특별한 임무와 권력을 사도좌로부터 받을 수도 있다(436조 2항). 관구장좌 대주교는 관하 교구장 다수의 동의 아래 관구 공의회를 소집하며 개최장소, 개회기간들을 결정한다(442조). 관구장좌 대주교는 관하 교구의 2심 법원을 가진다(1438조).
그러나 관하 교구들에 대해 아무런 통치권을 가지지 못한다. 다만 모든 성당에서, 해당 교구장에게 미리 통고한 후 자기 교구 안의 주교처럼 거룩한 예식을 거행할 수 있다(436조 3항). 대주교는 견대(肩帶, 팔리움)을 사용하며 다른 관구장좌로 전임되면 새 견대를 받아야 한다.
교구장은 누구인가?
교구장은 지역교회 즉, 교구를 돌볼 책임을 맡은 주교로서 교황의 권위 밑에서 정상적으로 직접 교회를 돌보는 목자이며, 교도직(敎導職), 사제직(司祭職), 사목직(司牧職)을 수행하는 분이다.
[교도직]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을 신앙으로 인도하고, 신앙을 더욱 굳게 하는 사명을 말한다. 그리고 현세 생활에서 일이나 모든 문제에 관해서 바른 가치를 제시해주는 사명도 이에 포함한다.
[사제직]
주교는 사제직을 충만하게 받아 하느님 신비의 으뜸 관리자이며 교회 전례생활의 감독자요 후원자이며 수호자이다. 사제들과 부제들은 주교의 사제직의 협력자로서 주교에게 결합되어 있다.
[사목직]
아버지와 목자로서 자기 양들을 돌보는 직책을 말한다. 자기의 협력자인 사제들을 사랑으로 대하여 맡은 바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며, 신자들의 구원과 선익을 위해서 아무런 차별을 두지 않고 그리스도의 신비체가 되도록 보살피는 것이다.
[사도직]
여러 가지 사도적 방법을 촉진시켜 모든 사도직 활동을 종합하여 밀접히 결합시키는 직무를 말한다.
교회법에서 설명하는 교구장의 직무에 대해서 알아보자(교회법 제 383조 1항 ~ 4항).
교구장은 목자의 임무를 수행하는 중에 연령이나 신분조건이나 국적이 어떠하든지 또 지역 내 상주하는 자들이거나 잠시 기류하는 자들이거나 간에 자기에게 맡겨진 모든 신자들에게 대하여 염려하고 있음을 표시하여야 한다. 또한 생활 조건 때문에 정상적 사목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자들과 종교의 실천을 떠난 자들에게도 사도적 정신을 뻗쳐야 한다. 자기 교구 내에 다른 예법의 신자들이 혹시 있으면, 그 예법의 사제들이나 본당 사목구들을 통하여서든지 또는 교구장 대리를 통하여서든지 그들의 영적 필요를 배려하여야 한다. 가톨릭 교회와 온전한 친교 안에 있지 아니하는 형제들에 대하여 교회에서 이해되는 한도만큼 일치 운동도 권장하면서 인간미와 애덕으로 대하여야 한다. 주교는 비영세자들을 주님 안에서 자기에게 맡겨진 자들로 여겨 그들에게도 그리스도의 사랑이 비추어지도록 하고, 모든 이 앞에서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어야 한다.
교구장 주교의 사상과 역할이 교구 전반에 미치는 영향
선교 3세기를 맞는 한국 천주교회에서 교구장인 주교의 역할은 지역 교회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교의 사상과 사목 철학이 지역사회와 지성사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하여 천주교 대구교구와 안동교구의 초대 교구장인 안 드망즈 주교와 두봉 주교의 사상을 고찰해본 결과, 안 주교의 경우, '정교분리'라는 대원칙에 순응하면서 교회 밖의 사회 상황에 대해 침묵하거나 일제의 종교 정책에 동조함으로써 신자의 사회적 참여를 제한하였다. 또 안 주교를 포함한 다수의 외국 선교사들이 한국 신자들에게 권위적인 태도와 문화 우월주의적 태도를 견지함으로써 봉건 이데올로기가 가톨릭의 교계제도 하에서 강하게 정착되도록 하였다. 이러한 가톨릭의 권위적 풍토는 일제 강점기 이후 근·현대 시기에는 대구·경북 지역사회의 보수적 토양에 내면화하여 지역의 보수성 형성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안 주교와 같은 파리 외방전교회 출신이지만 안동교구 초대 교구장인 두봉 주교의 경우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불기 시작한 교회의 쇄신과 변화를 주체적, 적극적, 토착화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암울했던 군사독재 정권 치하에서도 정의 구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였다. 이러한 사상의 원천은 주교 취임사에서 언급했던 바대로 '진복 8단'의 복음정신을 생활화했기 때문이다. 그의 사상은 '가난한 자를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사회 복음화로 이어져, 안동 교구가 지역 사회에 열린 교회가 되고, 지역사회 문제에 앞장서게 함으로써 지역사회 변혁과 사상의 진보에 촉매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