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일상 탈출구!
일상을 바꾸는 ‘일탈’의 미학
회사, 집, 회사, 집…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직장인에게 ‘일탈’이란 필연적인 열망과도 같다. 정해진 루틴과 규칙에서 벗어날 숨 쉴 틈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따로 시간을 내기란 여간 쉽지 않은 것이 현실. 이런 K-직장인에게 자신을 위한 시간은 ‘일탈’이라고 쓰고 ‘충전’이라 읽어도 무방할 것이다. 바쁜 삶 속에서도 업무와 일상의 적절한 조화 ‘워라블(Work-Life Blending)’을 실천하고 있는 여섯 명의 KDIans를 만나 그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원호 저에게 일탈이란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아닐까 싶어요. 직장이나 가정생활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만한 주제, 그 자체가 일탈인 것 같거든요. 저는 요즘 친구의 집짓기를 도와주는 일에 푹 빠졌습니다. 나무나 꽃을 사 와서 정원을 조성하는 일을 함께하다 보면 조경에 관한 정보도 얻게 되고, 완성되어가는 친구의 집을 보면서 뿌듯함도 생기더라고요.
오명주 일탈 중 최고는 오늘처럼 점심시간에 맛집에 방문해서 맛있는 음식 먹기가 아닐까요?(웃음) 제게 일탈은 ‘스스로 행복한 일을 하기’인 것 같아요. 저는 일주일에 한 번 세종시에서 운영하는 라디오 코너를 진행하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제 목소리가 방송되었으면 하고 생각했거든요. 한때는 그쪽 분야를 꿈꾸기도 했는데, 지금은 취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홍기현 제게는 ‘계획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에요. 고등학교 때 친구의 권유로 축제 무대에 올랐던 것이 계기가 돼서 춤을 통해 일탈을 즐기고 있어요. 계획에 없던 우연한 일들이 일상에서 뜻밖의 즐거움을 만드는 시작이 된다는 걸 느꼈어요.
유재원 맞아요. 저 역시 같은 생각이에요. 저는 ‘평소에 할 수 없었던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회사에서는 사무업무를 보다 보니 몸을 쓸 일이 거의 없는데, 풋살을 취미로 하면서 밖에서 오랜 시간 뛰어다니게 되었어요. 몸을 움직이니 기분전환도 되고 활기가 생기더라고요.
장한나 일탈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회사 일 빼고 다 일탈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요즘 제가 하는 일탈 하나를 꼽자면 퇴근 후에 태권도장에 가는 거랍니다.
김태균 다들 멋지신데요. 저는 ‘돈 안 되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웃음). 평소 업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어도, 다소 엉뚱해 보여도 거기에 푹 빠지는 것이 일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반도네온이라는 악기를 배우고 있는데요. 악기를 준비하고 배우는 과정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
었던 악기라 과감하게 시작했어요.
장한나 다들 이런 일탈을 시작하신 계기가 궁금해지네요. 저는 사실 대학원 시절부터 체력이 너무 약해서 양호실 단골이었거든요. 그러던 중에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이라는 웹툰을 보고 문득 태권도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성인반이 있는 태권도장을 찾았어요. 요즘엔 태권도를 하면서 체력도 좋아지고 하루 동안의 스트레스도 풀고 있어서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유재원 와, 정말 멋져요! 저는 특별한 계기랄 건 없지만 원래는 러닝을 꾸준히 했어요. 그런데 혼자 하니 잘 늘지도 않고, 또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야외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게 됐어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풋살장을 한 번 갔는데 다들 마스크를 착용하고도 열심히 경기를 뛰더라고요. 실제로 해보니 단체로 협력해서 경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재밌고요.
김태균 저는 ‘아스토르 피아졸라’라는 음악가를 오랫동안 좋아해왔어요. 고등학생 때부터 그분의 음악을 거의 매일 듣다시피 했고 집에 그분 초상화도 있고요(웃음). 그래서 반도네온이라는 악기에 손도 못 대보면 이건 그분에 대한 배신이라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어요. 마흔이 되기 전에 시작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에요. 진도는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즐거워요. 오래오래~ 배워 70대쯤 되면 4중주나 5중주를 세종예술회관 옆 공터에서 열어보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웃음).
오명주 70대에 공연하실 때 저희 꼭 초대해주세요!(웃음). 저는 세종시 라디오 방송이 생기면서 그쪽에서 일하고 계신 지인이 제안을 해주셨어요. 그분께서 메인 진행자이시고, 저는 그중에서 ‘오주임의 대나무숲’이라는 코너를 맡고 있습니다. 사회 초년생이나 청년들의 고민이 제 코너 주제에요. 생방송으로 진행되다 보니 회사 업무가 바쁜 시즌에는 방송까지 준비하는 것이 벅차고 피곤할 때도 있지만, 막상 하고 나면 뿌듯하고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원호 흥미롭네요. 나중에 꼭 찾아들어 볼게요. 사실 예전엔 주말에 집에 있으면 TV를 보거나, 자거나, 뭔가 허무하게 보내곤 했는데, 요즘 저는 친구들과 함께해 즐거워요. 내가 이번에 친구를 도와주면 나중에 내가 필요할 때 친구가 도와주는 ‘상부상조’가 이런 건가 싶어요. 집 짓고 있는 곳에 제 대추나무도 심고, 더덕밭도 하고 있어서 내년에 더덕 농사 잘 되면 하나씩 나눠드릴게요(하하).
유재원 꼭 나눠주세요(웃음). 저도 비슷하게 일탈이 주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어요. 우선 세종시에서 회사 사람들 말고 다른 분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풋살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게 됐어요. 회사 밖에서도 커뮤니티 활동을 한다는 장점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또 다른 장점은 제 시간이 너무 소중해졌다는 것이에요. 일을 9시~18시 사이에 집중해서 마치고 운동하러 가야 하니까요. 업무 효율성도 동시에 높아졌어요.
홍기현 맞아요! 부서 외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저는 회사에서 ‘스트릿 댄스반’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원내 동호회를 하면서 ‘KDI에도 춤에 관심 있는 분들이 되게 많구나! 다들 내적으로는 춤을 추고 싶었구나!’ 하는 것을 확인했어요(웃음). 저는 국제개발협력센터(CID) 안에만 아는 사람이 있었는데, 동아리를 통해 다른 부서 분들도 알게 되는 것이 정말 좋더라고요. 동호회 외에도 저는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있어요. 원래 댄스 장르 중에서도 팝핀을 주로 하는데요. 팝핀은 드럼처럼 강한 비트에 춤을 추는 것이라 요즘은 드럼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원호 저는 요새 합기도나 복싱 같은 운동에도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계속 앉아서 업무를 하다 보니 부쩍 살이 찌는 것 같아서 내년엔 복싱을 통해 다이어트를 해볼까 해요. 또, 이제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퇴직 후 삶을 위해 재테크 관련 공부도 제대로 해보고 싶고요. 본격적으로 뛰어들어서 일정한 성과를 내게 된다면 오늘 이 자리에 여러분에게 그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하하).
김태균 팀장님, 공식적으로 말씀하셨으니 그 약속 꼭 지켜주세요(웃음). 저는 또 다른 일탈로 제 글을 써보고 싶어요. 늘 생각만 해왔는데, 오늘 이렇게 다른 분들의 일탈 이야기를 들으니 본격적으로 단편소설이라도 써봐야겠다는 의지가 솟네요.
오명주 저는 우선 지금 하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웃음). 사람들을 만나면 주변에 요즘 고민이 뭔지 물어보고 있거든요. 항상 사연이 부족해서 어려웠는데, 이번 케이디언즈에 소개가 되면서 사연이 조금 더 잘 들어오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유재원 직장생활을 하며 취미활동 하는 걸 어려워하는 분들도 많잖아요. 제가 하는 풋살은 5대5 아니면 4대4로 경기가 진행되거든요. 그래서 인원이 많이 필요한 편이에요. 관심 있는 분들은 레슨으로 체험해보는 것을 추천해드려요. 이렇게 케이디언즈를 통해 소개할 수 있어 좋네요.
장한나 저는 신입사원 시절 태권도를 흰 띠에서 시작해 지난 3월 검은 띠를 땄어요. 태권도도 업무적으로도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함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얼마 전엔 품새 대회에서 메달도 땄답니다!(웃음) 특히 저와 비슷한 신입사원분들 역시 이러한 소소한 일상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탈을 시작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홍기현 제가 지독한 몸치였기 때문에 확실히 아는데요. 세상에 몸치는 없습니다. 직접 경험하면서 느낀 것이에요. 어차피 다들 자기 몸 보느라 다른 사람들에겐 신경 못 쓰기도 하고요(웃음). 꼭 춤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일탈에 도전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원호 말씀을 너무 멋지게 하셔서 저는 새해 인사 정도로만 마무리를 해도 될 것 같네요. 새해에는 모두 하는 일 잘 되시고, 바라는 바 이루시길 바랍니다. 케이디언즈를 보시고 주말에 무료하시거나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시다면 제게 연락 주세요. 집짓기에 초대해드릴게요!
맛있는 수다
♥ 좋은 분들과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시간, 감사합니다!
♥ 식사 요리부터 음료까지 너무 든든하고 배불렀어요~
♥ 회사 근처에 이런 맛집이…! 맛난 음식과 수다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
♥ 저녁에 방문해 술 한 잔 곁들여도 좋은 곳! 안주로도 손색없었습니다~
♠ 진도는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즐거워요…!
♠ 9시 18시 사이에 집중해서 일을 마치고 운동하러 가니, 업무 효율성도 동시에 높아졌어요!
♠ 업무가 바쁠 땐 방송까지 준비하는 것이 벅차고 피곤할 때도 있지만, 막상 하고 나면 뿌듯하고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
♠ 신입사원분들 역시 소소한 일상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탈을 시작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장소: 아호정 반곡점(세종시 국책연구원3로 6 씨즈파크뷰 1층 10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