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관음성지순례(2)] 효심(孝心)과 신심(信心)구하는 ‘인연의 길’
가을 맞아 떠나는
풍성한 한가위를 맞아 한동안 만나지 못한 가족과 고향 친구들을 보러 떠나는 길은 늘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추석연휴는 물론 가을철을 맞아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원명스님)이 ‘한국전통사찰순례’ 사업을 통해 제안한 ‘33관음성지’를 참배해 보는 건 어떨까. 오랜 역사와 사연을 간직한 사찰을 방문하는 것은 효심과 신심, 두 가지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 서남권 추천코스
번뇌근심도 내려 놓고
조상들 추념하며 참배
힐링하면서 가족 화합
휴전선을 지척에 두고 있고, 고려 시대 왕도(王都)의 역할을 담당한 강화도에 자리한 보문사는 불자들의 성지이며, 국민들의 힐링 공간이다. 신라 선덕여왕 4년(635) 회정대사가 금강산에서 수행하다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창건한 우리나라 4대 관음성지의 한 곳이다. 관음보살이 상주한다고 하여 산 이름도 낙가산(洛迦山)이라고 했다. 관음보살의 원력이 광대무변(廣大無邊)하기에 보문사(普門寺)라는 사명이 생겼다. 서해 낙조가 아름다운 사찰로 조상들을 추념하며 생주이멸(生住異滅)의 세상 이치를 새삼 느낄 수 있는 도량이다.
수도권에 자리한 관음도량으로 서울 조계사와 수원 용주사가 있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사는 인근에 불교중앙박물관을 비롯해 경복궁, 광화문, 인사동, 북촌 등 돌아볼 곳도 많다.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정조대왕의 애틋한 효심이 배어있는 수원 용주사. 경내에 자리한 호성전에는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의 위패가 모셔져 있어 조상을 기리는 추석의 의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인근에 있는 융릉, 건릉, 화성, 민속촌도 들릴 만하다.
충절의 고장 충청도에도 가족들과 함께 지친 마음을 쉬면서 힐링하고 신심을 돈독하게 할 수 있는 관음성지가 여럿이다. 그 가운데 법주사는 의신조사가 창건하고 진표율사가 7년간 머물며 중건했다고 전해지는 오래된 절이다. 지금은 발길이 줄었지만 1960~80년대까지만 해도 신혼부부와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가득 찼던 곳이다. 웅장한 규모의 위의를 보이는 청동미륵대불 앞에서 조상들의 극락왕생과 가족들의 행복, 그리고 인류의 평안을 기원하면 좋을듯하다.
백제의 땅 충남에도 관음성지가 있다. 예산 수덕사와 공주 마곡사가 그곳이다. 백제 무왕 41년(640년) 자장율사가 창건해 1400년 가까운 역사를 간직한 마곡사는 ‘춘마곡(春麻谷)’으로 유명하지만, 가을의 아름다운 풍광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백제의 숭제, 지명 스님과 인연 깊은 수덕사 역시 성지이다. 특히 충렬왕 34년(1308) 지은 대웅전은 국보로 지정됐으며 고려시대 목조건물의 진수를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서남권에는 김제 금산사, 부안 내소사, 고창 선운사, 장성 백양사 등 오랜 역사를 이어오며 민초들의 의지처가 되어온 관음도량이 적지 않다. ‘어머니의 산’ 모악산에 자리한 금산사는 세 분의 미륵불을 모신 웅장한 규모의 미륵전이 중생의 아픔을 달래준다. 백제 고찰인 부안 내소사는 진입로와 더불어 대웅보전 꽃 문살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구름 속에서 참선한다’는 의미를 지닌 선운사는 검단이 천일염 제조법을 가르쳤다는 보은염 전설이 전한다.
또한 백제시대 창건됐지만 조선 선조 7년(1574) 환양(喚羊)스님이 중건한 후 매일 <법화경>을 독송하니 ‘흰 양’이 자주 찾아와 백양(白羊)이라고 절 이름을 바꾸었다. 특히 산문 앞에 자리한 쌍계루는 각진국사, 무열선사, 만암·서옹대종사, 목은 이색, 포은 정몽주, 조순 전 서울시장 등의 작품 240여 수를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 남부권 추천코스
대표적인 명승지 자리
아름다운 경치는 ‘덤’
정성 깃든 기도 발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히는 남해안과 민족의 명산으로 사랑받는 지리산에도 관음성지가 있다. 한반도의 최남단 땅끝에 자리한 대흥사는 서산대사가 ‘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之處) 만년불훼지지(萬年不毁之地)’라고 했던 도량이다. “전쟁을 비롯한 삼재가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영원히 훼손되지 않는 땅”이라는 의미이다.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4대 관음도량인 여수 향일암과 남해 보리암은 따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유명한 성지이다. 신라 선덕여왕 13년(644) 원효대사가 창건한 향일암은 해돋이와 해넘이가 절묘한 경치를 뽐낸다. 추석 연휴 기간 새벽예불이나 저녁예불에 동참하면 일출과 일몰은 보너스이다. 신라 신문왕 3년(683) 보광사라는 사찰로 시작한 보리암은 태조 이성계가 100일 기도하여 조선을 개국한 인연이 있다. 보리암이 있는 금산(錦山)이란 이름도 이성계가 ‘바단[錦]’을 상으로 내리면서 비롯됐다고 전한다.
이밖에도 서남권에는 구례 화엄사, 하동 쌍계사, 순천 송광사 등 관음성지인 명찰을 찾는 것도 홍복(弘福)이다. 화엄사는 의상법사가 신라 문무왕 10년(670) 건립한 3층 규모의 장륙전이 백미이다. 장륙존상(丈六尊像)을 봉안하고 있어, 웅장한 부처님 모습에 저절로 합장하게 된다. 신라 문성왕 2년(840) 진감선사가 당나라에서 귀국하여 중창하면서 대가람으로 장엄한 쌍계사는 2022년 국가에서 지정한 명승이다. 신라시대 최치원의 자취를 만날 수 있는 사찰이며, 지리산 10경 가운데 하나인 불일폭포도 멀질 않다. 화엄사와 쌍계사를 참배하면 지리산의 빼어난 비경을 덤으로 볼 수 있다.
‘열여덟 명의 고승이 출연해 부처님 법을 널리 펼 것’이라는 데서 사명이 비롯됐다는 송광사 역시 명찰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전쟁 당시 모두 불타는 아픔을 겪었지만 산세가 유순한 조계산과 어울려 번뇌를 내려놓기에 더없이 좋다.
덕숭총림 수덕사 주지 도신스님은 “민족의 명절인 추석을 맞이해 사찰을 참배하고 기도를 하면 가족의 정도 깊어 지고, 조상들을 기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부처님 가피력으로 풍성한 한가위를 맞이하길 기원드린다”고 말했다.
[불교신문 3788호/2023년10월3일자]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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